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발령은 불법, 국가가 배상”…하급심이 ‘양승태 대법원’ 판결 뒤집어

입력 2019.04.23 (15:50) 수정 2019.04.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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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당시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는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김 모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조치 1호는 헌법의 근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 등에 비춰봤을 때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1호에 의한 수사와 재판 등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해 대통령의 의무를 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이 위법 행위에 해당하고, 김 씨 등이 긴급조치 1호에 의한 수사와 재판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상, 수사기관이 김 씨 등을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가혹행위를 했는지와 관계 없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는 김 씨 등을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동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개개인의 권리에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면서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현행법상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 씨 등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 1월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되자,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철회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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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조치 발령은 불법, 국가가 배상”…하급심이 ‘양승태 대법원’ 판결 뒤집어
    • 입력 2019-04-23 15:50:40
    • 수정2019-04-23 17:47:33
    사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당시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는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김 모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조치 1호는 헌법의 근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 등에 비춰봤을 때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1호에 의한 수사와 재판 등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해 대통령의 의무를 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이 위법 행위에 해당하고, 김 씨 등이 긴급조치 1호에 의한 수사와 재판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상, 수사기관이 김 씨 등을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가혹행위를 했는지와 관계 없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는 김 씨 등을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동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개개인의 권리에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면서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현행법상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 씨 등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 1월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되자,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철회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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