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군사 행보 재개…남·북·미 협상 ‘냉기류’

입력 2019.04.20 (07:48) 수정 2019.05.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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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4월 20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2기 진용을 갖춘 뒤 연이어 군사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을 향한 저강도 압박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이에 미국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괄타결 원칙을 거듭 고수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은 없을까요?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방어하는 공군부대를 찾았습니다.

집권 2기 체제 정비를 마친 뒤 첫 시찰로, 군사 훈련을 지도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입니다.

예고되지 않은 일정임을 강조해 수위는 조절했지만,

[조선중앙TV : "부대 앞을 지나다가 추격 습격기 연대의 비행훈련실태를 료해(시찰)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렀다고 하시면서..."]

북한의 최신형 전투기인 미그-29기의 비행훈련을 직접 지도하며 긴장감도 조성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전투가 예고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의의 시각에 불의에 판정하고 군부대의 경상적 동원준비를 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발표한 김 위원장이 첫 행보로 군 시찰에 나선 것은, 직접적 도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의 공군부대 방문은 북한의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제재에 대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북한은 대결 사이클로 전환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군부대 시찰 다음날에도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하는 등 이틀째 군사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또,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을 통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북미 대화 상대로 나서길 바란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북미 협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겨냥을 피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 :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태양절의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보냈습니다.

대신 대대적인 선전 행사를 벌이는 한편, 군 장성들에 대한 승진인사로 군심도 다독였습니다.

[최룡해/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4월 14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고 나라의 전반 사업을지도하는 국가의 최고직책에 높이 모심으로 하여..."]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면서 최고 대표자라는 칭호를 새로 붙였습니다.

군 수식어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바꾸는 등 김 위원장의 대내외 위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인민의 대표자이지, 어떤 지역의 어떤 대표로 뽑힌 이런 부분이 아니다라는 측면이 강한 것 같고, 공화국 무력이라고 했을 때는 군대를 포함한 북한 전체 전반의 어떤 무력을 대표하는 최고사령관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조금 확대된 측면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권 2기 진용을 갖춘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 결속에 나선 가운데, 북미 대화 돌파구까지 탐색전은 더 길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미정상회담 뒤 북한과 미국 두 정상 모두 3차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양측의 비핵화 방법론 차이는 더욱 뚜렷해 졌는데요.

북미 다른 계산법 속에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미정상회담 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3차 북미회담 의지를 밝힌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 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이에 만 하루도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도 3차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비핵화 방법론과 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한 치의 양보가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지금껏 요구한 일괄타결식 해법을 버리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협상 시한은 올해 말로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핵무기와 제재가 없어지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며 일괄타결식 대북 접근법도 고수했습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기존의 일괄타결 협상 방식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기다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15일 : "빨리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관계이고, 제재도 그대로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그동안 고집해온 대미 협상안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먼저, 북한이 기존의 대북제재 완화 중심의 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게 오히려 미국에는 제제의 효용성을 확인해 준 셈인데, 북한도 제재 완화를 요구해서는 더 이상 협상을 끌고 가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겁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북한이 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다른 행동조치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때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미 행정부 입장을 고려해 군사적 상응조치보다 한 단계 낮은 차원의 요구를 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리용호/북한 외무상/3월 1일/하노이 기자회견 :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기한 것입니다."]

