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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왜 그걸 몰랐을까?…‘인사검증’을 검증한다
입력 2019.04.22 (17:56) 수정 2019.04.22 (19:14) 취재K
청와대는 왜 그걸 몰랐을까?…‘인사검증’을 검증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공직자 15명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습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여당도 이번 기회에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하자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개선 방향은 동상이몽입니다. 한국당은 대통령의 임명강행 권한을 제한하자는 생각이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정책검증을 강화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 인사청문회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유하자면, 인사청문회는 일종의 품평회입니다. 식탁에 오른 메뉴를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애당초 메뉴가 잘못 선정된다면? 품평 절차를 아무리 고쳐본들 격조 있는 품평은 어려울 겁니다. 인사청문회가 품평회라면, 메뉴 선정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입니다.

메뉴 선정, 즉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난 가장 최근 사례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결정적 낙마 사유가 됐던 '해적 학회' 참석 문제를 청와대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 없다'는 조 후보자의 말을 믿었다고 청와대는 자인했습니다.

인사청문회 개선도 중요하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도 함께 따져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철저한 비공개입니다. 인사청문회는 생중계돼 후보자든 청문위원이든 잘잘못이 드러나지만, 인사검증은 누가 무엇을 왜 놓쳤는지 외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비밀에 부쳐진 인사검증 절차를 최대한 재구성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인사검증 실무를 담당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을 취재했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모 부처의 장관이 공석이 됐습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시작됩니다. 출발은 인사수석실입니다. 인사수석실은 경력과 자질, 전문성 등을 고려해 예비후보자 물색에 나섭니다. 그리고 예비후보자를 압축합니다. 보통 3배수, 많으면 5배수 정도로 추립니다.

이제 추려진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는 민정수석실이 나섭니다. 인사수석실이 '능력'을 더 본다면, 민정수석실은 '도덕성'을 더 보는 셈입니다. 민정수석실 기능이 총동원돼 이른바 '신상털기식' 검증을 시작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① 자료검증

검증 대상이 되면 가장 우선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검증 대상에 오르면 곧바로 청와대에서 연락이 간다고 합니다. 65쪽 분량이지만, 작성 시한은 1~2일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속도전입니다.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첫 페이지. 정권마다 질문 항목이 다소 조정돼 지금은 65쪽 분량, 186개 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첫 페이지. 정권마다 질문 항목이 다소 조정돼 지금은 65쪽 분량, 186개 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

검증 대상자가 질문서를 제출하면, 진위를 따지는 일은 공직기강비서관 산하 인사검증팀의 몫입니다. 국세청과 금감원, 감사원, 경찰, 검찰, 병무청, 기무사 등 10여 개 기관의 전산망을 조회합니다. 관료 출신일 경우 해당 부처의 감사관실도 동원됩니다. 자료를 '크로스체크' 해가며 검증 대상자에게 추가 소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인사검증팀은 청와대 인사검증 작업의 중추입니다. 각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연합군입니다. 파견자의 신원은 모두 비공개. 사무실도 청와대 경내에 있지 않고, 서울 삼청동 감사원 인근에 있습니다. 최종 절차인 검증보고서도 여기서 작성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② 평판검증

자료검증은 꼼꼼히 진행되지만, 자료는 어디까지나 자료일 뿐입니다. 때로는 문서에 안 담기는 무형의 정보가 더 중요합니다. 그간 낙마했던 고위공직 후보자 상당수가 자료에 안 담긴 제보나 첩보에 결정타를 맞았습니다. '발로 뛰는' 정보 수집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평판검증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함께 합니다. 민정수석실 직제상 경찰과 국정원 등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정보관과 국정원 연락관 등이 검증 대상자의 '세평'을 수집합니다. 재직 중 비위는 없는지, 업무 능력은 충분한지, 동료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합니다. 이는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인사검증팀에 전달됩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의 인재 DB도 동원됐습니다. 이른바 '존안 자료'라고 부르는 국정원의 공식 자료입니다. 국정원법은 대통령령인「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 등에 대해 신원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신원조사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둔 자료입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존안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개혁의 하나로 평판검증 실무에서도 빠졌습니다. 지금은 경찰청 정보국이 평판검증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보량이 과거보다 상당히 줄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③ 검증보고서 및 최종판단

자료검증과 평판검증, 두 방향의 검증이 마무리되면 인사검증팀은 검증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수집한 '팩트'와 함께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함께 적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단계별로 적격 여부를 명시합니다. 과거의 한 정부 당시에는 문제없음 - 다소 부담 - 부담 - 문제있음, 4단계 평가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최종판단만 남습니다. 검증 대상자를 후보자로 낙점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무적 사고'의 영역입니다. 부담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멈출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현 청와대는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추천위가 이 역할을 맡는다고 하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의 몫입니다.

■ 비공개와 비밀 우선주의, 부작용은?

일련의 검증 과정을 되짚어 볼까요. 업무에 참여하는 공무원은 수십 명입니다. 국가 전산망이 동원됩니다. 분명 정부의 공적인 업무입니다. 그런데도 명확한 근거 법률이 없습니다. 그럼 뭘 근거로 이런 일을 하는가? 청와대 내규입니다. 내규 내용은 비공개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확실히 하는 것이 관건이지, 근거법이 있는지가 중요한가? 이렇게 반론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이 없어도 물샐 틈 없는 검증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과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국가의 사무는 자의적이기 십상입니다. 검증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검증의 기간, 강도, 결과 처리 등이 오락가락할 수 있습니다.


