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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최강시사]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서로의 아픔 인정하고 치유돼야”
입력 2019.04.17 (09:12) 수정 2019.04.17 (14:55) 김경래의 최강시사
[김경래의 최강시사]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서로의 아픔 인정하고 치유돼야”
-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사람 있는데 배 가라앉는 모습 모두가 TV로 봐
- 정부의 대처·사회적 갈등이 분노·슬픔 유발.. 대부분은 피하고 싶어 “이제 그만 하라” 하는 것
- 치유에는 각자 다른 시간 걸려.. 피해자들 타임스케줄 존중, 좀 더 기다리고 지지해줘야
- 막말·악성댓글, 개인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
- 5년간 갈등 커지면서 2차·3차 상처.. 각자의 시간 되면 결국 치유는 될 것
- 참사 순간의 세월호에 대한 염려와 걱정, 아픔 돌아보고 인정해 공동체 치유 시작돼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4월 17일(수)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은지 마음토닥 정신건강의학과의원원장 (정신과 전문의, 前단원고 스쿨닥터)



▷ 김경래 : 어제가 4.16 세월호참사 5주기였습니다.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상처는 대부분 치유가 안 되고 있죠, 오히려 더 커진 측면도 있고요. 단원고에서 세월호참사 직후부터 봉사활동을 하신 의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돌보고 치유를 해줬던 분인데요. 지금도 생존 학생들이나 유족들을 만나고 계신다고 합니다.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은지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제가 설명해드린 게 맞죠? 4.16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 바로 단원고로 달려가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 김은지 : 네, 제가 4월 18일부터 단원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 김경래 : 아이들이 많이 걱정되셨던 모양이에요?

▶ 김은지 : 네, 그렇게 큰일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생존 학생들뿐만 아니라 1학년, 3학년 그리고 선생님들도 많이 혼란스럽고 아픈 상황이었을 거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돕기 위해서 단원고로 갔습니다.

▷ 김경래 : 그 뒤로도 지금도 생존 학생들이랑 계속 만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 김은지 : 네, 제가 2016년 6월까지 학교 안에 있었고요. 그 후로는 안산에 개원을 해서 생존 학생들이나 아니면 다른 피해자분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사실 이걸 여쭤보고 싶은 건데 5년이 지났습니다. 5년 동안 쭉 보셨잖아요, 사고를 당했던 친구들, 생존 학생들 그리고 선후배들 쭉 보셨을 텐데 5년 동안 많이 치유가 됐습니까?

▶ 김은지 : 사실 우리가 치유가 됐느냐라고 물을 때는 증상이 나아졌느냐라는 부분을 많이 포함합니다. 그런데 증상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5주기, 4주기 이럴 때에 증상이 굉장히 한 번씩 나빠지거든요.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서 당장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이 친구들이 5년이 지났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좀 적응하면서 살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개선해나가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생존 학생들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있을 텐데 그 친구들이 생존 학생이라고 불리는 거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부분들이 제일 힘들다고 하던가요?

▶ 김은지 : 사실은 우리가 세월호참사가 있고 나서 초기에 생존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생존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하면 계속 뉴스에 보도가 되고, 그런데 그랬던 만큼 악플도 많이 달리고 공격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런 댓글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를 이렇게 싫어하고 우리를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되고 그리고 내가 생존 학생이라는 것을 밝히면 그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거나 화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생존 학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숨기거나 움츠러들게 되는 그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겁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실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그게 크든 작든 생존 학생들이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 가장 크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좀 그런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께서도 이게 공동체 트라우마다, 이런 표현을 쓰신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떤 의미죠?

▶ 김은지 : 저희가 그날, 4월 16일에 배가 가라앉는 것은 전 국민이 TV로 봤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배가 가라앉고 있는 거였거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장면을 본 것 자체가 굉장히 견디기 힘든 기억으로 남습니다. 또 그 이후에도 이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정부의 대처나 사회적인 갈등이 많이 생겼죠. 그런 것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나 슬픔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이런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대체로는 사실은 많이 피하고 싶어하세요. 그러다 보니까 “왜 또 세월호냐? 이제 그만 좀 해라.”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성숙한 어른이고 사회 구성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에 이런 갈등이 있구나, 그러면 이걸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모아서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서로한테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좀 더 고민하는 게 트라우마를 빨리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이게 참 선생님 말씀이 다 맞는데 참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겹다, 또 세월호냐? 아직도 치유가 필요한 거냐? 5년이 지났다.” 이런 말들이 굉장히 많아요. 지금 저희 방송하면서도 문자도 그런 문자들이 많이 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 김은지 : 이제 왜 아직도 5년이나 지났는데 치유가 필요하느냐고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시는데요. 이게 애도나 트라우마는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이런 일을 겪은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받아들이고 내 안에서 내가 치유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에는 사실은 각자 다른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사람은 10년이 지난 후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때 즉시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각자의 시간이 있는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 사람들이 치유를 받고자 하는 그 의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타임 스케줄을 우리가 존중해줘야 되는 거죠.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지지해줄 필요가 아직은 있습니다.

