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미 신경전 ‘계속’…주변 강국 본격 ‘외교전’

입력 2019.05.04 (07:49) 수정 2019.05.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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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5월 4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북미 간 양보 없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고 남북 관계도 답보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착국면 장기화 우려 속에 북한과 미국은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계속해 강화하는 모습인데요.

한반도 주변의 외교전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보폭 넓히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슈 앤 한반도 북미 간 힘겨루기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판문점 도보다리. 1년이 지나 이번에는 일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남북 정상이 함께 심은 나무 역시 인기 견학 장소가 됐습니다.

[정은희/방문객 : "직접 와서 보니까 남북이 분단된 그런 느낌보다는 마치 옆에 동네 와 있는, 하나가 된 느낌입니다."]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잠시 중단됐던 JSA 견학. 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비무장화입니다. 경계에 나선 군인들은 철모 대신 베레모를 썼고, 권총도 차지 않았습니다. 북측 판문각에도 관광객들이 찾아와 남측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숀 모로/유엔사 JSA 경비대대장 : "지난해 9월부터 JSA 내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됐고, 초소 내 무장화기도 철수했습니다. 그래서 판문점 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분계선을 자유롭게 오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한이 JSA 안에서만큼은 군사분계선을 없애고 자유롭게 오가기로 했지만, 실무협의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입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4월 29일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간에 어떤 이행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주춤해 가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남북 간 정상선언에 대한 이행 측면도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는 답보 상태가 계속되고, 북미는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지만, 하노이 회담 당시 밝힌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지금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달,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상황 파악 못하는 멍청이 같다”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북한. 보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을 향해 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최 부상이 강하게 비난한 건, 폼페이오 장관의 ‘경로 변경’ 발언. 북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발언을 사실상 군사 압박으로 해석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북한도 경로 변경을 할 수 있지만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말, 시한부 등의 표현으로 대화 기한을 강조하며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내년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기간 동안에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입장은 연말까지라는 시한을 정해서 미국을 압박하고 금년 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역설적으로 반영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에는 하나의 접근법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비핵화 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북미가 본격 협상을 재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이어가는 모양샙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귀국한지 하루 만에, 러시아 방문의 성과를 강조한 기록영화를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특수 촬영 기법을 동원해 각국의 취재 경쟁을 은연중에 과시하는가 하면, 푸틴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부각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김수향/평양 주민 : "우리 원수님께서는 떠나실 때처럼 우리들이 단잠에 들었던 새벽에 너무도 조용히 조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정말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 한순간의 휴식도 없이 불철주야의 장정을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 감사, 축원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

하지만 양국의 친선과 협력을 강조했을 뿐, 6자 회담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비핵화 방법론으로 6자회담을 거론한 것에 대해 미국은 실패한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볼턴/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6자회담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중국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며 6자회담 재개론에 곧바로 호응했습니다. 북한이 전통 우방국을 통해 6자회담의 필요성을 확인 받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에 북한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현재 구도를 다자체제로 전환할 뜻을 시사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협상 전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다자협상을 언급한 만큼, 일각에선 6자회담이 이른바 새로운 길’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핵화의 길을 가되, 북한이 원하는 속도와 방법으로 비핵화를 실천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국제 검증을 받는 길입니다.

이 길을 통해 비핵화의 결과가 증명된다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명분도 어느 순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북한의 셈법입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에서 자신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도 6자회담에서 자신들을 지지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요구를 무력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북한 핵 문제를 끌고 갈수 있다 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 과정에서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집중하는 분위깁니다. 지난해 네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든든한 뒷배를 약속했던 중국이, 북한 문제에 한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1~2월 북중 간의 무역 통계를 보면, 작년 지난해죠, 2018년 1~2월에 비해서 대폭 낮아진 그런 무역량이 보이고... 정제유가 러시아는 북한에 지금 약 1만 톤 이상을 1~2월 달에 공급을 했는데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약 1천 톤 정도 수준을 공급한걸로 나와요. 9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최소한 1~2월간의 거래 동향을 보면 러시아가 훨씬 북한에게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조치를 했다라고 가할 수 있겠습니다."]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단 한 번도 북한에 과감한 지원을 해 준 적이 없습니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원유 50만 톤을 지원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수많은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던 고난의 행군 시기, 중국은 국가 이익에 충실하며 한국과 수교를 맺고 북한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1992년 8월 :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을 기해 오랜 비정상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에 있어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을 대비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국가인 만큼,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목적도 다분히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적인 교류 그 다음에 외교적인 방파제 역할 이런 것들이 러시아보다는 훨씬 중요하죠, 당면한 측면에서.... 중국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 우리 외교가 중국에게만 의존돼 있지 않다는 걸 좀 보여주면서 중국이 북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그런 성격도 크다고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주변국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합종연횡에 여념이 없는데요. 미국과 일본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고, 중국도 일본과의 외교를 강화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 자체 건조한 미사일 구축함에 올랐습니다. 중국은 미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전략 핵잠수함을 최선두에 세워 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을 시작했습니다.

