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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만드는 사람들 ‘콜텍, 4464일의 기록’
입력 2019.04.23 (07:00) 수정 2019.04.23 (08:02) 취재K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 ‘콜텍, 4464일의 기록’
콜텍, 9차 교섭 끝에 합의

콜텍 노동자들과 사측이 드디어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9차 교섭 끝에 이뤄진 합의입니다. 잠정합의안에는 해고자 복직과 해고자 유감 표명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합의안에 따라 다음달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이 복직하게 됩니다. 또,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이 지급됩니다.

이제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중순입니다. 지난 4,464일, 무려 13년의 세월 동안 고단함을 버텨냈던 조합원들에게도 봄바람은 찾아왔습니다. 4,464일 동안 계속됐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습니다.

콜텍 노동자들 합의콜텍 노동자들 합의

콜텍, '기타를 만듭니다.'

콜트악기와 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기타가 무려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미국의 펜더기타에 상당부분을 OEM으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즐겨듣는 기타 선율은 상당 부분 콜텍 노동자들의 열정과 헌신의 값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낸 기타를 만드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당시 7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던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7년부터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차렸습니다. 기타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노동으로 회사는 성장했지만, 정작 기타를 만들었던 250여 명의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노동자들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11월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의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회사에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과 재상고 기각 등을 거쳐 2014년 최종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 판결의 뒷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이 석연치 않은 판결에 누군가의 삶은 송두리째 뒤흔들렸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지만, 콜텍 노동자들은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투쟁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 음악으로 싸우다

고단한 투쟁의 시간 속에서도 연대의 아름다움은 빛났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나선 겁니다. 처음에는 라이브 클럽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뮤지션들이 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콜트콜텍수요문화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보답하듯 콜텍 노동자들도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 밴드', 일명 '콜밴'을 만든 겁니다. 신대철 씨를 비롯한 국내 외 유명 뮤지션들도 <기타 레전드,기타 노동자를 만나다> 등 콘서트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하나 되어 음악으로 힘을 얻고 연대했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계속해나갔습니다.

투쟁의 13년....그 끝

투쟁은 13년이나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8년 10월 14일 한강 망원지구의 송전탑에서는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거했다가 강제로 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인근 지회장은 지난 2일 콜텍 본사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임재춘 조합원은 42일동안 단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잠정 합의서가 마련됐습니다. 합의서에 노사가 싸인을 마친 뒤, 조합원들이 합의서를 들고 단식 중인 임재춘 조합원을 찾았습니다. 임 조합원은 합의서를 보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 뭐 종이때기 하나밖에 아니잖아요. 이거 받으려고 13년을 기다렸습니다"

임재춘 조합원임재춘 조합원

콜텍 투쟁의 13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KTX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에 이어 '재판거래' 리스트에 올랐던 사업장 중 세 번째 복직입니다. 노사는 오늘(23일)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정식 서명을 할 예정입니다.
  •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 ‘콜텍, 4464일의 기록’
    • 입력 2019.04.23 (07:00)
    • 수정 2019.04.23 (08:02)
    취재K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 ‘콜텍, 4464일의 기록’
콜텍, 9차 교섭 끝에 합의

콜텍 노동자들과 사측이 드디어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9차 교섭 끝에 이뤄진 합의입니다. 잠정합의안에는 해고자 복직과 해고자 유감 표명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합의안에 따라 다음달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이 복직하게 됩니다. 또,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이 지급됩니다.

이제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중순입니다. 지난 4,464일, 무려 13년의 세월 동안 고단함을 버텨냈던 조합원들에게도 봄바람은 찾아왔습니다. 4,464일 동안 계속됐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습니다.

콜텍 노동자들 합의콜텍 노동자들 합의

콜텍, '기타를 만듭니다.'

콜트악기와 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기타가 무려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미국의 펜더기타에 상당부분을 OEM으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즐겨듣는 기타 선율은 상당 부분 콜텍 노동자들의 열정과 헌신의 값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낸 기타를 만드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당시 7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던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7년부터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차렸습니다. 기타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노동으로 회사는 성장했지만, 정작 기타를 만들었던 250여 명의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노동자들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11월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의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회사에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과 재상고 기각 등을 거쳐 2014년 최종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 판결의 뒷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이 석연치 않은 판결에 누군가의 삶은 송두리째 뒤흔들렸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지만, 콜텍 노동자들은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투쟁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 음악으로 싸우다

고단한 투쟁의 시간 속에서도 연대의 아름다움은 빛났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나선 겁니다. 처음에는 라이브 클럽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뮤지션들이 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콜트콜텍수요문화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보답하듯 콜텍 노동자들도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 밴드', 일명 '콜밴'을 만든 겁니다. 신대철 씨를 비롯한 국내 외 유명 뮤지션들도 <기타 레전드,기타 노동자를 만나다> 등 콘서트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하나 되어 음악으로 힘을 얻고 연대했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계속해나갔습니다.

투쟁의 13년....그 끝

투쟁은 13년이나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8년 10월 14일 한강 망원지구의 송전탑에서는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거했다가 강제로 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인근 지회장은 지난 2일 콜텍 본사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임재춘 조합원은 42일동안 단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잠정 합의서가 마련됐습니다. 합의서에 노사가 싸인을 마친 뒤, 조합원들이 합의서를 들고 단식 중인 임재춘 조합원을 찾았습니다. 임 조합원은 합의서를 보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 뭐 종이때기 하나밖에 아니잖아요. 이거 받으려고 13년을 기다렸습니다"

임재춘 조합원임재춘 조합원

콜텍 투쟁의 13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KTX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에 이어 '재판거래' 리스트에 올랐던 사업장 중 세 번째 복직입니다. 노사는 오늘(23일)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정식 서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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