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사 위기·생식기 이상·코피까지…서울대 복제견에 무슨 일이?

입력 2019.04.15 (17:20) 수정 2019.04.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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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개는 처음 봐"…아사 직전으로 돌아온 '메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로 축 처진 비글 품종의 복제견 '메이'. 다리에 힘이 없어 낮은 턱조차 제힘으로 오르지 못합니다. 생식기는 이상하리만치 튀어나왔고, 발톱은 몇 달째 방치가 된 건지 모를 만큼 길었습니다. 털은 완전히 윤기를 잃어버려 보기 안쓰러울 정돕니다.


얼마나 굶었던 건지, 먹이를 주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먹이가 담긴 그릇이 피로 물들어버렸습니다. 메이가 밥을 먹으며 코피를 흘린 겁니다.

도대체 복제견 메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동물실험 뒤 결국 폐사'…서울대의 수상한 동물실험

과거 건강했던 메이의 모습입니다.과거 건강했던 메이의 모습입니다.

메이가 처음부터 이런 상태였던 건 아닙니다. 메이는 2012년 10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유전자 복제를 통해 태어난 복제견입니다. 활발한 성격에 윤기나는 털이 사랑스러웠던 평범한 비글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복제돼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로 오게 된 복제견 '메이'는 5년 넘게 사역견으로 일해왔습니다. 여행객들이 불법으로 반입한 농·축산물을 빈틈없이 잡아내는 늠름한 '검역탐지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16일, 메이를 복제했던 서울대가 갑작스럽게 메이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요구했습니다. 서울대 측이 밝힌 이유는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실험.

검역본부는 메이를 포함한 복제견 3마리를 고향인 서울대에 넘겨줬습니다. 메이가 돌아간 곳은 동물복제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이병천 교수의 실험실입니다.

그리고 8개월만인 지난해 11월 21일, 서울대학교 관계자들은 "며칠만 부탁한다"며 다시 검역본부에 메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위의 사진과 영상들은 바로 이때 촬영된 것입니다.

며칠 뒤 메이는 다시 서울대로 돌아갔습니다. 서울대 측은 메이를 포함한 복제견 3마리 중 1마리가 '자연사'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2마리는 여전히 같은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폐사한 복제견이 메이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실험이 이뤄졌던 건 아닐까, 제대로 된 환경에서 실험을 받은 걸까, 치료를 해주긴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하루 2번 마약 먹는 비글…"실험 때문은 아니에요."

동이가 하루 2번씩 먹는 약입니다.동이가 하루 2번씩 먹는 약입니다.

문제가 있었던 개는 복제견 '메이'뿐이 아닙니다. 현재 검역본부 소속인 비글 품종의 복제검역탐지견 '동이'는 다섯 달째 아침저녁으로 마약 성분의 항경련제(페노바르비탈)를 먹고 있습니다.

동이는 2018년 10월 22일 첫 발작을 일으킨 뒤 5달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김해영 의원실)동이는 2018년 10월 22일 첫 발작을 일으킨 뒤 5달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김해영 의원실)

동이가 약을 먹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22일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부텁니다. 눈이 뒤집혔고 온몸에 경련이 있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동이는 마취제를 맞고서야 겨우 진정이 됐습니다. 뇌 MRI까지 찍었지만, 결론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발작'.

그때부터 지금까지, 동이는 경련 재발을 막기 위해 지속해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보니, 매일 축 처진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검역탐지견으로서의 업무에선 모두 배제됐습니다.

동이는 목줄에 묶인 채 러닝머신 위에서 심박 수를 체크하는 실험을 받았습니다.동이는 목줄에 묶인 채 러닝머신 위에서 심박 수를 체크하는 실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서울대가 등장합니다. 동이는 서울대가 진행하는 운동능력 시험에 동원됐던 비글 품종의 복제견입니다.

서울대 이병천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의 위탁기관인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주 3회씩 복제견 4마리를 러닝머신에서 뛰게 하며 심박수 변화를 체크해줬습니다.

