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새집증후군 제거 서비스…효과 있다? 없다?

입력 2019.04.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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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봄 이사 철,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은 '새집증후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피해 사례와 과학적 근거가 널리 알려지면서 관련 대책을 세우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실내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집증후군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전문 업체들도 등장해 성업 중이다.

다만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마다 시공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시공 면적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업체와 서비스 종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많게는 수십만 원이 들다 보니 새집증후군 해결 서비스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 갈무리.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 갈무리.

업체들은 '100% 친환경 약품 사용', `새집증후군 완벽 해소', '특허받은 공법' 등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서비스는 정말 충분히 효과적일까?

서비스의 핵심은 유해물질 제거

새집증후군은 페인트, 접착제, 벽지, 단열재 등 각종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해 거주자들이 건강상의 문제나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신축건물에서 나타나며 헌 집이라 해도 리모델링을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놓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250~300가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VOCs)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여기에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톨루엔, 클로로포름 같은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VOC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눈과 호흡기, 피부,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고농도 상황에서는 간과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경각심이 높아졌다. VOCs 외에도 라돈 등 방사성 물질과 곰팡이·진드기 같은 생물학적 오염물질도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체들은 다양한 공법을 통해 이런 실내 유해물질의 80~90% 이상을 제거한다고 강조한다.

업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오존기를 가동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플라즈마를 이용해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방식, 친환경 촉매제나 피톤치드 용액을 분사하는 방식, 유해물질 발산을 막기 위해 전용코팅제를 바르는 방식 등이 주로 쓰인다. 작업 방식에 따라 대개 하루에서 4일 정도 소요되는데, 작업 후 간이 측정기로 측정한 공기질 수치를 확인시켜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업체들의 설명대로 수일간 진행되는 작업으로 정말 새집증후군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단기적 효과 '가능' 장기적 효과는 '글쎄'

많은 업체가 자사 방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시험성적서와 특허증을 제시하며 타사보다 더 믿을만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제거에 효과적', '아토피 예방에 탁월한 공법', '친환경 물질을 이용한 인체에 무해한 공법' 등 특정 물질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점과 친환경·무독성이라는 점을 주로 내세운다.

생활환경·실내공기질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공법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방출되는데 업체들의 서비스는 길어야 수일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은 3~5년 정도는 계속해서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3년간 추적 조사해 발표한 '공동주택 오염도 변화추이 파악을 위한 시계열 조사 연구'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의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은 입주 후 3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전 오염물질은 톨루엔 〉아세톤 〉부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농도 순으로 검출됐고 입주 후 36개월까지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아세톤 〉자일렌 순으로 검출됐다. 입주 후 36개월 후에는 톨루엔이 입주 전에 비해 80%, 포름알데히드는 65% 정도가 감소했다. 톨루엔, 에틸벤젠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입주 7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약 50%가 감소했고 28개월 이후부터는 80% 이상 감소해 안정화됐다.

포름알데히드는 입주 19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50% 이하로 감소했고 31개월 이후부터 60% 이상 감소하는 등 감소 속도가 다른 물질에 비해 가장 느렸다. 가구 접착제와 단열재 등에 주로 함유돼 있는 포름알데히드는 제품 틈새를 통해 서서히 방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전보다 입주 후 2개월까지는 오염물질 농도가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입주자들이 실내를 개조하거나 새 가구와 생활용품을 들인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온·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일시적으로 오염도가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온·습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은 수년에 걸쳐 방출되고 계절적 요인이나 리모델링, 새 가구를 들이는 등의 변수에 따라 농도 변화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업체들의 공법은 검증되거나 표준화된 방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염물질을 완전히 없애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당장 느끼는 체감도를 떨어지게 하거나 단기적 효과를 거두는 정도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공법을 써도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단박에 완전히 제거할 순 없다는 뜻이다.


