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독거 치매’의 늪…초고령사회 일본이 흔들리는 이유

입력 2019.05.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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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의 빈곤과 질병. 초고령사회 일본의 난제이다. 특히 치매 증상 노인의 노후 문제는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다. 각 지역별 포괄지원센터가 고령자 상담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족도 친척도 없어요" … 독거노인들의 안타까운 호소
▶ "장수도 생각해 바야 할 문제"…90대 치매 노인의 눈물
▶ 보증인이 없으면 치매 요양 시설 입소 못해
▶ 친척 없는 독거인 대부분, 보증·사후대책에 불안
▶ 보증인이 없는 독거노인 … 치매에 걸리면 치명적

[ "가족도 친척도 없어요" … 독거노인들의 안타까운 호소 ]

2만6천 명이 거주하는 니가타 시 외곽.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1인 가구도 급증하는 곳이다. 노인 지원 기관에는 "가족이 없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끊겼다.", "친척도 없다"는 내용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시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노인 상담과 지원 업무를 맡은 스가이 히데아키 씨는 친척마저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지원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거동은 불편한데 가족이나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경우, 센터 측에서 쇼핑·공공요금 지불·병원 동행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니가타 시 지역포괄지원센터니가타 시 지역포괄지원센터

독거노인 중에는 심신이 약해져 집안이 쓰레기로 덮여도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거나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일도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자주 연락을 하고 생활 상태를 살펴줘야 하는데, 이러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 "장수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90대 치매 노인의 쓸쓸한 노후 ]

92살 아베 씨의 사례는 이른바 '독거치매'라는 새로운 형태의 난제에 일본 사회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얼굴과 신원을 NHK에 공개하면서 독거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아베 유키미 (92세)아베 유키미 (92세)

아베 씨는 후쿠시마현 기타카타 시에서 태어났다. 젊어서 결혼했다가 남편을 잃었다. 30살 이후 니가타에서 식당 종업원과 청소 일 등을 하며 혼자 생계를 이었다. 자녀는 없었다. 65살에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혼자였다. 2017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독거 생활이 어려워졌다.

시 지원센터의 스가이 씨가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입소 가능한 요양원을 찾아냈지만 '신원보증인'이 필요했다. 간토 지방에 사는 동생과 연락이 닿았지만, 보증인이 돼 줄 처지가 안된다고 했다. 동생 자신도 고령이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설 측에 보증인이 돼줄 사람이 없다고 전하자, 입소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안정적인 거처를 찾지 못했다.

다행히 단기간 숙박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찾았다. 보증인이 없어도 되는 긴급 시설이다. 그러나 개호보험의 대상이 아니므로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다. 아직은 기억의 끈을 모두 놓치지 않은 아베 씨,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모두에게 불편과 걱정만 끼쳐서 죄송합니다. 장수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빨리 떠나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네요"

[ 보증인이 없으면 치매 요양 시설 입소 못해]

노약자 돌봄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케어 매니저'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계약 등에 도움을 주는 성년후견인이 배정됐고, 입소 자체에 긍정적인 시설도 찾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곳이 보증인을 요구했다. 치매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이른바 '마지막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시 지원센터 직원/스가이 히데아키(오른쪽)시 지원센터 직원/스가이 히데아키(오른쪽)

아베 씨는 아직 자신의 의사를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다. 앞으로 그것조차 불가능해졌을 때,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누군가 '보증인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 보였다.

비슷한 상담이 잇따르고 있지만, 보증인 없는 노인 환자를 받아 줄 시설은 거의 없었다. 시설 측은 '유사시 긴급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했다. '같은 도시 거주', '보증인 2명' 등 더욱 엄격한 조건이 붙기도 했다. 보증인이 없으면 신청 단체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 개호시설 역시 보증인 없는 환자를 거절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만, 비용을 체납하면 누가 갚아줄 것인지,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가거나 수술을 하면 누가 보살필 것인가, 사망하면 장례 및 사후 절차를 누가 진행할 것인가 등 갖가지 불확실성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국 의료기관의 65%, 요양시설의 96%가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친척 없는 독거인 대부분, 보증·사후대책에 불안 ]

지난해 가고시마의 특정 비영리 활동법인(NPO) '연결 가고시마'가 노인 빈곤과 복지 상담 사례와 관련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였다. 2018년 10월 22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전국의 '생활곤궁자 자립지원제도 자립상담지원기관' 1,314곳과 전국 '지역포괄지원센터(인구 10만 명 이상)' 3,133곳을 대상으로 우편 및 메일을 통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률은 각각 50.0%와 24.8%.

