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정치 얘기 하지마”?…의원들 말문 막힌 사연

입력 2019.04.22 (20:08) 수정 2019.04.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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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얘기 하지 마세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학부모의 발언입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회의원에게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학부모들은 왜 정치 얘기를 거부했을까요?

22일 오전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토론회가 지연되자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 얘기 좀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고 반발했습니다. 교육 정책 토론회인 만큼 정책과 관련된 논의에 집중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곽 의원은 "자사고와 관련된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딸도 부산외고 일어과를 2년 중퇴했다"며 다시 한 번 문다혜 씨를 언급했지만, 학부모들은 "그냥 하지 마라"며 반감을 재차 나타냈고, 결국 곽 의원은 "잘 알겠다"며 발언을 중단하고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이 "곽상도 의원이 한 말은 다른 게 아니라 정부의 고위공직자 자녀 중 자사고, 특목고 출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내로남불' 자세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며 곽 의원 대신 발언 취지를 설명했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토론 안 하나? 정치는 국회에서 해"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한 뒤에도 토론은 곧바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부모들은 또다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연단에 올라서자 한 학부모는 "토론 안 하나? 정치는 국회에서 하라"고 재촉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도중에도 "토론회를 언제 하느냐"는 학부모의 목소리들이 나왔고, 나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토론을 빨리하길 원하시는데 설명을 하고, 같이 토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나경원 "자사고 폐지 막을 방법 검토"에 박수 쏟아져

이어진 발언에서 나 원내대표는 자사고를 왜 존속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자사고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교육정책인데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간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때 입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학부모들의 큰 호응과 박수가 나왔습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교육위원들 전부와 어머님들이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의원들과 타원형 미팅처럼 토론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에선 환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끝까지 듣고 가야" 발제자도 쓴소리

발제자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도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대표도, 원내대표도 왔지만 정말 관심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본인이 듣는 것과 보좌관이 적어서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썰물처럼 의원들이 빠져나가는 데 유감"이라며 "국회에서 열리는 모든 토론회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엔 학부모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은 황 대표와 교육위원들이 계속해서 착석해 있는데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오전 10시에 토론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발제하러 왔는데 저한테 참고인에게 따지듯이 말을 하느냐"고 응수했고, 학부모들도 "맞습니다"라며 이 변호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결국, 이 변호사가 "참석한 의원들에 대해 발언과 관련해 송구하다"며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몇 차례 중단됐던 토론은 재개될 수 있었습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대표는 "그동안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국회의원 이 사람, 저 사람 나와 발언을 하면 (토론)시간을 많이 빼앗겨, 여야를 막론하고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토론회나 세미나 도중 퇴장하면 힘이 빠지고 속이 상한다"며 "끝까지 정말 관심을 갖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쓴소리 덕분인지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 6명이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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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20:08:30
    • 수정2019-04-22 20:32:01
    취재K
"정치 얘기 하지 마세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학부모의 발언입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회의원에게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학부모들은 왜 정치 얘기를 거부했을까요?

22일 오전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토론회가 지연되자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 얘기 좀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고 반발했습니다. 교육 정책 토론회인 만큼 정책과 관련된 논의에 집중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곽 의원은 "자사고와 관련된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딸도 부산외고 일어과를 2년 중퇴했다"며 다시 한 번 문다혜 씨를 언급했지만, 학부모들은 "그냥 하지 마라"며 반감을 재차 나타냈고, 결국 곽 의원은 "잘 알겠다"며 발언을 중단하고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이 "곽상도 의원이 한 말은 다른 게 아니라 정부의 고위공직자 자녀 중 자사고, 특목고 출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내로남불' 자세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며 곽 의원 대신 발언 취지를 설명했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토론 안 하나? 정치는 국회에서 해"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한 뒤에도 토론은 곧바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부모들은 또다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연단에 올라서자 한 학부모는 "토론 안 하나? 정치는 국회에서 하라"고 재촉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도중에도 "토론회를 언제 하느냐"는 학부모의 목소리들이 나왔고, 나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토론을 빨리하길 원하시는데 설명을 하고, 같이 토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나경원 "자사고 폐지 막을 방법 검토"에 박수 쏟아져

이어진 발언에서 나 원내대표는 자사고를 왜 존속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자사고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교육정책인데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간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때 입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학부모들의 큰 호응과 박수가 나왔습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교육위원들 전부와 어머님들이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의원들과 타원형 미팅처럼 토론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에선 환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끝까지 듣고 가야" 발제자도 쓴소리

발제자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도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대표도, 원내대표도 왔지만 정말 관심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본인이 듣는 것과 보좌관이 적어서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썰물처럼 의원들이 빠져나가는 데 유감"이라며 "국회에서 열리는 모든 토론회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엔 학부모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22일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은 황 대표와 교육위원들이 계속해서 착석해 있는데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오전 10시에 토론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발제하러 왔는데 저한테 참고인에게 따지듯이 말을 하느냐"고 응수했고, 학부모들도 "맞습니다"라며 이 변호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결국, 이 변호사가 "참석한 의원들에 대해 발언과 관련해 송구하다"며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몇 차례 중단됐던 토론은 재개될 수 있었습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 판결 후 되짚어 보는 문재인 정부 자사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대표는 "그동안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국회의원 이 사람, 저 사람 나와 발언을 하면 (토론)시간을 많이 빼앗겨, 여야를 막론하고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토론회나 세미나 도중 퇴장하면 힘이 빠지고 속이 상한다"며 "끝까지 정말 관심을 갖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쓴소리 덕분인지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 6명이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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