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단독] 수천억대 가상화폐 사기 의혹…美 ‘렌벨캐피탈’ 진실은?

입력 2019.05.02 (21:29) 수정 2019.05.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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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때 2천만 원대를 돌파한 비트코인, 하지만 이렇게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에는 6백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두기만 하면 손실은 전혀 없고, 한 달에 18%의 수익만 난다' 믿어지십니까?

그런데 최근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못받고 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끈질긴K가 파헤쳐 봤습니다.

[리포트]

가상화페 전문 투자회사라며 국내에 진출한 미국 업체 '렌벨캐피탈'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떴다방 식으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OO시 투자설명회/음성변조 : "투자자가 (비트코인) 1.5비트를 맡기는 거야. 하나 반. 이것을 MT4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돈을 벌어. 벌어서 3.25비트를 주겠다, 10개월 만에. 이게 사업 모델이에요."]

렌벨캐피탈의 수익 홍보자료입니다.

매달 투자금의 18%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열 달 뒤엔 수수료를 뺀 원금까지 고스란히 돌려주겠다...

이른바 '원금 보장'과 '수익 대박'을 약속합니다.

투자금도 직접 받지 않고 모집책을 통해 끌어모았습니다.

한 명의 모집책이 여러명에게 투자금을 받고, 투자금을 낸 사람은 또 다시 다른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다단계 방식입니다.

[A 씨/렌밸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저희 바로 위에는 (모집책이) 정확히 누군지 모르죠. 위에 위에 있을 수도 있고 더 위에 있을 수도 있고요. 바이너리(다단계) 구조로 해서 10대(단계)까지 있고..."]

회사 자산과 개인 투자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자체 거래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의 안심을 샀습니다.

[B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프로그램 들어가면) 4조 천억 이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이 자기네(렌벨캐피탈) 잔고로 가지고 있고 수익을 내고 있으니까 투자를 하라는 거죠. 안 넘어가겠어요?"]

투자 초기엔 매달 약속한 수익금이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갑자기 수익금 지급이 중단됐습니다.

만기가 지났지만 투자 원금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C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다른 데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이사를 가려면 큰 돈이 들어가잖아요. 조금 보태 보고자 투자를 하게 된 건데... 이사 못 가죠."]

모든 지급이 중단된 지 넉 달,

이젠 랜벨캐피탈 임원들과 연락마저 제대로 닿지 않습니다.

[렌벨캐피탈 한국 측 이사/음성변조 : "얘들(렌벨캐피탈 본사)은 (한국에) 10원도 줄 생각이 없다. 니네(한국 지사)들이 알아서 (불)꺼라. 우리는 안 준다."]

급기야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모임을 만들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렌벨캐피탈이 어떻게 한국에서 수천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 사건을 함께 취재한 우한솔 기자가 렌벨캐피탈의 실체를 파헤쳐봅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와 맺은 렌벨캐피탈의 업무협약식.

대표인 윌콜린스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랜벨캐피탈은 당시 국내 업체와 무슨 협약을 맺은 것일까요?

협약식이 열린 거래소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음성변조 : "전에 있던 분(업무 협약던 분)들은 여기서 망해서 나갔어요. 저희는 그런 렌벨캐피탈 지금 처음 들어봤어요. 이제 여기랑 아무런 관계가 없죠. 우리는 여기를 새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국내 파트너의 파산 시점은 지난해 12월, 렌벨캐피탈의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기 직전입니다.

또 다른 홍보영상.

미국 월가에서 오랜 잔뼈가 굵은 명성있는 기업임을 강조하며, 와이오밍주로부터 외환거래 위탁관리 업무에 대한 공인까지 획득했다고 선전합니다.

끈질긴 K가 영상 속 설명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와이오밍 주정부 홈페이지,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과 달리 2년 전에 렌벨캐피탈로 이름을 바꿨고, 그 전까지는 의료기기 업체였습니다.

대표자도 다른 사람입니다.

