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패스트트랙 한국당 빼고 가라” 북한 지령?…어떻게 조작됐나

입력 2019.05.03 (19:32) 수정 2019.05.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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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부터 북한매체에서 자유한국당 해체가 숙명이라는 교시가 내려왔잖아요. 그 내용을 찾아봤더니 완전 소름끼쳐...신속처리안건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연관기사] [팩트체크K] “한국당 빼고 패스트트랙 지정” 北 지령?…또 가짜뉴스

북,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해 '패스트트랙' 교시 내렸다고?

얼마 전 공개된 1인 방송의 내용이다. 이 채널 운영자는 대표적인 보수 우파 유튜버로 분류되며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는다. 최근 정국이 북한 지령이라고 주장한 내용 등을 담은 이 방송편은 조회수만 26만이 넘었다.
방송에서 이른바 북한 교시의 증거라고 제시된 건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라며 캡쳐한 화면이다. 이 화면은 이런 유명 유튜브 방송뿐 아니라 일베 등 극우 사이트와 일부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북한 배후론의 증거라고 거론되는 이 기사는 사실일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캡쳐 화면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기사라며 "신속처리안건 자유한국당 빼고가는 것이 최선"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4월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전하며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라고 돼 있다. 이어 "여야 4당이 처리해서 밀고 갈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의 보이코트 전술쯤은 무시하고 가는 편이 낫다"고도 적혀 있다.

<우리민족끼리> 기사, 국내 매체 기사 단순 인용한 내용

여러 경로로 확인 결과, 해당 기사가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포되고 있는 기사는 원본과 다르다. 원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국내에선 접속이 금지돼 있다. 무단으로 접속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23일 남조선언론 《민중의 소리》에 사회대개혁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자유한국당》을 배제시키고 처리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한 글이 실렸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포되고 있는 캡쳐 화면은 이 부분을 삭제하고 편집했다. 즉,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는 우리나라 인터넷 매체인 <민중의 소리>의 사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실제로 <민중의 소리> 사이트 여론광장 코너에는 4월 23일 사설란에 "패스트트랙,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길이 최선이다"라는 글이 실려있다. 제목과 내용 모두 동일하다. <민중의 소리>사설을 인용한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를 근거로 북한배후론이 성립하는 논리라면 <민중의 소리>가 북한에 지령을 내렸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근거와 출처 찾기 어려운 점 악용…사회 좀먹는 음모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매체가 남한 언론을 인용하며 비판하는 것은 그들에겐 손쉬운 (선전) 방법"이라면서 "교시라는 건 그 지시를 받아 행동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건 교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는 "신속처리안 나 홀로 반대하는 한국당 자가당착"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단순한 조작으로 '북한 배후론'이라는 무시무시한 색깔론이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배후론'은 그 출처나 근거를 찾아 밝히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를 좀먹는 색깔론과 음모론의 단골 메뉴가 돼왔다. 언론은 물론, 구독자 등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인기 유튜버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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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3 19:32:41
    • 수정2019-05-03 21:17:03
    팩트체크K
"보름 전부터 북한매체에서 자유한국당 해체가 숙명이라는 교시가 내려왔잖아요. 그 내용을 찾아봤더니 완전 소름끼쳐...신속처리안건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연관기사] [팩트체크K] “한국당 빼고 패스트트랙 지정” 北 지령?…또 가짜뉴스

북,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해 '패스트트랙' 교시 내렸다고?

얼마 전 공개된 1인 방송의 내용이다. 이 채널 운영자는 대표적인 보수 우파 유튜버로 분류되며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는다. 최근 정국이 북한 지령이라고 주장한 내용 등을 담은 이 방송편은 조회수만 26만이 넘었다.
방송에서 이른바 북한 교시의 증거라고 제시된 건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라며 캡쳐한 화면이다. 이 화면은 이런 유명 유튜브 방송뿐 아니라 일베 등 극우 사이트와 일부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북한 배후론의 증거라고 거론되는 이 기사는 사실일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캡쳐 화면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기사라며 "신속처리안건 자유한국당 빼고가는 것이 최선"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4월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전하며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라고 돼 있다. 이어 "여야 4당이 처리해서 밀고 갈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의 보이코트 전술쯤은 무시하고 가는 편이 낫다"고도 적혀 있다.

<우리민족끼리> 기사, 국내 매체 기사 단순 인용한 내용

여러 경로로 확인 결과, 해당 기사가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포되고 있는 기사는 원본과 다르다. 원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국내에선 접속이 금지돼 있다. 무단으로 접속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23일 남조선언론 《민중의 소리》에 사회대개혁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자유한국당》을 배제시키고 처리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한 글이 실렸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포되고 있는 캡쳐 화면은 이 부분을 삭제하고 편집했다. 즉,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는 우리나라 인터넷 매체인 <민중의 소리>의 사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실제로 <민중의 소리> 사이트 여론광장 코너에는 4월 23일 사설란에 "패스트트랙,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길이 최선이다"라는 글이 실려있다. 제목과 내용 모두 동일하다. <민중의 소리>사설을 인용한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를 근거로 북한배후론이 성립하는 논리라면 <민중의 소리>가 북한에 지령을 내렸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근거와 출처 찾기 어려운 점 악용…사회 좀먹는 음모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매체가 남한 언론을 인용하며 비판하는 것은 그들에겐 손쉬운 (선전) 방법"이라면서 "교시라는 건 그 지시를 받아 행동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건 교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는 "신속처리안 나 홀로 반대하는 한국당 자가당착"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단순한 조작으로 '북한 배후론'이라는 무시무시한 색깔론이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배후론'은 그 출처나 근거를 찾아 밝히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를 좀먹는 색깔론과 음모론의 단골 메뉴가 돼왔다. 언론은 물론, 구독자 등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인기 유튜버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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