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세계 챔피언…후원자 없어 ‘발 동동’

입력 2019.04.13 (08:19) 수정 2019.04.13 (08: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프로권투가 큰 인기를 끌었죠.

세계챔피언도 여러 명 배출했었는데 현재는 1명밖에 없습니다.

바로 탈북민 출신 최현미 선수인데요.

열다섯 나이에 한국으로 와 권투선수가 된 뒤 11년간 무패 신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7차 방어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자칫 최 선수가 세계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타이틀전을 치루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최현미 선수의 사연.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권투장.

샌드백 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매서운 눈빛으로 훈련에 집중하는 이는 바로 북한 출신의 권투선수 최현미 씨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평상시에 꾸준히 운동 하고 있고요. 체중감량도 해야 하니까 체중도 적정 체중을 맞춰 놓고 있고요."]

현미 씨는 2004년 열다섯의 나이로 입국할 때부터 권투 유망주로 주목받았는데요.

[최현미 : "열심히 열심히 해서요. 세계 챔피언 되는 게 꿈이에요 꿈."]

실제, 4년 뒤, 57kg 이하 페더급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 당당히 승리해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2008년 10월 11일 WBA 여자 페더급(57.150kg 이하) 챔피언 결정전 : "이번 경기의 승자는 WBA(세계권투협회) 여자 페더급 세계 챔피언 최현미."]

2013년에는, 슈퍼 페더급으로 체급을 올려 두 번째 세계 챔피언 도전에도 성공했는데요.

이후 6년간 이어진 6번의 방어전에 성공하며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당당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윤석정/코치 : "(페더급에서) 슈퍼페더급으로 한 체급 올려서 6차 방어전을 끝내고 이제 7차 방어전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오전 운동을 마친 현미 씨가 향한 곳은 남산.

숨이 가쁠 만 한 오르막길도 거뜬하게 뜁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체력훈련인데요. 달리기 위주로 많이 해요. 또 풍경 보면서 뛰는 거 좋아하고 또 언덕이나 이런 게 갖추어져 있잖아요. 좋은 코스 찾아 뛰는 걸 좋아해요."]

국제무대에는 흔히 메이저라 불리는 네 개의 권투 협회가 있습니다.

최현미 선수는 현재 WBA, 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국내 유일의 세계 챔피언인데요.

최근엔 7차 방어전을 앞두고 비용 문제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작년 7월에 (경기를) 하고 방어전을 못 치르고 있어요. 근데 세계 챔피언은 6개월에 한 번 씩 의무적으로 방어전을 치러야 하거든요. 제가 지금 6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4월 안으로 방어전을 못 하면 (세계 챔피언) 자동 박탈 위기가 와요. 그래서 WBA(세계권투협회)에서 지금 서류가 날아온 상태고요. 지금 빨리 시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대회를 개최 하는 데는 방어전을 치르는 선수뿐 아니라 상대 선수의 대전료와 심판 수임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번 방어전에 필요한 금액 만도 약 1억원,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석정/코치 : "옛날에는 방송국이나 어디서(텔레비전에서) 중계를 많이 했고 참 후원자가 많이 붙었는데 요즘은 후원자가 많이 없고 (권투가) 조금 인기가 없다 보니까 후원자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후원자들은 방송 노출이나 경기장을 찾는 관객을 통해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데, 비 인기종목에는 쉽게 나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번 비용 문제를 겪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제가 (세계) 챔피언을 11년 동안 지키면서 동일한 후원자가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어렵게 지켜온 이 자린데 항상 이렇게 박탈에 대한... 링에 올라가서 승패를 떠나서 후원 관련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게 속상하죠."]

17전 16승 1무.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최현미 선수가 치러온 경기 성적입니다.

무패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그간 수없이 흘린 많은 땀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권투 글러브를 벗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현미 씨.

가깝게 지내는 동료인 이종격투기선수 임수정 씨를 만났습니다.

["언니도 요새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얼굴 본 지 너무 오래됐고 운동가기전에 그냥."]

운동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끈끈함은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의지라는 게 꼭 굳이 말하지 않아도요. 운동하는 선수들만 느끼는 동질감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서로 표정만 봐도 ‘아 힘들구나’ 이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으니까..."]

식사를 마친 뒤 공원 산책에 나선 두사람.

종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분야의 길을 걷고 있는 수정 씨도 현미 씨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임수정/이종격투기선수 : "시장형성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축구라든지 야구라든지 농구 경기처럼 시즌이 있고 확보되어 있는 (경기) 스케줄이 있으면 선수가 훨씬 더 편할 텐데 (권투는) 경기 잡는 것 자체도 한국에 많지가 않고..."]

현미 씨를 포함한 프로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수정/이종격투기선수 : "아무래도 사실 그런(후원 문제) 부분들이 선수들이 겪는 어떤 어려움(이에요). 사실 시합에만 집중해서 훈련하는 것만 해도 굉장히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후원) 걱정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옆에서 봤을 때 안타깝고 속상하고 그래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현미 씨가 권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열정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이제 제 꿈이잖아요. 제 미래거든요.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왜? 제가 링에서 져서 내려오면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저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항상 이기고 승리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포기해요. 아직 이 복싱이란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아직도 링 위에서 싸우는 그 순간이 심장이 벅차고 그런데 어떻게 포기를 해요."]

어린 나이에 북녘을 떠났던 현미 씨, 대한민국 유일의 권투 세계 챔피언으로 우뚝 섰지만 아직도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도 뚜렷한 목표를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현미 씨의 도전이 당당하게 실현될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세계 챔피언…후원자 없어 ‘발 동동’
    • 입력 2019-04-13 08:52:04
    • 수정2019-04-13 08:59:10
    남북의 창
[앵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프로권투가 큰 인기를 끌었죠.

