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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서울 도심에 경유차 못 들어가나요?
입력 2019.04.18 (17:17) 수정 2019.04.18 (17:29) 취재후
[취재후] 서울 도심에 경유차 못 들어가나요?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 디젤 승용차는 운전 못 하나?

미세먼지 대책이 연일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아예 경유차가 도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까지 내놓았다. 이러다 보니 경유차를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이 좌불안석이다.

3년 전 벤츠 디젤 승용차(모델명 E220d)를 구매한 이모 씨(50)도 취재진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에는 경유차가 연비도 좋고 기름값도 싼 친환경 자동차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구입을 했던 터다. 5인 가족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유지비를 줄일 수 있어 나름 만족했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해서 자동차를 몰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는 "한 치 앞도 못 내다본 정책으로 소비자만 죄인이 된 기분"이라는 것. 간단한 가전제품이라면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3년밖에 타지 않은 자동차를 바꿀 수도 없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라면서 선전한 디젤 승용차 광고화면연비가 좋은 친환경차라면서 선전한 디젤 승용차 광고화면

서울시의 경유차 제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 7월부터 서울 사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에 5등급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12월부터는 이를 어기는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이란 종로구 8개동(청운효자동, 삼청동, 가회동, 종로 1가~6가동, 이화동, 혜화동)과 중구 7개 동(소공동,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을지로동)이다. 면적으로는 16.7㎢이다.

그런데 도심 지역에 5등급 차량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미세먼지 저감율이 3.7%에 불과하다. 서울연구원의 분석 시나리오
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에 4등급, 5등급 차량을 아예 운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실질적인 저감 효과가 있다. 법적으로는 과태료를 5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좌)5등급 차량 도심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률 (우)4·5등급 차량 서울시 전체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율(좌)5등급 차량 도심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률 (우)4·5등급 차량 서울시 전체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율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는 2,320만대이며 이 가운데 992만대, 약 43%가 경유차다. 경유차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클린 디젤’을 표명하며 2005년 승용차에도 경유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새로 구입하는 디젤 승용차는 10년 전 17만대에 불과했으나 2012년 30만대를 넘었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68만대가 넘게 팔려 가솔린 승용차와 맞먹을 정도였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관측한 초미세먼지 배출 원인을 알아보면 경유차가 10.9%를 차지했다. 가솔린 승용차는 8.8%로 경유차가 약간 높은 정도로 '왜 경유차만 문제를 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수치는 무게를 따진 비율이라는 게 함정이다. 경유차 배기가스의 입자는 초미세먼지(직경 2.5㎛)보다 작은 나노 사이즈이기 때문에 같은 무게라면 입자 개수가 엄청나게 많아지는 것이다. 큰 입자든, 작은 입자든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면 발암물질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작은 입자일수록 폐 속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일반 미세먼지(직경 10㎛)는 기관지 위쪽, 상기도에서 걸러지지만 작은 입자인 초미세먼지는 30~40%가 폐 속으로 들어간다. 경유차 배기가스는 초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크기이므로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2년 경유차 배기가스를 발암물질이라고 정의했다. 2013년에 미세먼지가 발암물질로 규정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경유차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저항을 걱정하며 경유차 운행 제한에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국민들은 미세먼지 퇴치를 위해 불편을 감소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설문조사결과 서울 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52%)이 4등급과 5등급 차량을 운행 제한하는 데 찬성했다. 10명 중 2명(20%)은 아예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하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하는 것은 아주 강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출가스 등급별 산정 기준을 보면 1등급은 전기차와 수소차, 2등급은 가솔린차와 가스차량이다. 경유차는 가장 최신 차량도 3등급이며 2006년 이전에 만든 것은 4등급, 2002년 이전의 경유차가 5등급이다.(물론 일부 가솔린, 가스차도 4·5등급에 포함되어 있지만 1988년, 1987년 이전에 만든 것이므로 그 숫자가 미미하다.) 그러므로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을 한다는 것은 디젤 승용차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배출가스 등급별 산정기준 (환경부)배출가스 등급별 산정기준 (환경부)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15년부터 관광버스와 화물차가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고, 2016년부터는 시내 전체에 5등급 경유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했다. 일본 도쿄는 15년 전부터 경유차의 시내 진입을 단속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50만 엔, 우리 돈으로 500만 원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1999년부터 배기가스를 페트병에 담아서 들고 다니면서 경유차의 유해성을 알리면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파리는 2016년부터 5등급 차량이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게 단속했다. 파리는 2016년부터 5등급 차량이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게 단속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경유차 배기가스가 담긴 페트병을 흔들어 보이며 경유차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경유차 배기가스가 담긴 페트병을 흔들어 보이며 경유차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도 이런 것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강력한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라는 것이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국장은 "미세먼지 특별법이 있어도 정부와 지자체가 너무 시민들 눈치를 보고 자신없게 나오니까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며 "정책을 할 거면 강력하게 추진을 하고, 대신에 이 정책을 시행하면 확실히 이만큼 저감할 수 있으니까 동참하자는 식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 인프라 제대로 갖추고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취재후] 서울 도심에 경유차 못 들어가나요?
    • 입력 2019.04.18 (17:17)
    • 수정 2019.04.18 (17:29)
    취재후
[취재후] 서울 도심에 경유차 못 들어가나요?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 디젤 승용차는 운전 못 하나?

