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에 웃고 ‘양성’에 울고…박유천 잡은 마약 검사

입력 2019.04.25 (10:05) 수정 2019.04.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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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 씨는 '음성'에 웃었다가 '양성'에 울고 말았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어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했던 박 씨는 소변으로 한 마약 간이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면서 수사를 지켜보자는 여론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발과 다리털로 한 정밀 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면서 박 씨는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기극'을 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국내 마약 검사 기술은 2017년 기준 1만 4천여 명의 마약 사범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변 검사 결과는 2시간 이내 통보
마약 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에서 담당한다. 국과수 본원에는 모발정밀연구실과 마약연구실이 있는데, 모발정밀연구실에서는 모발을 활용한 마약 검사를, 마약연구실에서는 소변이나 혈액을 활용한 마약 검사를 한다.

소변은 예비실험과 확인실험을 거치는데 예비실험 결과는 '마약류 예비실험결과 One-Step 통보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2시간 안에 경찰에게 통보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약 간이검사가 이 예비실험이다.

소변 검사로는 길게는 최근 2주 동안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마약을 투약한 지 2주가 넘었다면 소변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유천 씨도 소변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왔는데, 경찰은 박 씨가 올해 2~3월 무렵에 필로폰을 투약한 걸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예비실험결과 통보시스템 개요도’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예비실험결과 통보시스템 개요도’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

마약은 반드시 몸에 흔적을 남긴다
최근 황하나 씨, 하일 씨(미국명 로버트 할리), 박유천 씨의 마약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체모 제모와 모발 염색·탈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황 씨는 경찰의 마약 수사 선상에 올랐을 무렵 모발 염색과 커트를 반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 씨는 과거 제모를 하고 경찰 조사에 응해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결국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박 씨 역시 최근 머리카락 염색과 탈색을 반복했다. 실제로 박 씨는 머리카락에서는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박 씨는 다리털을 제외한 온몸의 털을 모두 제모했는데,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나와 덜미를 잡혔다.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탈색하면 마약 성분이 옅어질 수도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마약 성분은 머리카락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몸에 난 털에는 마약 성분이 무조건 남는다. 머리카락은 상대적으로 자라는 속도가 일정해 투약 시점까지 추정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부위 털은 이런 장점만 없을 뿐 마약 성분이 남는 건 똑같다.

다리털로 마약 투약이 적발된 건 박 씨만이 아니다. 2012년 부산에서는 머리카락과 눈썹, 겨드랑이털 등 온몸의 털을 제모한 남성이 마약 혐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제모한 사실을 알고 온몸을 살펴서 다리에 새긴 문신 속에 남아있는 다리털을 돋보기를 활용해 채취했고, 국과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실험 장면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실험 장면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마약 검사는 세계적 수준
체모 중에서도 마약 검사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과거에는 개인 식별과 중금속 중독 여부 판별에 주로 이용됐는데, 1980년대 이후부터 마약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국과수에서는 2012년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을 활용한 프로포폴 분석법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합성 대마류의 분석법, 2014년에는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의 분석법을 도입했다. 현재 머리카락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약물은 100여 종에 달한다.

국과수는 2011년 머리카락 마약 검사에 쓰는 시약을 개발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머리카락에서 필로폰 성분을 측정해낼 수 있게 돕는 시약인데, 국제적으로 20억 원대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국과수의 마약·대마초 검사 실적은 2007년에는 8,532건이었는데, 2014년에 1만 1738건으로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었다. 2017년에는 1만 6488건으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기준 1만 4123명으로, 2년 연속 1만 4천 명 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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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5 10:05:01
    • 수정2019-04-25 10:05:29
    취재K
마약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 씨는 '음성'에 웃었다가 '양성'에 울고 말았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어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했던 박 씨는 소변으로 한 마약 간이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면서 수사를 지켜보자는 여론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발과 다리털로 한 정밀 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면서 박 씨는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기극'을 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국내 마약 검사 기술은 2017년 기준 1만 4천여 명의 마약 사범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변 검사 결과는 2시간 이내 통보
마약 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에서 담당한다. 국과수 본원에는 모발정밀연구실과 마약연구실이 있는데, 모발정밀연구실에서는 모발을 활용한 마약 검사를, 마약연구실에서는 소변이나 혈액을 활용한 마약 검사를 한다.

소변은 예비실험과 확인실험을 거치는데 예비실험 결과는 '마약류 예비실험결과 One-Step 통보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2시간 안에 경찰에게 통보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약 간이검사가 이 예비실험이다.

소변 검사로는 길게는 최근 2주 동안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마약을 투약한 지 2주가 넘었다면 소변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유천 씨도 소변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왔는데, 경찰은 박 씨가 올해 2~3월 무렵에 필로폰을 투약한 걸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예비실험결과 통보시스템 개요도’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
마약은 반드시 몸에 흔적을 남긴다
최근 황하나 씨, 하일 씨(미국명 로버트 할리), 박유천 씨의 마약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체모 제모와 모발 염색·탈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황 씨는 경찰의 마약 수사 선상에 올랐을 무렵 모발 염색과 커트를 반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 씨는 과거 제모를 하고 경찰 조사에 응해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결국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박 씨 역시 최근 머리카락 염색과 탈색을 반복했다. 실제로 박 씨는 머리카락에서는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박 씨는 다리털을 제외한 온몸의 털을 모두 제모했는데,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나와 덜미를 잡혔다.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탈색하면 마약 성분이 옅어질 수도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마약 성분은 머리카락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몸에 난 털에는 마약 성분이 무조건 남는다. 머리카락은 상대적으로 자라는 속도가 일정해 투약 시점까지 추정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부위 털은 이런 장점만 없을 뿐 마약 성분이 남는 건 똑같다.

다리털로 마약 투약이 적발된 건 박 씨만이 아니다. 2012년 부산에서는 머리카락과 눈썹, 겨드랑이털 등 온몸의 털을 제모한 남성이 마약 혐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제모한 사실을 알고 온몸을 살펴서 다리에 새긴 문신 속에 남아있는 다리털을 돋보기를 활용해 채취했고, 국과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 실험 장면 [국과수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마약 검사는 세계적 수준
체모 중에서도 마약 검사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과거에는 개인 식별과 중금속 중독 여부 판별에 주로 이용됐는데, 1980년대 이후부터 마약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국과수에서는 2012년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을 활용한 프로포폴 분석법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합성 대마류의 분석법, 2014년에는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의 분석법을 도입했다. 현재 머리카락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약물은 100여 종에 달한다.

국과수는 2011년 머리카락 마약 검사에 쓰는 시약을 개발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머리카락에서 필로폰 성분을 측정해낼 수 있게 돕는 시약인데, 국제적으로 20억 원대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국과수의 마약·대마초 검사 실적은 2007년에는 8,532건이었는데, 2014년에 1만 1738건으로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었다. 2017년에는 1만 6488건으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기준 1만 4123명으로, 2년 연속 1만 4천 명 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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