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코레일 장애인 채용 늘렸다더니…“보훈 아니면 꿈도 못 꿔요”

입력 2019.04.26 (12:01) 수정 2019.04.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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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에 입사하고 싶은 장애인, 비정상인가요?

2017년부터 코레일 입사에 도전하고 있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23살 김 모 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철도에 매력을 느껴 코레일 입사를 꿈꾼 김 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이후로도 통신선로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철도 관련 인턴 경력도 다수 쌓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4번이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32살 지적장애 3급 이 모 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수차례 코레일 채용에서 떨어진 뒤, 현재는 생계를 위해 다른 회사 계약직으로 들어갔습니다.

김 씨와 이 씨는 모두 현재 코레일의 장애인 채용 전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그동안도 어려웠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이 등급'이 없는 일반 장애인이 코레일에 입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 '장애등급 받은 장애인' 대신 '상이등급 보훈 대상자'만 뽑는다?


이들의 말을 확인해보려 코레일에 장애인 채용 현황을 요청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106명의 장애인을 신규로 채용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11명의 장애인을 채용한 것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변화입니다.

지난해 장애인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3.2%)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로 2천만 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다행히(?) 부담금을 피해갔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입사한 장애인 106명 중 105명이 [보훈 추천 전형]입니다. 나머지 단 한 명만이 [일반 채용 전형]을 통과한 장애인입니다.


이러한 채용 결과를 김 씨의 시각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코레일 채용에는 [장애인 전형]이 따로 없습니다. [일반 공채 전형]과 [보훈 추천 전형] 두 가지뿐입니다. 김 씨는 2017년 하반기부터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일반 공채 전형]에 지원해왔습니다.

반면 [보훈 추천 전형]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부터 [일반 보훈 전형]과 [상이 유공자 전형]으로 세분화됐습니다. 상이 등급을 가진 보훈 대상자는 따로 '제한 경쟁'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하지만 보훈 대상자가 아닌 김 씨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일반 공채 전형]에서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것. 김 씨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채용 방식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 장애인이 주변에 많다"며 "보훈 대상자가 아니라 제한경쟁도 못 하고, 비장애인과 경쟁해서 뽑힐 확률은 거의 로또급이어서 일반 장애인들은 지원하지 말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강제성 없어서?" 응시기회는 있지만 채용될 순 없는 장애인들

코레일에 김 씨 같은 '보훈 대상자가 아닌 장애인'은 [일반 공채 전형] 외에는 답이 없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반 공채 전형]에 지원한 장애인에게 채용 단계별로 가점 5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가점을 받고 채용된 장애인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사실상 무의미한 방식입니다.

지난해 신규로 채용된 장애인 중 [상이 유공자 전형]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도 물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코레일은 일반 장애인에게는 있으나마나한 채용 구조를 만든 것일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상이 유공자를 채용하면 보훈 관련 법도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장애인 고용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 같은 공공기관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1년에 한 번, 몇백만 원 수준의 부담금만 내면 되지만, 보훈 대상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보훈처로부터 고용명령과 함께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 등을 수차례 낼 수 있습니다. 코레일이 비교적 '강제성이 있는' 보훈 대상의 의무고용에만 신경을 썼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장연 "코레일 장애인 채용 과정 불합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현재 코레일의 장애인 채용 과정은 김 씨 같은 보훈 대상자가 아닌 장애인에게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채용 전형]에 지원한 장애인에게 가점을 주기보다 '제한 경쟁'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전형]을 따로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나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다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에서는 [장애인 전형]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코레일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것은 말 그대로 의무에 속하는 만큼 '실질적인 고용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채용 과정에 대해 질문했으나 1주일 넘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코레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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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코레일 장애인 채용 늘렸다더니…“보훈 아니면 꿈도 못 꿔요”
    • 입력 2019-04-26 12:01:33
    • 수정2019-04-26 13:25:02
    취재K
■ 코레일에 입사하고 싶은 장애인, 비정상인가요? 2017년부터 코레일 입사에 도전하고 있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23살 김 모 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철도에 매력을 느껴 코레일 입사를 꿈꾼 김 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이후로도 통신선로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철도 관련 인턴 경력도 다수 쌓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4번이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32살 지적장애 3급 이 모 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수차례 코레일 채용에서 떨어진 뒤, 현재는 생계를 위해 다른 회사 계약직으로 들어갔습니다. 김 씨와 이 씨는 모두 현재 코레일의 장애인 채용 전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그동안도 어려웠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이 등급'이 없는 일반 장애인이 코레일에 입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 '장애등급 받은 장애인' 대신 '상이등급 보훈 대상자'만 뽑는다? 이들의 말을 확인해보려 코레일에 장애인 채용 현황을 요청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106명의 장애인을 신규로 채용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11명의 장애인을 채용한 것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변화입니다. 지난해 장애인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3.2%)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로 2천만 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다행히(?) 부담금을 피해갔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입사한 장애인 106명 중 105명이 [보훈 추천 전형]입니다. 나머지 단 한 명만이 [일반 채용 전형]을 통과한 장애인입니다. 이러한 채용 결과를 김 씨의 시각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코레일 채용에는 [장애인 전형]이 따로 없습니다. [일반 공채 전형]과 [보훈 추천 전형] 두 가지뿐입니다. 김 씨는 2017년 하반기부터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일반 공채 전형]에 지원해왔습니다. 반면 [보훈 추천 전형]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부터 [일반 보훈 전형]과 [상이 유공자 전형]으로 세분화됐습니다. 상이 등급을 가진 보훈 대상자는 따로 '제한 경쟁'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하지만 보훈 대상자가 아닌 김 씨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일반 공채 전형]에서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것. 김 씨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채용 방식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 장애인이 주변에 많다"며 "보훈 대상자가 아니라 제한경쟁도 못 하고, 비장애인과 경쟁해서 뽑힐 확률은 거의 로또급이어서 일반 장애인들은 지원하지 말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강제성 없어서?" 응시기회는 있지만 채용될 순 없는 장애인들 코레일에 김 씨 같은 '보훈 대상자가 아닌 장애인'은 [일반 공채 전형] 외에는 답이 없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반 공채 전형]에 지원한 장애인에게 채용 단계별로 가점 5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가점을 받고 채용된 장애인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사실상 무의미한 방식입니다. 지난해 신규로 채용된 장애인 중 [상이 유공자 전형]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도 물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코레일은 일반 장애인에게는 있으나마나한 채용 구조를 만든 것일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상이 유공자를 채용하면 보훈 관련 법도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장애인 고용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 같은 공공기관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1년에 한 번, 몇백만 원 수준의 부담금만 내면 되지만, 보훈 대상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보훈처로부터 고용명령과 함께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 등을 수차례 낼 수 있습니다. 코레일이 비교적 '강제성이 있는' 보훈 대상의 의무고용에만 신경을 썼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장연 "코레일 장애인 채용 과정 불합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현재 코레일의 장애인 채용 과정은 김 씨 같은 보훈 대상자가 아닌 장애인에게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채용 전형]에 지원한 장애인에게 가점을 주기보다 '제한 경쟁'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전형]을 따로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나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다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에서는 [장애인 전형]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코레일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것은 말 그대로 의무에 속하는 만큼 '실질적인 고용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채용 과정에 대해 질문했으나 1주일 넘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코레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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