2017년 상담 접수 사례 중 친척도 없다는 사람으로부터의 상담 요청이 있었다는 응답이 각각 79.1%, 86.6%로 나타났다. 친척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례는 각각 75.8%, 89.7%로 나타났다. 구체적 내용을 복수 응답으로 집계한 결과, 임대차 계약, 병원·시설 입·퇴원 과정 등의 보증인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각각 94.0%, 96.1%로 나타났다. 사후 대책 문제도 각각 48.8%, 67.9%나 됐다.

특히 지원기관 관계자가 상담 대상자로부터 보증인 요청을 받았다는 응답도 51.6%로 나타나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원이 보증인을 떠맡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채무 대납 요구를 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직원은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기관은 채무와 장례 등의 책임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보증인 요구는 받지 않기로 했다.

[ 보증인이 없는 독거노인 … 치매에 걸리면 치명적 ]

니가타 시에서 70대 독거 여성이 백혈병으로 입원하게 됐다. 지역 민생위원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보증인이 됐다. 병원 측은 수술 때 서명을 요구했다. 사망 이후 대응도 사전에 보장을 요구했다. 센터 측이 병원을 설득해 보증이 없이 수술을 받도록 했다.

보증인을 새울 수 없는 독거노인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슈쿠도쿠 대학의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이 문제를 현장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사회보장제도는 개호보험과 의료보험이 있어도 '친척'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면 서비스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가족이 보증인의 책임을 진다는 의식이 약화되고, 가족 관계가 해체되거나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가족을 대신한 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NPO '연결 가고시마' 에서는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돌봐줄 친척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임을 꾸려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족이 없는 사람들 수십 명이 상조회를 만들어 정기 모임이나 꽃놀이 등의 행사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사할 때 서로 돕거나 다리가 아픈 노인을 위해 생필품을 사다 줄 수도 있다. 휴대전화 무료통신 앱을 통해 매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입원한 노인을 위해 보증인이 되어 준 사례도 있다. 그런데, 밀착 돌봄이 꼭 필요한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가까운 미래라고 일컬어진다.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과 일탈의 여정을 한국 사회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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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독거 치매’의 늪…초고령사회 일본이 흔들리는 이유
    • 입력 2019-05-04 07:01:26
    특파원 리포트
독거노인의 빈곤과 질병. 초고령사회 일본의 난제이다. 특히 치매 증상 노인의 노후 문제는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다. 각 지역별 포괄지원센터가 고령자 상담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족도 친척도 없어요" … 독거노인들의 안타까운 호소
▶ "장수도 생각해 바야 할 문제"…90대 치매 노인의 눈물
▶ 보증인이 없으면 치매 요양 시설 입소 못해
▶ 친척 없는 독거인 대부분, 보증·사후대책에 불안
▶ 보증인이 없는 독거노인 … 치매에 걸리면 치명적

[ "가족도 친척도 없어요" … 독거노인들의 안타까운 호소 ]

2만6천 명이 거주하는 니가타 시 외곽.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1인 가구도 급증하는 곳이다. 노인 지원 기관에는 "가족이 없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끊겼다.", "친척도 없다"는 내용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시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노인 상담과 지원 업무를 맡은 스가이 히데아키 씨는 친척마저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지원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거동은 불편한데 가족이나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경우, 센터 측에서 쇼핑·공공요금 지불·병원 동행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니가타 시 지역포괄지원센터
독거노인 중에는 심신이 약해져 집안이 쓰레기로 덮여도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거나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일도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자주 연락을 하고 생활 상태를 살펴줘야 하는데, 이러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 "장수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90대 치매 노인의 쓸쓸한 노후 ]

92살 아베 씨의 사례는 이른바 '독거치매'라는 새로운 형태의 난제에 일본 사회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얼굴과 신원을 NHK에 공개하면서 독거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아베 유키미 (92세)
아베 씨는 후쿠시마현 기타카타 시에서 태어났다. 젊어서 결혼했다가 남편을 잃었다. 30살 이후 니가타에서 식당 종업원과 청소 일 등을 하며 혼자 생계를 이었다. 자녀는 없었다. 65살에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혼자였다. 2017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독거 생활이 어려워졌다.

