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문건 작성 판사, “나는 말단…임종헌 말 옮겨 적었다”

입력 2019.04.17 (20:26) 수정 2019.04.1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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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 사이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법원행정처 문건을 여럿 작성한 현직 판사가, 임종헌 전 차장의 말을 옮겨 적었다고 문건 작성 경위를 진술했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는 오늘(17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을 열고, 시진국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였습니다.

시 부장판사는 2014~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 상관인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이른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시나리오' 문건과 '상고법원 관련 청와대 대응 전략'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지목된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해 말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시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인인 만큼, 오늘 증인신문은 7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검찰은 시 부장판사에게 문제의 문건들이 작성된 경위를 따져 물었습니다.

시 부장판사는 자신이 만든 문건 대부분은 '다른 심의관들이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문건들을 취합해 최종 편집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기존 보고서나 직접 쓴 메모를 주면서,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거부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묻자 "('재판거래 의혹' 문건 작성처럼) 특수한 업무 지시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행정처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보고서 작성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이 맡았던 심의관 역할에 대해선 "제일 말단"이라며,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으며 간부들의 지시를 따라 일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예상 선고결과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면서 '재판 개입' 우려에 대한 인식은 없었냐는 검찰 질문에 그는 "그 당시에는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면서도 "어찌됐든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단순한 개인적 의견 넘어서 보고서로 구체화하는 건 적절하진 않은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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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거래’ 의혹 문건 작성 판사, “나는 말단…임종헌 말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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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4-17 20:37:27
    사회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 사이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법원행정처 문건을 여럿 작성한 현직 판사가, 임종헌 전 차장의 말을 옮겨 적었다고 문건 작성 경위를 진술했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는 오늘(17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을 열고, 시진국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였습니다.

시 부장판사는 2014~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 상관인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이른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시나리오' 문건과 '상고법원 관련 청와대 대응 전략'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지목된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해 말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시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인인 만큼, 오늘 증인신문은 7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검찰은 시 부장판사에게 문제의 문건들이 작성된 경위를 따져 물었습니다.

시 부장판사는 자신이 만든 문건 대부분은 '다른 심의관들이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문건들을 취합해 최종 편집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기존 보고서나 직접 쓴 메모를 주면서,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거부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묻자 "('재판거래 의혹' 문건 작성처럼) 특수한 업무 지시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행정처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보고서 작성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이 맡았던 심의관 역할에 대해선 "제일 말단"이라며,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으며 간부들의 지시를 따라 일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예상 선고결과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면서 '재판 개입' 우려에 대한 인식은 없었냐는 검찰 질문에 그는 "그 당시에는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면서도 "어찌됐든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단순한 개인적 의견 넘어서 보고서로 구체화하는 건 적절하진 않은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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