까다롭다는 주정부의 외환 거래 공인 과정은 거쳤을까?

[와이오밍주 사업부 관계자 : "렌벨캐피탈은 블록체인 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무슨 업체인지 모릅니다. 이 업체는 영리 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연차 보고서만 내면 영리 법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그런 공인 과정은 없었습니다.

렌벨캐피탈 대표가 미국 방송 뉴스에 출연했다며 자랑해 온 영상입니다.

[윌 콜린스/렌벨캐피탈 대표 : "'고객 우선'이라는 우리의 철학과 가상 화폐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이해했을 때,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하지요."]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를 뒤져 확인했습니다.

원본영상을 확인해보니 모든게 같았지만 오직 출연자만 렌벨캐피탈 대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방송사는 이에 대해 윌 콜린스가 출연한 적이 없으며 해당 영상은 조작된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조 원대의 랜벨캐피탈 자산 현황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케 한 거래 프로그램은 진짜일까?

[최화인/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 "'MT4'라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거래플랫폼 자체가 거래소를 의미하는데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기성이 농후한 거래소거나 자기네들끼리만 되는 거래소인데."]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숫자들조차 거짓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정부에 등록된 렌벨캐피탈 본사라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렌벨캐피탈 공식 연락처로 통화 : "(렌벨캐피탈 맞습니까?) 우리는 법인 등록을 대행해주는 업체. 렌벨 등록대행은 하지 않았고, 렌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체입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입니다.

[B 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전국에 (투자자가) 한 5천 명에서 만 명 정도 될 거에요. 금액은 5천억에서 1조 원 정도 되고요."]

그럴싸해보이는 미국 투자회사, 가상화폐 비트코인 그리고, 수익 대박의 환상이 결합되면서 단 1년여 만에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는 회복하기 힘들만큼 커졌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업체 관계자들이 불법 다단계 투자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국내 총책임자들과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에 대해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끈질긴K 김용준·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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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긴K/단독] 수천억대 가상화폐 사기 의혹…美 ‘렌벨캐피탈’ 진실은?
    • 입력 2019-05-02 21:35:50
    • 수정2019-05-02 22:25:58
    뉴스 9
[기자]

한때 2천만 원대를 돌파한 비트코인, 하지만 이렇게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에는 6백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두기만 하면 손실은 전혀 없고, 한 달에 18%의 수익만 난다' 믿어지십니까?

그런데 최근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못받고 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끈질긴K가 파헤쳐 봤습니다.

[리포트]

가상화페 전문 투자회사라며 국내에 진출한 미국 업체 '렌벨캐피탈'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떴다방 식으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OO시 투자설명회/음성변조 : "투자자가 (비트코인) 1.5비트를 맡기는 거야. 하나 반. 이것을 MT4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돈을 벌어. 벌어서 3.25비트를 주겠다, 10개월 만에. 이게 사업 모델이에요."]

렌벨캐피탈의 수익 홍보자료입니다.

매달 투자금의 18%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열 달 뒤엔 수수료를 뺀 원금까지 고스란히 돌려주겠다...

이른바 '원금 보장'과 '수익 대박'을 약속합니다.

투자금도 직접 받지 않고 모집책을 통해 끌어모았습니다.

한 명의 모집책이 여러명에게 투자금을 받고, 투자금을 낸 사람은 또 다시 다른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다단계 방식입니다.

[A 씨/렌밸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저희 바로 위에는 (모집책이) 정확히 누군지 모르죠. 위에 위에 있을 수도 있고 더 위에 있을 수도 있고요. 바이너리(다단계) 구조로 해서 10대(단계)까지 있고..."]

회사 자산과 개인 투자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자체 거래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의 안심을 샀습니다.

[B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프로그램 들어가면) 4조 천억 이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이 자기네(렌벨캐피탈) 잔고로 가지고 있고 수익을 내고 있으니까 투자를 하라는 거죠. 안 넘어가겠어요?"]

