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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유천, 설득력 있나?
입력 2019.04.26 (09:17) 취재K
필로폰 양성 반응에도 혐의 부인
필로폰 성분 든 국내 의약품 없어
"제3자 몰래 투약" 주장은 입증 어려워
마약 구매 혐의도 무죄 입증해야!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유천, 설득력 있나?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
가수 박유천 씨가 필로폰 양성 반응에 내놓은 주장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 씨의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고 지난 19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변호인을 통해 "필로폰 검출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필로폰 성분이 왜 몸에서 나왔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몸에서 필로폰이 나왔지만, 일부러 마약을 찾아 투약해서 나온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 씨 주장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필로폰이 몸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

"필로폰 성분이 든 국내 의약품은 없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가능성은 박 씨가 복용한 의약품에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는 상황이다.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약을 먹었는데, 거기에 하필이면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었다면 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물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은 허가를 받은 게 없다"며 "필로폰은 안전성 우려가 있어 금지된 물질"이라고 말했다.

국과수 관계자도 "관련 부서에 물어보니 필로폰 성분이 든 의약품은 판매를 안 한다고 하더라"며 "판매를 안 하기 때문에 의약품을 복용했는데 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판매됐던 각성제 ‘히로폰’의 광고 [사진 출처 : 나무위키]일본에서 판매됐던 각성제 ‘히로폰’의 광고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정식 명칭이 '메스암페타민'인 필로폰은 1888년 일본 도쿄대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한방에서 천식약으로 사용되던 마황(麻黃)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1941년 한 제약회사가 이 물질이 들어간 각성제를 '히로폰'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파는 등 세계적으로 퍼졌다. 환각 작용이 강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재는 금지 약물로 정해놨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의약품을 전혀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에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박 씨가 해외에서 약을 구해 먹었다고 주장하려면, 남아있는 약이나 약을 산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 증거를 낸다고 하더라도 필로폰은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처방전 없이 불법으로 투약한 처벌은 받아야 한다.

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주사기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주사기

"몰래 투약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의약품을 통한 투약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주장은 제3자가 몰래 투약했다는 것이다. 필로폰은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몰래 당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지방법원은 맥주에 필로폰을 몰래 타 주점 여종업원에게 먹인 혐의로 50대 남성에게 2심에서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몸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피해 여성은 화장실을 다녀와서 남성이 주는 맥주를 먹고 정신을 잃었으며, 깨어난 후에 호흡 곤란이 와서 병원에 갔다고 진술했다.

1심은 이 진술에도 피해 여성이 남성에게 필로폰이 든 맥주를 건네받았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례를 보면 박 씨가 몰래 당했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게다가 경찰은 박 씨가 필로폰을 다섯 차례나 투약한 걸로 결론 내렸다. 다섯 번이나 몰래 당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경찰이 박 씨가 연인이었던 황하나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몰래 당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황 씨가 했다고 해야 한다.

경찰이 압수한 고체 형태의 필로폰경찰이 압수한 고체 형태의 필로폰

마약 구매 혐의는?

박 씨가 필로폰 투약을 몰래 당한 거라고 주장하려면, 마약 구매 혐의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경찰은 박 씨와 황 씨가 필로폰을 함께 구매한 뒤 투약했다고 보고 있다. 투약 혐의와 구매혐의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엮여있는 것이다.

