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불법 낚시터 난립…단속 정보 사전 유출

입력 2019.04.17 (22:00) 수정 2019.04.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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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북한강 상류의 호수들이
불법 낚시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심지어 관할 행정기관이
단속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조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기만 해도 시원스런 푸른 호수.

한 귀퉁이에
시커먼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천막 안에는
나무로 만든 방이 있습니다.

낚싯대는 기본.
아궁이에 가스통까지,
숙식을 한 흔적도 발견됩니다.

70대 부부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당한 곳입니다.

최소 십 년이 넘은 불법 시설물이지만,
단속도, 철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마을주민이 귀띔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녹취]
"'이거 불법 건물이다. 철거하라' 그랬지.몇 년 동안 그러다가 나중엔 귀찮으니까 지들도."

이 호숫가를 둘러봤습니다.

플라스틱 호스와 천막으로
얼기설기 만든 움막부터,
낚시용 좌대나 움막을 지으려고
갖다놓은 것으로 보이는
가스통과 샌드위치 판넬까지,
불법 시설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쓰레기 더미나 타다 만 잿더미도
널려 있습니다.

"춘천호 인근에서 이런 무허가 시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근 의암호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낚시용 좌대 8동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취재진을 발견한 한 낚시꾼은
황급히 자리를 뜹니다.

최태순/춘천시 서면[인터뷰]
"미관도 안좋고. 거기서 술도 먹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가죠."

이런 불법 시설물 주변엔
어김없이 온갖 쓰레기가 나뒹굽니다.

김영주/춘천시 칠전동[인터뷰]
"먼저 좌대고 또 수상 그쪽에를 다 치운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주로 보면 낚시 하시는 분들인데, 좀 보기는 그래요."

춘천시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북한강 상류의 낚시터를
한 번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여 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니,
낚시꾼들이 떠난 자리에
경고장을 붙이거나
방치된 시설을 청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단속 공무원은
지역 주민에게
불법 낚시터 관리를 맡기고,
단속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자칭 불법 낚시터 관리인(마을주민)(음성변조)/[녹취]
"(단속) 나오기 전에 나한테 기별을 해 줘요. 어떻게 깨끗하게 치워 놓으라고. 내가 다 치워놓고 나면 이제 와서 돌아보지"

춘천시는
원활한 단속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합니다.

<춘천시 관련 공무원(음성변조)/[녹취]
"우리가 민원이 들어온다고 그래서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상황이 못 될 수도 있잖아요.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이틀이 걸릴 수도 있고."

춘천시가
북한강 수계 불법 시설물 대정비에 쓴 돈만
8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불법 낚시터가 여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뉴스 조휴연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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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강 불법 낚시터 난립…단속 정보 사전 유출
    • 입력 2019-04-17 22:00:54
    • 수정2019-04-18 01:05:34
    뉴스9(춘천)
[앵커멘트] 북한강 상류의 호수들이 불법 낚시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심지어 관할 행정기관이 단속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조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기만 해도 시원스런 푸른 호수. 한 귀퉁이에 시커먼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천막 안에는 나무로 만든 방이 있습니다. 낚싯대는 기본. 아궁이에 가스통까지, 숙식을 한 흔적도 발견됩니다. 70대 부부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당한 곳입니다. 최소 십 년이 넘은 불법 시설물이지만, 단속도, 철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마을주민이 귀띔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녹취] "'이거 불법 건물이다. 철거하라' 그랬지.몇 년 동안 그러다가 나중엔 귀찮으니까 지들도." 이 호숫가를 둘러봤습니다. 플라스틱 호스와 천막으로 얼기설기 만든 움막부터, 낚시용 좌대나 움막을 지으려고 갖다놓은 것으로 보이는 가스통과 샌드위치 판넬까지, 불법 시설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쓰레기 더미나 타다 만 잿더미도 널려 있습니다. "춘천호 인근에서 이런 무허가 시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근 의암호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낚시용 좌대 8동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취재진을 발견한 한 낚시꾼은 황급히 자리를 뜹니다. 최태순/춘천시 서면[인터뷰] "미관도 안좋고. 거기서 술도 먹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가죠." 이런 불법 시설물 주변엔 어김없이 온갖 쓰레기가 나뒹굽니다. 김영주/춘천시 칠전동[인터뷰] "먼저 좌대고 또 수상 그쪽에를 다 치운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주로 보면 낚시 하시는 분들인데, 좀 보기는 그래요." 춘천시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북한강 상류의 낚시터를 한 번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여 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니, 낚시꾼들이 떠난 자리에 경고장을 붙이거나 방치된 시설을 청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단속 공무원은 지역 주민에게 불법 낚시터 관리를 맡기고, 단속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자칭 불법 낚시터 관리인(마을주민)(음성변조)/[녹취] "(단속) 나오기 전에 나한테 기별을 해 줘요. 어떻게 깨끗하게 치워 놓으라고. 내가 다 치워놓고 나면 이제 와서 돌아보지" 춘천시는 원활한 단속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합니다. <춘천시 관련 공무원(음성변조)/[녹취] "우리가 민원이 들어온다고 그래서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상황이 못 될 수도 있잖아요.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이틀이 걸릴 수도 있고." 춘천시가 북한강 수계 불법 시설물 대정비에 쓴 돈만 8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불법 낚시터가 여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뉴스 조휴연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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