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변명은 발벗고 사과엔 입닫고…‘한류스타’ 박유천의 품격

입력 2019.05.02 (08:32) 수정 2019.05.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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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혐의 인정 이후에도 대중에겐 '묵묵부답'
두 차례 밝힌 입장은 결국 거짓말로
거듭 사과한 로버트 할리와 대조
'마지막 마이크' 앞에서 품격 보여줄까

마약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 씨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진 지난달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있는 남부청 별관 앞에는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혐의를 인정한 박 씨가 대중에게도 한마디 말을 남길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박 씨는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한 것인가", "부인하다가 시인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곧바로 차를 타고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박 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도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중들은 혐의를 인정한 박 씨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두 차례 입장은 결국 거짓말
박 씨가 대중 앞에서 마지막으로 입을 연 건 지난 17일 1차 경찰 조사 때였다. 당시 그는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나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한 번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에 앞선 지난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오후 6시 기자회견은 2~ 3시간 전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됐고, 기자회견이 열린 프레스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취재진이 몰렸다.

당시 박 씨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시작해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라고 끝나는 기자회견을 6분 동안 했다. 박 씨는 '결코'라는 말을 2번, '결단코'라는 말을 1번 사용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박 씨 측은 수사 전에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가 조언했다며,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을 마쳤다.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를 받는 데 문제가 되는 행동은 조금이라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가수 박유천 씨가 지난달 10일 마약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가수 박유천 씨가 지난달 10일 마약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박 씨가 마약 사건과 관련해 대중 앞에서 직접 입을 열어 얘기한 두 차례의 입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마약을 결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구속 이후에 7번을 했다고 자백했다. 1차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있는 그대로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지만, 구속 전까지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거듭 사과한 로버트 할리와 대조
박 씨의 이런 태도는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와 비교된다.

지난달 8일 체포된 하 씨는 당일 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압송되면서 기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하 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9일 남부청에 조사를 받으러 오면서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구속영장심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심경을 밝혔다. 경찰서를 나서면서는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말했고, 법원에 도착해서는 "함께한 가족과 동료들에게 죄송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였지만, 꼭 심경을 밝히리라 마음먹은 것 같았다.

똑같은 필로폰 투약 혐의인데도 하 씨가 박 씨보다 비난을 덜 받는 건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태도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 씨는 30년 가까이 자신을 사랑해준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지난달 8일 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지난달 8일 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대중들은 억울하다며 발 벗고 변명에 나선 박 씨에게 귀 기울였다. 그러나 박 씨는 사과의 한마디를 듣고 싶은 대중들에게 입을 닫고 있다. 박 씨의 이런 일방적인 행보에 대중들은 신뢰를 거둬들였고, 15년간 쌓은 한류스타의 품격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남은 건 '거짓말쟁이 삼류스타'다.

급기야 과거 대상포진에 걸려서 생겼다고 알려진 다리 흉터까지 이른바 '메스버그'가 아닌지 의심받는 지경이다. 메스버그는 필로폰 투약 부작용에 따른 가려움증 때문에 다리를 긁어서 생긴 흉터를 뜻하는데, 박 씨의 과거 행적까지 대중들은 믿지 못하는 셈이다.

박 씨가 대중 앞에 설 기회는 이제 많지 않다. 곧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데, 구속 상태라 검찰과 법원에서는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한다. 박 씨가 경찰서 유치장을 떠나는 날 기자들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들이댈 것이다. '한류스타' 박유천은 어떠한 품격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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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변명은 발벗고 사과엔 입닫고…‘한류스타’ 박유천의 품격
    • 입력 2019-05-02 08:32:10
    • 수정2019-05-02 08:34:15
    취재후·사건후
혐의 인정 이후에도 대중에겐 '묵묵부답'<br />두 차례 밝힌 입장은 결국 거짓말로<br />거듭 사과한 로버트 할리와 대조<br />'마지막 마이크' 앞에서 품격 보여줄까
마약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 씨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진 지난달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있는 남부청 별관 앞에는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혐의를 인정한 박 씨가 대중에게도 한마디 말을 남길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박 씨는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한 것인가", "부인하다가 시인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곧바로 차를 타고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박 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도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중들은 혐의를 인정한 박 씨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두 차례 입장은 결국 거짓말
박 씨가 대중 앞에서 마지막으로 입을 연 건 지난 17일 1차 경찰 조사 때였다. 당시 그는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나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한 번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에 앞선 지난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오후 6시 기자회견은 2~ 3시간 전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됐고, 기자회견이 열린 프레스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취재진이 몰렸다.

당시 박 씨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시작해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라고 끝나는 기자회견을 6분 동안 했다. 박 씨는 '결코'라는 말을 2번, '결단코'라는 말을 1번 사용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박 씨 측은 수사 전에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가 조언했다며,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을 마쳤다.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를 받는 데 문제가 되는 행동은 조금이라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가수 박유천 씨가 지난달 10일 마약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박 씨가 마약 사건과 관련해 대중 앞에서 직접 입을 열어 얘기한 두 차례의 입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마약을 결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구속 이후에 7번을 했다고 자백했다. 1차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있는 그대로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지만, 구속 전까지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거듭 사과한 로버트 할리와 대조
박 씨의 이런 태도는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와 비교된다.

지난달 8일 체포된 하 씨는 당일 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압송되면서 기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하 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9일 남부청에 조사를 받으러 오면서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구속영장심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심경을 밝혔다. 경찰서를 나서면서는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말했고, 법원에 도착해서는 "함께한 가족과 동료들에게 죄송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였지만, 꼭 심경을 밝히리라 마음먹은 것 같았다.

똑같은 필로폰 투약 혐의인데도 하 씨가 박 씨보다 비난을 덜 받는 건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태도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 씨는 30년 가까이 자신을 사랑해준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지난달 8일 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대중들은 억울하다며 발 벗고 변명에 나선 박 씨에게 귀 기울였다. 그러나 박 씨는 사과의 한마디를 듣고 싶은 대중들에게 입을 닫고 있다. 박 씨의 이런 일방적인 행보에 대중들은 신뢰를 거둬들였고, 15년간 쌓은 한류스타의 품격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남은 건 '거짓말쟁이 삼류스타'다.

급기야 과거 대상포진에 걸려서 생겼다고 알려진 다리 흉터까지 이른바 '메스버그'가 아닌지 의심받는 지경이다. 메스버그는 필로폰 투약 부작용에 따른 가려움증 때문에 다리를 긁어서 생긴 흉터를 뜻하는데, 박 씨의 과거 행적까지 대중들은 믿지 못하는 셈이다.

박 씨가 대중 앞에 설 기회는 이제 많지 않다. 곧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데, 구속 상태라 검찰과 법원에서는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한다. 박 씨가 경찰서 유치장을 떠나는 날 기자들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들이댈 것이다. '한류스타' 박유천은 어떠한 품격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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