미국이 이를 거부한 만큼, 협상 재개를 원한다면 군사 분야 등에서 더 근본적인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일종의 종전선언이라든가 그다음에 한미군사훈련, 지금 상당히 축소되어 있지만 소규모의 훈련도 한반도에서 진행하지 않는 것을 얘기할거 같고요. 그렇다면 일종의 북미협상에서 셈법은 상당히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비핵화 협상의 큰 틀 포괄적 로드맵을 형성할 것인가 그 문제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전처럼 정상 간 대화, 톱다운 방식으로 직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무협상 부진으로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무협상을 통해 협의를 매듭지은 다음 정상회담을 열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만약에 북미 간에 이런 두 번의 실패가 연속된다면 상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타격이 되기 때문에, 폼페이오와 김영철의 고위급 회담 속에서 비핵화의 큰 틀이 완성되고 그리고 일정정도 북미 간 타협의 가능성 있는 조건들과 상황들이 만들어진 다음에 그다음에 정상회담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공개 제안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4월 15일/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 "북한의 형편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한 매체는 남북 관계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모든 것을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눈치만 본다며 비난하던 것에서 나아가 남측에 당사자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제의에 응할지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에 필요한 장비의 대북 반출을 승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언급한 후 이행된 조치인데, 북한의 호응이 관건입니다.

북한 국보 제122호인 만월대는 개성 송악산에 위치한 고려시대 궁궐터입니다.

2007년부터 공동 발굴 사업이 시작됐지만,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가 반복돼 왔습니다.

이번 유엔안보리의 면제 승인에 따라, 유물 발굴과 복원에 필요한 중장비들의 대북 반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 : "정부는 만월대 공동발굴사업이 조속히 재개되어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북 간 협력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은 북측의 무응답에 우리 군 단독으로 실시하고 있는 데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논의할 남북 적십자 회담도 아직 답보 상태입니다.

북미 대화가 원활해야 남북관계도 진전이 가능한 만큼, 여러 물밑 접촉을 통해 추동력을 확보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무철/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대미 협상의 어떤 전략을 마련한 후에나 남북 정상회담이나 이런 거에 응할 것으로 저는 보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북한과의 어떤 계속 일관되게 그리고 계속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함과 동시에 대북특사 파견 같은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된다고 저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미 협상이 냉기류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며 본격적인 우군 확보에 들어갔습니다.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북제재 고삐를 조이기 위해 러시아를 찾은 가운데, 비핵화 디테일을 위한 북미 간 샅바싸움은 한반도 주변 강국들에 대한 외교전으로 더욱 확대되는 분위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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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군사 행보 재개…남·북·미 협상 ‘냉기류’
    • 입력 2019-04-20 08:00:01
    • 수정2019-05-03 18:04:57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4월 20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2기 진용을 갖춘 뒤 연이어 군사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을 향한 저강도 압박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이에 미국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괄타결 원칙을 거듭 고수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은 없을까요?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방어하는 공군부대를 찾았습니다.

집권 2기 체제 정비를 마친 뒤 첫 시찰로, 군사 훈련을 지도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입니다.

예고되지 않은 일정임을 강조해 수위는 조절했지만,

[조선중앙TV : "부대 앞을 지나다가 추격 습격기 연대의 비행훈련실태를 료해(시찰)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렀다고 하시면서..."]

북한의 최신형 전투기인 미그-29기의 비행훈련을 직접 지도하며 긴장감도 조성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전투가 예고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의의 시각에 불의에 판정하고 군부대의 경상적 동원준비를 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발표한 김 위원장이 첫 행보로 군 시찰에 나선 것은, 직접적 도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의 공군부대 방문은 북한의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제재에 대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북한은 대결 사이클로 전환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군부대 시찰 다음날에도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하는 등 이틀째 군사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또,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을 통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북미 대화 상대로 나서길 바란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북미 협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겨냥을 피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 :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태양절의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보냈습니다.

대신 대대적인 선전 행사를 벌이는 한편, 군 장성들에 대한 승진인사로 군심도 다독였습니다.

[최룡해/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4월 14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고 나라의 전반 사업을지도하는 국가의 최고직책에 높이 모심으로 하여..."]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면서 최고 대표자라는 칭호를 새로 붙였습니다.

