[이슈&한반도] 톱다운 ‘중재’ 재가동…‘자력갱생’ 고수

입력 2019.04.13 (07:49) 수정 2019.04.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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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4월 1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한미 두 정상이 하노이 회담 뒤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며 톱다운 대화 재개에 방식에는 공감했지만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재확인했는데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2기 구성을 마무리하고, 자력갱생과 인적쇄신을 통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란 승부수를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해 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중재안, 통할 수 있을까요?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한미 두 정상이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악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7번째 한미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첫 한미 정상 간 만남입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을 잇달아 면담하고 북미 톱다운 대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도 별도로 오찬을 함께하고 워싱턴 인근의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등 친교를 다졌습니다.

이례적으로 양국 영부인들까지 배석해 진행된 회담에서, 양 정상은 협상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전제로 남북미 정상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나는 정상회담을 즐기고,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것이 좋으며, 진정으로 대단히 생산적이고 점진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북미 대화 동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법론의 절충안을 조율해 낼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는데요.

김정은 집권 2기 체제를 공식화하는 최고인민회의와 맞물려 개최되면서, 북미가 간접적으로 주고받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미국은 일괄타결 식 빅딜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충분히 괜찮은 거래’를 뜻하는 이른바‘굿 이너프 딜’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북미가 포괄적인 비핵화 시간표에 합의하되,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부분적인 제재 완화 등 단계적으로 보상을 해 주는 방안입니다.

[이도훈/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 "우리 입장이 일괄 타결 이후에 단계적 이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서서 뭘 한다기보다는 만나서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스몰딜, 작은 거래들이 있을 순 있지만, 지금 논의 중인 건 빅딜이며 이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면서, 대북제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허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인도적인 이슈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련의 조치, 예를 들어 식량지원과 같은 것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어떠한 제재 해제도 없냐는 질문에, “여지를 두고 싶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대북제재에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합니다. 때때로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고 이것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옳은 일이라면 어쩌면 '비자'문제 같은... 그래서 (대북제재)에 얼마간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합니다."]

하지만‘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진다면’이란 단서를 달았고, 유엔안보리 제재는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핵심 경제 제재는 그대로 두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여행금지 면제 등 제한적 수준에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국내 정치 쪽으로 사실 급할 건 없는 상황이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금 현재 다만 제재를 더 추가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는 유지를 하면서 말 그대로 상황 관리를 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치적 시간표에 활용하려고 하는 그런 생각들을 아마 가지고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

앞서 한미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가 비핵화의 최종 목적과 로드맵에서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종/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 "정상 간의 의제 세팅을 논의해서 다음 주 정상회의에서 아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핵 협상단을 이끄는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이 구체적 조치에 나설 경우 제재를 완화해주는 이른바 ‘조기 수확’의 필요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미가 비핵화 해법의 두 기둥이라 할 목표와 방법론에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가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핵화로 가는 과정인 대북 제재나 남북 경제협력, 그리고 북미 대화를 위한 조건에는 여전히 견해차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결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굿 이너프 딜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 실무접촉을 했을 때 그때도 충분히 우리의 안은 이렇다 라고 하는 걸로 전달이 됐겠죠. 그 전달이 됐지만 그거에 대해서 지금 미국에서는 아주 심각하게 바로 발등의 불처럼 해결해야 될 과제로 지금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한미 간 조율이 두루뭉술하게 이뤄질 경우 정작 북한을 설득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단계적 보상에 동의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의 범주에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핵 신고와 사찰, 핵 과학자 전직도 요구 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북한이 굴욕적이라고 반발하는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과 가까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한 한반도와 더 큰 평화,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가 목표입니다. 바라건대,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소집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인상을 쓴 채 당 간부들을 질책하는 김 위원장.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휘저으며 형식주의, 보신주의 같은 간부들의 부정적 현상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셨습니다."]