경찰은 박 씨가 누군가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20여 분 뒤 특정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계좌는 과거에 마약 거래에 활용된 적이 있는 걸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무렵 박 씨가 황 씨를 만나 황 씨의 주거지와 호텔에 들어가는 영상도 확보했다. 영상 등으로 확인된 박 씨의 동선이 황 씨와 마약을 함께 사고 함께한 정황이라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박 씨 변호인은 이러한 영상에 대해 경찰 조사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했다고 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 씨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물론 구속 여부가 곧 유무죄 여부가 되진 않으며, 박 씨의 마약 혐의 유무죄는 최종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봐야 한다.
  •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유천, 설득력 있나?
    • 입력 2019.04.26 (09:17)
    취재K
필로폰 양성 반응에도 혐의 부인
필로폰 성분 든 국내 의약품 없어
"제3자 몰래 투약" 주장은 입증 어려워
마약 구매 혐의도 무죄 입증해야!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유천, 설득력 있나?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
가수 박유천 씨가 필로폰 양성 반응에 내놓은 주장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 씨의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고 지난 19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변호인을 통해 "필로폰 검출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필로폰 성분이 왜 몸에서 나왔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몸에서 필로폰이 나왔지만, 일부러 마약을 찾아 투약해서 나온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 씨 주장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필로폰이 몸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

"필로폰 성분이 든 국내 의약품은 없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가능성은 박 씨가 복용한 의약품에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는 상황이다.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약을 먹었는데, 거기에 하필이면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었다면 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물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은 허가를 받은 게 없다"며 "필로폰은 안전성 우려가 있어 금지된 물질"이라고 말했다.

국과수 관계자도 "관련 부서에 물어보니 필로폰 성분이 든 의약품은 판매를 안 한다고 하더라"며 "판매를 안 하기 때문에 의약품을 복용했는데 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판매됐던 각성제 ‘히로폰’의 광고 [사진 출처 : 나무위키]일본에서 판매됐던 각성제 ‘히로폰’의 광고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정식 명칭이 '메스암페타민'인 필로폰은 1888년 일본 도쿄대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한방에서 천식약으로 사용되던 마황(麻黃)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1941년 한 제약회사가 이 물질이 들어간 각성제를 '히로폰'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파는 등 세계적으로 퍼졌다. 환각 작용이 강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재는 금지 약물로 정해놨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의약품을 전혀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에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박 씨가 해외에서 약을 구해 먹었다고 주장하려면, 남아있는 약이나 약을 산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 증거를 낸다고 하더라도 필로폰은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처방전 없이 불법으로 투약한 처벌은 받아야 한다.

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주사기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주사기

"몰래 투약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의약품을 통한 투약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주장은 제3자가 몰래 투약했다는 것이다. 필로폰은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몰래 당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지방법원은 맥주에 필로폰을 몰래 타 주점 여종업원에게 먹인 혐의로 50대 남성에게 2심에서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몸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피해 여성은 화장실을 다녀와서 남성이 주는 맥주를 먹고 정신을 잃었으며, 깨어난 후에 호흡 곤란이 와서 병원에 갔다고 진술했다.

1심은 이 진술에도 피해 여성이 남성에게 필로폰이 든 맥주를 건네받았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례를 보면 박 씨가 몰래 당했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게다가 경찰은 박 씨가 필로폰을 다섯 차례나 투약한 걸로 결론 내렸다. 다섯 번이나 몰래 당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경찰이 박 씨가 연인이었던 황하나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몰래 당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황 씨가 했다고 해야 한다.

경찰이 압수한 고체 형태의 필로폰경찰이 압수한 고체 형태의 필로폰

마약 구매 혐의는?

박 씨가 필로폰 투약을 몰래 당한 거라고 주장하려면, 마약 구매 혐의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경찰은 박 씨와 황 씨가 필로폰을 함께 구매한 뒤 투약했다고 보고 있다. 투약 혐의와 구매혐의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엮여있는 것이다.

경찰은 박 씨가 누군가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20여 분 뒤 특정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계좌는 과거에 마약 거래에 활용된 적이 있는 걸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무렵 박 씨가 황 씨를 만나 황 씨의 주거지와 호텔에 들어가는 영상도 확보했다. 영상 등으로 확인된 박 씨의 동선이 황 씨와 마약을 함께 사고 함께한 정황이라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박 씨 변호인은 이러한 영상에 대해 경찰 조사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했다고 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필로폰은 검출됐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는 박 씨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물론 구속 여부가 곧 유무죄 여부가 되진 않으며, 박 씨의 마약 혐의 유무죄는 최종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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