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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살인’은 ‘분노조절장애’?…15초 골든타임
입력 2019.04.17 (10:35) 수정 2019.04.17 (10:45) 취재K
반복적으로 분노 폭발·극단적 폭력 보이는 '분노조절장애'
분노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파괴합니다. 심혈관계에 '독'입니다.
15초, 분노를 해소하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묻지마 살인’은 ‘분노조절장애’?…15초 골든타임
오늘 새벽 진주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습니다. 숨진 사람 가운덴 12살 어린이까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인은 검거된 직후 "임금체불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묻지 마 범죄'로 보입니다.

반복적으로 분노 폭발·극단적 폭력 보이는 '분노조절장애'

경찰은 범인을 상대로 범행동기와 정신병력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조현병 병력이 확인됐다고 하지만, 동기야 어쨌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한 범인의 모습은 '분노조절장애'를 시사합니다. 분노조절이 안 돼 반복적으로 분노가 폭발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분노조절장애’라고 합니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이 잘 제어되지 않는 일종의 충동조절장애입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으면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적이고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예컨대 식당 종업원이 거슬리는 말투를 보였다고 격분하거나 택시기사와 사소한 승강이를 벌이다 갑자기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습니다. 이들은 평소 조용히 지내다가도 갑자기 발작적인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폭발하는 건 강렬한 충동에 휩싸여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폭풍이 지나가면 자책을 느끼기도 하지만 후회만 할 뿐 이런 행동이 반복됩니다. 물론 분노조절장애는 정신과적 질환명일뿐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분노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행복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화가 난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쌓입니다. 행복한 감정은 서서히 퍼지지만 분노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분노처럼 빨리 퍼지는 감정은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드 레이지(road rage)’입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옵니다. 승용차의 창문을 열고 핏대를 세우고 위협 운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로드 레이지'는 분노의 전염성을 잘 보여줍니다.
소셜미디어도 분노가 자라고 확산하는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막말과 악성 댓글로 다른 사람을 찌르고 상처를 줍니다. 슬픔은 혼자 삭이는 데 반해 분노는 적극적으로 분출하기 마련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단순한 분노를 넘어 격분을 표출하는 곳이 됐습니다.

분노는 인간관계를 파괴합니다.

아무리 이유 있는 분노라고 해도 상대방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분노라는 감정은 불과 같아 상대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킵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이유와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분노를 그대로 받아 내게 다시 쏩니다. 이성이 마비된 상대방은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공격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관계만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분노는 인간관계에 독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고립에 맞닥뜨립니다. 분노는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화를 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면 고립이 깊어지고, 그러면 외로움 때문에 더 화가 날 것입니다. 분노는 관계를 단절시켜 고독으로 이끌고, 외로움은 더 큰 분노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분노는 심혈관계에 '독'입니다.

화를 낼 때 우리 몸은 공포에 휩싸였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뛰며 머리카락이 쭈뼛 섭니다. 화를 낼 때 방출된 아드레날린은 몸 전체를 긴장 상태로 만듭니다. 뇌와 근육,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예민해져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됩니다.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혈압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터뜨릴 때마다 혈압은 크게 치솟습니다. 화가 폭발할 때 혈압은 급격히 상승하고 그 뒤에도 한동안 올라간 혈압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매일 독극물을 조금씩 복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심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15초, 분노를 해소하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그럼 순간적으로 치미는 화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분노는 너무 뜨거워 모든 것을 녹여 버립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아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빠르게 파국을 향해 치닫습니다. 화가 났을 때 내리는 판단은 과녁을 한참 벗어납니다.

분노를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시간을 두는 것입니다. 행동하기 전에 잠깐 멈추는 겁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완충 지대를 만들면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이 생깁니다.

일단 하나, 둘, 셋을 세면서 3초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생각에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생각 중단하기는 이성적인 자아가 적대적 자아에게 진정하라고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입니다. 셋을 세면서 숨을 들이쉬고 셋을 세는 동안 참았다가 다음 여섯을 세면서 숨을 내쉽니다. 생각을 멈추는 3초, 심호흡 12초, 모두 15초만 참으면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15초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긴장이 풀리고 몸이 가라앉을 때까지 심호흡을 반복합니다. 이때 마음속으로 “그만둬!”라고 외치면 도움이 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실행 가능한 선택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성의 힘으로 감성의 열기를 식힌 뒤 전략을 짜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묻지마 살인’은 ‘분노조절장애’?…15초 골든타임
    • 입력 2019.04.17 (10:35)
    • 수정 2019.04.17 (10:45)
    취재K
반복적으로 분노 폭발·극단적 폭력 보이는 '분노조절장애'
분노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파괴합니다. 심혈관계에 '독'입니다.
15초, 분노를 해소하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묻지마 살인’은 ‘분노조절장애’?…15초 골든타임
오늘 새벽 진주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습니다. 숨진 사람 가운덴 12살 어린이까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인은 검거된 직후 "임금체불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묻지 마 범죄'로 보입니다.

