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강원 산불’ 실시간 포착한 日 위성…우리는 언제쯤?

입력 2019.04.13 (10:03) 수정 2019.04.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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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하루 전인 지난 4일 태풍급 바람이 동해안에 몰아쳤습니다. 건조특보 속에 강풍까지 덮치면서 오후 2시 45분 인제를 시작으로 고성과 강릉에 산불이 났습니다. 2005년 양양 산불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강릉이 집이었던 저는 근처의 낙산사를 화마가 집어삼키는 모습에 당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면서 산불 관련 보도를 이어가던 중 진주에 계신 한 시청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최근 열영상 화재 지도 보는 법이니 다음 취재에 도움되길, 신기자님'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메일에는 NASA의 열영상 지도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화재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들이 담겨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메일을 보내주신 시청자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연관 기사] ‘강원 산불’ 실시간 포착한 일본 위성…우리는 언제쯤?
[연관 사이트] NASA 전 세계 산불 정보


아리랑 3호, 강원 산불 피해현장 촬영

강원 산불이 완진된 뒤 항공우주연구원은 피해 지역의 위성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가 촬영한 것으로 화재로 소실된 지역이 시커멓게 보입니다. 수풀 등 식생은 붉은색으로 표출됐는데, 눈으로 보는 이미지(가시광선)에 근적외선 파장대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했기 때문입니다. 시점은 5일 오후 1시입니다.

아리랑 3호가 촬영한 강릉 산불 피해지역아리랑 3호가 촬영한 강릉 산불 피해지역

일본 '히마와리' 위성, 동해안 산불 '먼저' 포착

하지만 시청자가 소개해준 사이트를 통해 살펴보니 아리랑 3호보다 먼저 강원도 산불을 실시간 포착한 위성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입니다. 평소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히마와리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4일 인제 산불이 발화한 것과 거의 동시에 영상에는 새빨간 붉은 점이 표출됩니다. 뒤이은 고성과 강릉 산불 역시 이미 어두워진 시간임에도 정확하게 감지해냈습니다.

일본 ‘히마와리’ 위성이 촬영한 4일 강원도 산불일본 ‘히마와리’ 위성이 촬영한 4일 강원도 산불

고성 산불과 강릉 산불, 그리고 2005년 양양 산불은 모두 야간에 불길이 시작돼 대형 산불로 이어졌습니다. 히마와리 위성처럼 한반도 전역의 산불을 밤낮 가리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면 산불의 조기 진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국, 지구 관측 위성만 368기...유럽도 산불 감시 위성 보유

실제, 해마다 대형 화재가 끊이지 않는 미국은 산불 감시에 위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대형 산불의 발화지점을 찾고 화염의 확산 방향 등을 예측할 때 아쿠아, 테라 위성 등 촘촘한 관측망을 동원합니다. 미국의 위성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1,000대에 육박하는데 산불 등 지구관측용은 지난해 말 기준 368기에 이릅니다. 2015년 테라 위성이 촬영한 북한지역 산불을 보면 발생 지점은 물론 희뿌연 연기가 바다 건너 확산되는 모습까지 뚜렷하게 보입니다.

NASA 테라 위성이 촬영한 2015년 4월 27일 북한 산불NASA 테라 위성이 촬영한 2015년 4월 27일 북한 산불

김현경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유럽연합도 '센티넬 2호' 쌍둥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산불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해상도가 수십 미터 단위여서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관측 위성 88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중국도 관측 위성을 134기, 일본은 27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수 관측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위성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집니다

고해상도 '저궤도' vs 실시간 '정지궤도'

이런 관측 위성은 크게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로부터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지궤도 위성은 지표로부터 멀리 떨어져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같이 돌기 때문에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24시간 특정지역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강원 산불 현장을 촬영한 아리랑 3호의 경우 저궤도 위성입니다. 아리랑 3호는 하루에 약 15바퀴씩 지구를 돌며 고도 685km에서 관측을 수행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히마와리는 훨씬 높은 3만 6,000km 고도에 떠 있습니다.

이정호 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박사는 "아리랑 3호가 산불 지역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를 도는 과정에서 운 좋게 그 지점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고해상도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커버 영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며 "초기 발화보다는 사후 피해 집계 등에 활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위성을 산불 감시에 투입하는 국가들은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동시에 활용해 입체적인 산불 감시 체제를 갖추는 추세입니다.

'히마와리'급 '천리안2A'...올 여름에나 산불 감시 가능

그러면 우리가 가진 지구 관측 위성은 몇 대나 될까요? 5기에 불과합니다. 저궤도 위성인 아리랑 3호, 5호, 3A호, 그리고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천리안 2A호입니다. 히마와리급의 정지궤도 위성만 비교해봐도 천리안은 이미 가동 연한을 넘어섰고요. 가장 최근에 쏘아올린 천리안 2A호는 아직 시험 운영 중으로 올 7월부터나 본격 가동됩니다. 김현경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이번 강원도 산불에 대해서 천리안 2A 수신 자료를 분석해 얼마나 정확한지 평가하고 보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천리안 2A 위성이 올 7월부터 산불 감시에 활용될 전망이다천리안 2A 위성이 올 7월부터 산불 감시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수량도 부족하고, 성능도 제한되다 보니 위성을 통해 촘촘한 산불 감시 체제를 갖추는 것은 아직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궤도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려는 계획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좌초된 적도 있습니다.

