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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노사정 합의…ILO 협약 ‘선비준’ 가능할까
입력 2019.04.13 (10:03) 수정 2019.04.13 (10:04) 취재K
'아름다운 결말'은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정은 수개월째 머리를 맞대봤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경사노위를 떠나 국회와 정부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미비준'이라는 이 상황이 특별할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ILO(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28년간 ILO의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이 상황에 일종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EU)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서 대한민국 노동정책의 '궤도 수정'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통상 분쟁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노동문제가 어떻게 국제 통상 분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걸까요? 다소 복잡한 이 퍼즐을 조금씩 맞춰보겠습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일 방한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EU의 통상부장관 격인 인물로, <한-EU 무역위원회> 참가차 내한했습니다. 이 행사는 양국의 FTA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행사로, 매년 반복되는 특별할 것 없는 행사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할지 등 양국의 '통상 관련' 이슈들이 논의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상 관련 내용뿐 아니라 노동 이슈가 더 주목받았습니다. 말스트롬 위원은 주한 EU 대표부를 통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노동 담당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말스트롬 위원 역시 통상 이슈보다,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둘러싼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단호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말스트롬 위원은 미리 한국에 보낸 서신을 통해, 무역위원회가 시작되는 날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을 달라고 요구해 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답을 내놓지 못했죠.

말스트롬 위원은 "EU가 언제까지 더 기다려 줄 것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 국회를 찾아간 자리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시한이 거론됐습니다. 국회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ILO 핵심협약의 '여름 전 비준 가능성'을 물은 겁니다. 6월에 예정돼 있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를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 EU가 ILO 핵심협약에 집착하는 이유는? **

그런데 관련 논의를 지켜보다 보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EU는 왜 이토록 저 멀리 떨어진 아시아 대한민국의 노동권에 대해까지 관심을 가질까요? 왜 EU의 통상부장관은 직접 기자들을 모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정부 관계자와 국회를 찾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2010년 한-EU 양측이 FTA를 체결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EU는 "그때 했던 약속 왜 안지켜!"라고 따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궁금점이 남습니다. 그럼 이런 조약을 EU는 왜 조항에 넣었던 걸까요? FTA가 양국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결되는 것이라면, 한국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확대해 주는 게 EU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의 김영훈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EU가 왜 우리나라에 FTA에 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넣었을까요?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입니다.
EU가 보기에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노동 후진국'이고,
그런 국가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또 그런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들은
EU에게는 일종의 '가격 덤핑'이 될 수 있고,
그건 EU 입장에서는 '불공정 거래'라고 여겨지는 거죠.
그래서 유럽은 노조뿐 아니라 재계나 정부조차
'ILO 핵심협약 비준'이 공정한 무역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고 요구해 왔던 겁니다."

=============================================================

말스트롬 위원장이 거론한 시간은 6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6월에 열린다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해 기조연설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게도 그 전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 할 겁니다.

하지만 경사노위에서조차 '합의'를 보지 못한 논의가 그대로 국회의 입법 논의로 넘어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에서나마 매듭을 지었던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뒤 또다시 도돌이표 논쟁에 빠져 있는 걸 보면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는 탄력근로제나 최저임금제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고 복잡한 사안입니다.


커지는 '선비준-후입법' 요구... 실현 가능할까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선 비준, 후 입법'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준을 하는 주체는 대통령이지만, 협약이 비준되면 노동법 등 관련법을 바꾸는 절차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는 통상 비준 전의 '사전 동의'로 해석됩니다. '선 입법, 후 비준'의 순서입니다.

반면 노동계의 '선 비준, 후 입법' 요구는, 이 순서를 맞바꾸자는 겁니다. 대통령이 먼저 비준을 하고 관련법 개정 절차는 국회에서 나중에 입법으로 보완하라는 겁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ILO 협약 비준에 대해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비준권을 가지고 있고 국회는 비준동의권이 있다"며 "대통령이 비준권을 행사하게 되면 1년 안에 국회가 현행 노동 관련 법률들을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도 "ILO 협약은 입법사항에 관한 것으로 어차피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선 비준 후 입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ILO 역시 협약 비준 절차에 관해서는 회원국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고, 과거 영국(1949년)이나 서독(1957년)에서 관련 협약을 비준할 때도 '선 비준, 후 입법'의 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담 적지 않은 선택지... 다가오는 '결단의 시간'

