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방위비 더 내라” 트럼프 전화 받은 국가는?…“한국” VS “사우디”

입력 2019.04.29 (21:13) 수정 2019.05.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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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이, 외신을 전하는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발언이 회자됐을 듯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7일 위스콘신주 정치유세에서 자신의 성과를 소개하며 대뜸 방위비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도 "미국이 부자 나라들을 공짜로 방어해주고 있다(We are defending wealthy countries this free military)"고 운을 뗐다. 그런데 한가지 추가된 레퍼토리가 있었다. 특정 국가 한 곳(one country)을 콕 짚은 뒤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관철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자, 'one country'가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지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embarrass anybody)"며 어떤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전화 한 통으로 5억 달러 더 받아내"…어느 나라 정상과 통화?

미군이 주둔해있거나 미군 관할 아래 있는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발언은 이제 더는 놀랍지 않은 뉴스다. '미국의 보호 덕분에 부자가 된 나라들에 방위비를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수없이 해왔던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을 중국이나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지난 정부들이 이미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하는 해묵은 과제로 꼽아왔다.

다만, 그가 특정 국가를 한 곳만 꼬집어 얘기한다면 뉴스의 가치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특정 국가와의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은 어떤 분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나라와의 협력이나 대화가 매끄럽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에서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위스콘신주에서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one country'와의 방위비 관련 일화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그 나라를 지키는데 미국이 50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를 썼다(We spent $5 billion in defending them)"면서 "장군들에게 '그렇다면 그 나라는 얼마를 쓰느냐'고 물었더니 '5억 달러를 쓴다'고 답했다. 그래서 부자인 그 나라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좋지 않은 일이다. 미국은 45억 달러를 잃는 것을 더는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상대는 예산 문제로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더 줄 수 있다고 했다(It's no good. We are losing $4.5 billion. We can't do this any more. ... He said, well, we will give you 500 million more, because the budget)"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화 한 통에 5억 달러를 얻어냈다(One phone call, we pick up $500 million)"고 했다.

"한국 겨냥" VS "트럼프, 사우디 국왕에 전화" ... 엇갈린 보도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자 국내 일부 언론은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2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회동을 마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서는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한국이 더 내기로 한 분담금은 787억 원으로 5억 달러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번 한국을 거명하며 5억 달러라고 잘못 얘기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한 것은 '앞서 나간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50억 달러 발언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알자지라 기사 화면알자지라 기사 화면

트럼프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의 이번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랍권 대표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스콘신주 유세 발언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제공하는 방어의 대가로 석유 부국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Trump then described a recent phone call with Saudi King Salman in which he demanded more money from the oil-rich nation in exchange for the defence the US provides)"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주장한 사우디와의 배드 딜(Bad Deal).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살만 국왕에게 전화 통화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그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 (2017년 5월)

뉴욕타임스는 다만, 2017년 5월 취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를 다녀온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100억 달러 규모 무기 거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우디와의 주요 무기 거래는 단 한 번뿐이었다. 미국 국방부가 미사일 방어 기술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24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거래의 대가로 사우디 정부는 15억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과의 통화 사실을 전한 것은 알자지라와 같지만, 미국에 5억 달러의 방위비를 더 내기로 한 나라가 왜 사우디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지 못한 것은 국내 언론과 비슷하다.

'방위비' 발언에 담긴 트럼프의 속내…무엇이 중요한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꺼낼 때마다 반응하는 국가들은 정해져 있다. 미군이 주둔해 있는 전 세계 50여 개 나라, 그중에서도 그가 '부자 나라'라고 명명한 국가 중에서 미국의 전략상 미군이 반드시 주둔할 수 밖에 없는 국가들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美 ‘굳히기’ VS 北·中 ‘버티기’…한반도 운명은?

아시아에서 주로 거론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중국, 또 중국과 하나의 패키지로 접근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방어를 위해 가장 협력이 필요한 국가이다. 유럽연합, EU도 마찬가지다. EU 주요국들도 미국이 2차 대전 후 단행한 대외원조계획(마셜플랜, Marshall Plan)의 수혜국들이자 대 러시아 방위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상당하다.

최근 원유 수입 전면 금지 조치 등 미국으로부터 한층 강력해진 제재에 허덕이는 이란.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사우디는 시리아와 예멘 내전 등에도 개입해왔다. 사우디 내에 주둔한 미군 수는 수백 명 규모로 알려졌지만, 중동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에 무기 구매량 등 미국과의 군사 협력 수준이 서방이나 아시아의 다른 동맹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시리아 철군’으로 명확해진 트럼프의 세계전략…한반도 영향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 등 도전에 맞서기 위해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NATO를 향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다.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 등 도전에 맞서기 위해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NATO를 향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세계 전략은 '대 중동·대 러시아' 중심에서 '중국 견제'를 1순위로 두는 쪽으로 급속히 선회하고 있지만, 중동과 러시아도 여전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전략상 중요한 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압박을 지속해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과거보다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동 문제에 신경 쓰면서 동시에 패권에 도전한 중국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각오로 국가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향해 끊임없이 방위비 이슈를 꺼내는 건 미국을 도와달라는 호소이자 미국 편에 확실히 서달라는 요구로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집중해 앞다퉈 무리한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큰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언론이 국익에 부합하는 길일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균열론이 제기되자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 방문 뒤 미·일 간 밀월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있어 지금 미국의 린치핀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그에 걸맞은 한국 언론의 냉철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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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이, 외신을 전하는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발언이 회자됐을 듯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7일 위스콘신주 정치유세에서 자신의 성과를 소개하며 대뜸 방위비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도 "미국이 부자 나라들을 공짜로 방어해주고 있다(We are defending wealthy countries this free military)"고 운을 뗐다. 그런데 한가지 추가된 레퍼토리가 있었다. 특정 국가 한 곳(one country)을 콕 짚은 뒤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관철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자, 'one country'가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지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embarrass anybody)"며 어떤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전화 한 통으로 5억 달러 더 받아내"…어느 나라 정상과 통화?

