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식사과’로 끝난 천원짜리 퇴직금 사건…‘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다!

입력 2019.04.30 (14:18) 수정 2019.04.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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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일한 횟집의 퇴직금을 천 원짜리 수천 장으로 받아 직접 센 것도 모자라, "퇴직금 달라는 사람은 못 쓴다"는 상인들의 집단 압박에 새로 구한 일자리까지 그만두게 된 충남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 근로자 65살 손정희 씨.

손 씨의 사연을 집중 취재한 KBS의 <[못참겠다] 천원짜리 퇴직금 수천장 주고 세어가게 한 사장님…“이런 갑질 보셨나요?”> 보도가 나간 뒤, 많은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 "진심으로 사과"

결국,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가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상인회는 오늘(30일) 보령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정신적 물질적 아픔을 겪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피해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모든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보령시 제공사진 출처 : 보령시 제공

상인회는 손 씨의 취업을 방해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상인회에 '이런 일이 있다'고 공지한 사실은 맞는다. 그러나 취업을 막은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수산시장의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취업방해 등 불공정한 고용형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자정 노력을 통해 친절하고 쾌적한 대천항 수산시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허리 숙였습니다.

■'천 원짜리로 준 퇴직금' 갑질 논란을 보도하기까지

'정말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왜 그랬을까?'

손 씨의 제보를 받고 선뜻 손 씨 이야기를 믿은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말?'하는 의문이 앞섰습니다. 10여 년 전 '10원짜리 퇴직금' 사건이 공분을 산 일이 언뜻 떠오르긴 했지만, 설마 지금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업주가 이런 행동들을 했다면, 무슨 이유에서 그랬을지 궁금했습니다.

제보 기반 보도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 돌다리를 하나씩 두들겨 보기로 했습니다. 주변부 취재부터 하기로 하고, 대천항 수산시장의 아무 가게나 찾아서 전화했습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느냐는 물음에 상인은 "여기 시장에는 원래 퇴직금이란 게 없는데, 그 아줌마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받게 됐다. 거기에 마음이 상한 업주가 퇴직금을 천 원으로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인들이 했다는 손 씨에 대한 퇴출 결의도 사실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상인회에서 회의를 열어서 그런 사람 쓰지 말자, 이렇게 한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손 씨의 퇴직금 지급을 결정한 정부 기관의 입장은 무엇인지, 사건을 처리한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연락해 봤습니다.


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는 손 씨 사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하면 지급이 된다. 법적으로 당연한 권리"라고 했습니다. 퇴직금 계산법에 따라 4년간 일한 손 씨가 받아야 할 돈은 1천만 원으로, 이미 지급된 300만 원 외에 7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합의할 것을 업주에게 권고했다고 했습니다.

업주가 퇴직금을 1천 원권으로 주고 세어서 가져가게 한 사실에 대해선 "사업주한테 '그냥 통장 계좌로 지급하셔야지 왜 그랬냐'고 했다.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니까, '일시적 감정에 의해서 그랬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손 씨가 상인회를 통해서 본인을 괴롭힌다고 주장하던데, 그런 행위는 절대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면서 상인들의 집단 움직임에도 제동을 건 사실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업주는 처음부터 퇴직금 지급 기한 14일을 지키지 않은 법 위반 사실이 있었지만, 합의하는 조건으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손 씨가 퇴직금을 받기는 했어도 너무 억울한 면이 많다고 해서, 검찰에 처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인의 이야기와 노동부 설명을 조합해 본 결과, 사실관계의 퍼즐은 대부분 맞춰졌습니다. 손 씨의 제보는 진실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곧장 충남 보령으로 가서 손 씨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긴 시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관계 퍼즐의 남은 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손 씨가 일했던 횟집의 업주에게 전화했습니다. 15분에 걸친 대화 가운데 핵심 내용을 그대로 담아봤습니다.


업주
"그 양반이 노동청에 고발을 했더라고. 속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천 원짜리로만 700만 원 찾아다 줬어요. 밤새 세라고. 700만 원 줬는데, 그거 다시 세라고 띠지를 떼어서 줬죠, 한 장씩."

기자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이른바 요즘 '갑질'이라고 하잖아요. 그걸 굳이 은행의 10만 원짜리 띠지를 다 떼 버리고 준 것은."

업주
"아니, 본인이 세어야지요. 그것도 무슨 죄 돼요? 본인이 세어 가는 것도? 천 원짜리로 줬다고 법적으로 걸리지 않는다고 그러던데요."

기자
"왜 굳이 그걸 직접 찾으러 오라고 하셨는지, 아무리 감정이 상하더라도."

업주
"10원, 천 원이라도 없으면요, 또 고발할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확인을 시켜줘야죠."

기자
"계좌로 보내면 되잖아요."

업주
"계좌로 보내면 내 돈이 또 빠져나가는데, 내가 속이 상해서 주는 사람이 천 원이고, 2천 원이고, 3천 원이고 없애가면서 내가 돈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기자
"700만 원을 줄 때, 5만 원짜리로 해서 줄 수도 있는 것인데."