산불이라는 대형 재난이 되풀이되는 걸 막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감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관련 학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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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3 10:03:13
    • 수정2019-04-13 10:03:44
    취재후·사건후
식목일 하루 전인 지난 4일 태풍급 바람이 동해안에 몰아쳤습니다. 건조특보 속에 강풍까지 덮치면서 오후 2시 45분 인제를 시작으로 고성과 강릉에 산불이 났습니다. 2005년 양양 산불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강릉이 집이었던 저는 근처의 낙산사를 화마가 집어삼키는 모습에 당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면서 산불 관련 보도를 이어가던 중 진주에 계신 한 시청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최근 열영상 화재 지도 보는 법이니 다음 취재에 도움되길, 신기자님'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메일에는 NASA의 열영상 지도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화재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들이 담겨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메일을 보내주신 시청자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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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호, 강원 산불 피해현장 촬영

강원 산불이 완진된 뒤 항공우주연구원은 피해 지역의 위성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가 촬영한 것으로 화재로 소실된 지역이 시커멓게 보입니다. 수풀 등 식생은 붉은색으로 표출됐는데, 눈으로 보는 이미지(가시광선)에 근적외선 파장대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했기 때문입니다. 시점은 5일 오후 1시입니다.

아리랑 3호가 촬영한 강릉 산불 피해지역
일본 '히마와리' 위성, 동해안 산불 '먼저' 포착

하지만 시청자가 소개해준 사이트를 통해 살펴보니 아리랑 3호보다 먼저 강원도 산불을 실시간 포착한 위성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입니다. 평소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히마와리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4일 인제 산불이 발화한 것과 거의 동시에 영상에는 새빨간 붉은 점이 표출됩니다. 뒤이은 고성과 강릉 산불 역시 이미 어두워진 시간임에도 정확하게 감지해냈습니다.

일본 ‘히마와리’ 위성이 촬영한 4일 강원도 산불
고성 산불과 강릉 산불, 그리고 2005년 양양 산불은 모두 야간에 불길이 시작돼 대형 산불로 이어졌습니다. 히마와리 위성처럼 한반도 전역의 산불을 밤낮 가리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면 산불의 조기 진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국, 지구 관측 위성만 368기...유럽도 산불 감시 위성 보유

실제, 해마다 대형 화재가 끊이지 않는 미국은 산불 감시에 위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대형 산불의 발화지점을 찾고 화염의 확산 방향 등을 예측할 때 아쿠아, 테라 위성 등 촘촘한 관측망을 동원합니다. 미국의 위성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1,000대에 육박하는데 산불 등 지구관측용은 지난해 말 기준 368기에 이릅니다. 2015년 테라 위성이 촬영한 북한지역 산불을 보면 발생 지점은 물론 희뿌연 연기가 바다 건너 확산되는 모습까지 뚜렷하게 보입니다.

NASA 테라 위성이 촬영한 2015년 4월 27일 북한 산불
김현경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유럽연합도 '센티넬 2호' 쌍둥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산불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해상도가 수십 미터 단위여서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관측 위성 88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중국도 관측 위성을 134기, 일본은 27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수 관측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위성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집니다

고해상도 '저궤도' vs 실시간 '정지궤도'

이런 관측 위성은 크게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로부터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지궤도 위성은 지표로부터 멀리 떨어져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같이 돌기 때문에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24시간 특정지역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강원 산불 현장을 촬영한 아리랑 3호의 경우 저궤도 위성입니다. 아리랑 3호는 하루에 약 15바퀴씩 지구를 돌며 고도 685km에서 관측을 수행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히마와리는 훨씬 높은 3만 6,000km 고도에 떠 있습니다.

이정호 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박사는 "아리랑 3호가 산불 지역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를 도는 과정에서 운 좋게 그 지점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고해상도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커버 영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며 "초기 발화보다는 사후 피해 집계 등에 활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위성을 산불 감시에 투입하는 국가들은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동시에 활용해 입체적인 산불 감시 체제를 갖추는 추세입니다.

'히마와리'급 '천리안2A'...올 여름에나 산불 감시 가능

그러면 우리가 가진 지구 관측 위성은 몇 대나 될까요? 5기에 불과합니다. 저궤도 위성인 아리랑 3호, 5호, 3A호, 그리고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천리안 2A호입니다. 히마와리급의 정지궤도 위성만 비교해봐도 천리안은 이미 가동 연한을 넘어섰고요. 가장 최근에 쏘아올린 천리안 2A호는 아직 시험 운영 중으로 올 7월부터나 본격 가동됩니다. 김현경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이번 강원도 산불에 대해서 천리안 2A 수신 자료를 분석해 얼마나 정확한지 평가하고 보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천리안 2A 위성이 올 7월부터 산불 감시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수량도 부족하고, 성능도 제한되다 보니 위성을 통해 촘촘한 산불 감시 체제를 갖추는 것은 아직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궤도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려는 계획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좌초된 적도 있습니다.

산불이라는 대형 재난이 되풀이되는 걸 막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감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관련 학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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