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각서 쓰는 교장, ‘부모면접’ 보는 직원

입력 2019.04.23 (18:29) 수정 2019.04.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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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사장에게 각서 쓰는 교장…명퇴 신청이 거부되기도
‘전날 해고’에 ‘부모 면접’까지
학교법인, 보도 직전 입장 보내…“학교법인이 학교 사정 잘 알 수 없어”

서라벌고 교장이 학교법인 이사장 김 모 씨에게 제출한 각서입니다. 관련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서라벌고 교장을 역임했던 관계자는 당시 교장과 학교는 뚜렷한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학교에서 추경예산을 신청했지만, 학교법인에서 심의를 안 해줬어요. 그런데 그 잘못을 교장에게 물었고, 결국 각서를 쓰게 했어요." (교장 출신 관계자 A씨)

교장 출신 관계자는 매번 이런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교장들도 각서를 썼다고 했습니다. 다른 교장 출신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추경 예산을 받을 때 교장이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이사장에게 제출했다고 답했습니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웠어요. 하지만 이게 생업인데 나이도 있는데 다른 데 갈 수도 없고…" (교장 출신 관계자 A씨)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학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교장 출신 관계자 B씨)

‘KBS 뉴스 9’ 교장은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님의 기막힌 ‘갑질’‘KBS 뉴스 9’ 교장은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님의 기막힌 ‘갑질’

●명퇴 신청도 반려…"'테스트하는가?'라는 생각 들어"

명예퇴직 신청마저 반려된 교장도 있습니다. 2017년 말 당시 서라벌고 교장이었던 C씨는 기한에 맞춰 명예퇴직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습니다.

통상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학교법인에서는 학교 징계와 형사 사건 연루 등 8가지 부적격 사유만 확인해 교육청에 명단과 서류 등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부적격 사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사장 직무대행은 "'테스트하는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명예퇴직 신청을 허락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어 "교장이 명예퇴직 의지가 확고하다는 건 알았지만, 우리 법인에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명예퇴직 신청 반려 이유를 설명합니다.

해당 교장은 명예퇴직을 못 했습니다. 이후 학교 예산안 통과가 안 돼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 교장은 의원면직 형태로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교장이 학교를 떠나고 나서, 학교법인은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년 동안 교직원 17명 해고되거나 학교 떠나

교직원들도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2년간 그만두거나 해고당한 교직원은 17명입니다.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합니다.


"이사장실에서 면담했는데, 그냥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고 집에서 대기하라면서 해고가 이뤄졌어요. 정규직 전환이 되고 임명장도 받았는데 '수습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교직원 C씨)
"너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머리카락 만지는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어요." (전 교직원 D씨)

타당한 해고 사유를 듣지 못했고, 해고통보도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행정실 전 직원들은 주장합니다. 이들은 이사장 마음에 안 들어서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라벌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행정실 직원들이 보통 3개월 만에 교체되고, 이 때문에 크고 작은 행정업무 사고가 잦았다고 말합니다.

●'부모 면접'까지 진행한 학교

서라벌고 교직원들은 취업하기 위해 '부모 면접'까지 보기도 했습니다.


이사장이 참석한 이른바 '부모 면접'에서 지원자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웠느냐? 자녀에 대해 자랑해봐라."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결혼을 한 지원자도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했습니다. '부모 면접' 때문에 환갑여행까지 취소하고 온 부모님도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했어요. 취업하는 데 부모님까지 오게 했다고 저를 자책했어요." (전 교직원 E씨)
"제가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어요. 자괴감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학교 관계자는 "부모 면접을 보는 게 '학교 전통'이다. 인사권은 학교 고유 권한이고 동의한 것 아니냐?"고 답하더라고요." (전 교직원 F씨)

●보도 직전에 입장문 보내…교장·교직원 사직은 자발적으로 이뤄져

서라벌고의 학교법인인 동진학원은 처음에 "이사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주요 의혹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주 수요일(17일) 이후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잘 닿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상에 예고 기사가 나간 뒤, 'KBS 뉴스9'에 리포트가 나가기 7분 전, 법인으로부터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담은 문서를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학교 법인은 교장과 행정실 직원의 잦은 교체에 대해 "모두 해당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임용권자는 규정에 따라 면직처분을 했을 뿐이다"고 답했습니다.

