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하는 미국 언론의 속내
입력 2019.04.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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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방문 시 의자에서 힘겹게 일어나는 시 주석의 모습.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에 주목한 美 월스트리트 저널(WSJ)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단 근거로 지난달 25일 프랑스 방문 당시 걷는 모습 동영상을 유료 기사에 링크해 놨는데 유난히 절룩이는 모습이 부각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 주석은 월스트리트 기사가 보도된 날 진행 중인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서도 낯빛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도 좀 더 찐 것 같고, 몸도 기우뚱해 보인다. 진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한 나라 정상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 국가 원수의 해외 순방 시 경호원들이 용변까지 거둬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물며 시 주석의 건강상태를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취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과거 모습과 비교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 주석의 걸음걸이와 자세는 예전부터 그랬다?
당장 시 주석의 지난해 공식 행사 모습 동영상을 살펴봤더니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약간 절룩이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파나마 방문 당시를 보면 특히 오른발이 밖으로 벌어져 더 불편해 보인다. 2016년 11월 칠레 방문 당시도 그랬고, 2013년 7월 국가 주석이 얼마 되지 않아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최소한 지난달 유럽 방문 때부터 걸음걸이가 갑자기 불편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가까이서 여러 차례 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출신 한 인사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시 주석의 걸음걸이는 원래 좀 절룩이는 모양입니다. 머리도 좀 삐딱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머리를 조금씩 흔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왜, 이 시점에 걸음걸이 하나만 갖고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것일까?
미국 언론들, 7년 전에도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
비슷한 일이 7년 전에도 있었다. 2012년 9월 5일, 차기 중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 격인 18차 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당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그러자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장 먼저 '시진핑 부주석 부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뉴욕 타임즈는 '심장 발작설'을 보도했고, 로이터는 '운동 중 부상설'을 보도했으며, 급기야 일부 홍콩 매체들은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상하이방과의 권력 암투로 인한 '총격설', '교통사고설'까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 기자가 "시진핑 부주석이 도대체 살아 있기는 한 겁니까?"라는 질문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2주 만에 공식 석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건강 이상설'은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중국 권력 교체기 공산당 내부의 치열한 계파 간 권력다툼이 부각됐다. 부패와의 전쟁 명분으로 이뤄진 정적들에 대한 숙청과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장쩌민 전 주석을 위시한 상하이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국 인민들 모르게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공산당 권력 교체의 실체를 드러내는 부수 효과를 거둔 것이다.
결국, 시진핑 1인 독재 비판이 목적
이번에 제기된 건강 이상설도 마찬가지다. 미국 언론이 시 주석의 건강을 진짜로 염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끌어들인 소재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의 부제가 "중국 지도자의 건강이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고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링크된 "시진핑이 어떻게 십 년 만에 최고 강력한 지도자가 됐는가?"하는 동영상은 그야말로 시 주석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여러 요인을 들었는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이 모든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비판이다. 중국 정치학자 윌리 램은 아주 재치 있는 표현을 했다. "He(President Xi) is also known as chairman of everything." 이처럼 미국 언론이 제기하는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늘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왜 하필 이때냐는 의문은 남는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성격도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버티고 있다. 이미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의 선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가 보도된 날은 공교롭게도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60개 나라 대표단을 초청해 대규모 해상 열병식을 열어 해군력을 과시했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선두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오늘부터 '신(新)실크로드' 일대일로 회의를 주재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7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으로 모였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의 경제 공동체를 추진 중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미국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에 주목한 美 월스트리트 저널(WSJ)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단 근거로 지난달 25일 프랑스 방문 당시 걷는 모습 동영상을 유료 기사에 링크해 놨는데 유난히 절룩이는 모습이 부각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 주석은 월스트리트 기사가 보도된 날 진행 중인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서도 낯빛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도 좀 더 찐 것 같고, 몸도 기우뚱해 보인다. 진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한 나라 정상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 국가 원수의 해외 순방 시 경호원들이 용변까지 거둬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물며 시 주석의 건강상태를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취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과거 모습과 비교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 주석의 걸음걸이와 자세는 예전부터 그랬다?
당장 시 주석의 지난해 공식 행사 모습 동영상을 살펴봤더니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약간 절룩이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파나마 방문 당시를 보면 특히 오른발이 밖으로 벌어져 더 불편해 보인다. 2016년 11월 칠레 방문 당시도 그랬고, 2013년 7월 국가 주석이 얼마 되지 않아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최소한 지난달 유럽 방문 때부터 걸음걸이가 갑자기 불편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가까이서 여러 차례 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출신 한 인사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시 주석의 걸음걸이는 원래 좀 절룩이는 모양입니다. 머리도 좀 삐딱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머리를 조금씩 흔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왜, 이 시점에 걸음걸이 하나만 갖고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것일까?