고위 공직의 무게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인사검증과 인사청문회의 역할도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명확한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입니다. 언제까지나 계속 권력의 선의에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 청와대는 왜 그걸 몰랐을까?…‘인사검증’을 검증한다
    • 입력 2019.04.22 (17:56)
    • 수정 2019.04.22 (19:14)
    취재K
청와대는 왜 그걸 몰랐을까?…‘인사검증’을 검증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공직자 15명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습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여당도 이번 기회에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하자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개선 방향은 동상이몽입니다. 한국당은 대통령의 임명강행 권한을 제한하자는 생각이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정책검증을 강화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 인사청문회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유하자면, 인사청문회는 일종의 품평회입니다. 식탁에 오른 메뉴를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애당초 메뉴가 잘못 선정된다면? 품평 절차를 아무리 고쳐본들 격조 있는 품평은 어려울 겁니다. 인사청문회가 품평회라면, 메뉴 선정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입니다.

메뉴 선정, 즉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난 가장 최근 사례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결정적 낙마 사유가 됐던 '해적 학회' 참석 문제를 청와대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 없다'는 조 후보자의 말을 믿었다고 청와대는 자인했습니다.

인사청문회 개선도 중요하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도 함께 따져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철저한 비공개입니다. 인사청문회는 생중계돼 후보자든 청문위원이든 잘잘못이 드러나지만, 인사검증은 누가 무엇을 왜 놓쳤는지 외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비밀에 부쳐진 인사검증 절차를 최대한 재구성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인사검증 실무를 담당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을 취재했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모 부처의 장관이 공석이 됐습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시작됩니다. 출발은 인사수석실입니다. 인사수석실은 경력과 자질, 전문성 등을 고려해 예비후보자 물색에 나섭니다. 그리고 예비후보자를 압축합니다. 보통 3배수, 많으면 5배수 정도로 추립니다.

이제 추려진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는 민정수석실이 나섭니다. 인사수석실이 '능력'을 더 본다면, 민정수석실은 '도덕성'을 더 보는 셈입니다. 민정수석실 기능이 총동원돼 이른바 '신상털기식' 검증을 시작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① 자료검증

검증 대상이 되면 가장 우선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검증 대상에 오르면 곧바로 청와대에서 연락이 간다고 합니다. 65쪽 분량이지만, 작성 시한은 1~2일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속도전입니다.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첫 페이지. 정권마다 질문 항목이 다소 조정돼 지금은 65쪽 분량, 186개 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첫 페이지. 정권마다 질문 항목이 다소 조정돼 지금은 65쪽 분량, 186개 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

검증 대상자가 질문서를 제출하면, 진위를 따지는 일은 공직기강비서관 산하 인사검증팀의 몫입니다. 국세청과 금감원, 감사원, 경찰, 검찰, 병무청, 기무사 등 10여 개 기관의 전산망을 조회합니다. 관료 출신일 경우 해당 부처의 감사관실도 동원됩니다. 자료를 '크로스체크' 해가며 검증 대상자에게 추가 소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인사검증팀은 청와대 인사검증 작업의 중추입니다. 각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연합군입니다. 파견자의 신원은 모두 비공개. 사무실도 청와대 경내에 있지 않고, 서울 삼청동 감사원 인근에 있습니다. 최종 절차인 검증보고서도 여기서 작성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② 평판검증

자료검증은 꼼꼼히 진행되지만, 자료는 어디까지나 자료일 뿐입니다. 때로는 문서에 안 담기는 무형의 정보가 더 중요합니다. 그간 낙마했던 고위공직 후보자 상당수가 자료에 안 담긴 제보나 첩보에 결정타를 맞았습니다. '발로 뛰는' 정보 수집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평판검증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함께 합니다. 민정수석실 직제상 경찰과 국정원 등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정보관과 국정원 연락관 등이 검증 대상자의 '세평'을 수집합니다. 재직 중 비위는 없는지, 업무 능력은 충분한지, 동료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합니다. 이는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인사검증팀에 전달됩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의 인재 DB도 동원됐습니다. 이른바 '존안 자료'라고 부르는 국정원의 공식 자료입니다. 국정원법은 대통령령인「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 등에 대해 신원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신원조사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둔 자료입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존안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개혁의 하나로 평판검증 실무에서도 빠졌습니다. 지금은 경찰청 정보국이 평판검증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보량이 과거보다 상당히 줄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BH 인사검증은 이렇게③ 검증보고서 및 최종판단

자료검증과 평판검증, 두 방향의 검증이 마무리되면 인사검증팀은 검증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수집한 '팩트'와 함께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함께 적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단계별로 적격 여부를 명시합니다. 과거의 한 정부 당시에는 문제없음 - 다소 부담 - 부담 - 문제있음, 4단계 평가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최종판단만 남습니다. 검증 대상자를 후보자로 낙점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무적 사고'의 영역입니다. 부담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멈출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현 청와대는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추천위가 이 역할을 맡는다고 하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의 몫입니다.

■ 비공개와 비밀 우선주의, 부작용은?

일련의 검증 과정을 되짚어 볼까요. 업무에 참여하는 공무원은 수십 명입니다. 국가 전산망이 동원됩니다. 분명 정부의 공적인 업무입니다. 그런데도 명확한 근거 법률이 없습니다. 그럼 뭘 근거로 이런 일을 하는가? 청와대 내규입니다. 내규 내용은 비공개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확실히 하는 것이 관건이지, 근거법이 있는지가 중요한가? 이렇게 반론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이 없어도 물샐 틈 없는 검증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과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국가의 사무는 자의적이기 십상입니다. 검증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검증의 기간, 강도, 결과 처리 등이 오락가락할 수 있습니다.


고위 공직의 무게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인사검증과 인사청문회의 역할도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명확한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입니다. 언제까지나 계속 권력의 선의에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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