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낙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입력 2019.04.15 (10:48) 수정 2019.04.15 (11: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66년 만에 낙태죄 폐지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낙태'는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다른 나라들은 '낙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구촌인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이탈리아 베르타에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는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장 밖은 찬반 단체들의 맞불 집회로 어지러웠는데요.

기독교 가치를 지향하는 한 단체는 '낙태는 심장 박동을 멈춘다'는 문구와 함께 10주 된 태아의 모형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낙태 반대를 외쳤습니다.

반면, 여성단체, 동성애 단체, 이탈리아 좌파 정당 등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발레리아 페로리/여성운동가 : "20살 때부터 낙태, 피임, 이혼 등 여성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를 위해 싸워왔어요. 저는 이제 6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뜻으로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저는 이제 6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뜻으로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이탈리아는 1978년부터 12주 이내 낙태를 합법화해 왔습니다.

유럽의 전반적인 흐름도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정통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지난해 5월, 낙태 합법화를 결정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었습니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2가 낙태 찬성에 표를 던졌고, 이에 따라 12주 이내 낙태가 가능해졌습니다.

[레오 바라드카르/아일랜드 총리 : "오늘은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날입니다.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고 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보여줬습니다."]

아일랜드의 낙태 논란은 이웃 북아일랜드로 옮겨붙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24주 이내 낙태를 합법화했지만, 법적 문제로 북아일랜드 등 연방정부에는 효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이에 지난 2월 26일, 북아일랜드 여성 28명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영국으로 원정 낙태를 떠나는 현실을 풍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비교적 폭넓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이웃 국가에서 원정 낙태를 오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데요.

[에와/임신중절수술 환자/22살 : "폴란드 여성 인권은 최악이에요. 폴란드 정부가 원망스러워요. 남자들은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 우리에겐 권리가 없어요."]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대거 채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미시시피, 오하이오 등 11개 주에서 태아 심장박동법을 채택했거나 논의 중인데요.

의사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마이크 드와인/오하이오 주지사 : "이 법안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스스로 보호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기인합니다."]

심장 박동을 확인할 수 있는 6주경 이전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태 금지나 마찬가지입니다.

몰타 역시 EU에서 유일하게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로 지난 4일 취임한 조지 벨라 대통령은 낙태를 합법화하는 건 살인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브라질, 칠레 등도 엄격히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낙태는 태아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에 결코, 경시 여겨져선 안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습니다.

태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혹은 태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이윱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낙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입력 2019-04-15 10:51:50
    • 수정2019-04-15 11:05:12
    지구촌뉴스
[앵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66년 만에 낙태죄 폐지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낙태'는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다른 나라들은 '낙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구촌인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이탈리아 베르타에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는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장 밖은 찬반 단체들의 맞불 집회로 어지러웠는데요.

기독교 가치를 지향하는 한 단체는 '낙태는 심장 박동을 멈춘다'는 문구와 함께 10주 된 태아의 모형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낙태 반대를 외쳤습니다.

반면, 여성단체, 동성애 단체, 이탈리아 좌파 정당 등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발레리아 페로리/여성운동가 : "20살 때부터 낙태, 피임, 이혼 등 여성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를 위해 싸워왔어요. 저는 이제 6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뜻으로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저는 이제 6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뜻으로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이탈리아는 1978년부터 12주 이내 낙태를 합법화해 왔습니다.

유럽의 전반적인 흐름도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정통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지난해 5월, 낙태 합법화를 결정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었습니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2가 낙태 찬성에 표를 던졌고, 이에 따라 12주 이내 낙태가 가능해졌습니다.

[레오 바라드카르/아일랜드 총리 : "오늘은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날입니다.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고 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보여줬습니다."]

아일랜드의 낙태 논란은 이웃 북아일랜드로 옮겨붙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24주 이내 낙태를 합법화했지만, 법적 문제로 북아일랜드 등 연방정부에는 효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이에 지난 2월 26일, 북아일랜드 여성 28명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영국으로 원정 낙태를 떠나는 현실을 풍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비교적 폭넓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이웃 국가에서 원정 낙태를 오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데요.

[에와/임신중절수술 환자/22살 : "폴란드 여성 인권은 최악이에요. 폴란드 정부가 원망스러워요. 남자들은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 우리에겐 권리가 없어요."]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대거 채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미시시피, 오하이오 등 11개 주에서 태아 심장박동법을 채택했거나 논의 중인데요.

의사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마이크 드와인/오하이오 주지사 : "이 법안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스스로 보호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기인합니다."]

심장 박동을 확인할 수 있는 6주경 이전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태 금지나 마찬가지입니다.

몰타 역시 EU에서 유일하게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로 지난 4일 취임한 조지 벨라 대통령은 낙태를 합법화하는 건 살인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브라질, 칠레 등도 엄격히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낙태는 태아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에 결코, 경시 여겨져선 안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습니다.

태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혹은 태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이윱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