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만 명 채용하겠다”…‘허울’만 남은 약속?

입력 2019.04.17 (08:47) 수정 2019.04.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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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해 고용 한파가 몰아치면서 정부 당국이 재벌 그룹 경영자와 만나 채용 확대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 약속 얼마나 지켜졌을까요?

박대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저도 "1만 명을 뽑겠다"거나 "3년간 4만 명을 뽑겠다"고 재벌 회장들이 이야기한 게 기억나는데요.

[기자]

네, 지난해 경제의 화두가 바로 일자리 감소였는데요.

정부 당국도 재벌 총수와 자주 만나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많이 뽑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지난해 6월 당시 경제부총리는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을 만났는데, 여기서도 약속이 나왔습니다.

"매년 1만 명씩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서 정 부회장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몇 달 전에 구본준 LG 부회장도 경제부총리를 만났습니다.

비슷한 약속을 합니다.

"1년간 만 명을 뽑겠다"는 약속이었지요.

마찬가지로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서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두 약속이 지켜졌을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해마다 4월 초면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를 공시합니다.

여기에는 종업원 수가 기재돼 있는데, LG의 경우에 공시 대상인 20개 계열사 종업원 수는 1년 전보다 800여 명 감소했습니다.

신세계의 경우 공시 대상인 12개 계열사의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단지 45명만 늘었습니다.

두 재벌 모두 이 공시 내용만으로는 1만명 채용 약속을 지킨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재벌들은 "우리가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했지 직원 수 1만 명을 늘리겠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변명할 거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히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두 재벌은 모두 일단 채용 약속은 지켰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난 직원이 많다 보니 채용 중 일부만이 회사에 남았다고 합니다.

엘지는 약속대로 1만 명을 뽑았지만,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해서 회사를 많이 떠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시가 안되는 작은 회사를 합쳐서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2천 7백여 명 늘었다고 합니다.

신세계는 무려 1만 5천 명을 뽑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절반인 7천여 명은 커피체인점 인력이었고요.

이쪽은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서 결과적으로 전체 그룹에 증가한 인력은 3천여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채용했는지는 공시가 안 되기 때문에 재벌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채용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믿는다고 해도 채용 규모의 70% 전후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또 회사 전체적으로 어쨌든 3천 명 가까이 고용 인원이 늘었다는데 늘어난 것이 맞는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대기업 채용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앵커]

말씀 듣고 보니 처음부터 1만 명 채용이라는 목표 자체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네, 1만 명 채용이 맞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고요.

또, 1년 뒤에 실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얼마냐, 일자리의 질은 어떠냐 하는 점을 따지기 어렵습니다.

나아가 채용을 얼마나 늘리느냐는 기업이 경영 상황에 따라 정할 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약속을 받아 내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이런 일자리 약속은 역대 정권 초마다 반복돼 온 모습인데요.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부가 이런 공허한 약속에 매달리기보다는 일자리의 질과 산업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정권 초기에 마치 재벌들이 정권에 협조해서 선물을 주듯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요. 정치인들은 그것을 마치 자기 업적인 양 선전을 하는 것이죠."]

사실 지난해부터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주력 산업도 위축되고 있어서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구직난이 심할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500대 대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곳이 1년 전 2.7%에서 올해 7.1%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또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늘었고,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곳은 줄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좀 채용이 늘어난 업종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최근 금융권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신용보증기금 같은 금융공기업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천2백 명 이상을 뽑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천 백명 대보다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곳은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경우가 많지만, 관심 있는 구직자들은 올해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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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경제] “만 명 채용하겠다”…‘허울’만 남은 약속?
    • 입력 2019-04-17 08:54:06
    • 수정2019-04-24 0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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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해 고용 한파가 몰아치면서 정부 당국이 재벌 그룹 경영자와 만나 채용 확대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 약속 얼마나 지켜졌을까요?

박대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저도 "1만 명을 뽑겠다"거나 "3년간 4만 명을 뽑겠다"고 재벌 회장들이 이야기한 게 기억나는데요.

[기자]

네, 지난해 경제의 화두가 바로 일자리 감소였는데요.

정부 당국도 재벌 총수와 자주 만나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많이 뽑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지난해 6월 당시 경제부총리는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을 만났는데, 여기서도 약속이 나왔습니다.

"매년 1만 명씩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서 정 부회장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몇 달 전에 구본준 LG 부회장도 경제부총리를 만났습니다.

비슷한 약속을 합니다.

"1년간 만 명을 뽑겠다"는 약속이었지요.

마찬가지로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서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두 약속이 지켜졌을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해마다 4월 초면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를 공시합니다.

여기에는 종업원 수가 기재돼 있는데, LG의 경우에 공시 대상인 20개 계열사 종업원 수는 1년 전보다 800여 명 감소했습니다.

신세계의 경우 공시 대상인 12개 계열사의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단지 45명만 늘었습니다.

두 재벌 모두 이 공시 내용만으로는 1만명 채용 약속을 지킨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재벌들은 "우리가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했지 직원 수 1만 명을 늘리겠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변명할 거 같은데요.

[기자]

네, 정확히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두 재벌은 모두 일단 채용 약속은 지켰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난 직원이 많다 보니 채용 중 일부만이 회사에 남았다고 합니다.

엘지는 약속대로 1만 명을 뽑았지만,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해서 회사를 많이 떠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시가 안되는 작은 회사를 합쳐서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2천 7백여 명 늘었다고 합니다.

신세계는 무려 1만 5천 명을 뽑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절반인 7천여 명은 커피체인점 인력이었고요.

이쪽은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서 결과적으로 전체 그룹에 증가한 인력은 3천여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채용했는지는 공시가 안 되기 때문에 재벌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채용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믿는다고 해도 채용 규모의 70% 전후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또 회사 전체적으로 어쨌든 3천 명 가까이 고용 인원이 늘었다는데 늘어난 것이 맞는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대기업 채용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앵커]

말씀 듣고 보니 처음부터 1만 명 채용이라는 목표 자체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네, 1만 명 채용이 맞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고요.

또, 1년 뒤에 실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얼마냐, 일자리의 질은 어떠냐 하는 점을 따지기 어렵습니다.

나아가 채용을 얼마나 늘리느냐는 기업이 경영 상황에 따라 정할 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약속을 받아 내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이런 일자리 약속은 역대 정권 초마다 반복돼 온 모습인데요.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부가 이런 공허한 약속에 매달리기보다는 일자리의 질과 산업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정권 초기에 마치 재벌들이 정권에 협조해서 선물을 주듯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요. 정치인들은 그것을 마치 자기 업적인 양 선전을 하는 것이죠."]

사실 지난해부터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주력 산업도 위축되고 있어서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구직난이 심할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500대 대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곳이 1년 전 2.7%에서 올해 7.1%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또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늘었고,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곳은 줄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좀 채용이 늘어난 업종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최근 금융권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신용보증기금 같은 금융공기업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천2백 명 이상을 뽑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천 백명 대보다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곳은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경우가 많지만, 관심 있는 구직자들은 올해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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