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국회는 동물의 왕국”…양비론 보도의 무한재생

입력 2019.05.05 (08:01) 수정 2019.05.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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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만 남고, 정치는 활극이 됐다"

'7년 만에 돌아온 동물국회'라는 제목으로 여야 대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한 언론 보도를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말이 아닌 몸으로 싸우는 여야 정치인들을 언론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몸싸움을 하는지, 정당별 책임의 무게는 같을지 다를지 따져보는 등 사태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동물국회'를 다루는 언론 보도 행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바람직한 정치 쟁점 보도를 고민한다.

"7년 만에 '동물국회'가 돌아왔다"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3개 법안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시작된 지난 4월 25일, '동물국회'라는 표현이 방송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기자들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말하고 있는 단어는 비슷했다. '격렬한 몸싸움', '난장판', '아수라장', '전쟁터' 등이다.



두 명 사·보임에 감금·점거→경호권 발동…난장판 '동물국회'(경향신문)
대치·충돌 혼돈의 패스트트랙…최악 '동물국회'(국민일보)
타협 없는 육탄전…7년 만의 '동물국회'(서울신문)
이메일 발의 시도, 경호권 발동…밤까지 '동물국회'(조선일보)
한국당, 회의장 막고 법안까지 빼앗아…'동물국회'로 되돌려(한겨레)

다음날 신문 지면에도 '동물국회'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식물국회'에 이어 이제는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가 출현했다고 비유하면서 여야 의원들을 모두 비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몸싸움한 여야 모두 잘못"...양비론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방송사 저녁 종합 뉴스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한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28일까지 보도 내용을 살펴본 결과 78.1%가 상황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었고 14.2%는 여야 대치 상황을 평가하고 해설하는 뉴스였다. 반면 패스트트랙에 포함될 법과 제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보도는 6.3%에 그쳤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왜 싸우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정치인들의 싸움이 나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실감할 수 없었다. 사실 선거제도 개편 같은 쟁점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유·불리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 짚어줘야 하는데 이러한 보도가 너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J 고정 패널인 최욱 팟캐스트 MC는 "경기 규칙을 모르는 스포츠를 보면 너무 재미없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패스트트랙, 사보임, 추인 등 모두 어려운 단어들인데 싸우는 모습만 중계하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정치 혐오만 낳고 쟁점은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도 "전형적으로 본말이 전도된 언론 보도 양상이다. 정치인들이 싸울 때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그걸 일목요연하게 나눠서 설명하고 각 쟁점에 대해 정당의 입장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실종돼버렸다"고 지적했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신문 기사의 경우 사진 한두 장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말을 더 극단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의 내용을 살펴보면 '창과 방패, 누구는 공격하고 누구는 막고 있다'는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 있다. 그다음에 '누가 이겼냐, 누가 졌냐'는 식으로 내용을 만들어낸다. 한 편의 소설을 쓰는 과정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가운데 정치인을 캐릭터화하는 과정까지 거치게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판사 출신 '엘리트 정치인'에서 '투사'로 거듭난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기사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여야 주장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능사인가?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특히,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별 입장을 따옴표 안에 넣어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 행태가 되풀이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4월 27일 방송된 KBS 뉴스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KBS가 4월 27일에 <한국당 '정의로운 투쟁'…민주당 '혹세무민'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뉴스가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았다. 제목 짓기의 부적절함을 넘어서 해당 뉴스는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집회를 전하면서 비판적 잣대 없이 당시 정치인들의 발언을 쭉 가져다 보도하기만 했다. 전형적인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독재 타도"라고 저격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7일 온라인 기사인 <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광화문 두 번째 장외투쟁..."독재 타도">를 통해 '장인상을 당한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발인을 마친 뒤 투쟁에 참석했다. 이날 새벽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우리 대한민국, 우리 국민, 우리 헌법,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패고 부수고 파괴하고 찢어버리는 저 독재의 도끼날을 피 흘리며 삼켜버리겠다"며 "오늘 광화문에 해가 뜬다.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아름다운 자유민주주의의 해를 맞이한다. 모두 함께해달라"며 당원과 일반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다'고 전했다.