투자 초기엔 매달 약속한 수익금이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갑자기 수익금 지급이 중단됐습니다.

만기가 지났지만 투자 원금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C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다른 데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이사를 가려면 큰 돈이 들어가잖아요. 조금 보태 보고자 투자를 하게 된 건데... 이사 못 가죠."]

모든 지급이 중단된 지 넉 달,

이젠 랜벨캐피탈 임원들과 연락마저 제대로 닿지 않습니다.

[렌벨캐피탈 한국 측 이사/음성변조 : "얘들(렌벨캐피탈 본사)은 (한국에) 10원도 줄 생각이 없다. 니네(한국 지사)들이 알아서 (불)꺼라. 우리는 안 준다."]

급기야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모임을 만들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렌벨캐피탈이 어떻게 한국에서 수천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 사건을 함께 취재한 우한솔 기자가 렌벨캐피탈의 실체를 파헤쳐봅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와 맺은 렌벨캐피탈의 업무협약식.

대표인 윌콜린스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랜벨캐피탈은 당시 국내 업체와 무슨 협약을 맺은 것일까요?

협약식이 열린 거래소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음성변조 : "전에 있던 분(업무 협약던 분)들은 여기서 망해서 나갔어요. 저희는 그런 렌벨캐피탈 지금 처음 들어봤어요. 이제 여기랑 아무런 관계가 없죠. 우리는 여기를 새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국내 파트너의 파산 시점은 지난해 12월, 렌벨캐피탈의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기 직전입니다.

또 다른 홍보영상.

미국 월가에서 오랜 잔뼈가 굵은 명성있는 기업임을 강조하며, 와이오밍주로부터 외환거래 위탁관리 업무에 대한 공인까지 획득했다고 선전합니다.

끈질긴 K가 영상 속 설명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와이오밍 주정부 홈페이지,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과 달리 2년 전에 렌벨캐피탈로 이름을 바꿨고, 그 전까지는 의료기기 업체였습니다.

대표자도 다른 사람입니다.

까다롭다는 주정부의 외환 거래 공인 과정은 거쳤을까?

[와이오밍주 사업부 관계자 : "렌벨캐피탈은 블록체인 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무슨 업체인지 모릅니다. 이 업체는 영리 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연차 보고서만 내면 영리 법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그런 공인 과정은 없었습니다.

렌벨캐피탈 대표가 미국 방송 뉴스에 출연했다며 자랑해 온 영상입니다.

[윌 콜린스/렌벨캐피탈 대표 : "'고객 우선'이라는 우리의 철학과 가상 화폐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이해했을 때,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하지요."]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를 뒤져 확인했습니다.

원본영상을 확인해보니 모든게 같았지만 오직 출연자만 렌벨캐피탈 대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방송사는 이에 대해 윌 콜린스가 출연한 적이 없으며 해당 영상은 조작된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조 원대의 랜벨캐피탈 자산 현황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케 한 거래 프로그램은 진짜일까?

[최화인/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 "'MT4'라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거래플랫폼 자체가 거래소를 의미하는데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기성이 농후한 거래소거나 자기네들끼리만 되는 거래소인데."]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숫자들조차 거짓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정부에 등록된 렌벨캐피탈 본사라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렌벨캐피탈 공식 연락처로 통화 : "(렌벨캐피탈 맞습니까?) 우리는 법인 등록을 대행해주는 업체. 렌벨 등록대행은 하지 않았고, 렌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체입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입니다.

[B 씨/렌벨캐피탈 투자자/음성변조 : "전국에 (투자자가) 한 5천 명에서 만 명 정도 될 거에요. 금액은 5천억에서 1조 원 정도 되고요."]

그럴싸해보이는 미국 투자회사, 가상화폐 비트코인 그리고, 수익 대박의 환상이 결합되면서 단 1년여 만에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는 회복하기 힘들만큼 커졌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업체 관계자들이 불법 다단계 투자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국내 총책임자들과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에 대해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끈질긴K 김용준·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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