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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차병원 사고에도 국회는 왜 응답이 없을까?
입력 2019.04.24 (07:01) 취재K
수술실 CCTV 의무화…차병원 사고에도 국회는 왜 응답이 없을까?
지난 18일 분당 차병원 의사 2명이 신생아 사망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들은 2016년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가 사망했을 때 의료기록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태어난 아기를 받아든 의사가 아기와 함께 수술실 바닥에 넘어지면서 아기에게 두개골 골절과 출혈 흔적이 생겼지만, 병원은 아기를 떨어트린 사실을 숨겼습니다. 관련 기록도 감췄고,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했습니다.

수술실에 CCTV가 있었다면 의사가 아기를 떨어트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지 못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협회 등이 국회 앞에서 100일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100일째 되는 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환자단체협회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하라” 국회 앞 촉구

의무화 법안 2015년 한 차례 발의됐지만, 논의도 못 하고 폐기

환자단체가 원하는,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였던 지난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조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최 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의료사고 문제와 대리수술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면 개선될 수 있겠다 싶어 법안을 발의했었다"면서 "하지만 의사협회의 반대가 심했고, 여야 의원들도 이 법안에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없습니다. 이번에 차병원 신생아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법안 발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국회의원들에 직접 물어보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단체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습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9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민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수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데도 입법화 움직임은 왜 더디기만 한 걸까요? 그래서 KBS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2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조사 결과 더디기만 한 입법 상황을 반영하듯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보건복지위 위원은 손혜원 의원(무소속)과 약사 출신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 단 2명뿐이었습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의사 출신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의원은 22명의 복지위원 중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무응답 2명을 제외한 17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사안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부분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의료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보건복지위 보좌관은 "찬반이 굉장히 뚜렷하고 특정 이해집단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직능단체의 반대가 심한 경우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게 국회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의사협회 반대 이유는 '방어 수술'…"결국 환자에 피해”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논리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사들이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겁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의사들이 방어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고위험도 환자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수술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제대로 된 수술을 받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CCTV 영상이 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희박한 수술은 애초에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CCTV 때문에 소극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지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살리지 못한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입니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화면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화면

"수술실 CCTV가 멀리서 찍기 때문에 수술하는 내용이 보이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 같은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진 의사들도 있습니다. CCTV 설치 방식에 따라서는 의사협회가 걱정하는 방어수술 우려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의 경우 수술실에 설치된 CCTV는 수술실 한켠에서 수술실 전경을 찍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의료원 정일용 원장은 "수술실 CCTV가 멀리서 찍기 때문에 수술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내용은 보이지가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나 숫자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여서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같은 것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CCTV가 무서워서 방어수술을 하는 의사가 속출하고, 그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거고, 이렇게 멀리서 찍기만 해도 대리수술이나 의료 사고 은폐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걸러낼 수 있다는 겁니다. 환자단체협회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의사협회의 우려는 해소할 수 있는 절충점인 셈입니다.

경기의료원, 다음 달부터 6개 병원에서 CCTV 확대 설치

경기의료원은 안성병원에서 CCTV 설치·운영이 성공적이었고 평가하고 안성병원 외에 수원병원, 의정부병원 등 다른 5개 의료원 소속 병원에서도 다음 달 중 수술실 CCTV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물론 경기의료원에서 운영 중인 CCTV 방식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협회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회는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 수술실 CCTV 의무화…차병원 사고에도 국회는 왜 응답이 없을까?
    • 입력 2019.04.24 (07:01)
    취재K
수술실 CCTV 의무화…차병원 사고에도 국회는 왜 응답이 없을까?
지난 18일 분당 차병원 의사 2명이 신생아 사망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들은 2016년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가 사망했을 때 의료기록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태어난 아기를 받아든 의사가 아기와 함께 수술실 바닥에 넘어지면서 아기에게 두개골 골절과 출혈 흔적이 생겼지만, 병원은 아기를 떨어트린 사실을 숨겼습니다. 관련 기록도 감췄고,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했습니다.

수술실에 CCTV가 있었다면 의사가 아기를 떨어트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지 못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협회 등이 국회 앞에서 100일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100일째 되는 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환자단체협회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하라” 국회 앞 촉구

의무화 법안 2015년 한 차례 발의됐지만, 논의도 못 하고 폐기

환자단체가 원하는,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였던 지난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조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최 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의료사고 문제와 대리수술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면 개선될 수 있겠다 싶어 법안을 발의했었다"면서 "하지만 의사협회의 반대가 심했고, 여야 의원들도 이 법안에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없습니다. 이번에 차병원 신생아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법안 발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국회의원들에 직접 물어보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단체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습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9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민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수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데도 입법화 움직임은 왜 더디기만 한 걸까요? 그래서 KBS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2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조사 결과 더디기만 한 입법 상황을 반영하듯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보건복지위 위원은 손혜원 의원(무소속)과 약사 출신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 단 2명뿐이었습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의사 출신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의원은 22명의 복지위원 중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무응답 2명을 제외한 17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사안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부분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의료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보건복지위 보좌관은 "찬반이 굉장히 뚜렷하고 특정 이해집단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직능단체의 반대가 심한 경우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게 국회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의사협회 반대 이유는 '방어 수술'…"결국 환자에 피해”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논리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사들이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겁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의사들이 방어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고위험도 환자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수술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제대로 된 수술을 받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CCTV 영상이 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희박한 수술은 애초에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CCTV 때문에 소극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지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살리지 못한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입니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화면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화면

"수술실 CCTV가 멀리서 찍기 때문에 수술하는 내용이 보이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 같은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진 의사들도 있습니다. CCTV 설치 방식에 따라서는 의사협회가 걱정하는 방어수술 우려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의 경우 수술실에 설치된 CCTV는 수술실 한켠에서 수술실 전경을 찍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의료원 정일용 원장은 "수술실 CCTV가 멀리서 찍기 때문에 수술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내용은 보이지가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나 숫자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여서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같은 것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CCTV가 무서워서 방어수술을 하는 의사가 속출하고, 그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거고, 이렇게 멀리서 찍기만 해도 대리수술이나 의료 사고 은폐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걸러낼 수 있다는 겁니다. 환자단체협회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의사협회의 우려는 해소할 수 있는 절충점인 셈입니다.

경기의료원, 다음 달부터 6개 병원에서 CCTV 확대 설치

경기의료원은 안성병원에서 CCTV 설치·운영이 성공적이었고 평가하고 안성병원 외에 수원병원, 의정부병원 등 다른 5개 의료원 소속 병원에서도 다음 달 중 수술실 CCTV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물론 경기의료원에서 운영 중인 CCTV 방식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협회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회는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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