업주
"그 양반이 돈을 많이 세어보라고 줬어요."

기자
"상인회와 회의를 하셔서 이 분을 받지 말자, 결의하셨더라고요."

업주
"상인회 회의하는 데 가서 '나는 이렇게 당했으니 앞으로 이 양반을 쓰시려면 조심해서 쓰세요, 이 한마디밖에 안 했어요. 그러니까 상인회에서 '아, 안 되겠다' 하고서 이 양반 받지 말라고 했는지는 모르는데, 우리는 그 얘기밖에 안 했어요. 상인회에서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근무기간이) 4~5년씩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양반들 퇴직금 주게 생겼으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그랬을 테죠."

[못참겠다] 보도에 대한 주요 댓글[못참겠다] 보도에 대한 주요 댓글

이렇게 취재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담은 '못참겠다' 보도가 디지털 버전으로 나갔고, 온라인 세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KBS <뉴스9>을 통해 TV 시청자들에게도 사연이 소개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했습니다.

보령시청 게시판보령시청 게시판

업주를 비롯한 시장 상인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온라인의 분노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져 시장의 횟집들에도 항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불매 운동, 여행 취소 같은 주장마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성난 소비자들에게 놀란 상인회가 공식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사연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국민이 겪은 부당한 일을 고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뿌듯함보다도, 씁쓸한 감정이 먼저 밀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근로기준법

1년 이상 일한 근로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금방 알 수 있고, 관청에 물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업주는 퇴직금을 늦게 준 것도 모자라 천 원짜리 수천 장으로 줘서 자신의 눈앞에서 직접 세게 만들고, 상인들은 새로 구한 일자리까지 고용주를 집단으로 압박해 포기하게 했습니다.


"내가 이 돈을 갖고 와서 그날 밤에 한숨을 못 잤어요. 이렇게 무시를 당했다는 자체가 나 자신이 창피한 거예요. 하지만 나 혼자 스트레스받고 속 끓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근로자들에게 이런 일이 또 안 일어나리란 법 없다는 생각에 제보하게 됐다'는 손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차피 줄 돈, 굳이 모멸감 한가득 담아서 준 업주와 상인들의 감정 섞인 행동이 부메랑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 지켰더라도 없었을 갑질 논란, 모쪼록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상인회가 공식 사과문에서 밝힌 약속들을 철저히 이행해 신뢰를 회복하고, 대천항 수산시장이 다시금 온 국민이 찾는 서해안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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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공식사과’로 끝난 천원짜리 퇴직금 사건…‘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다!
    • 입력 2019-04-30 14:18:40
    • 수정2019-04-30 15:31:07
    취재후·사건후
4년 넘게 일한 횟집의 퇴직금을 천 원짜리 수천 장으로 받아 직접 센 것도 모자라, "퇴직금 달라는 사람은 못 쓴다"는 상인들의 집단 압박에 새로 구한 일자리까지 그만두게 된 충남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 근로자 65살 손정희 씨.

손 씨의 사연을 집중 취재한 KBS의 <[못참겠다] 천원짜리 퇴직금 수천장 주고 세어가게 한 사장님…“이런 갑질 보셨나요?”> 보도가 나간 뒤, 많은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 "진심으로 사과"

결국,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가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상인회는 오늘(30일) 보령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정신적 물질적 아픔을 겪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피해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모든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보령시 제공
상인회는 손 씨의 취업을 방해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상인회에 '이런 일이 있다'고 공지한 사실은 맞는다. 그러나 취업을 막은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수산시장의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취업방해 등 불공정한 고용형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자정 노력을 통해 친절하고 쾌적한 대천항 수산시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허리 숙였습니다.

■'천 원짜리로 준 퇴직금' 갑질 논란을 보도하기까지

'정말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왜 그랬을까?'

손 씨의 제보를 받고 선뜻 손 씨 이야기를 믿은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말?'하는 의문이 앞섰습니다. 10여 년 전 '10원짜리 퇴직금' 사건이 공분을 산 일이 언뜻 떠오르긴 했지만, 설마 지금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업주가 이런 행동들을 했다면, 무슨 이유에서 그랬을지 궁금했습니다.

제보 기반 보도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 돌다리를 하나씩 두들겨 보기로 했습니다. 주변부 취재부터 하기로 하고, 대천항 수산시장의 아무 가게나 찾아서 전화했습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느냐는 물음에 상인은 "여기 시장에는 원래 퇴직금이란 게 없는데, 그 아줌마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받게 됐다. 거기에 마음이 상한 업주가 퇴직금을 천 원으로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인들이 했다는 손 씨에 대한 퇴출 결의도 사실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상인회에서 회의를 열어서 그런 사람 쓰지 말자, 이렇게 한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손 씨의 퇴직금 지급을 결정한 정부 기관의 입장은 무엇인지, 사건을 처리한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연락해 봤습니다.