노동당 핵심 간부들이 모두 모인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가장 강조한 건 자력갱생, 무려 25번이나 자력갱생을 거론하며 제재에 맞서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자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경제강국 건설이 주되는 정치적 과업으로 나선 오늘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돌격전, 총결사전을 과감히 벌림으로써..."]

북한은 그러나 대미 강경 발언이나 핵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체제 결속과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제사회 제재를 버티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합의 도출 실패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다시 추대된 데 이어,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총리는 박봉주 대신 김재룡 당 위원장으로, 명목상 국가수반인 상임위원장은 김영남에서 최룡해 부위원장으로 교체했습니다.

대북제재 영향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경제건설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당분간 북한은 과거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자세로 약간 강도 높은 대외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되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스스로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고 싶어 하니까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과 같은 전략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정부의 중재 구상이 결실을 보려면 북한을 다시 적극적인 협상장으로 끌어당겨야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할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대북 특사 파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계기로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고 3차 북미회담까지 타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살리기 위한 카드로 다시 한 번 톱다운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문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임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의지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하면 빨리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고, 미국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말부터 두 달 연속 일본을 방문합니다.

이 시기에 맞춰 방한이 성사된다면, 3차 북미회담으로 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측과 접촉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입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계기로, 판문점 정상회담 같은 원 포인트 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 "미국으로 건너갔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인터뷰에서 대북특사를 암시하기도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어떠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조율된 비핵화 방안에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적지만 남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북한과 미국 사이에 우리가 생각하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대한 로드맵 그리고 그때마다 각 단계마다 주고받아야 될 거래물의 등가성, 그것들이 얼마큼 촘촘하게 조율이 사전조율이 잘 되느냐에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연이은 한미정상회담 혹은 남북미 정상회담은 그 성사 여부가 결정이 될 거 같아요."]

대북 강온 전략을 유지하는 미국과 대외관계 개선 대신 버티기 전략을 택한 북한.

여전히 간극이 확인되는 북미 사이에서 북한을 비핵화 조치로, 미국을 일부 제재 완화로 조금씩 움직일 묘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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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톱다운 ‘중재’ 재가동…‘자력갱생’ 고수
    • 입력 2019-04-13 08:27:02
    • 수정2019-04-13 08: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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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4월 1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한미 두 정상이 하노이 회담 뒤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며 톱다운 대화 재개에 방식에는 공감했지만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재확인했는데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2기 구성을 마무리하고, 자력갱생과 인적쇄신을 통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란 승부수를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해 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중재안, 통할 수 있을까요?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한미 두 정상이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악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7번째 한미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첫 한미 정상 간 만남입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을 잇달아 면담하고 북미 톱다운 대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도 별도로 오찬을 함께하고 워싱턴 인근의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등 친교를 다졌습니다.

이례적으로 양국 영부인들까지 배석해 진행된 회담에서, 양 정상은 협상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전제로 남북미 정상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나는 정상회담을 즐기고,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것이 좋으며, 진정으로 대단히 생산적이고 점진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북미 대화 동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법론의 절충안을 조율해 낼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는데요.

김정은 집권 2기 체제를 공식화하는 최고인민회의와 맞물려 개최되면서, 북미가 간접적으로 주고받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미국은 일괄타결 식 빅딜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충분히 괜찮은 거래’를 뜻하는 이른바‘굿 이너프 딜’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북미가 포괄적인 비핵화 시간표에 합의하되,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부분적인 제재 완화 등 단계적으로 보상을 해 주는 방안입니다.

[이도훈/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 "우리 입장이 일괄 타결 이후에 단계적 이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서서 뭘 한다기보다는 만나서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스몰딜, 작은 거래들이 있을 순 있지만, 지금 논의 중인 건 빅딜이며 이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면서, 대북제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허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인도적인 이슈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련의 조치, 예를 들어 식량지원과 같은 것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어떠한 제재 해제도 없냐는 질문에, “여지를 두고 싶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대북제재에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합니다. 때때로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고 이것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옳은 일이라면 어쩌면 '비자'문제 같은... 그래서 (대북제재)에 얼마간 여지를 남겨두기를 원합니다."]