세계챔피언도 여러 명 배출했었는데 현재는 1명밖에 없습니다.

바로 탈북민 출신 최현미 선수인데요.

열다섯 나이에 한국으로 와 권투선수가 된 뒤 11년간 무패 신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7차 방어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자칫 최 선수가 세계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타이틀전을 치루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최현미 선수의 사연.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권투장.

샌드백 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매서운 눈빛으로 훈련에 집중하는 이는 바로 북한 출신의 권투선수 최현미 씨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평상시에 꾸준히 운동 하고 있고요. 체중감량도 해야 하니까 체중도 적정 체중을 맞춰 놓고 있고요."]

현미 씨는 2004년 열다섯의 나이로 입국할 때부터 권투 유망주로 주목받았는데요.

[최현미 : "열심히 열심히 해서요. 세계 챔피언 되는 게 꿈이에요 꿈."]

실제, 4년 뒤, 57kg 이하 페더급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 당당히 승리해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2008년 10월 11일 WBA 여자 페더급(57.150kg 이하) 챔피언 결정전 : "이번 경기의 승자는 WBA(세계권투협회) 여자 페더급 세계 챔피언 최현미."]

2013년에는, 슈퍼 페더급으로 체급을 올려 두 번째 세계 챔피언 도전에도 성공했는데요.

이후 6년간 이어진 6번의 방어전에 성공하며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당당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윤석정/코치 : "(페더급에서) 슈퍼페더급으로 한 체급 올려서 6차 방어전을 끝내고 이제 7차 방어전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오전 운동을 마친 현미 씨가 향한 곳은 남산.

숨이 가쁠 만 한 오르막길도 거뜬하게 뜁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체력훈련인데요. 달리기 위주로 많이 해요. 또 풍경 보면서 뛰는 거 좋아하고 또 언덕이나 이런 게 갖추어져 있잖아요. 좋은 코스 찾아 뛰는 걸 좋아해요."]

국제무대에는 흔히 메이저라 불리는 네 개의 권투 협회가 있습니다.

최현미 선수는 현재 WBA, 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국내 유일의 세계 챔피언인데요.

최근엔 7차 방어전을 앞두고 비용 문제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작년 7월에 (경기를) 하고 방어전을 못 치르고 있어요. 근데 세계 챔피언은 6개월에 한 번 씩 의무적으로 방어전을 치러야 하거든요. 제가 지금 6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4월 안으로 방어전을 못 하면 (세계 챔피언) 자동 박탈 위기가 와요. 그래서 WBA(세계권투협회)에서 지금 서류가 날아온 상태고요. 지금 빨리 시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대회를 개최 하는 데는 방어전을 치르는 선수뿐 아니라 상대 선수의 대전료와 심판 수임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번 방어전에 필요한 금액 만도 약 1억원,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석정/코치 : "옛날에는 방송국이나 어디서(텔레비전에서) 중계를 많이 했고 참 후원자가 많이 붙었는데 요즘은 후원자가 많이 없고 (권투가) 조금 인기가 없다 보니까 후원자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후원자들은 방송 노출이나 경기장을 찾는 관객을 통해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데, 비 인기종목에는 쉽게 나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번 비용 문제를 겪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제가 (세계) 챔피언을 11년 동안 지키면서 동일한 후원자가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어렵게 지켜온 이 자린데 항상 이렇게 박탈에 대한... 링에 올라가서 승패를 떠나서 후원 관련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게 속상하죠."]

17전 16승 1무.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최현미 선수가 치러온 경기 성적입니다.

무패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그간 수없이 흘린 많은 땀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권투 글러브를 벗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현미 씨.

가깝게 지내는 동료인 이종격투기선수 임수정 씨를 만났습니다.

["언니도 요새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얼굴 본 지 너무 오래됐고 운동가기전에 그냥."]

운동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끈끈함은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의지라는 게 꼭 굳이 말하지 않아도요. 운동하는 선수들만 느끼는 동질감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서로 표정만 봐도 ‘아 힘들구나’ 이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으니까..."]

식사를 마친 뒤 공원 산책에 나선 두사람.

종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분야의 길을 걷고 있는 수정 씨도 현미 씨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임수정/이종격투기선수 : "시장형성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축구라든지 야구라든지 농구 경기처럼 시즌이 있고 확보되어 있는 (경기) 스케줄이 있으면 선수가 훨씬 더 편할 텐데 (권투는) 경기 잡는 것 자체도 한국에 많지가 않고..."]

현미 씨를 포함한 프로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수정/이종격투기선수 : "아무래도 사실 그런(후원 문제) 부분들이 선수들이 겪는 어떤 어려움(이에요). 사실 시합에만 집중해서 훈련하는 것만 해도 굉장히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후원) 걱정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옆에서 봤을 때 안타깝고 속상하고 그래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현미 씨가 권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열정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최현미/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 "이제 제 꿈이잖아요. 제 미래거든요.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왜? 제가 링에서 져서 내려오면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저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항상 이기고 승리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포기해요. 아직 이 복싱이란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아직도 링 위에서 싸우는 그 순간이 심장이 벅차고 그런데 어떻게 포기를 해요."]

어린 나이에 북녘을 떠났던 현미 씨, 대한민국 유일의 권투 세계 챔피언으로 우뚝 섰지만 아직도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도 뚜렷한 목표를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현미 씨의 도전이 당당하게 실현될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