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끊이지 않는 선박 침몰…원인은 ‘탐욕’

입력 2019.04.16 (07:06) 수정 2019.04.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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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입니다. 세계적으로 선박 침몰 사고는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많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입니다.

선박 침몰의 첫 번째 이유, 너무 많이 싣는 욕심

1만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연중 최대 명절은 르바란(이둘 파트리, 이슬람 금식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기간)입니다. 이때 선박 전복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요. 지난해 6월에도 귀성객을 태운 선박이 전복됐습니다.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은 당시 정원이 20명인 어선 '아리스타'호에 40명이 넘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원의 두 배가 넘었으니 무게는 얼마나 될지 아찔 합니다. 3m 높이의 파도에 결국 전복돼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배의 부력을 넘는 수준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싣게 되면,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신히 적재 중량 이하로 싣는다고 해도, 여유가 없다면, 거센 파도나 물결이 밀려왔을 때, 전후좌우로 배가 요동치면서 뒤집힐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득 싣는 최대한도를 '만재 흘수'라고 해서 배에 눈금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만재 흘수선(Load line Mark)은 일단 바다(해수)와 민물(담수)로 나뉘고, 또 해역과 계절에 따라 나누어져 있습니다.


물의 밀도는 온도와 염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부피라면 물이 차가울수록 또 물이 짤수록 밀도가 높아져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배가 남북극을 지날 때와 열대를 지날 때,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올해 3월에는 이라크 티그리스 강에서 유람선이 전복됐습니다. AP통신과 신화 통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적어도 90명 이상이 숨졌는데요. 이 배의 정원은 50명. 그런데 200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정원에 무려 4배입니다. 이 정도라면 구명조끼나 구명보트가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당시 이 배에는 페르시아력의 새해 첫날인 '노루즈' 명절을 위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라크 국영 방송은 유람선 운항 담당 직원 9명을 체포했고, 유람선 소유주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재 흘수선의 눈금은 봤는지, 봤는데도 운항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 자연의 힘을 얕잡아본 무리한 운항, 자만

악천후, 즉 큰 파도가 일면 운항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이길 수 있다고 흔히 착각합니다. 자만입니다.


바다에서는 항상 예측 가능/불가능한 바람과 파도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 바람/파도는 배를 흔들어 가볍게는 멀미를 나게 하지만, 심하면 배를 뒤집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롤링, 앞 뒤로 흔들리는 것을 피칭, 복합적인 파랑이 생기면 그래픽과 같은 요잉 현상까지 일어납니다.

가장 중요한 롤링을 보겠습니다. 배가 파도를 옆에서 맞아서 기울어지면 보통 복원력에 의해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왔다 다시 관성으로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를 반복하다 파도가 잦아 들면 롤링을 끝내고 수직 위치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티핑포인트, 즉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 순간'을 넘어서면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배는 전복되고 맙니다.

지난해 7월 5일 오후 태국의 유명 관광지 푸껫 인근. 폭풍우 속에서 바다로 나갔던 관광용 보트가 전복됐습니다. 피닉스 PD호에는 관광객 93명과 승무원 12명 등 모두 10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스킨스쿠버 투어를 다녀오던 중 5m 높이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뒤집힌 것입니다. 4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는데, 사망자 대부분은 단체 여행을 왔던 중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사고 선박을 운영한 업체가 중국인 소유로 드러나면서 당시 태국의 쁘라윗 왕수완 총리가 중국 업체 책임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소유주가 누가 됐든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운항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미국 미주리 주 브랜슨 인근의 '테이블록 호수' 위에서 관광용 수륙양용 보트형 버스(Ride the Ducks)가 뒤집혔습니다. 탑승자 31명 가운데 17명이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은 이미 폭풍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였습니다. 사고는 폭풍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된 후 30분 만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최고 시속 105km의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왜 운항을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왜 멈추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으로 낡은 배를 버리지 않고 쓰겠다는 고집입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해군 소속 고속정(른쫑-662호)에서 원인 모를 불이나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 배는 197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건조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모두 퇴역했습니다. 아무리 고쳐 썼더라고 해도 40년 가까이 운용한 배가 성할 리가 없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사진출처 : 연합뉴스]

올해 1월 7일에는 터키 북부 흑해에서 파나마 선적 볼고 발트(Volgo Balt 214)호가 두 동강 났습니다. 승조원 13명 가운데 4명의 우크라이나인을 포함해 6명이 숨졌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관계자는 "선박이 큰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 난 후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배는 1978년 구소련시대 일반 화물선로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40년을 운항한 것입니다.

철로 만든 배(강선, 철선)는 보통 20년을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18년 넘게 쓰고 2012년 10월 폐기된 배를 사와 개조해 운영했다가 참사를 빚었습니다. 2009년 정부는 기업 부담 해소라는 논리로 연안 여객선의 법적 운항 연한(船齡)을 최대 30년까지 늘렸습니다. 안전보다 돈을 앞세운 탐욕입니다.


그럼 우리나라가 쓰고 버린 배는 어디로 갈까요? 보통 동남아 등으로 팔려간다고 합니다. '위험의 수출', '위험의 전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여객선사 대표도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령이 20년 된 선박은 동남아에 팔겠다고 말했습니다. 해체해서 고철로 쓰면 그래도 낫겠지만, 세월호에 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선박 침몰 문제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결국 비극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돈, 아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합니다. 탐욕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이 지나침입니다. 욕심이 지나치려 할 때, 그 앞에 생명이라는 가치를 놓고 생각해주세요. 그렇다면 욕심이 탐욕이라는 악마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1. 해양수산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koreamof

2. 삼성중공업 블로그
https://blog.samsungshi.com/m/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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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07:06:04
    • 수정2019-04-16 14: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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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입니다. 세계적으로 선박 침몰 사고는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많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입니다.

