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직장 괴롭힘①] “일 못하면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마” 직장 괴롭힘에 피눈물
입력 2019.05.07 (09:11) 취재K
[직장 괴롭힘①] “일 못하면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마” 직장 괴롭힘에 피눈물
걸림돌이 되면 내가 다 손에 피 묻힐 거니까

기자가 입수한 20분 분량의 녹음파일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제주도의 한 렌터카 회사 대표이사 A씨의 올해 초 발언이 담긴 파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겁박'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로열패밀리라는 말을 들어야겠습니다. 로열패밀리란 말 알죠? 그 길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되면 바로 내가 다 손에 피 묻힐 거니까, 적당히 직장생활 하고 즐길 거면 짐 싸세요."

A씨의 살벌한 선포로 회의가 시작됩니다. 서늘한 긴장감이 전해집니다.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얼마든지 나가서 까세요, 깔라면 까

물론 업무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쓴소리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A씨 발언은 '쓴소리'의 범위를 한참 벗어났습니다.

"다음 주부터 내 지시대로 안 하면 가차 없이 권고사직 처리. 우리나라는 민족성이 별로 안 좋아서 본보기가 좀 필요해요."

"하기 싫어? 보고하지 마. 인사팀한테 얘기해서 대표의 지시사항을 하지 않은 이유로 권고사직시킬 겁니다. 아시겠죠?"

회의 내내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권고사직 형식을 빌려 내보내겠다고 말합니다. 말이 권고지 직원들에겐 사실상의 해고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발언입니다.

여러분이 나를 계속 간 보는 거 같아서 기분이 불쾌합니다

‘대표이사 갑질’이 폭로된 제주도의 렌터카 회사‘대표이사 갑질’이 폭로된 제주도의 렌터카 회사

백번 천번 만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어느 군기 센 회사의 특이한 일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표이사 A씨의 얘기를 더 들어볼까요?

"나 걸음걸이 느린 거 싫어합니다. 예전에 나 제주 있을 때 지점 직원들은 속보로 뛰어다녀요. 왜? 늦게 다니면 내가 가만두지 않아요. 야 저 XX 잘라!!"

"화장실은 하루에 정해진 횟수만 가세요. 수도 없이 가지 마시고."

"(대기업같이)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은 사복 입고 다녀도 돼.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실력이 검증된 사람 몇 명이나 있어요? 검증이 안 됐으니까 옷 좀 불편하게 입고 다녀! 어쩔거야? 본인 실력을 안 갖췄는데."

회사에서 걷지 말고 뛰어다니고,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 말고, 실력이 안 되면 사복 대신 정장을 입고 다니라고 강요합니다. 인격 모독성 발언도 이어집니다. 상식적인 업무 지시인가요?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나를 건들면 가만두지 않아요

회의 내내 직원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합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나 테스트 그만 해요. 왜 제주 것들이 날 무서워하는지, 두려워하는지. 나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를 건들면 가만두지 않아요. 이게 우리 OO 렌터카를 업계, 제주도정, 검찰, 경찰, 세무서가 못 건드리는 이유가 이거예요. 나 건드리면 끝까지 물어뜯으니까. 아시겠죠?"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A씨는 '제주 행정기관, 검찰, 경찰, 세무서'를 빌어 자신의 권위를 강조합니다. 권력기관도 자신을 못 건드리니 일개 직원들은 내가 어떠한 지시를 내리더라도 조용히 따르라는 거겠죠.

사용자가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입니다.

월급 안에 내가 너를 학대할 수 있는 비용도 있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A씨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렌터카 회사 직원 B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A씨가) 새벽 6시에 메신저를 보내서 '이 시간에 일어나 있지 않으면 루저(loser, 패배자)다'라던가 아니면 '인간은 짓밟아버려야 하는 존재이다'라던가....전직원을 모아놓고 말씀을 하시고 그걸 그대로 타이핑해서 전 직원에게 공지하시고...인간적으로 모독하시고 하는 것들이 거의 제가 입사하고 나서 매일 있었어요."

대화가 이어지자 B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생활 포기 방이 있어요. 줄여서 '사포방'이라고 하는데

A씨는 근무 시간 외에도 직원들을 통제했습니다. 7~8개에 이르는 단체대화방을 통해서였습니다.

"사생활 포기 방이라고 메신저 방이 있어요. 줄여서 사포방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고 대표님이 지시하면 언제든지 거기에 대답해야 하고, 언제 지시하셔도 무조건 그 시간에 다 일을 해내야 해요."

"월급 안에는 내가 너를 학대할 수 있는 비용도 있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대표를 견디지 못해 3일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도 많았다고 B씨는 말했습니다.

"저 사람 자식이 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이 들더라고요."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노동자 73.3%, 직장 내 괴롭힘 당한 적 있다

렌터카 회사 직원 B씨의 상황, 아주 드문 것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 64세 이하 전국의 남녀 임금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아울렀습니다.(2017년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95% 신뢰수준에 표집오차 ±2.5%)

그 결과 응답자의 73.3%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욕 등 정신적 공격이 25%, 과중한 업무부여가 20%, 따돌림 16%, 사생활 침해 14% 등의 순이었습니다.

괴롭힘을 주 1회 이상 경험한 비율은 25%, 거의 매일 경험한다는 비율도 12%에 달했습니다.