시 지원센터의 스가이 씨가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입소 가능한 요양원을 찾아냈지만 '신원보증인'이 필요했다. 간토 지방에 사는 동생과 연락이 닿았지만, 보증인이 돼 줄 처지가 안된다고 했다. 동생 자신도 고령이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설 측에 보증인이 돼줄 사람이 없다고 전하자, 입소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안정적인 거처를 찾지 못했다.

다행히 단기간 숙박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찾았다. 보증인이 없어도 되는 긴급 시설이다. 그러나 개호보험의 대상이 아니므로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다. 아직은 기억의 끈을 모두 놓치지 않은 아베 씨,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모두에게 불편과 걱정만 끼쳐서 죄송합니다. 장수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빨리 떠나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네요"

[ 보증인이 없으면 치매 요양 시설 입소 못해]

노약자 돌봄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케어 매니저'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계약 등에 도움을 주는 성년후견인이 배정됐고, 입소 자체에 긍정적인 시설도 찾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곳이 보증인을 요구했다. 치매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이른바 '마지막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시 지원센터 직원/스가이 히데아키(오른쪽)
아베 씨는 아직 자신의 의사를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다. 앞으로 그것조차 불가능해졌을 때,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누군가 '보증인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 보였다.

비슷한 상담이 잇따르고 있지만, 보증인 없는 노인 환자를 받아 줄 시설은 거의 없었다. 시설 측은 '유사시 긴급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했다. '같은 도시 거주', '보증인 2명' 등 더욱 엄격한 조건이 붙기도 했다. 보증인이 없으면 신청 단체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 개호시설 역시 보증인 없는 환자를 거절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만, 비용을 체납하면 누가 갚아줄 것인지,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가거나 수술을 하면 누가 보살필 것인가, 사망하면 장례 및 사후 절차를 누가 진행할 것인가 등 갖가지 불확실성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국 의료기관의 65%, 요양시설의 96%가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친척 없는 독거인 대부분, 보증·사후대책에 불안 ]

지난해 가고시마의 특정 비영리 활동법인(NPO) '연결 가고시마'가 노인 빈곤과 복지 상담 사례와 관련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였다. 2018년 10월 22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전국의 '생활곤궁자 자립지원제도 자립상담지원기관' 1,314곳과 전국 '지역포괄지원센터(인구 10만 명 이상)' 3,133곳을 대상으로 우편 및 메일을 통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률은 각각 50.0%와 24.8%.

2017년 상담 접수 사례 중 친척도 없다는 사람으로부터의 상담 요청이 있었다는 응답이 각각 79.1%, 86.6%로 나타났다. 친척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례는 각각 75.8%, 89.7%로 나타났다. 구체적 내용을 복수 응답으로 집계한 결과, 임대차 계약, 병원·시설 입·퇴원 과정 등의 보증인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각각 94.0%, 96.1%로 나타났다. 사후 대책 문제도 각각 48.8%, 67.9%나 됐다.

특히 지원기관 관계자가 상담 대상자로부터 보증인 요청을 받았다는 응답도 51.6%로 나타나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원이 보증인을 떠맡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채무 대납 요구를 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직원은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기관은 채무와 장례 등의 책임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보증인 요구는 받지 않기로 했다.

[ 보증인이 없는 독거노인 … 치매에 걸리면 치명적 ]

니가타 시에서 70대 독거 여성이 백혈병으로 입원하게 됐다. 지역 민생위원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보증인이 됐다. 병원 측은 수술 때 서명을 요구했다. 사망 이후 대응도 사전에 보장을 요구했다. 센터 측이 병원을 설득해 보증이 없이 수술을 받도록 했다.

보증인을 새울 수 없는 독거노인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슈쿠도쿠 대학의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이 문제를 현장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사회보장제도는 개호보험과 의료보험이 있어도 '친척'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면 서비스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가족이 보증인의 책임을 진다는 의식이 약화되고, 가족 관계가 해체되거나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가족을 대신한 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NPO '연결 가고시마' 에서는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돌봐줄 친척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임을 꾸려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족이 없는 사람들 수십 명이 상조회를 만들어 정기 모임이나 꽃놀이 등의 행사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사할 때 서로 돕거나 다리가 아픈 노인을 위해 생필품을 사다 줄 수도 있다. 휴대전화 무료통신 앱을 통해 매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입원한 노인을 위해 보증인이 되어 준 사례도 있다. 그런데, 밀착 돌봄이 꼭 필요한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가까운 미래라고 일컬어진다.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과 일탈의 여정을 한국 사회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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