관함식에는 일본 함정 스즈쓰키함도 뱃머리에 욱일기를 달고 들어왔습니다. 욱일기에 대해선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가 군중에 몰려 옷이 짓밟히기도 했고, 지난해 중국 난징 지방정부는 욱일기나 일제 군복 등 일본의 2차 대전을 상기시키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중국이 욱일기를 양해한 것은 미국과 긴장관계인 상황에서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센카쿠 열도 분쟁 등으로 악화됐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있었던 중일 경제대화에선 2001년 일본 광우병 발생 뒤 금지했던 일본 쇠고기 중국 수출에 관한 합의도 있었습니다.

[고노 다로/일본 외무상/4월 14일 : "중국과는 지난해부터 정상궤도로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지난주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은 밀월 회담을 방불케 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만찬을 함께하고, 둘째 날에는 두 정상 간 골프 회동도 이뤄졌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26일 : "북한 관련 사안에 우리는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함께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3월 유엔에 제출하던 북한인권결의안을 보류하고, 최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북한에 압력’이란 표현을 삭제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일본은 한국이 주관하는 연합해상훈련에 끝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초계기 갈등, 욱일기 문제 등으로 사이가 틀어진 양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갑니다.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가 없다면, 비핵화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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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미 신경전 ‘계속’…주변 강국 본격 ‘외교전’
    • 입력 2019-05-04 08:03:10
    • 수정2019-05-08 10:30:31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5월 4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북미 간 양보 없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고 남북 관계도 답보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착국면 장기화 우려 속에 북한과 미국은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계속해 강화하는 모습인데요.

한반도 주변의 외교전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보폭 넓히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슈 앤 한반도 북미 간 힘겨루기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판문점 도보다리. 1년이 지나 이번에는 일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남북 정상이 함께 심은 나무 역시 인기 견학 장소가 됐습니다.

[정은희/방문객 : "직접 와서 보니까 남북이 분단된 그런 느낌보다는 마치 옆에 동네 와 있는, 하나가 된 느낌입니다."]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잠시 중단됐던 JSA 견학. 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비무장화입니다. 경계에 나선 군인들은 철모 대신 베레모를 썼고, 권총도 차지 않았습니다. 북측 판문각에도 관광객들이 찾아와 남측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숀 모로/유엔사 JSA 경비대대장 : "지난해 9월부터 JSA 내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됐고, 초소 내 무장화기도 철수했습니다. 그래서 판문점 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군사분계선을 자유롭게 오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한이 JSA 안에서만큼은 군사분계선을 없애고 자유롭게 오가기로 했지만, 실무협의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입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4월 29일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간에 어떤 이행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주춤해 가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남북 간 정상선언에 대한 이행 측면도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는 답보 상태가 계속되고, 북미는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지만, 하노이 회담 당시 밝힌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지금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달,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상황 파악 못하는 멍청이 같다”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북한. 보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을 향해 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최 부상이 강하게 비난한 건, 폼페이오 장관의 ‘경로 변경’ 발언. 북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발언을 사실상 군사 압박으로 해석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북한도 경로 변경을 할 수 있지만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말, 시한부 등의 표현으로 대화 기한을 강조하며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내년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기간 동안에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입장은 연말까지라는 시한을 정해서 미국을 압박하고 금년 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역설적으로 반영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에는 하나의 접근법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비핵화 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북미가 본격 협상을 재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이어가는 모양샙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귀국한지 하루 만에, 러시아 방문의 성과를 강조한 기록영화를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특수 촬영 기법을 동원해 각국의 취재 경쟁을 은연중에 과시하는가 하면, 푸틴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부각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김수향/평양 주민 : "우리 원수님께서는 떠나실 때처럼 우리들이 단잠에 들었던 새벽에 너무도 조용히 조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정말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 한순간의 휴식도 없이 불철주야의 장정을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 감사, 축원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