선박 침몰의 첫 번째 이유, 너무 많이 싣는 욕심

1만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연중 최대 명절은 르바란(이둘 파트리, 이슬람 금식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기간)입니다. 이때 선박 전복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요. 지난해 6월에도 귀성객을 태운 선박이 전복됐습니다.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은 당시 정원이 20명인 어선 '아리스타'호에 40명이 넘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원의 두 배가 넘었으니 무게는 얼마나 될지 아찔 합니다. 3m 높이의 파도에 결국 전복돼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배의 부력을 넘는 수준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싣게 되면,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신히 적재 중량 이하로 싣는다고 해도, 여유가 없다면, 거센 파도나 물결이 밀려왔을 때, 전후좌우로 배가 요동치면서 뒤집힐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득 싣는 최대한도를 '만재 흘수'라고 해서 배에 눈금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만재 흘수선(Load line Mark)은 일단 바다(해수)와 민물(담수)로 나뉘고, 또 해역과 계절에 따라 나누어져 있습니다.


물의 밀도는 온도와 염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부피라면 물이 차가울수록 또 물이 짤수록 밀도가 높아져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배가 남북극을 지날 때와 열대를 지날 때,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올해 3월에는 이라크 티그리스 강에서 유람선이 전복됐습니다. AP통신과 신화 통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적어도 90명 이상이 숨졌는데요. 이 배의 정원은 50명. 그런데 200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정원에 무려 4배입니다. 이 정도라면 구명조끼나 구명보트가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당시 이 배에는 페르시아력의 새해 첫날인 '노루즈' 명절을 위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라크 국영 방송은 유람선 운항 담당 직원 9명을 체포했고, 유람선 소유주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재 흘수선의 눈금은 봤는지, 봤는데도 운항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 자연의 힘을 얕잡아본 무리한 운항, 자만

악천후, 즉 큰 파도가 일면 운항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이길 수 있다고 흔히 착각합니다. 자만입니다.


바다에서는 항상 예측 가능/불가능한 바람과 파도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 바람/파도는 배를 흔들어 가볍게는 멀미를 나게 하지만, 심하면 배를 뒤집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롤링, 앞 뒤로 흔들리는 것을 피칭, 복합적인 파랑이 생기면 그래픽과 같은 요잉 현상까지 일어납니다.

가장 중요한 롤링을 보겠습니다. 배가 파도를 옆에서 맞아서 기울어지면 보통 복원력에 의해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왔다 다시 관성으로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를 반복하다 파도가 잦아 들면 롤링을 끝내고 수직 위치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티핑포인트, 즉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 순간'을 넘어서면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배는 전복되고 맙니다.

지난해 7월 5일 오후 태국의 유명 관광지 푸껫 인근. 폭풍우 속에서 바다로 나갔던 관광용 보트가 전복됐습니다. 피닉스 PD호에는 관광객 93명과 승무원 12명 등 모두 10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스킨스쿠버 투어를 다녀오던 중 5m 높이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뒤집힌 것입니다. 4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는데, 사망자 대부분은 단체 여행을 왔던 중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사고 선박을 운영한 업체가 중국인 소유로 드러나면서 당시 태국의 쁘라윗 왕수완 총리가 중국 업체 책임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소유주가 누가 됐든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운항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미국 미주리 주 브랜슨 인근의 '테이블록 호수' 위에서 관광용 수륙양용 보트형 버스(Ride the Ducks)가 뒤집혔습니다. 탑승자 31명 가운데 17명이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은 이미 폭풍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였습니다. 사고는 폭풍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된 후 30분 만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최고 시속 105km의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왜 운항을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왜 멈추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으로 낡은 배를 버리지 않고 쓰겠다는 고집입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해군 소속 고속정(른쫑-662호)에서 원인 모를 불이나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 배는 197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건조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모두 퇴역했습니다. 아무리 고쳐 썼더라고 해도 40년 가까이 운용한 배가 성할 리가 없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올해 1월 7일에는 터키 북부 흑해에서 파나마 선적 볼고 발트(Volgo Balt 214)호가 두 동강 났습니다. 승조원 13명 가운데 4명의 우크라이나인을 포함해 6명이 숨졌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관계자는 "선박이 큰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 난 후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배는 1978년 구소련시대 일반 화물선로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40년을 운항한 것입니다.

철로 만든 배(강선, 철선)는 보통 20년을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18년 넘게 쓰고 2012년 10월 폐기된 배를 사와 개조해 운영했다가 참사를 빚었습니다. 2009년 정부는 기업 부담 해소라는 논리로 연안 여객선의 법적 운항 연한(船齡)을 최대 30년까지 늘렸습니다. 안전보다 돈을 앞세운 탐욕입니다.


그럼 우리나라가 쓰고 버린 배는 어디로 갈까요? 보통 동남아 등으로 팔려간다고 합니다. '위험의 수출', '위험의 전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여객선사 대표도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령이 20년 된 선박은 동남아에 팔겠다고 말했습니다. 해체해서 고철로 쓰면 그래도 낫겠지만, 세월호에 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선박 침몰 문제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결국 비극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돈, 아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합니다. 탐욕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이 지나침입니다. 욕심이 지나치려 할 때, 그 앞에 생명이라는 가치를 놓고 생각해주세요. 그렇다면 욕심이 탐욕이라는 악마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1. 해양수산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koreamof

2. 삼성중공업 블로그
https://blog.samsungshi.com/m/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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