오전엔 러닝머신을 뛰다가, 오후엔 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해야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동이가 무리한 실험으로 발작까지 일으키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동이가 평소에도 러닝머신을 무서워했고, 결국 뛰기로 한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해 측정이 잘 안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겁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실험에 참여한 다른 복제견들은 멀쩡한데, 동이만 발작을 일으켰으니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메이와 동이, 그리고 서울대의 수상한 동물실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후 'KBS 뉴스9'에서 영상과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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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5 17:20:45
    • 수정2019-04-15 18:45:22
    취재K
■ "이런 개는 처음 봐"…아사 직전으로 돌아온 '메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로 축 처진 비글 품종의 복제견 '메이'. 다리에 힘이 없어 낮은 턱조차 제힘으로 오르지 못합니다. 생식기는 이상하리만치 튀어나왔고, 발톱은 몇 달째 방치가 된 건지 모를 만큼 길었습니다. 털은 완전히 윤기를 잃어버려 보기 안쓰러울 정돕니다. 얼마나 굶었던 건지, 먹이를 주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먹이가 담긴 그릇이 피로 물들어버렸습니다. 메이가 밥을 먹으며 코피를 흘린 겁니다. 도대체 복제견 메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동물실험 뒤 결국 폐사'…서울대의 수상한 동물실험 과거 건강했던 메이의 모습입니다. 메이가 처음부터 이런 상태였던 건 아닙니다. 메이는 2012년 10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유전자 복제를 통해 태어난 복제견입니다. 활발한 성격에 윤기나는 털이 사랑스러웠던 평범한 비글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복제돼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로 오게 된 복제견 '메이'는 5년 넘게 사역견으로 일해왔습니다. 여행객들이 불법으로 반입한 농·축산물을 빈틈없이 잡아내는 늠름한 '검역탐지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16일, 메이를 복제했던 서울대가 갑작스럽게 메이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요구했습니다. 서울대 측이 밝힌 이유는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실험. 검역본부는 메이를 포함한 복제견 3마리를 고향인 서울대에 넘겨줬습니다. 메이가 돌아간 곳은 동물복제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이병천 교수의 실험실입니다. 그리고 8개월만인 지난해 11월 21일, 서울대학교 관계자들은 "며칠만 부탁한다"며 다시 검역본부에 메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위의 사진과 영상들은 바로 이때 촬영된 것입니다. 며칠 뒤 메이는 다시 서울대로 돌아갔습니다. 서울대 측은 메이를 포함한 복제견 3마리 중 1마리가 '자연사'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2마리는 여전히 같은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폐사한 복제견이 메이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실험이 이뤄졌던 건 아닐까, 제대로 된 환경에서 실험을 받은 걸까, 치료를 해주긴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하루 2번 마약 먹는 비글…"실험 때문은 아니에요." 동이가 하루 2번씩 먹는 약입니다. 문제가 있었던 개는 복제견 '메이'뿐이 아닙니다. 현재 검역본부 소속인 비글 품종의 복제검역탐지견 '동이'는 다섯 달째 아침저녁으로 마약 성분의 항경련제(페노바르비탈)를 먹고 있습니다. 동이는 2018년 10월 22일 첫 발작을 일으킨 뒤 5달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김해영 의원실) 동이가 약을 먹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22일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부텁니다. 눈이 뒤집혔고 온몸에 경련이 있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동이는 마취제를 맞고서야 겨우 진정이 됐습니다. 뇌 MRI까지 찍었지만, 결론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발작'. 그때부터 지금까지, 동이는 경련 재발을 막기 위해 지속해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보니, 매일 축 처진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검역탐지견으로서의 업무에선 모두 배제됐습니다. 동이는 목줄에 묶인 채 러닝머신 위에서 심박 수를 체크하는 실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서울대가 등장합니다. 동이는 서울대가 진행하는 운동능력 시험에 동원됐던 비글 품종의 복제견입니다. 서울대 이병천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의 위탁기관인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주 3회씩 복제견 4마리를 러닝머신에서 뛰게 하며 심박수 변화를 체크해줬습니다. 오전엔 러닝머신을 뛰다가, 오후엔 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해야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동이가 무리한 실험으로 발작까지 일으키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동이가 평소에도 러닝머신을 무서워했고, 결국 뛰기로 한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해 측정이 잘 안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겁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실험에 참여한 다른 복제견들은 멀쩡한데, 동이만 발작을 일으켰으니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메이와 동이, 그리고 서울대의 수상한 동물실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후 'KBS 뉴스9'에서 영상과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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