하지만 양국의 친선과 협력을 강조했을 뿐, 6자 회담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비핵화 방법론으로 6자회담을 거론한 것에 대해 미국은 실패한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볼턴/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6자회담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중국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며 6자회담 재개론에 곧바로 호응했습니다. 북한이 전통 우방국을 통해 6자회담의 필요성을 확인 받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에 북한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현재 구도를 다자체제로 전환할 뜻을 시사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협상 전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다자협상을 언급한 만큼, 일각에선 6자회담이 이른바 새로운 길’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핵화의 길을 가되, 북한이 원하는 속도와 방법으로 비핵화를 실천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국제 검증을 받는 길입니다.

이 길을 통해 비핵화의 결과가 증명된다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명분도 어느 순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북한의 셈법입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에서 자신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도 6자회담에서 자신들을 지지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요구를 무력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북한 핵 문제를 끌고 갈수 있다 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 과정에서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집중하는 분위깁니다. 지난해 네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든든한 뒷배를 약속했던 중국이, 북한 문제에 한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1~2월 북중 간의 무역 통계를 보면, 작년 지난해죠, 2018년 1~2월에 비해서 대폭 낮아진 그런 무역량이 보이고... 정제유가 러시아는 북한에 지금 약 1만 톤 이상을 1~2월 달에 공급을 했는데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약 1천 톤 정도 수준을 공급한걸로 나와요. 9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최소한 1~2월간의 거래 동향을 보면 러시아가 훨씬 북한에게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조치를 했다라고 가할 수 있겠습니다."]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단 한 번도 북한에 과감한 지원을 해 준 적이 없습니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원유 50만 톤을 지원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수많은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던 고난의 행군 시기, 중국은 국가 이익에 충실하며 한국과 수교를 맺고 북한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1992년 8월 :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을 기해 오랜 비정상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에 있어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을 대비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국가인 만큼,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목적도 다분히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적인 교류 그 다음에 외교적인 방파제 역할 이런 것들이 러시아보다는 훨씬 중요하죠, 당면한 측면에서.... 중국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 우리 외교가 중국에게만 의존돼 있지 않다는 걸 좀 보여주면서 중국이 북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그런 성격도 크다고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주변국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합종연횡에 여념이 없는데요. 미국과 일본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고, 중국도 일본과의 외교를 강화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 자체 건조한 미사일 구축함에 올랐습니다. 중국은 미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전략 핵잠수함을 최선두에 세워 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을 시작했습니다.

관함식에는 일본 함정 스즈쓰키함도 뱃머리에 욱일기를 달고 들어왔습니다. 욱일기에 대해선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가 군중에 몰려 옷이 짓밟히기도 했고, 지난해 중국 난징 지방정부는 욱일기나 일제 군복 등 일본의 2차 대전을 상기시키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중국이 욱일기를 양해한 것은 미국과 긴장관계인 상황에서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센카쿠 열도 분쟁 등으로 악화됐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있었던 중일 경제대화에선 2001년 일본 광우병 발생 뒤 금지했던 일본 쇠고기 중국 수출에 관한 합의도 있었습니다.

[고노 다로/일본 외무상/4월 14일 : "중국과는 지난해부터 정상궤도로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지난주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은 밀월 회담을 방불케 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만찬을 함께하고, 둘째 날에는 두 정상 간 골프 회동도 이뤄졌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26일 : "북한 관련 사안에 우리는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함께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3월 유엔에 제출하던 북한인권결의안을 보류하고, 최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북한에 압력’이란 표현을 삭제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일본은 한국이 주관하는 연합해상훈련에 끝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초계기 갈등, 욱일기 문제 등으로 사이가 틀어진 양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갑니다.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가 없다면, 비핵화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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