"'독재 타도'는 의도된 언어의 오염"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들은 언어를 오염시키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헌법을 지키지 않은 독재자와 같다'는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런데 언론이 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 '독재 타도'라는 용어를 기사에 쓰는 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정치 구호가 퍼 날라진다. 이렇게 되면 특정 정치 세력은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얻게 되고 정치성향이 중도인 그룹은 헷갈리게 만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폭력 국회' 향한 조선일보의 이중잣대


이번 사태에서 조선일보는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서도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폭력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6일 자 <팩스 제출·病床 결재로 선거법 날치기, 군사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을 보면 "한국당을 뺀 4당의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 임시회기 때는 사보임이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사무처가 문제없다고 길을 터줬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군사 정부도 않던 선거법 날치기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팩트가 잘못된 기사였다. 한국일보는 지난 4월 30일 자 지면의 '팩트파인더'를 통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 역시 1988년 도입 때 여야 합의가 아닌 날치기로 통과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내무위원장 대안으로 발의한 '소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안'을 야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부의장의 주재하에 1분 만에 기습 통과시켰다"고 팩트 체크했다.

김언경 처장은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이 불법 사보임을 통해 한국당의 폭력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가 있었을 땐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당시 미디어법 무효를 주장하면서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을 다시 걷어찼다'고 비판한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화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폭력 국회의 정당성, 책임 묻는 보도 필요"

정준희 교수는 정치 쟁점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에 대해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 충분히 적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따져주고 책임을 물어주는 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인데 현재 '동물국회' 보도는 그렇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물리적으로 막아 나선 게 시대적으로 정당한지, 민의에 비춰서도 정당한지 따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5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42회는 <정치 혐오만 남은 '동물국회' 보도>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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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5 08:01:12
    • 수정2019-05-05 11:13:30
    저널리즘 토크쇼 J
"싸움만 남고, 정치는 활극이 됐다"

'7년 만에 돌아온 동물국회'라는 제목으로 여야 대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한 언론 보도를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말이 아닌 몸으로 싸우는 여야 정치인들을 언론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몸싸움을 하는지, 정당별 책임의 무게는 같을지 다를지 따져보는 등 사태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동물국회'를 다루는 언론 보도 행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바람직한 정치 쟁점 보도를 고민한다.

"7년 만에 '동물국회'가 돌아왔다"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3개 법안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시작된 지난 4월 25일, '동물국회'라는 표현이 방송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기자들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말하고 있는 단어는 비슷했다. '격렬한 몸싸움', '난장판', '아수라장', '전쟁터' 등이다.



두 명 사·보임에 감금·점거→경호권 발동…난장판 '동물국회'(경향신문)
대치·충돌 혼돈의 패스트트랙…최악 '동물국회'(국민일보)
타협 없는 육탄전…7년 만의 '동물국회'(서울신문)
이메일 발의 시도, 경호권 발동…밤까지 '동물국회'(조선일보)
한국당, 회의장 막고 법안까지 빼앗아…'동물국회'로 되돌려(한겨레)

