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복제견 ‘메이’의 죽음,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입력 2019.04.17 (14:57) 수정 2019.04.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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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는 죽었다

비글 품종의 복제견 '메이'는 결국 죽었습니다. 지난 2월 27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실험실에서 이유 모를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메이를 잠깐 맡기면서 아사 직전의 안타까운 메이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병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메이가 검역본부에 맡겨지기 한 달 전인 10월부터 이유 없이 자꾸만 말라갔다는 건데, 사망 후 부검을 했지만, 특이 소견조차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정기 건강검진을 하는 등 메이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합니다.

■ 꽁꽁 닫힌 85-1동…메이의 죽음,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취재진은 위 서면 답변만으로는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이미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이메일 답변 이외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 견고한 성처럼 느껴지는 85-1동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물 층별안내 & 85-1 건물 외경건물 층별안내 & 85-1 건물 외경

수의과대학이 있는 85동 옆에 자리한 85-1동은 건물 입구부터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문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역시 카드키를 찍어야 하는 이중문 구조입니다. 이 건물 4층엔 '실험견 사육실'과 '복제견 사육실' 등이 있고, 3층엔 실험실과 멸균실, 가스실 등이 있습니다. 2층에 바로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이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들은 "85-1동은 사실상 이병천 교수를 위해 지은 건물이고, 이병천 교수 혼자만 쓰는 건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이 건물은, 이병천 교수의 복제견 연구와 반려동물 연구 등을 위해 새로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엔 동물병원 건물 등에 흩어져 있던 이 교수의 실험동물들도 모두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기자가 이병천 교수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기자가 이병천 교수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 시간여 동안 건물을 오간 사람은 채 10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연구진 몇 명과 택배 배달원 몇 명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습니다. 잠시 이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이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더 없는 걸까. 부검 기록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지 알아봤지만,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는 "보통 자신의 실험동물은 연구의 목적으로 직접 부검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검 내용을 연차실적 보고서에 공식 보고할 의무는 없으며, 아마 연구진의 연구 노트에만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험실 안에서 동물이 죽더라도, 내부자가 아니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구조였습니다.

박재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장 역시 실험동물의 폐사와 안락사 등은 완전히 연구자의 소관이며, 윤리위에서 일일이 감시하거나 보고받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박 위원장은 "실험을 하다 보면 동물이 갑자기 아플 때도 많고, 죽을 때도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오면 연구자들이 안락사(인도적인 실험 종료)하고 따로 보고는 하지 않은 채 사체 처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리적인 면은 연구자에게 맡기고, 대신 윤리위는 정기점검이나 불시점검 등으로 확인한다"며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메이의 죽음은 이병천 교수의 설명처럼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 모를 원인으로 사망, 부검결과 특이 소견은 없었음.

■ "이병천 교수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그들만의 세상?

그런데 석연찮은 사실 하나가 또 포착됐습니다. 이병천 교수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서울대학교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의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임기가 2년이니, 오는 7월 말까지는 이 교수가 원장직을 계속 맡게 됩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조직도입니다. 실험동물관리원장 이름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17일), 윤리위가 이마저도 홈페이지에서 지워버린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위원 명단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조직도입니다. 실험동물관리원장 이름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17일), 윤리위가 이마저도 홈페이지에서 지워버린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위원 명단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윤리위원회 위원 15명 중, 이병천 교수도 포함된 셈입니다. 박재학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장은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은 서울대 내의 26개 실험동물 시설 전체를 관장하는 지위로, 윤리위에 이와 관련해 설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병천 교수의 실험에 대해 이 교수가 직접 심의하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리위는 지난주부터 TF를 꾸려 이병천 교수 실험실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TF 조사에 대해 당사자는 배척되며 회의록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당사자인 이병천 교수가 여전히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위원에 속해 있다는 사실, 또 서울대 내 실험동물 시설 전체를 관장하는 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대 측이 오늘(17일),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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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복제견 ‘메이’의 죽음,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 입력 2019-04-17 14:57:51
    • 수정2019-04-17 19:59:42
    취재후·사건후
■ '메이'는 죽었다

비글 품종의 복제견 '메이'는 결국 죽었습니다. 지난 2월 27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실험실에서 이유 모를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메이를 잠깐 맡기면서 아사 직전의 안타까운 메이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병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메이가 검역본부에 맡겨지기 한 달 전인 10월부터 이유 없이 자꾸만 말라갔다는 건데, 사망 후 부검을 했지만, 특이 소견조차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정기 건강검진을 하는 등 메이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합니다.

■ 꽁꽁 닫힌 85-1동…메이의 죽음,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취재진은 위 서면 답변만으로는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이미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이메일 답변 이외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 견고한 성처럼 느껴지는 85-1동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물 층별안내 & 85-1 건물 외경
수의과대학이 있는 85동 옆에 자리한 85-1동은 건물 입구부터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문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역시 카드키를 찍어야 하는 이중문 구조입니다. 이 건물 4층엔 '실험견 사육실'과 '복제견 사육실' 등이 있고, 3층엔 실험실과 멸균실, 가스실 등이 있습니다. 2층에 바로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이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들은 "85-1동은 사실상 이병천 교수를 위해 지은 건물이고, 이병천 교수 혼자만 쓰는 건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이 건물은, 이병천 교수의 복제견 연구와 반려동물 연구 등을 위해 새로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엔 동물병원 건물 등에 흩어져 있던 이 교수의 실험동물들도 모두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기자가 이병천 교수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 시간여 동안 건물을 오간 사람은 채 10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연구진 몇 명과 택배 배달원 몇 명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습니다. 잠시 이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이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더 없는 걸까. 부검 기록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지 알아봤지만,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는 "보통 자신의 실험동물은 연구의 목적으로 직접 부검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검 내용을 연차실적 보고서에 공식 보고할 의무는 없으며, 아마 연구진의 연구 노트에만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험실 안에서 동물이 죽더라도, 내부자가 아니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구조였습니다.

박재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장 역시 실험동물의 폐사와 안락사 등은 완전히 연구자의 소관이며, 윤리위에서 일일이 감시하거나 보고받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박 위원장은 "실험을 하다 보면 동물이 갑자기 아플 때도 많고, 죽을 때도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오면 연구자들이 안락사(인도적인 실험 종료)하고 따로 보고는 하지 않은 채 사체 처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리적인 면은 연구자에게 맡기고, 대신 윤리위는 정기점검이나 불시점검 등으로 확인한다"며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메이의 죽음은 이병천 교수의 설명처럼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 모를 원인으로 사망, 부검결과 특이 소견은 없었음.

■ "이병천 교수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그들만의 세상?

그런데 석연찮은 사실 하나가 또 포착됐습니다. 이병천 교수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서울대학교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의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임기가 2년이니, 오는 7월 말까지는 이 교수가 원장직을 계속 맡게 됩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조직도입니다. 실험동물관리원장 이름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17일), 윤리위가 이마저도 홈페이지에서 지워버린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위원 명단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윤리위원회 위원 15명 중, 이병천 교수도 포함된 셈입니다. 박재학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장은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은 서울대 내의 26개 실험동물 시설 전체를 관장하는 지위로, 윤리위에 이와 관련해 설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병천 교수의 실험에 대해 이 교수가 직접 심의하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리위는 지난주부터 TF를 꾸려 이병천 교수 실험실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TF 조사에 대해 당사자는 배척되며 회의록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당사자인 이병천 교수가 여전히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위원에 속해 있다는 사실, 또 서울대 내 실험동물 시설 전체를 관장하는 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대 측이 오늘(17일),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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