이 '선 비준'은 정부에게 선뜻 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로 보일 겁니다. 국제사회의 오랜 요구가 있다고 해도, 국회의 동의 없이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당장 야권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겁니다. 재계의 반발도 거셀 것이 뻔합니다. 여러 가지로 예전 같지 않은 국정 동력도 함께 고려해야 할 테니,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정부가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를 선택할 시기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노사정의 합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사노위를 통한 합의라는 '아름다운 결말'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국회의 논의를 통한 '선 입법'이라는 '더 아름다운 결말'은 여야 대립이 더 격화된 현시점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고, 핵심 국정과제로도 내걸렸던 약속입니다. 여기에 EU의 통상압박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노동 후진국'이라는 비난에 더해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EU 관계자의 경고대로, 이런 상황이 오면 대한민국의 국격에 적잖은 손상을 입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 물 건너간 노사정 합의…ILO 협약 ‘선비준’ 가능할까
    • 입력 2019-04-13 10:03:13
    • 수정2019-04-13 10:04:44
    취재K
'아름다운 결말'은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정은 수개월째 머리를 맞대봤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경사노위를 떠나 국회와 정부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미비준'이라는 이 상황이 특별할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ILO(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28년간 ILO의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이 상황에 일종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EU)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서 대한민국 노동정책의 '궤도 수정'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통상 분쟁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노동문제가 어떻게 국제 통상 분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걸까요? 다소 복잡한 이 퍼즐을 조금씩 맞춰보겠습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일 방한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EU의 통상부장관 격인 인물로, <한-EU 무역위원회> 참가차 내한했습니다. 이 행사는 양국의 FTA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행사로, 매년 반복되는 특별할 것 없는 행사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할지 등 양국의 '통상 관련' 이슈들이 논의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상 관련 내용뿐 아니라 노동 이슈가 더 주목받았습니다. 말스트롬 위원은 주한 EU 대표부를 통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노동 담당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말스트롬 위원 역시 통상 이슈보다,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둘러싼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단호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말스트롬 위원은 미리 한국에 보낸 서신을 통해, 무역위원회가 시작되는 날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을 달라고 요구해 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답을 내놓지 못했죠.

말스트롬 위원은 "EU가 언제까지 더 기다려 줄 것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 국회를 찾아간 자리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시한이 거론됐습니다. 국회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ILO 핵심협약의 '여름 전 비준 가능성'을 물은 겁니다. 6월에 예정돼 있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를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 EU가 ILO 핵심협약에 집착하는 이유는? **

그런데 관련 논의를 지켜보다 보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EU는 왜 이토록 저 멀리 떨어진 아시아 대한민국의 노동권에 대해까지 관심을 가질까요? 왜 EU의 통상부장관은 직접 기자들을 모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정부 관계자와 국회를 찾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2010년 한-EU 양측이 FTA를 체결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EU는 "그때 했던 약속 왜 안지켜!"라고 따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궁금점이 남습니다. 그럼 이런 조약을 EU는 왜 조항에 넣었던 걸까요? FTA가 양국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결되는 것이라면, 한국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확대해 주는 게 EU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의 김영훈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EU가 왜 우리나라에 FTA에 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넣었을까요?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입니다.
EU가 보기에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노동 후진국'이고,
그런 국가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또 그런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들은
EU에게는 일종의 '가격 덤핑'이 될 수 있고,
그건 EU 입장에서는 '불공정 거래'라고 여겨지는 거죠.
그래서 유럽은 노조뿐 아니라 재계나 정부조차
'ILO 핵심협약 비준'이 공정한 무역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고 요구해 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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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스트롬 위원장이 거론한 시간은 6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6월에 열린다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해 기조연설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게도 그 전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 할 겁니다.

하지만 경사노위에서조차 '합의'를 보지 못한 논의가 그대로 국회의 입법 논의로 넘어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에서나마 매듭을 지었던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뒤 또다시 도돌이표 논쟁에 빠져 있는 걸 보면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는 탄력근로제나 최저임금제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고 복잡한 사안입니다.


커지는 '선비준-후입법' 요구... 실현 가능할까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선 비준, 후 입법'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준을 하는 주체는 대통령이지만, 협약이 비준되면 노동법 등 관련법을 바꾸는 절차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는 통상 비준 전의 '사전 동의'로 해석됩니다. '선 입법, 후 비준'의 순서입니다.

반면 노동계의 '선 비준, 후 입법' 요구는, 이 순서를 맞바꾸자는 겁니다. 대통령이 먼저 비준을 하고 관련법 개정 절차는 국회에서 나중에 입법으로 보완하라는 겁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ILO 협약 비준에 대해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비준권을 가지고 있고 국회는 비준동의권이 있다"며 "대통령이 비준권을 행사하게 되면 1년 안에 국회가 현행 노동 관련 법률들을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도 "ILO 협약은 입법사항에 관한 것으로 어차피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선 비준 후 입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ILO 역시 협약 비준 절차에 관해서는 회원국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고, 과거 영국(1949년)이나 서독(1957년)에서 관련 협약을 비준할 때도 '선 비준, 후 입법'의 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담 적지 않은 선택지... 다가오는 '결단의 시간'

이 '선 비준'은 정부에게 선뜻 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로 보일 겁니다. 국제사회의 오랜 요구가 있다고 해도, 국회의 동의 없이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당장 야권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겁니다. 재계의 반발도 거셀 것이 뻔합니다. 여러 가지로 예전 같지 않은 국정 동력도 함께 고려해야 할 테니,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정부가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를 선택할 시기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에 "노사정의 합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사노위를 통한 합의라는 '아름다운 결말'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국회의 논의를 통한 '선 입법'이라는 '더 아름다운 결말'은 여야 대립이 더 격화된 현시점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고, 핵심 국정과제로도 내걸렸던 약속입니다. 여기에 EU의 통상압박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노동 후진국'이라는 비난에 더해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EU 관계자의 경고대로, 이런 상황이 오면 대한민국의 국격에 적잖은 손상을 입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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