또 '부모님 면접'과 산행은 각각 1번씩 진행했으며, 최종 면접 후 오리엔테이션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학교 예산 통과 지연에 대해선 행정절차를 준수해 예산안 제출을 요청했으며, 여러 가지 미비점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시한을 넘기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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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각서 쓰는 교장, ‘부모면접’ 보는 직원
    • 입력 2019-04-23 18:29:15
    • 수정2019-04-23 18:29:21
    취재후·사건후
이사장에게 각서 쓰는 교장…명퇴 신청이 거부되기도<br />‘전날 해고’에 ‘부모 면접’까지<br />학교법인, 보도 직전 입장 보내…“학교법인이 학교 사정 잘 알 수 없어”
서라벌고 교장이 학교법인 이사장 김 모 씨에게 제출한 각서입니다. 관련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서라벌고 교장을 역임했던 관계자는 당시 교장과 학교는 뚜렷한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학교에서 추경예산을 신청했지만, 학교법인에서 심의를 안 해줬어요. 그런데 그 잘못을 교장에게 물었고, 결국 각서를 쓰게 했어요." (교장 출신 관계자 A씨)

교장 출신 관계자는 매번 이런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교장들도 각서를 썼다고 했습니다. 다른 교장 출신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추경 예산을 받을 때 교장이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이사장에게 제출했다고 답했습니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웠어요. 하지만 이게 생업인데 나이도 있는데 다른 데 갈 수도 없고…" (교장 출신 관계자 A씨)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학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교장 출신 관계자 B씨)

‘KBS 뉴스 9’ 교장은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님의 기막힌 ‘갑질’
●명퇴 신청도 반려…"'테스트하는가?'라는 생각 들어"

명예퇴직 신청마저 반려된 교장도 있습니다. 2017년 말 당시 서라벌고 교장이었던 C씨는 기한에 맞춰 명예퇴직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습니다.

통상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학교법인에서는 학교 징계와 형사 사건 연루 등 8가지 부적격 사유만 확인해 교육청에 명단과 서류 등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부적격 사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사장 직무대행은 "'테스트하는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명예퇴직 신청을 허락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어 "교장이 명예퇴직 의지가 확고하다는 건 알았지만, 우리 법인에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명예퇴직 신청 반려 이유를 설명합니다.

해당 교장은 명예퇴직을 못 했습니다. 이후 학교 예산안 통과가 안 돼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 교장은 의원면직 형태로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교장이 학교를 떠나고 나서, 학교법인은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년 동안 교직원 17명 해고되거나 학교 떠나

교직원들도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2년간 그만두거나 해고당한 교직원은 17명입니다.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합니다.


"이사장실에서 면담했는데, 그냥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고 집에서 대기하라면서 해고가 이뤄졌어요. 정규직 전환이 되고 임명장도 받았는데 '수습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교직원 C씨)
"너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머리카락 만지는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어요." (전 교직원 D씨)

타당한 해고 사유를 듣지 못했고, 해고통보도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행정실 전 직원들은 주장합니다. 이들은 이사장 마음에 안 들어서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라벌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행정실 직원들이 보통 3개월 만에 교체되고, 이 때문에 크고 작은 행정업무 사고가 잦았다고 말합니다.

●'부모 면접'까지 진행한 학교

서라벌고 교직원들은 취업하기 위해 '부모 면접'까지 보기도 했습니다.


이사장이 참석한 이른바 '부모 면접'에서 지원자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웠느냐? 자녀에 대해 자랑해봐라."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결혼을 한 지원자도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했습니다. '부모 면접' 때문에 환갑여행까지 취소하고 온 부모님도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했어요. 취업하는 데 부모님까지 오게 했다고 저를 자책했어요." (전 교직원 E씨)
"제가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어요. 자괴감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학교 관계자는 "부모 면접을 보는 게 '학교 전통'이다. 인사권은 학교 고유 권한이고 동의한 것 아니냐?"고 답하더라고요." (전 교직원 F씨)

●보도 직전에 입장문 보내…교장·교직원 사직은 자발적으로 이뤄져

서라벌고의 학교법인인 동진학원은 처음에 "이사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주요 의혹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주 수요일(17일) 이후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잘 닿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상에 예고 기사가 나간 뒤, 'KBS 뉴스9'에 리포트가 나가기 7분 전, 법인으로부터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담은 문서를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학교 법인은 교장과 행정실 직원의 잦은 교체에 대해 "모두 해당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임용권자는 규정에 따라 면직처분을 했을 뿐이다"고 답했습니다.

또 '부모님 면접'과 산행은 각각 1번씩 진행했으며, 최종 면접 후 오리엔테이션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학교 예산 통과 지연에 대해선 행정절차를 준수해 예산안 제출을 요청했으며, 여러 가지 미비점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시한을 넘기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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