▷ 김경래 : 기다려줘야 된다, 각자의 타임 스케줄이 다르다. 이거는 이해는 되는데 이것을 납득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예컨대 공인이라고 하는 정치인들도 어제 막말들을 쏟아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우리 공동체의 어떤 상처를 치유하는데 보탬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헤집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 김은지 : 네, 사실은 굉장히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어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저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하는데 그것과 전혀 별개의 정치의 영역에서 아마 벌어진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영역에서도 좀 정신 건강의 부분을 좀 존중하고 고려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이게 당사자 앞이나 이런 데에서는 얘기를 못하는데 사실은 페이스북이나 댓글이나 이런 데에서는 굉장히 잔인한 말들을 쏟아내지 않습니까?

▶ 김은지 : 네, 맞습니다.

▷ 김경래 : 이게 심리적인 게 어떤 거죠?

▶ 김은지 : 일단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 어떤 공격적인 말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심리적으로는 당연히 그 개인, 개인의 어떤 사회에 대한 분노, 세월호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악성 댓글로 표출이 된다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참 그런 것들이 표출을 덜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장치가 있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찾고 있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정치인들이나 리더가 좀 모범을 보이는 그런 성숙된 사회 문화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 김경래 : 선생님 저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이게 결국 치유는 되는 겁니까? 상처가 특히 당사자분들 있지 않습니까, 유족들이나? 이런 분들의 상처는 과연 치유는 될 수 있는 걸까라는 약간의 의심도 들어요. 어떻습니까?

▶ 김은지 :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은 5년 이후로 어떤 치유의 그런 모습보다는 사회에서 세월호로 인한 갈등이 커지면서 피해자들에게 2차, 3차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래서는 이 사람들이 나아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런데 사실은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각자의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 시간이 되고 작업을 시작하면 그런 트라우마나 애도 부분들이 줄어들게 되어있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일부 몇몇 분들은 조금 더 나아지고 덜 울게 되고 떠올려도 덜 괴롭고 이런 과정들을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 김경래 : 그러면 우리 공동체는 피해자들과 아니면 피해자 주변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들을 지금 당장 하나씩 하나씩 노력을 해야 되는 겁니까?

▶ 김은지 : 일단은 제가 앞에서 계속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것으로 인해서 또 상처를 받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제가 안산 단원고에 달려갔을 때 거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안산 시민들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그런 제스처를 보여주셨습니다. 시작은 같았다는 거죠. 시작은 세월호에 대한 염려, 세월호에 대한 걱정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걱정, 이런 것으로 시작을 했는데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들이 있으면서 그런 마음들이 이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가 처음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했던 본질적인 그 순간에 대해서 좀 더 머무르고 그때의 우리 아픔들을 좀 더 돌아보고, 그때 연결되어 있었던 우리의 마음들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서로의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공동체 치유가 시작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이 된다. 그렇군요. 어제 생존 학생 중에 1명을 인터뷰해서 저희들이 프로그램을 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의외로 겉모습이 되게 씩씩하더라고요. 그런데 많이 컸더라고요, 지금 성인이죠, 학생인데. 그런 학생들도 다 상처가 있겠죠, 그렇죠? 겉으로 보이는 씩씩한 모습이 다가 아니겠죠?

▶ 김은지 : 예, 맞습니다. 우리가 트라우마가 생기면 내 마음 안에 여러 가지 내가 존재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상처 입은 나도 있고 그걸 이겨내려고 하는 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트라우마를 입은 내가 아니라 이겨내려는 나로 만나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거예요. “저거 봐라? 멀쩡하네?” 그런데 사실 그 안에는 트라우마를 잊고 분노하고 있는 나를 엄청난 에너지로 누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늘 지치고 힘이 들죠.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잠깐이지만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은지 : 네, 수고하셨습니다.

