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이 터졌다”…‘출마 손사래’ 조국 마음 돌릴까

입력 2019.04.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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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5일,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운명을 가를 선거입니다. 집권 여당으로선 이른바 '촛불 혁명'을 뒷받침할 의회 권력 완성의 기회를, 야당으로선 2022년 정권 교체 대장정을 위한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앞두고 떠오른 논쟁적 인물, 바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與 "영입 1순위…우린 '조국'이 필요해"

"(조 수석이) 영원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으로서도 청와대로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조 수석의 거취 문제 등을) 정리를 해야 한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드디어 '조국 차출론'에 운을 뗐습니다. 오늘(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청와대 1기 참모로 한솥밥을 먹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도 어제 TBS 교통방송에서 "내년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시기에 때가 되면 결단들 내리실 것"이라며 "조 수석, 설마 저만 뛰게 하시지는 않겠죠, 이렇게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냈습니다.

지난주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정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조국 수석"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PK)에서 '문재인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조 수석 아니면 전면에 나설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논리입니다. 제안, 압박, 러브콜…. 형식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하나, "우린 조국이 필요하다"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둑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野 "견제 1순위…靑에서만 나와라"

조 수석을 향한 야권의 십자포위도 강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기·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 실패를 이유로 연일 '경질 요구'를 쏟아냅니다. "과거 대통령 밑에 소통령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사검증 실패의 핵심 원인이자 무능·무책임의 상징"(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야권이 합세해 조 수석을 때리는 데는 단순히 정권 실세를 날려 보겠다는 계산 이상의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청와대 1기 참모진 중 야권의 주요 공격 대상이던 이른바 '장조림'(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조 수석, 혼자입니다.

무엇보다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조 수석을 공격하면 '진짜 문재인'에 정치적 흠집을 내는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격전지인 PK 출마를 전제로 조 수석을 견제하는 한편, 여권 내 잠룡으로서의 성장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도 읽힙니다. 여권의 '조국 감싸기'나, 야권의 '조국 때리기', 알고 보면 사실상 같은 맥락인 셈입니다.

조국 "나는 출향민, 학교로 돌아갈 것"

조 수석이 졸업한 부산 혜광고등학교는 중구에 있고, 해당 지역구 의원은 6선의 김무성 의원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단연코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이죠. "나 좀 내버려두라"는 그의 '바람'과,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맞서는 이유입니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본인이 정치적인 의지를 갖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지 어디 사람을 차출해다가 쓰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조국 차출론에 앞서 본인의 '권력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이제 당사자 입장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조 수석은 주변에 여러 차례에 '불출마'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가능성으로 따지면 '마이너스 100%'라고 강조합니다. "지역구 의원은 체질상 안 맞는다", 또 자신을 '출향민'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당장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 정부 개혁 과제를 처리하고, 오는 8월쯤, 총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 인선까지를 자신의 역할로 보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페이스북에 "맞으면서 가겠다" 했던 바로 그 과업들이죠. 이후에는 학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 돌아가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시간표입니다.


문 대통령, 끝내 '조국' 호출할까?

하지만 정치권 시각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운명처럼 끌려 나왔듯, 조 수석도 총선을 앞두고 호출받을 것"이란 말이 파다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조 수석의 답은 "대통령님이 불러도 나가지 않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님은 그러시지 않을 것"에 가깝습니다. 그가 손사래를 칠수록 반작용은 더 커지는 기현상의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결정이 변수로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아니다"는 조 수석의 항변은 오히려 그를 끌어당기는 구심력(求心力)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6일)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의) 역대 최장 민정수석 기록을 깨면 불충"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조 수석이 야권의 거친 사퇴 압박을 5개월 더 뚫어내면 이 기록이 비슷해집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2년 4개월 간 민정수석을 지냈습니다.