하지만‘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진다면’이란 단서를 달았고, 유엔안보리 제재는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핵심 경제 제재는 그대로 두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여행금지 면제 등 제한적 수준에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국내 정치 쪽으로 사실 급할 건 없는 상황이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금 현재 다만 제재를 더 추가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는 유지를 하면서 말 그대로 상황 관리를 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치적 시간표에 활용하려고 하는 그런 생각들을 아마 가지고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

앞서 한미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가 비핵화의 최종 목적과 로드맵에서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종/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 "정상 간의 의제 세팅을 논의해서 다음 주 정상회의에서 아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핵 협상단을 이끄는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이 구체적 조치에 나설 경우 제재를 완화해주는 이른바 ‘조기 수확’의 필요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미가 비핵화 해법의 두 기둥이라 할 목표와 방법론에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가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핵화로 가는 과정인 대북 제재나 남북 경제협력, 그리고 북미 대화를 위한 조건에는 여전히 견해차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결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굿 이너프 딜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 실무접촉을 했을 때 그때도 충분히 우리의 안은 이렇다 라고 하는 걸로 전달이 됐겠죠. 그 전달이 됐지만 그거에 대해서 지금 미국에서는 아주 심각하게 바로 발등의 불처럼 해결해야 될 과제로 지금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한미 간 조율이 두루뭉술하게 이뤄질 경우 정작 북한을 설득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단계적 보상에 동의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의 범주에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핵 신고와 사찰, 핵 과학자 전직도 요구 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북한이 굴욕적이라고 반발하는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과 가까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한 한반도와 더 큰 평화,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가 목표입니다. 바라건대,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소집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인상을 쓴 채 당 간부들을 질책하는 김 위원장.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휘저으며 형식주의, 보신주의 같은 간부들의 부정적 현상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셨습니다."]

노동당 핵심 간부들이 모두 모인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가장 강조한 건 자력갱생, 무려 25번이나 자력갱생을 거론하며 제재에 맞서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자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경제강국 건설이 주되는 정치적 과업으로 나선 오늘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돌격전, 총결사전을 과감히 벌림으로써..."]

북한은 그러나 대미 강경 발언이나 핵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체제 결속과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제사회 제재를 버티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합의 도출 실패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다시 추대된 데 이어,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총리는 박봉주 대신 김재룡 당 위원장으로, 명목상 국가수반인 상임위원장은 김영남에서 최룡해 부위원장으로 교체했습니다.

대북제재 영향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경제건설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당분간 북한은 과거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자세로 약간 강도 높은 대외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되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스스로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고 싶어 하니까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과 같은 전략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정부의 중재 구상이 결실을 보려면 북한을 다시 적극적인 협상장으로 끌어당겨야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할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대북 특사 파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계기로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고 3차 북미회담까지 타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살리기 위한 카드로 다시 한 번 톱다운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문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임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의지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하면 빨리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고, 미국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말부터 두 달 연속 일본을 방문합니다.

이 시기에 맞춰 방한이 성사된다면, 3차 북미회담으로 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측과 접촉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입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계기로, 판문점 정상회담 같은 원 포인트 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 "미국으로 건너갔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인터뷰에서 대북특사를 암시하기도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어떠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조율된 비핵화 방안에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적지만 남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북한과 미국 사이에 우리가 생각하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대한 로드맵 그리고 그때마다 각 단계마다 주고받아야 될 거래물의 등가성, 그것들이 얼마큼 촘촘하게 조율이 사전조율이 잘 되느냐에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연이은 한미정상회담 혹은 남북미 정상회담은 그 성사 여부가 결정이 될 거 같아요."]

대북 강온 전략을 유지하는 미국과 대외관계 개선 대신 버티기 전략을 택한 북한.

여전히 간극이 확인되는 북미 사이에서 북한을 비핵화 조치로, 미국을 일부 제재 완화로 조금씩 움직일 묘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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