2012년 9월 당시 시 주석 건강 이상설 보도 기사
미국 언론들, 7년 전에도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
비슷한 일이 7년 전에도 있었다. 2012년 9월 5일, 차기 중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 격인 18차 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당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그러자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장 먼저 '시진핑 부주석 부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뉴욕 타임즈는 '심장 발작설'을 보도했고, 로이터는 '운동 중 부상설'을 보도했으며, 급기야 일부 홍콩 매체들은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상하이방과의 권력 암투로 인한 '총격설', '교통사고설'까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 기자가 "시진핑 부주석이 도대체 살아 있기는 한 겁니까?"라는 질문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2주 만에 공식 석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건강 이상설'은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중국 권력 교체기 공산당 내부의 치열한 계파 간 권력다툼이 부각됐다. 부패와의 전쟁 명분으로 이뤄진 정적들에 대한 숙청과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장쩌민 전 주석을 위시한 상하이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국 인민들 모르게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공산당 권력 교체의 실체를 드러내는 부수 효과를 거둔 것이다.
WSJ은 과거 지도자들에 비해 시 주석의 직함이 훨씬 더 많아진 점을 지적했다.
결국, 시진핑 1인 독재 비판이 목적
이번에 제기된 건강 이상설도 마찬가지다. 미국 언론이 시 주석의 건강을 진짜로 염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끌어들인 소재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의 부제가 "중국 지도자의 건강이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고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링크된 "시진핑이 어떻게 십 년 만에 최고 강력한 지도자가 됐는가?"하는 동영상은 그야말로 시 주석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여러 요인을 들었는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이 모든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비판이다. 중국 정치학자 윌리 램은 아주 재치 있는 표현을 했다. "He(President Xi) is also known as chairman of everything." 이처럼 미국 언론이 제기하는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늘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왜 하필 이때냐는 의문은 남는다.
창정(長征)10호 핵 잠수함에 탑재된 쥐랑-2A 미사일은 사거리가 미국 본토에 미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성격도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버티고 있다. 이미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의 선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가 보도된 날은 공교롭게도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60개 나라 대표단을 초청해 대규모 해상 열병식을 열어 해군력을 과시했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선두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오늘부터 '신(新)실크로드' 일대일로 회의를 주재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7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으로 모였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의 경제 공동체를 추진 중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미국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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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리포트]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하는 미국 언론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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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25 10:17:53
프랑스 방문 시 의자에서 힘겹게 일어나는 시 주석의 모습.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에 주목한 美 월스트리트 저널(WSJ)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단 근거로 지난달 25일 프랑스 방문 당시 걷는 모습 동영상을 유료 기사에 링크해 놨는데 유난히 절룩이는 모습이 부각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 주석은 월스트리트 기사가 보도된 날 진행 중인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서도 낯빛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도 좀 더 찐 것 같고, 몸도 기우뚱해 보인다. 진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한 나라 정상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 국가 원수의 해외 순방 시 경호원들이 용변까지 거둬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물며 시 주석의 건강상태를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취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과거 모습과 비교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 주석의 걸음걸이와 자세는 예전부터 그랬다?
당장 시 주석의 지난해 공식 행사 모습 동영상을 살펴봤더니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약간 절룩이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파나마 방문 당시를 보면 특히 오른발이 밖으로 벌어져 더 불편해 보인다. 2016년 11월 칠레 방문 당시도 그랬고, 2013년 7월 국가 주석이 얼마 되지 않아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최소한 지난달 유럽 방문 때부터 걸음걸이가 갑자기 불편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가까이서 여러 차례 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출신 한 인사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시 주석의 걸음걸이는 원래 좀 절룩이는 모양입니다. 머리도 좀 삐딱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머리를 조금씩 흔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왜, 이 시점에 걸음걸이 하나만 갖고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것일까?
미국 언론들, 7년 전에도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
비슷한 일이 7년 전에도 있었다. 2012년 9월 5일, 차기 중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 격인 18차 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당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그러자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장 먼저 '시진핑 부주석 부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뉴욕 타임즈는 '심장 발작설'을 보도했고, 로이터는 '운동 중 부상설'을 보도했으며, 급기야 일부 홍콩 매체들은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상하이방과의 권력 암투로 인한 '총격설', '교통사고설'까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 기자가 "시진핑 부주석이 도대체 살아 있기는 한 겁니까?"라는 질문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2주 만에 공식 석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건강 이상설'은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중국 권력 교체기 공산당 내부의 치열한 계파 간 권력다툼이 부각됐다. 부패와의 전쟁 명분으로 이뤄진 정적들에 대한 숙청과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장쩌민 전 주석을 위시한 상하이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국 인민들 모르게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공산당 권력 교체의 실체를 드러내는 부수 효과를 거둔 것이다.