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는 손 씨 사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하면 지급이 된다. 법적으로 당연한 권리"라고 했습니다. 퇴직금 계산법에 따라 4년간 일한 손 씨가 받아야 할 돈은 1천만 원으로, 이미 지급된 300만 원 외에 7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합의할 것을 업주에게 권고했다고 했습니다.

업주가 퇴직금을 1천 원권으로 주고 세어서 가져가게 한 사실에 대해선 "사업주한테 '그냥 통장 계좌로 지급하셔야지 왜 그랬냐'고 했다.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니까, '일시적 감정에 의해서 그랬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손 씨가 상인회를 통해서 본인을 괴롭힌다고 주장하던데, 그런 행위는 절대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면서 상인들의 집단 움직임에도 제동을 건 사실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업주는 처음부터 퇴직금 지급 기한 14일을 지키지 않은 법 위반 사실이 있었지만, 합의하는 조건으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손 씨가 퇴직금을 받기는 했어도 너무 억울한 면이 많다고 해서, 검찰에 처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인의 이야기와 노동부 설명을 조합해 본 결과, 사실관계의 퍼즐은 대부분 맞춰졌습니다. 손 씨의 제보는 진실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곧장 충남 보령으로 가서 손 씨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긴 시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관계 퍼즐의 남은 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손 씨가 일했던 횟집의 업주에게 전화했습니다. 15분에 걸친 대화 가운데 핵심 내용을 그대로 담아봤습니다.


업주
"그 양반이 노동청에 고발을 했더라고. 속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천 원짜리로만 700만 원 찾아다 줬어요. 밤새 세라고. 700만 원 줬는데, 그거 다시 세라고 띠지를 떼어서 줬죠, 한 장씩."

기자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이른바 요즘 '갑질'이라고 하잖아요. 그걸 굳이 은행의 10만 원짜리 띠지를 다 떼 버리고 준 것은."

업주
"아니, 본인이 세어야지요. 그것도 무슨 죄 돼요? 본인이 세어 가는 것도? 천 원짜리로 줬다고 법적으로 걸리지 않는다고 그러던데요."

기자
"왜 굳이 그걸 직접 찾으러 오라고 하셨는지, 아무리 감정이 상하더라도."

업주
"10원, 천 원이라도 없으면요, 또 고발할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확인을 시켜줘야죠."

기자
"계좌로 보내면 되잖아요."

업주
"계좌로 보내면 내 돈이 또 빠져나가는데, 내가 속이 상해서 주는 사람이 천 원이고, 2천 원이고, 3천 원이고 없애가면서 내가 돈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기자
"700만 원을 줄 때, 5만 원짜리로 해서 줄 수도 있는 것인데."

업주
"그 양반이 돈을 많이 세어보라고 줬어요."

기자
"상인회와 회의를 하셔서 이 분을 받지 말자, 결의하셨더라고요."

업주
"상인회 회의하는 데 가서 '나는 이렇게 당했으니 앞으로 이 양반을 쓰시려면 조심해서 쓰세요, 이 한마디밖에 안 했어요. 그러니까 상인회에서 '아, 안 되겠다' 하고서 이 양반 받지 말라고 했는지는 모르는데, 우리는 그 얘기밖에 안 했어요. 상인회에서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근무기간이) 4~5년씩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양반들 퇴직금 주게 생겼으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그랬을 테죠."

[못참겠다] 보도에 대한 주요 댓글
이렇게 취재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담은 '못참겠다' 보도가 디지털 버전으로 나갔고, 온라인 세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KBS <뉴스9>을 통해 TV 시청자들에게도 사연이 소개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했습니다.

보령시청 게시판
업주를 비롯한 시장 상인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온라인의 분노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져 시장의 횟집들에도 항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불매 운동, 여행 취소 같은 주장마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성난 소비자들에게 놀란 상인회가 공식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사연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국민이 겪은 부당한 일을 고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뿌듯함보다도, 씁쓸한 감정이 먼저 밀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1년 이상 일한 근로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금방 알 수 있고, 관청에 물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업주는 퇴직금을 늦게 준 것도 모자라 천 원짜리 수천 장으로 줘서 자신의 눈앞에서 직접 세게 만들고, 상인들은 새로 구한 일자리까지 고용주를 집단으로 압박해 포기하게 했습니다.


"내가 이 돈을 갖고 와서 그날 밤에 한숨을 못 잤어요. 이렇게 무시를 당했다는 자체가 나 자신이 창피한 거예요. 하지만 나 혼자 스트레스받고 속 끓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근로자들에게 이런 일이 또 안 일어나리란 법 없다는 생각에 제보하게 됐다'는 손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차피 줄 돈, 굳이 모멸감 한가득 담아서 준 업주와 상인들의 감정 섞인 행동이 부메랑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 지켰더라도 없었을 갑질 논란, 모쪼록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상인회가 공식 사과문에서 밝힌 약속들을 철저히 이행해 신뢰를 회복하고, 대천항 수산시장이 다시금 온 국민이 찾는 서해안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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