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장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의 기막힌 갑질

입력 2019.04.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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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라벌고등학교

●매년 바뀌는 교장…두 달 교장도 있어

1년 마다 교장이 바뀌고, 6주에 한 명꼴로 교직원이 퇴사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라벌고등학교입니다.

'교장이 파리 목숨이다' '3개월 이상 있는 교직원을 못 봤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교장 임용 내역, 행정실 재직 직원 내역‘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교장 임용 내역, 행정실 재직 직원 내역

감사보고서를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라벌고 교장은 10번 바뀌었습니다. 짧게는 두 달만 하고 그만둔 교장도 있었습니다. 교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보장된 4년을 채운 사람은커녕 절반인 2년을 한 교장은 2004년 이후 딱 1명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서라벌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학교 이사장이 원인이라고 지목합니다. 현재 서라벌고 재단 '동진학원'의 이사장 김 모 씨는 2001년부터 이사로 있었습니다.

서라벌고 관계자들은 한번 이사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당한 업무 지시, 중징계, 해고를 당한다고 말합니다. 행정실 직원에게 청소업무 지시를 한다든가 '머리카락 만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서라벌고 이사장의 지시 내용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서라벌고 이사장의 지시 내용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예산권·인사권 휘둘러 '내 맘대로’

이사장은 학교 인사권과 예산권을 맘대로 휘둘렀습니다.

이사장은 교장과 교감에게 학교 업무의 거의 모든 것을 보고하도록 지시합니다. 입시 지도부터 급식,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가정통신문까지 세세한 일정을 보고받습니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학교의 운영 권한은 교장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장은 사학법을 무시하고 교장 업무까지 간섭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교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때 이사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도를 넘습니다. 정규직 교직원에게 "다음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일방 통보를 하거나, 최종 면접 때 지원자 부모를 데려오게 해 면접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예산 안 줘 학교운영 파행…올해는 교사 채용으로 수업 파행

이사장의 예산승인 거부로 인한 학교운영 차질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이사장의 예산승인 거부로 인한 학교운영 차질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이사장의 횡포는 학교 운영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해 이사장은 개학을 앞둔 서라벌고 예산안 승인을 거부합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돼도 학교에 돈이 없는 상황이 두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학교에 A4 용지가 떨어지고, 시험용 OMR 카드 부족을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냉난방기 수리를 할 돈이 없어 감기 걸린 학생이 조퇴하고, 화장실 문을 고칠 돈도 없었습니다.

올해 이사장은 교사 채용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기간제 교사 채용을 12번이나 최종 단계에서 취소했습니다. 결국, 3월 개학을 한 이후에도 교사 6명을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없는 경우가 생기고, 시간표가 2~3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섰습니다. 감사 결과, 교육청은 이사장에 대해 학교장 권한 침해 등의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같은 행태를 반복하면 이사 승인 취소를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라벌고등학교 재단인 '동진학원'은 현재 이사장은 해외 출장으로 인터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추후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라벌고를 둘러싼 학교의 파행과 이사장의 갑질,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잠시 후 'KBS 뉴스9'에서 영상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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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교장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의 기막힌 갑질
    • 입력 2019-04-22 18:01:09
    취재K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매년 바뀌는 교장…두 달 교장도 있어

1년 마다 교장이 바뀌고, 6주에 한 명꼴로 교직원이 퇴사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라벌고등학교입니다.

'교장이 파리 목숨이다' '3개월 이상 있는 교직원을 못 봤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교장 임용 내역, 행정실 재직 직원 내역
감사보고서를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라벌고 교장은 10번 바뀌었습니다. 짧게는 두 달만 하고 그만둔 교장도 있었습니다. 교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보장된 4년을 채운 사람은커녕 절반인 2년을 한 교장은 2004년 이후 딱 1명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서라벌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학교 이사장이 원인이라고 지목합니다. 현재 서라벌고 재단 '동진학원'의 이사장 김 모 씨는 2001년부터 이사로 있었습니다.

서라벌고 관계자들은 한번 이사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당한 업무 지시, 중징계, 해고를 당한다고 말합니다. 행정실 직원에게 청소업무 지시를 한다든가 '머리카락 만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서라벌고 이사장의 지시 내용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예산권·인사권 휘둘러 '내 맘대로’

이사장은 학교 인사권과 예산권을 맘대로 휘둘렀습니다.

이사장은 교장과 교감에게 학교 업무의 거의 모든 것을 보고하도록 지시합니다. 입시 지도부터 급식,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가정통신문까지 세세한 일정을 보고받습니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학교의 운영 권한은 교장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장은 사학법을 무시하고 교장 업무까지 간섭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교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때 이사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도를 넘습니다. 정규직 교직원에게 "다음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일방 통보를 하거나, 최종 면접 때 지원자 부모를 데려오게 해 면접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예산 안 줘 학교운영 파행…올해는 교사 채용으로 수업 파행

이사장의 예산승인 거부로 인한 학교운영 차질 (출처: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
이사장의 횡포는 학교 운영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해 이사장은 개학을 앞둔 서라벌고 예산안 승인을 거부합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돼도 학교에 돈이 없는 상황이 두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학교에 A4 용지가 떨어지고, 시험용 OMR 카드 부족을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냉난방기 수리를 할 돈이 없어 감기 걸린 학생이 조퇴하고, 화장실 문을 고칠 돈도 없었습니다.

올해 이사장은 교사 채용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기간제 교사 채용을 12번이나 최종 단계에서 취소했습니다. 결국, 3월 개학을 한 이후에도 교사 6명을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없는 경우가 생기고, 시간표가 2~3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섰습니다. 감사 결과, 교육청은 이사장에 대해 학교장 권한 침해 등의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같은 행태를 반복하면 이사 승인 취소를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라벌고등학교 재단인 '동진학원'은 현재 이사장은 해외 출장으로 인터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추후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라벌고를 둘러싼 학교의 파행과 이사장의 갑질,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잠시 후 'KBS 뉴스9'에서 영상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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