▷ 김경래 : 단원고 스쿨닥터였죠,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 [김경래의 최강시사]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서로의 아픔 인정하고 치유돼야”
    • 입력 2019.04.17 (09:12)
    • 수정 2019.04.17 (14:55)
    김경래의 최강시사
[김경래의 최강시사]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서로의 아픔 인정하고 치유돼야”
- 세월호는 공동체 트라우마.. 사람 있는데 배 가라앉는 모습 모두가 TV로 봐
- 정부의 대처·사회적 갈등이 분노·슬픔 유발.. 대부분은 피하고 싶어 “이제 그만 하라” 하는 것
- 치유에는 각자 다른 시간 걸려.. 피해자들 타임스케줄 존중, 좀 더 기다리고 지지해줘야
- 막말·악성댓글, 개인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
- 5년간 갈등 커지면서 2차·3차 상처.. 각자의 시간 되면 결국 치유는 될 것
- 참사 순간의 세월호에 대한 염려와 걱정, 아픔 돌아보고 인정해 공동체 치유 시작돼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4월 17일(수)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은지 마음토닥 정신건강의학과의원원장 (정신과 전문의, 前단원고 스쿨닥터)



▷ 김경래 : 어제가 4.16 세월호참사 5주기였습니다.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상처는 대부분 치유가 안 되고 있죠, 오히려 더 커진 측면도 있고요. 단원고에서 세월호참사 직후부터 봉사활동을 하신 의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돌보고 치유를 해줬던 분인데요. 지금도 생존 학생들이나 유족들을 만나고 계신다고 합니다.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은지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제가 설명해드린 게 맞죠? 4.16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 바로 단원고로 달려가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 김은지 : 네, 제가 4월 18일부터 단원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 김경래 : 아이들이 많이 걱정되셨던 모양이에요?

▶ 김은지 : 네, 그렇게 큰일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생존 학생들뿐만 아니라 1학년, 3학년 그리고 선생님들도 많이 혼란스럽고 아픈 상황이었을 거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돕기 위해서 단원고로 갔습니다.

▷ 김경래 : 그 뒤로도 지금도 생존 학생들이랑 계속 만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 김은지 : 네, 제가 2016년 6월까지 학교 안에 있었고요. 그 후로는 안산에 개원을 해서 생존 학생들이나 아니면 다른 피해자분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사실 이걸 여쭤보고 싶은 건데 5년이 지났습니다. 5년 동안 쭉 보셨잖아요, 사고를 당했던 친구들, 생존 학생들 그리고 선후배들 쭉 보셨을 텐데 5년 동안 많이 치유가 됐습니까?

▶ 김은지 : 사실 우리가 치유가 됐느냐라고 물을 때는 증상이 나아졌느냐라는 부분을 많이 포함합니다. 그런데 증상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5주기, 4주기 이럴 때에 증상이 굉장히 한 번씩 나빠지거든요.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서 당장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이 친구들이 5년이 지났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좀 적응하면서 살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개선해나가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생존 학생들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있을 텐데 그 친구들이 생존 학생이라고 불리는 거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부분들이 제일 힘들다고 하던가요?

▶ 김은지 : 사실은 우리가 세월호참사가 있고 나서 초기에 생존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생존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하면 계속 뉴스에 보도가 되고, 그런데 그랬던 만큼 악플도 많이 달리고 공격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런 댓글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를 이렇게 싫어하고 우리를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되고 그리고 내가 생존 학생이라는 것을 밝히면 그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거나 화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생존 학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숨기거나 움츠러들게 되는 그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겁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실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그게 크든 작든 생존 학생들이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 가장 크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좀 그런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께서도 이게 공동체 트라우마다, 이런 표현을 쓰신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떤 의미죠?

▶ 김은지 : 저희가 그날, 4월 16일에 배가 가라앉는 것은 전 국민이 TV로 봤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배가 가라앉고 있는 거였거든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장면을 본 것 자체가 굉장히 견디기 힘든 기억으로 남습니다. 또 그 이후에도 이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정부의 대처나 사회적인 갈등이 많이 생겼죠. 그런 것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나 슬픔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이런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대체로는 사실은 많이 피하고 싶어하세요. 그러다 보니까 “왜 또 세월호냐? 이제 그만 좀 해라.”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성숙한 어른이고 사회 구성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에 이런 갈등이 있구나, 그러면 이걸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모아서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서로한테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좀 더 고민하는 게 트라우마를 빨리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이게 참 선생님 말씀이 다 맞는데 참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겹다, 또 세월호냐? 아직도 치유가 필요한 거냐? 5년이 지났다.” 이런 말들이 굉장히 많아요. 지금 저희 방송하면서도 문자도 그런 문자들이 많이 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 김은지 : 이제 왜 아직도 5년이나 지났는데 치유가 필요하느냐고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시는데요. 이게 애도나 트라우마는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이런 일을 겪은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받아들이고 내 안에서 내가 치유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에는 사실은 각자 다른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사람은 10년이 지난 후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때 즉시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각자의 시간이 있는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 사람들이 치유를 받고자 하는 그 의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타임 스케줄을 우리가 존중해줘야 되는 거죠.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지지해줄 필요가 아직은 있습니다.