결국, 시진핑 1인 독재 비판이 목적
이번에 제기된 건강 이상설도 마찬가지다. 미국 언론이 시 주석의 건강을 진짜로 염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끌어들인 소재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의 부제가 "중국 지도자의 건강이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고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링크된 "시진핑이 어떻게 십 년 만에 최고 강력한 지도자가 됐는가?"하는 동영상은 그야말로 시 주석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여러 요인을 들었는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이 모든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비판이다. 중국 정치학자 윌리 램은 아주 재치 있는 표현을 했다. "He(President Xi) is also known as chairman of everything." 이처럼 미국 언론이 제기하는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늘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왜 하필 이때냐는 의문은 남는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성격도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버티고 있다. 이미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의 선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가 보도된 날은 공교롭게도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60개 나라 대표단을 초청해 대규모 해상 열병식을 열어 해군력을 과시했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선두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오늘부터 '신(新)실크로드' 일대일로 회의를 주재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7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으로 모였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의 경제 공동체를 추진 중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미국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에 주목한 美 월스트리트 저널(WSJ)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단 근거로 지난달 25일 프랑스 방문 당시 걷는 모습 동영상을 유료 기사에 링크해 놨는데 유난히 절룩이는 모습이 부각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 주석은 월스트리트 기사가 보도된 날 진행 중인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서도 낯빛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도 좀 더 찐 것 같고, 몸도 기우뚱해 보인다. 진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한 나라 정상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 국가 원수의 해외 순방 시 경호원들이 용변까지 거둬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물며 시 주석의 건강상태를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취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과거 모습과 비교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 주석의 걸음걸이와 자세는 예전부터 그랬다?
당장 시 주석의 지난해 공식 행사 모습 동영상을 살펴봤더니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약간 절룩이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파나마 방문 당시를 보면 특히 오른발이 밖으로 벌어져 더 불편해 보인다. 2016년 11월 칠레 방문 당시도 그랬고, 2013년 7월 국가 주석이 얼마 되지 않아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최소한 지난달 유럽 방문 때부터 걸음걸이가 갑자기 불편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가까이서 여러 차례 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출신 한 인사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시 주석의 걸음걸이는 원래 좀 절룩이는 모양입니다. 머리도 좀 삐딱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머리를 조금씩 흔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왜, 이 시점에 걸음걸이 하나만 갖고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것일까?
미국 언론들, 7년 전에도 시진핑 건강 이상설 제기
비슷한 일이 7년 전에도 있었다. 2012년 9월 5일, 차기 중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 격인 18차 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당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그러자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장 먼저 '시진핑 부주석 부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뉴욕 타임즈는 '심장 발작설'을 보도했고, 로이터는 '운동 중 부상설'을 보도했으며, 급기야 일부 홍콩 매체들은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상하이방과의 권력 암투로 인한 '총격설', '교통사고설'까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 기자가 "시진핑 부주석이 도대체 살아 있기는 한 겁니까?"라는 질문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2주 만에 공식 석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건강 이상설'은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중국 권력 교체기 공산당 내부의 치열한 계파 간 권력다툼이 부각됐다. 부패와의 전쟁 명분으로 이뤄진 정적들에 대한 숙청과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장쩌민 전 주석을 위시한 상하이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국 인민들 모르게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공산당 권력 교체의 실체를 드러내는 부수 효과를 거둔 것이다.
결국, 시진핑 1인 독재 비판이 목적
이번에 제기된 건강 이상설도 마찬가지다. 미국 언론이 시 주석의 건강을 진짜로 염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끌어들인 소재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의 부제가 "중국 지도자의 건강이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고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링크된 "시진핑이 어떻게 십 년 만에 최고 강력한 지도자가 됐는가?"하는 동영상은 그야말로 시 주석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여러 요인을 들었는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이 모든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비판이다. 중국 정치학자 윌리 램은 아주 재치 있는 표현을 했다. "He(President Xi) is also known as chairman of everything." 이처럼 미국 언론이 제기하는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늘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왜 하필 이때냐는 의문은 남는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성격도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버티고 있다. 이미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의 선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가 보도된 날은 공교롭게도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일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60개 나라 대표단을 초청해 대규모 해상 열병식을 열어 해군력을 과시했는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선두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오늘부터 '신(新)실크로드' 일대일로 회의를 주재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7개 나라 정상이 베이징으로 모였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의 경제 공동체를 추진 중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미국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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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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