미세먼지 대책이 연일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아예 경유차가 도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까지 내놓았다. 이러다 보니 경유차를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이 좌불안석이다.

3년 전 벤츠 디젤 승용차(모델명 E220d)를 구매한 이모 씨(50)도 취재진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에는 경유차가 연비도 좋고 기름값도 싼 친환경 자동차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구입을 했던 터다. 5인 가족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유지비를 줄일 수 있어 나름 만족했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해서 자동차를 몰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는 "한 치 앞도 못 내다본 정책으로 소비자만 죄인이 된 기분"이라는 것. 간단한 가전제품이라면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3년밖에 타지 않은 자동차를 바꿀 수도 없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라면서 선전한 디젤 승용차 광고화면연비가 좋은 친환경차라면서 선전한 디젤 승용차 광고화면

서울시의 경유차 제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 7월부터 서울 사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에 5등급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12월부터는 이를 어기는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이란 종로구 8개동(청운효자동, 삼청동, 가회동, 종로 1가~6가동, 이화동, 혜화동)과 중구 7개 동(소공동,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을지로동)이다. 면적으로는 16.7㎢이다.

그런데 도심 지역에 5등급 차량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미세먼지 저감율이 3.7%에 불과하다. 서울연구원의 분석 시나리오
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에 4등급, 5등급 차량을 아예 운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실질적인 저감 효과가 있다. 법적으로는 과태료를 5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좌)5등급 차량 도심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률 (우)4·5등급 차량 서울시 전체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율(좌)5등급 차량 도심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률 (우)4·5등급 차량 서울시 전체 운행제한 시 미세먼지 저감율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는 2,320만대이며 이 가운데 992만대, 약 43%가 경유차다. 경유차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클린 디젤’을 표명하며 2005년 승용차에도 경유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새로 구입하는 디젤 승용차는 10년 전 17만대에 불과했으나 2012년 30만대를 넘었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68만대가 넘게 팔려 가솔린 승용차와 맞먹을 정도였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관측한 초미세먼지 배출 원인을 알아보면 경유차가 10.9%를 차지했다. 가솔린 승용차는 8.8%로 경유차가 약간 높은 정도로 '왜 경유차만 문제를 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수치는 무게를 따진 비율이라는 게 함정이다. 경유차 배기가스의 입자는 초미세먼지(직경 2.5㎛)보다 작은 나노 사이즈이기 때문에 같은 무게라면 입자 개수가 엄청나게 많아지는 것이다. 큰 입자든, 작은 입자든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면 발암물질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작은 입자일수록 폐 속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일반 미세먼지(직경 10㎛)는 기관지 위쪽, 상기도에서 걸러지지만 작은 입자인 초미세먼지는 30~40%가 폐 속으로 들어간다. 경유차 배기가스는 초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크기이므로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2년 경유차 배기가스를 발암물질이라고 정의했다. 2013년에 미세먼지가 발암물질로 규정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경유차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저항을 걱정하며 경유차 운행 제한에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국민들은 미세먼지 퇴치를 위해 불편을 감소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설문조사결과 서울 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52%)이 4등급과 5등급 차량을 운행 제한하는 데 찬성했다. 10명 중 2명(20%)은 아예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하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하는 것은 아주 강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출가스 등급별 산정 기준을 보면 1등급은 전기차와 수소차, 2등급은 가솔린차와 가스차량이다. 경유차는 가장 최신 차량도 3등급이며 2006년 이전에 만든 것은 4등급, 2002년 이전의 경유차가 5등급이다.(물론 일부 가솔린, 가스차도 4·5등급에 포함되어 있지만 1988년, 1987년 이전에 만든 것이므로 그 숫자가 미미하다.) 그러므로 3등급 차량까지 운행 제한을 한다는 것은 디젤 승용차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배출가스 등급별 산정기준 (환경부)배출가스 등급별 산정기준 (환경부)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15년부터 관광버스와 화물차가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고, 2016년부터는 시내 전체에 5등급 경유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했다. 일본 도쿄는 15년 전부터 경유차의 시내 진입을 단속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50만 엔, 우리 돈으로 500만 원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1999년부터 배기가스를 페트병에 담아서 들고 다니면서 경유차의 유해성을 알리면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파리는 2016년부터 5등급 차량이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게 단속했다. 파리는 2016년부터 5등급 차량이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게 단속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경유차 배기가스가 담긴 페트병을 흔들어 보이며 경유차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경유차 배기가스가 담긴 페트병을 흔들어 보이며 경유차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도 이런 것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강력한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라는 것이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국장은 "미세먼지 특별법이 있어도 정부와 지자체가 너무 시민들 눈치를 보고 자신없게 나오니까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며 "정책을 할 거면 강력하게 추진을 하고, 대신에 이 정책을 시행하면 확실히 이만큼 저감할 수 있으니까 동참하자는 식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 인프라 제대로 갖추고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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