유해물질 제거에 또 다른 물질 사용?…부작용 우려도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존이나 피톤치드 용액, 성분이 공개되지 않은 특수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은 물론 오존이나 피톤치드 용액이 새집증후군 유발의 주범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공인되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여러 업체가 화학적 유해물질 분해능력과 살균 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유로 오존을 이용하고 있지만, 오존이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심한 점막 자극과 폐기종 유발 등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띠게 된다.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오존 농도를 0.06ppm 이하로 권장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저농도로 사용하면 기대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오존을 사용할 경우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하늘 높은 곳에서는 이롭지만, 사람 주변에서는 해롭다'는 말로 오존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오존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작업하고, 작업 후에는 충분히 환기를 시킨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오존이 수백 가지에 달하는 유해물질과 반응해 유해한 2차 부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PA는 오존이 실내 공기 오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공중보건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농도에서 오존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제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오존이 실내 오염물질과 반응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린다는 점, 반대로 쉽게 반응할 수 있는 여러 물질에 대해서는 그 반응 과정에서 유해한 2차 부산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 일산화탄소와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실내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건강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고농도의 오존이 필요하지만 남겨진 화학 부산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톤치드의 VOCs 제거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지만, 살균이나 항균, 항취, 방충 효과는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들이 사업 초기 피톤치드 용액을 새집증후군을 해결하는 주역으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피톤치드 처리를 주 공법이 아닌, 일종의 마무리용 서비스로 제공하는 추세다.

류정민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새집증후군 전문업체들이 사용하는 공법은 공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용매를 쓰는 건 또 다른 오염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욱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도 "최대한 검증된 방법을 쓰는 게 좋은데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특히 화학적·생물학적 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은 2차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확실하고 공인된 새집증후군 예방책은?

전문가들은 "베이크아웃과 환기야말로 새집증후군을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믿을만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는 우리 환경부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공인된 방식이다. 단순 환기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공인된 방법은 베이크아웃(Bake-out)과 플러시아웃(Flush-out)으로 불리는 환기법이다.

베이크아웃은 말 그대로 건물을 뜨겁게 달궈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밀폐상태에서 실내 온도를 30도 후반에서 40도까지 올려 8시간 이상 유지한 뒤 2시간 이상 환기하면 된다. 고온에서 각종 건축자재에 내포된 오염물질이 더 활발하게 배출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환경부는 적어도 이 작업을 3회 이상 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년에 걸쳐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주는 게 가장 좋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처럼 난방을 틀어 베이크아웃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하루 3번 이상 30분 이상씩 환기하는 습관만 들여도 큰 도움이 된다.

환경부-주택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 내용 중.환경부-주택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 내용 중.

플러시아웃은 대형 팬이나 환기설비를 이용해 신선한 외부공기를 실내로 대량 유입시켜 오염물질을 외부로 신속하게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실내온도 16도 이상, 상대습도 60% 이하로 유지하며 실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어서 베이크아웃에 비해 일반 가정에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방책은 오염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거나 새 가구를 들일 때 `환경 마크'나 `HB 마크'를 획득한 친환경 자재·제품을 이용하면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건축자재의 환경성은 HB 마크 〉환경마크 〉실내표지 순으로 높다.

박은혜 환경부 생활환경과 사무관은 "베이크아웃을 지속적으로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더불어 오염물질 방출량이 적은 건축자재를 이용하면 배출량 자체를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나 공기정화 식물, 숯 등의 흡착제를 이용하는 건 부수적인 방책이다.

실내 공기질 제고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에서 발간한 '주택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가구의 유해물질 방출량이 일반 가구에 비해 월등히 낮다.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가구의 유해물질 방출량이 일반 가구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서비스 이용은 소비자 판단의 문제

결국, 새집증후군 해소 서비스를 이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소비자 판단에 달려 있다.

단기적 효과를 바라는 소비자라면 자신의 환경에 맞는 업체와 서비스를 택하면 된다. 일부 업체는 이런 점을 의식해 아예 "한 해에 한 번씩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공법에 대한 검증이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다만, 화학물질 처리를 위주로 하는 업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새집증후군 관련 업종은 서비스업이라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시공 방식과 제품 성분 등을 따로 인증하거나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뜻이다. 수년 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부가 서비스업체를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과 현실적 한계 등을 이유로 공론화되진 못했다.