군 수식어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바꾸는 등 김 위원장의 대내외 위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인민의 대표자이지, 어떤 지역의 어떤 대표로 뽑힌 이런 부분이 아니다라는 측면이 강한 것 같고, 공화국 무력이라고 했을 때는 군대를 포함한 북한 전체 전반의 어떤 무력을 대표하는 최고사령관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조금 확대된 측면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권 2기 진용을 갖춘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 결속에 나선 가운데, 북미 대화 돌파구까지 탐색전은 더 길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미정상회담 뒤 북한과 미국 두 정상 모두 3차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양측의 비핵화 방법론 차이는 더욱 뚜렷해 졌는데요.

북미 다른 계산법 속에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미정상회담 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3차 북미회담 의지를 밝힌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 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이에 만 하루도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도 3차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비핵화 방법론과 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한 치의 양보가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지금껏 요구한 일괄타결식 해법을 버리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협상 시한은 올해 말로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핵무기와 제재가 없어지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며 일괄타결식 대북 접근법도 고수했습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기존의 일괄타결 협상 방식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기다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15일 : "빨리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관계이고, 제재도 그대로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그동안 고집해온 대미 협상안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먼저, 북한이 기존의 대북제재 완화 중심의 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4월 12일 :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게 오히려 미국에는 제제의 효용성을 확인해 준 셈인데, 북한도 제재 완화를 요구해서는 더 이상 협상을 끌고 가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겁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북한이 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다른 행동조치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때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미 행정부 입장을 고려해 군사적 상응조치보다 한 단계 낮은 차원의 요구를 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리용호/북한 외무상/3월 1일/하노이 기자회견 :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기한 것입니다."]

미국이 이를 거부한 만큼, 협상 재개를 원한다면 군사 분야 등에서 더 근본적인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일종의 종전선언이라든가 그다음에 한미군사훈련, 지금 상당히 축소되어 있지만 소규모의 훈련도 한반도에서 진행하지 않는 것을 얘기할거 같고요. 그렇다면 일종의 북미협상에서 셈법은 상당히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비핵화 협상의 큰 틀 포괄적 로드맵을 형성할 것인가 그 문제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전처럼 정상 간 대화, 톱다운 방식으로 직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무협상 부진으로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무협상을 통해 협의를 매듭지은 다음 정상회담을 열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만약에 북미 간에 이런 두 번의 실패가 연속된다면 상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타격이 되기 때문에, 폼페이오와 김영철의 고위급 회담 속에서 비핵화의 큰 틀이 완성되고 그리고 일정정도 북미 간 타협의 가능성 있는 조건들과 상황들이 만들어진 다음에 그다음에 정상회담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공개 제안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4월 15일/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 "북한의 형편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한 매체는 남북 관계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모든 것을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눈치만 본다며 비난하던 것에서 나아가 남측에 당사자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제의에 응할지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에 필요한 장비의 대북 반출을 승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언급한 후 이행된 조치인데, 북한의 호응이 관건입니다.

북한 국보 제122호인 만월대는 개성 송악산에 위치한 고려시대 궁궐터입니다.

2007년부터 공동 발굴 사업이 시작됐지만,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가 반복돼 왔습니다.

이번 유엔안보리의 면제 승인에 따라, 유물 발굴과 복원에 필요한 중장비들의 대북 반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 : "정부는 만월대 공동발굴사업이 조속히 재개되어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북 간 협력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은 북측의 무응답에 우리 군 단독으로 실시하고 있는 데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논의할 남북 적십자 회담도 아직 답보 상태입니다.

북미 대화가 원활해야 남북관계도 진전이 가능한 만큼, 여러 물밑 접촉을 통해 추동력을 확보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무철/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대미 협상의 어떤 전략을 마련한 후에나 남북 정상회담이나 이런 거에 응할 것으로 저는 보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북한과의 어떤 계속 일관되게 그리고 계속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함과 동시에 대북특사 파견 같은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된다고 저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미 협상이 냉기류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며 본격적인 우군 확보에 들어갔습니다.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북제재 고삐를 조이기 위해 러시아를 찾은 가운데, 비핵화 디테일을 위한 북미 간 샅바싸움은 한반도 주변 강국들에 대한 외교전으로 더욱 확대되는 분위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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