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불충'을 계속하게 될지, 아니면 문 대통령의 호출을 거절하는 '불충'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조 수석의 선택,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문 대통령의 결정은 머지않아 확인되겠죠. 다만, "정치는 안 하겠다"는 조 수석 말은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실장 시절과 일단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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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둑이 터졌다”…‘출마 손사래’ 조국 마음 돌릴까
    • 입력 2019-04-16 15:26:52
    취재K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5일,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운명을 가를 선거입니다. 집권 여당으로선 이른바 '촛불 혁명'을 뒷받침할 의회 권력 완성의 기회를, 야당으로선 2022년 정권 교체 대장정을 위한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앞두고 떠오른 논쟁적 인물, 바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與 "영입 1순위…우린 '조국'이 필요해"

"(조 수석이) 영원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으로서도 청와대로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조 수석의 거취 문제 등을) 정리를 해야 한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드디어 '조국 차출론'에 운을 뗐습니다. 오늘(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청와대 1기 참모로 한솥밥을 먹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도 어제 TBS 교통방송에서 "내년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시기에 때가 되면 결단들 내리실 것"이라며 "조 수석, 설마 저만 뛰게 하시지는 않겠죠, 이렇게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냈습니다.

지난주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정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조국 수석"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PK)에서 '문재인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조 수석 아니면 전면에 나설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논리입니다. 제안, 압박, 러브콜…. 형식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하나, "우린 조국이 필요하다"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둑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野 "견제 1순위…靑에서만 나와라"

조 수석을 향한 야권의 십자포위도 강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기·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 실패를 이유로 연일 '경질 요구'를 쏟아냅니다. "과거 대통령 밑에 소통령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사검증 실패의 핵심 원인이자 무능·무책임의 상징"(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야권이 합세해 조 수석을 때리는 데는 단순히 정권 실세를 날려 보겠다는 계산 이상의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청와대 1기 참모진 중 야권의 주요 공격 대상이던 이른바 '장조림'(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조 수석, 혼자입니다.

무엇보다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조 수석을 공격하면 '진짜 문재인'에 정치적 흠집을 내는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격전지인 PK 출마를 전제로 조 수석을 견제하는 한편, 여권 내 잠룡으로서의 성장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도 읽힙니다. 여권의 '조국 감싸기'나, 야권의 '조국 때리기', 알고 보면 사실상 같은 맥락인 셈입니다.

조국 "나는 출향민, 학교로 돌아갈 것"

조 수석이 졸업한 부산 혜광고등학교는 중구에 있고, 해당 지역구 의원은 6선의 김무성 의원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단연코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이죠. "나 좀 내버려두라"는 그의 '바람'과,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맞서는 이유입니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본인이 정치적인 의지를 갖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지 어디 사람을 차출해다가 쓰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조국 차출론에 앞서 본인의 '권력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이제 당사자 입장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조 수석은 주변에 여러 차례에 '불출마'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가능성으로 따지면 '마이너스 100%'라고 강조합니다. "지역구 의원은 체질상 안 맞는다", 또 자신을 '출향민'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당장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 정부 개혁 과제를 처리하고, 오는 8월쯤, 총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 인선까지를 자신의 역할로 보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페이스북에 "맞으면서 가겠다" 했던 바로 그 과업들이죠. 이후에는 학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 돌아가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시간표입니다.


문 대통령, 끝내 '조국' 호출할까?

하지만 정치권 시각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운명처럼 끌려 나왔듯, 조 수석도 총선을 앞두고 호출받을 것"이란 말이 파다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조 수석의 답은 "대통령님이 불러도 나가지 않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님은 그러시지 않을 것"에 가깝습니다. 그가 손사래를 칠수록 반작용은 더 커지는 기현상의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결정이 변수로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아니다"는 조 수석의 항변은 오히려 그를 끌어당기는 구심력(求心力)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6일)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의) 역대 최장 민정수석 기록을 깨면 불충"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조 수석이 야권의 거친 사퇴 압박을 5개월 더 뚫어내면 이 기록이 비슷해집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2년 4개월 간 민정수석을 지냈습니다.

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불충'을 계속하게 될지, 아니면 문 대통령의 호출을 거절하는 '불충'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조 수석의 선택,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문 대통령의 결정은 머지않아 확인되겠죠. 다만, "정치는 안 하겠다"는 조 수석 말은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실장 시절과 일단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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