박은혜 사무관은 "그렇다고 서비스 이용의 득이 크냐, 실이 크냐에 대한 판단을 소비자에게 다 맡길 순 없다."면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동안 소비자는 과대·과장광고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욱 부소장은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보다 업자들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하는 행정적 조치나 규정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며 관련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렇다 보니 일단 소비자 스스로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제거에 사실상 `왕도'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고, 특히 단시간에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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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새집증후군 제거 서비스…효과 있다? 없다?
    • 입력 2019-04-21 07:01:14
    팩트체크K
본격적인 봄 이사 철,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은 '새집증후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피해 사례와 과학적 근거가 널리 알려지면서 관련 대책을 세우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실내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집증후군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전문 업체들도 등장해 성업 중이다.

다만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마다 시공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시공 면적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업체와 서비스 종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많게는 수십만 원이 들다 보니 새집증후군 해결 서비스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 갈무리.
업체들은 '100% 친환경 약품 사용', `새집증후군 완벽 해소', '특허받은 공법' 등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서비스는 정말 충분히 효과적일까?

서비스의 핵심은 유해물질 제거

새집증후군은 페인트, 접착제, 벽지, 단열재 등 각종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해 거주자들이 건강상의 문제나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신축건물에서 나타나며 헌 집이라 해도 리모델링을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놓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250~300가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VOCs)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여기에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톨루엔, 클로로포름 같은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VOC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눈과 호흡기, 피부,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고농도 상황에서는 간과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경각심이 높아졌다. VOCs 외에도 라돈 등 방사성 물질과 곰팡이·진드기 같은 생물학적 오염물질도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체들은 다양한 공법을 통해 이런 실내 유해물질의 80~90% 이상을 제거한다고 강조한다.

업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오존기를 가동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플라즈마를 이용해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방식, 친환경 촉매제나 피톤치드 용액을 분사하는 방식, 유해물질 발산을 막기 위해 전용코팅제를 바르는 방식 등이 주로 쓰인다. 작업 방식에 따라 대개 하루에서 4일 정도 소요되는데, 작업 후 간이 측정기로 측정한 공기질 수치를 확인시켜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업체들의 설명대로 수일간 진행되는 작업으로 정말 새집증후군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단기적 효과 '가능' 장기적 효과는 '글쎄'

많은 업체가 자사 방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시험성적서와 특허증을 제시하며 타사보다 더 믿을만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제거에 효과적', '아토피 예방에 탁월한 공법', '친환경 물질을 이용한 인체에 무해한 공법' 등 특정 물질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점과 친환경·무독성이라는 점을 주로 내세운다.

생활환경·실내공기질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공법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방출되는데 업체들의 서비스는 길어야 수일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은 3~5년 정도는 계속해서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3년간 추적 조사해 발표한 '공동주택 오염도 변화추이 파악을 위한 시계열 조사 연구'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의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은 입주 후 3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전 오염물질은 톨루엔 〉아세톤 〉부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농도 순으로 검출됐고 입주 후 36개월까지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아세톤 〉자일렌 순으로 검출됐다. 입주 후 36개월 후에는 톨루엔이 입주 전에 비해 80%, 포름알데히드는 65% 정도가 감소했다. 톨루엔, 에틸벤젠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입주 7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약 50%가 감소했고 28개월 이후부터는 80% 이상 감소해 안정화됐다.

포름알데히드는 입주 19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50% 이하로 감소했고 31개월 이후부터 60% 이상 감소하는 등 감소 속도가 다른 물질에 비해 가장 느렸다. 가구 접착제와 단열재 등에 주로 함유돼 있는 포름알데히드는 제품 틈새를 통해 서서히 방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전보다 입주 후 2개월까지는 오염물질 농도가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입주자들이 실내를 개조하거나 새 가구와 생활용품을 들인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온·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일시적으로 오염도가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온·습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은 수년에 걸쳐 방출되고 계절적 요인이나 리모델링, 새 가구를 들이는 등의 변수에 따라 농도 변화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업체들의 공법은 검증되거나 표준화된 방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염물질을 완전히 없애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당장 느끼는 체감도를 떨어지게 하거나 단기적 효과를 거두는 정도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공법을 써도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단박에 완전히 제거할 순 없다는 뜻이다.