▷ 김경래 : 기다려줘야 된다, 각자의 타임 스케줄이 다르다. 이거는 이해는 되는데 이것을 납득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예컨대 공인이라고 하는 정치인들도 어제 막말들을 쏟아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우리 공동체의 어떤 상처를 치유하는데 보탬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헤집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 김은지 : 네, 사실은 굉장히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어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저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하는데 그것과 전혀 별개의 정치의 영역에서 아마 벌어진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영역에서도 좀 정신 건강의 부분을 좀 존중하고 고려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이게 당사자 앞이나 이런 데에서는 얘기를 못하는데 사실은 페이스북이나 댓글이나 이런 데에서는 굉장히 잔인한 말들을 쏟아내지 않습니까?

▶ 김은지 : 네, 맞습니다.

▷ 김경래 : 이게 심리적인 게 어떤 거죠?

▶ 김은지 : 일단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 어떤 공격적인 말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심리적으로는 당연히 그 개인, 개인의 어떤 사회에 대한 분노, 세월호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악성 댓글로 표출이 된다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참 그런 것들이 표출을 덜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장치가 있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찾고 있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정치인들이나 리더가 좀 모범을 보이는 그런 성숙된 사회 문화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 김경래 : 선생님 저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이게 결국 치유는 되는 겁니까? 상처가 특히 당사자분들 있지 않습니까, 유족들이나? 이런 분들의 상처는 과연 치유는 될 수 있는 걸까라는 약간의 의심도 들어요. 어떻습니까?

▶ 김은지 :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은 5년 이후로 어떤 치유의 그런 모습보다는 사회에서 세월호로 인한 갈등이 커지면서 피해자들에게 2차, 3차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래서는 이 사람들이 나아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런데 사실은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각자의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 시간이 되고 작업을 시작하면 그런 트라우마나 애도 부분들이 줄어들게 되어있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일부 몇몇 분들은 조금 더 나아지고 덜 울게 되고 떠올려도 덜 괴롭고 이런 과정들을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 김경래 : 그러면 우리 공동체는 피해자들과 아니면 피해자 주변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들을 지금 당장 하나씩 하나씩 노력을 해야 되는 겁니까?

▶ 김은지 : 일단은 제가 앞에서 계속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것으로 인해서 또 상처를 받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제가 안산 단원고에 달려갔을 때 거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안산 시민들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그런 제스처를 보여주셨습니다. 시작은 같았다는 거죠. 시작은 세월호에 대한 염려, 세월호에 대한 걱정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걱정, 이런 것으로 시작을 했는데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들이 있으면서 그런 마음들이 이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가 처음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했던 본질적인 그 순간에 대해서 좀 더 머무르고 그때의 우리 아픔들을 좀 더 돌아보고, 그때 연결되어 있었던 우리의 마음들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서로의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공동체 치유가 시작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이 된다. 그렇군요. 어제 생존 학생 중에 1명을 인터뷰해서 저희들이 프로그램을 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의외로 겉모습이 되게 씩씩하더라고요. 그런데 많이 컸더라고요, 지금 성인이죠, 학생인데. 그런 학생들도 다 상처가 있겠죠, 그렇죠? 겉으로 보이는 씩씩한 모습이 다가 아니겠죠?

▶ 김은지 : 예, 맞습니다. 우리가 트라우마가 생기면 내 마음 안에 여러 가지 내가 존재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상처 입은 나도 있고 그걸 이겨내려고 하는 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트라우마를 입은 내가 아니라 이겨내려는 나로 만나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거예요. “저거 봐라? 멀쩡하네?” 그런데 사실 그 안에는 트라우마를 잊고 분노하고 있는 나를 엄청난 에너지로 누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늘 지치고 힘이 들죠.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잠깐이지만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은지 : 네, 수고하셨습니다.

▷ 김경래 : 단원고 스쿨닥터였죠,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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