다음날 신문 지면에도 '동물국회'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식물국회'에 이어 이제는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가 출현했다고 비유하면서 여야 의원들을 모두 비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몸싸움한 여야 모두 잘못"...양비론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방송사 저녁 종합 뉴스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한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28일까지 보도 내용을 살펴본 결과 78.1%가 상황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었고 14.2%는 여야 대치 상황을 평가하고 해설하는 뉴스였다. 반면 패스트트랙에 포함될 법과 제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보도는 6.3%에 그쳤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왜 싸우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정치인들의 싸움이 나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실감할 수 없었다. 사실 선거제도 개편 같은 쟁점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유·불리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 짚어줘야 하는데 이러한 보도가 너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J 고정 패널인 최욱 팟캐스트 MC는 "경기 규칙을 모르는 스포츠를 보면 너무 재미없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패스트트랙, 사보임, 추인 등 모두 어려운 단어들인데 싸우는 모습만 중계하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정치 혐오만 낳고 쟁점은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도 "전형적으로 본말이 전도된 언론 보도 양상이다. 정치인들이 싸울 때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그걸 일목요연하게 나눠서 설명하고 각 쟁점에 대해 정당의 입장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실종돼버렸다"고 지적했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신문 기사의 경우 사진 한두 장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말을 더 극단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의 내용을 살펴보면 '창과 방패, 누구는 공격하고 누구는 막고 있다'는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 있다. 그다음에 '누가 이겼냐, 누가 졌냐'는 식으로 내용을 만들어낸다. 한 편의 소설을 쓰는 과정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가운데 정치인을 캐릭터화하는 과정까지 거치게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판사 출신 '엘리트 정치인'에서 '투사'로 거듭난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기사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여야 주장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능사인가?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특히,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별 입장을 따옴표 안에 넣어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 행태가 되풀이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4월 27일 방송된 KBS 뉴스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KBS가 4월 27일에 <한국당 '정의로운 투쟁'…민주당 '혹세무민'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뉴스가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았다. 제목 짓기의 부적절함을 넘어서 해당 뉴스는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집회를 전하면서 비판적 잣대 없이 당시 정치인들의 발언을 쭉 가져다 보도하기만 했다. 전형적인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독재 타도"라고 저격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7일 온라인 기사인 <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광화문 두 번째 장외투쟁..."독재 타도">를 통해 '장인상을 당한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발인을 마친 뒤 투쟁에 참석했다. 이날 새벽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우리 대한민국, 우리 국민, 우리 헌법,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패고 부수고 파괴하고 찢어버리는 저 독재의 도끼날을 피 흘리며 삼켜버리겠다"며 "오늘 광화문에 해가 뜬다.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아름다운 자유민주주의의 해를 맞이한다. 모두 함께해달라"며 당원과 일반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다'고 전했다.

"'독재 타도'는 의도된 언어의 오염"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들은 언어를 오염시키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헌법을 지키지 않은 독재자와 같다'는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런데 언론이 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 '독재 타도'라는 용어를 기사에 쓰는 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정치 구호가 퍼 날라진다. 이렇게 되면 특정 정치 세력은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얻게 되고 정치성향이 중도인 그룹은 헷갈리게 만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폭력 국회' 향한 조선일보의 이중잣대


이번 사태에서 조선일보는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서도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폭력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6일 자 <팩스 제출·病床 결재로 선거법 날치기, 군사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을 보면 "한국당을 뺀 4당의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 임시회기 때는 사보임이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사무처가 문제없다고 길을 터줬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군사 정부도 않던 선거법 날치기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팩트가 잘못된 기사였다. 한국일보는 지난 4월 30일 자 지면의 '팩트파인더'를 통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 역시 1988년 도입 때 여야 합의가 아닌 날치기로 통과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내무위원장 대안으로 발의한 '소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안'을 야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부의장의 주재하에 1분 만에 기습 통과시켰다"고 팩트 체크했다.

김언경 처장은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이 불법 사보임을 통해 한국당의 폭력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가 있었을 땐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당시 미디어법 무효를 주장하면서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을 다시 걷어찼다'고 비판한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화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폭력 국회의 정당성, 책임 묻는 보도 필요"

정준희 교수는 정치 쟁점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에 대해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 충분히 적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따져주고 책임을 물어주는 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인데 현재 '동물국회' 보도는 그렇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물리적으로 막아 나선 게 시대적으로 정당한지, 민의에 비춰서도 정당한지 따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5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42회는 <정치 혐오만 남은 '동물국회' 보도>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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