유해물질 제거에 또 다른 물질 사용?…부작용 우려도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존이나 피톤치드 용액, 성분이 공개되지 않은 특수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은 물론 오존이나 피톤치드 용액이 새집증후군 유발의 주범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공인되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여러 업체가 화학적 유해물질 분해능력과 살균 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유로 오존을 이용하고 있지만, 오존이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심한 점막 자극과 폐기종 유발 등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띠게 된다.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오존 농도를 0.06ppm 이하로 권장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저농도로 사용하면 기대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오존을 사용할 경우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하늘 높은 곳에서는 이롭지만, 사람 주변에서는 해롭다'는 말로 오존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오존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작업하고, 작업 후에는 충분히 환기를 시킨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오존이 수백 가지에 달하는 유해물질과 반응해 유해한 2차 부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PA는 오존이 실내 공기 오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공중보건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농도에서 오존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제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오존이 실내 오염물질과 반응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린다는 점, 반대로 쉽게 반응할 수 있는 여러 물질에 대해서는 그 반응 과정에서 유해한 2차 부산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 일산화탄소와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실내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건강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고농도의 오존이 필요하지만 남겨진 화학 부산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톤치드의 VOCs 제거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지만, 살균이나 항균, 항취, 방충 효과는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들이 사업 초기 피톤치드 용액을 새집증후군을 해결하는 주역으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피톤치드 처리를 주 공법이 아닌, 일종의 마무리용 서비스로 제공하는 추세다.

류정민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새집증후군 전문업체들이 사용하는 공법은 공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용매를 쓰는 건 또 다른 오염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욱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도 "최대한 검증된 방법을 쓰는 게 좋은데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특히 화학적·생물학적 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은 2차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확실하고 공인된 새집증후군 예방책은?

전문가들은 "베이크아웃과 환기야말로 새집증후군을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믿을만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는 우리 환경부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공인된 방식이다. 단순 환기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공인된 방법은 베이크아웃(Bake-out)과 플러시아웃(Flush-out)으로 불리는 환기법이다.

베이크아웃은 말 그대로 건물을 뜨겁게 달궈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밀폐상태에서 실내 온도를 30도 후반에서 40도까지 올려 8시간 이상 유지한 뒤 2시간 이상 환기하면 된다. 고온에서 각종 건축자재에 내포된 오염물질이 더 활발하게 배출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환경부는 적어도 이 작업을 3회 이상 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년에 걸쳐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주는 게 가장 좋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처럼 난방을 틀어 베이크아웃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하루 3번 이상 30분 이상씩 환기하는 습관만 들여도 큰 도움이 된다.

환경부-주택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 내용 중.
플러시아웃은 대형 팬이나 환기설비를 이용해 신선한 외부공기를 실내로 대량 유입시켜 오염물질을 외부로 신속하게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실내온도 16도 이상, 상대습도 60% 이하로 유지하며 실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어서 베이크아웃에 비해 일반 가정에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방책은 오염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거나 새 가구를 들일 때 `환경 마크'나 `HB 마크'를 획득한 친환경 자재·제품을 이용하면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건축자재의 환경성은 HB 마크 〉환경마크 〉실내표지 순으로 높다.

박은혜 환경부 생활환경과 사무관은 "베이크아웃을 지속적으로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더불어 오염물질 방출량이 적은 건축자재를 이용하면 배출량 자체를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나 공기정화 식물, 숯 등의 흡착제를 이용하는 건 부수적인 방책이다.

실내 공기질 제고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에서 발간한 '주택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가구의 유해물질 방출량이 일반 가구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서비스 이용은 소비자 판단의 문제

결국, 새집증후군 해소 서비스를 이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소비자 판단에 달려 있다.

단기적 효과를 바라는 소비자라면 자신의 환경에 맞는 업체와 서비스를 택하면 된다. 일부 업체는 이런 점을 의식해 아예 "한 해에 한 번씩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공법에 대한 검증이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다만, 화학물질 처리를 위주로 하는 업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새집증후군 관련 업종은 서비스업이라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시공 방식과 제품 성분 등을 따로 인증하거나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뜻이다. 수년 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부가 서비스업체를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과 현실적 한계 등을 이유로 공론화되진 못했다.

박은혜 사무관은 "그렇다고 서비스 이용의 득이 크냐, 실이 크냐에 대한 판단을 소비자에게 다 맡길 순 없다."면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동안 소비자는 과대·과장광고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욱 부소장은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보다 업자들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하는 행정적 조치나 규정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며 관련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렇다 보니 일단 소비자 스스로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제거에 사실상 `왕도'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고, 특히 단시간에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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