미군이 주둔해있거나 미군 관할 아래 있는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발언은 이제 더는 놀랍지 않은 뉴스다. '미국의 보호 덕분에 부자가 된 나라들에 방위비를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수없이 해왔던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을 중국이나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지난 정부들이 이미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하는 해묵은 과제로 꼽아왔다.

다만, 그가 특정 국가를 한 곳만 꼬집어 얘기한다면 뉴스의 가치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특정 국가와의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은 어떤 분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나라와의 협력이나 대화가 매끄럽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에서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one country'와의 방위비 관련 일화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그 나라를 지키는데 미국이 50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를 썼다(We spent $5 billion in defending them)"면서 "장군들에게 '그렇다면 그 나라는 얼마를 쓰느냐'고 물었더니 '5억 달러를 쓴다'고 답했다. 그래서 부자인 그 나라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좋지 않은 일이다. 미국은 45억 달러를 잃는 것을 더는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상대는 예산 문제로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더 줄 수 있다고 했다(It's no good. We are losing $4.5 billion. We can't do this any more. ... He said, well, we will give you 500 million more, because the budget)"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화 한 통에 5억 달러를 얻어냈다(One phone call, we pick up $500 million)"고 했다.

"한국 겨냥" VS "트럼프, 사우디 국왕에 전화" ... 엇갈린 보도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자 국내 일부 언론은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2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회동을 마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서는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한국이 더 내기로 한 분담금은 787억 원으로 5억 달러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번 한국을 거명하며 5억 달러라고 잘못 얘기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한 것은 '앞서 나간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50억 달러 발언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알자지라 기사 화면
트럼프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의 이번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랍권 대표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스콘신주 유세 발언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제공하는 방어의 대가로 석유 부국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Trump then described a recent phone call with Saudi King Salman in which he demanded more money from the oil-rich nation in exchange for the defence the US provides)"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주장한 사우디와의 배드 딜(Bad Deal).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살만 국왕에게 전화 통화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그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 (2017년 5월)
뉴욕타임스는 다만, 2017년 5월 취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를 다녀온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100억 달러 규모 무기 거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우디와의 주요 무기 거래는 단 한 번뿐이었다. 미국 국방부가 미사일 방어 기술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24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거래의 대가로 사우디 정부는 15억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과의 통화 사실을 전한 것은 알자지라와 같지만, 미국에 5억 달러의 방위비를 더 내기로 한 나라가 왜 사우디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지 못한 것은 국내 언론과 비슷하다.

'방위비' 발언에 담긴 트럼프의 속내…무엇이 중요한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꺼낼 때마다 반응하는 국가들은 정해져 있다. 미군이 주둔해 있는 전 세계 50여 개 나라, 그중에서도 그가 '부자 나라'라고 명명한 국가 중에서 미국의 전략상 미군이 반드시 주둔할 수 밖에 없는 국가들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美 ‘굳히기’ VS 北·中 ‘버티기’…한반도 운명은?

아시아에서 주로 거론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중국, 또 중국과 하나의 패키지로 접근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방어를 위해 가장 협력이 필요한 국가이다. 유럽연합, EU도 마찬가지다. EU 주요국들도 미국이 2차 대전 후 단행한 대외원조계획(마셜플랜, Marshall Plan)의 수혜국들이자 대 러시아 방위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상당하다.

최근 원유 수입 전면 금지 조치 등 미국으로부터 한층 강력해진 제재에 허덕이는 이란.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사우디는 시리아와 예멘 내전 등에도 개입해왔다. 사우디 내에 주둔한 미군 수는 수백 명 규모로 알려졌지만, 중동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에 무기 구매량 등 미국과의 군사 협력 수준이 서방이나 아시아의 다른 동맹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시리아 철군’으로 명확해진 트럼프의 세계전략…한반도 영향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 등 도전에 맞서기 위해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NATO를 향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세계 전략은 '대 중동·대 러시아' 중심에서 '중국 견제'를 1순위로 두는 쪽으로 급속히 선회하고 있지만, 중동과 러시아도 여전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전략상 중요한 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압박을 지속해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과거보다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동 문제에 신경 쓰면서 동시에 패권에 도전한 중국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각오로 국가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향해 끊임없이 방위비 이슈를 꺼내는 건 미국을 도와달라는 호소이자 미국 편에 확실히 서달라는 요구로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집중해 앞다퉈 무리한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큰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언론이 국익에 부합하는 길일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균열론이 제기되자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 방문 뒤 미·일 간 밀월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있어 지금 미국의 린치핀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그에 걸맞은 한국 언론의 냉철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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