반복적으로 분노 폭발·극단적 폭력 보이는 '분노조절장애'

경찰은 범인을 상대로 범행동기와 정신병력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조현병 병력이 확인됐다고 하지만, 동기야 어쨌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한 범인의 모습은 '분노조절장애'를 시사합니다. 분노조절이 안 돼 반복적으로 분노가 폭발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분노조절장애’라고 합니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이 잘 제어되지 않는 일종의 충동조절장애입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으면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적이고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예컨대 식당 종업원이 거슬리는 말투를 보였다고 격분하거나 택시기사와 사소한 승강이를 벌이다 갑자기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습니다. 이들은 평소 조용히 지내다가도 갑자기 발작적인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폭발하는 건 강렬한 충동에 휩싸여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폭풍이 지나가면 자책을 느끼기도 하지만 후회만 할 뿐 이런 행동이 반복됩니다. 물론 분노조절장애는 정신과적 질환명일뿐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분노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행복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화가 난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쌓입니다. 행복한 감정은 서서히 퍼지지만 분노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분노처럼 빨리 퍼지는 감정은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드 레이지(road rage)’입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옵니다. 승용차의 창문을 열고 핏대를 세우고 위협 운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로드 레이지'는 분노의 전염성을 잘 보여줍니다.
소셜미디어도 분노가 자라고 확산하는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막말과 악성 댓글로 다른 사람을 찌르고 상처를 줍니다. 슬픔은 혼자 삭이는 데 반해 분노는 적극적으로 분출하기 마련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단순한 분노를 넘어 격분을 표출하는 곳이 됐습니다.

분노는 인간관계를 파괴합니다.

아무리 이유 있는 분노라고 해도 상대방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분노라는 감정은 불과 같아 상대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킵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이유와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분노를 그대로 받아 내게 다시 쏩니다. 이성이 마비된 상대방은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공격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관계만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분노는 인간관계에 독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고립에 맞닥뜨립니다. 분노는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화를 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면 고립이 깊어지고, 그러면 외로움 때문에 더 화가 날 것입니다. 분노는 관계를 단절시켜 고독으로 이끌고, 외로움은 더 큰 분노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분노는 심혈관계에 '독'입니다.

화를 낼 때 우리 몸은 공포에 휩싸였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뛰며 머리카락이 쭈뼛 섭니다. 화를 낼 때 방출된 아드레날린은 몸 전체를 긴장 상태로 만듭니다. 뇌와 근육,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예민해져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됩니다.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혈압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터뜨릴 때마다 혈압은 크게 치솟습니다. 화가 폭발할 때 혈압은 급격히 상승하고 그 뒤에도 한동안 올라간 혈압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매일 독극물을 조금씩 복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심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15초, 분노를 해소하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그럼 순간적으로 치미는 화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분노는 너무 뜨거워 모든 것을 녹여 버립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아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빠르게 파국을 향해 치닫습니다. 화가 났을 때 내리는 판단은 과녁을 한참 벗어납니다.

분노를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시간을 두는 것입니다. 행동하기 전에 잠깐 멈추는 겁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완충 지대를 만들면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이 생깁니다.

일단 하나, 둘, 셋을 세면서 3초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생각에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생각 중단하기는 이성적인 자아가 적대적 자아에게 진정하라고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입니다. 셋을 세면서 숨을 들이쉬고 셋을 세는 동안 참았다가 다음 여섯을 세면서 숨을 내쉽니다. 생각을 멈추는 3초, 심호흡 12초, 모두 15초만 참으면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15초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긴장이 풀리고 몸이 가라앉을 때까지 심호흡을 반복합니다. 이때 마음속으로 “그만둬!”라고 외치면 도움이 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실행 가능한 선택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성의 힘으로 감성의 열기를 식힌 뒤 전략을 짜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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