함부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같은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비율은 60.3%에 이릅니다. 왜일까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44%, 말을 꺼냈다가 직장 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29%로 나타났습니다.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B씨도 마찬가지입니다. B씨는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도 받아봤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한번 좌절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저 참고 시간이 흐르길, 인사이동이 있기만 바라야 하는 걸까요? 같은 조사에서 열 명 중 한 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사회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괴롭힘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직장 괴롭힘①] “일 못하면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마” 직장 괴롭힘에 피눈물
    • 입력 2019.05.07 (09:11)
    취재K
[직장 괴롭힘①] “일 못하면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마” 직장 괴롭힘에 피눈물
걸림돌이 되면 내가 다 손에 피 묻힐 거니까

기자가 입수한 20분 분량의 녹음파일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제주도의 한 렌터카 회사 대표이사 A씨의 올해 초 발언이 담긴 파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겁박'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로열패밀리라는 말을 들어야겠습니다. 로열패밀리란 말 알죠? 그 길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되면 바로 내가 다 손에 피 묻힐 거니까, 적당히 직장생활 하고 즐길 거면 짐 싸세요."

A씨의 살벌한 선포로 회의가 시작됩니다. 서늘한 긴장감이 전해집니다.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얼마든지 나가서 까세요, 깔라면 까

물론 업무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쓴소리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A씨 발언은 '쓴소리'의 범위를 한참 벗어났습니다.

"다음 주부터 내 지시대로 안 하면 가차 없이 권고사직 처리. 우리나라는 민족성이 별로 안 좋아서 본보기가 좀 필요해요."

"하기 싫어? 보고하지 마. 인사팀한테 얘기해서 대표의 지시사항을 하지 않은 이유로 권고사직시킬 겁니다. 아시겠죠?"

회의 내내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권고사직 형식을 빌려 내보내겠다고 말합니다. 말이 권고지 직원들에겐 사실상의 해고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발언입니다.

여러분이 나를 계속 간 보는 거 같아서 기분이 불쾌합니다

‘대표이사 갑질’이 폭로된 제주도의 렌터카 회사‘대표이사 갑질’이 폭로된 제주도의 렌터카 회사

백번 천번 만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어느 군기 센 회사의 특이한 일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표이사 A씨의 얘기를 더 들어볼까요?

"나 걸음걸이 느린 거 싫어합니다. 예전에 나 제주 있을 때 지점 직원들은 속보로 뛰어다녀요. 왜? 늦게 다니면 내가 가만두지 않아요. 야 저 XX 잘라!!"

"화장실은 하루에 정해진 횟수만 가세요. 수도 없이 가지 마시고."

"(대기업같이)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은 사복 입고 다녀도 돼.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실력이 검증된 사람 몇 명이나 있어요? 검증이 안 됐으니까 옷 좀 불편하게 입고 다녀! 어쩔거야? 본인 실력을 안 갖췄는데."

회사에서 걷지 말고 뛰어다니고,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 말고, 실력이 안 되면 사복 대신 정장을 입고 다니라고 강요합니다. 인격 모독성 발언도 이어집니다. 상식적인 업무 지시인가요?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나를 건들면 가만두지 않아요

회의 내내 직원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합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나 테스트 그만 해요. 왜 제주 것들이 날 무서워하는지, 두려워하는지. 나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를 건들면 가만두지 않아요. 이게 우리 OO 렌터카를 업계, 제주도정, 검찰, 경찰, 세무서가 못 건드리는 이유가 이거예요. 나 건드리면 끝까지 물어뜯으니까. 아시겠죠?"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A씨는 '제주 행정기관, 검찰, 경찰, 세무서'를 빌어 자신의 권위를 강조합니다. 권력기관도 자신을 못 건드리니 일개 직원들은 내가 어떠한 지시를 내리더라도 조용히 따르라는 거겠죠.

사용자가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입니다.

월급 안에 내가 너를 학대할 수 있는 비용도 있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A씨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렌터카 회사 직원 B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A씨가) 새벽 6시에 메신저를 보내서 '이 시간에 일어나 있지 않으면 루저(loser, 패배자)다'라던가 아니면 '인간은 짓밟아버려야 하는 존재이다'라던가....전직원을 모아놓고 말씀을 하시고 그걸 그대로 타이핑해서 전 직원에게 공지하시고...인간적으로 모독하시고 하는 것들이 거의 제가 입사하고 나서 매일 있었어요."

대화가 이어지자 B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생활 포기 방이 있어요. 줄여서 '사포방'이라고 하는데

A씨는 근무 시간 외에도 직원들을 통제했습니다. 7~8개에 이르는 단체대화방을 통해서였습니다.

"사생활 포기 방이라고 메신저 방이 있어요. 줄여서 사포방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고 대표님이 지시하면 언제든지 거기에 대답해야 하고, 언제 지시하셔도 무조건 그 시간에 다 일을 해내야 해요."

"월급 안에는 내가 너를 학대할 수 있는 비용도 있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대표를 견디지 못해 3일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도 많았다고 B씨는 말했습니다.

"저 사람 자식이 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이 들더라고요."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노동자 73.3%, 직장 내 괴롭힘 당한 적 있다

렌터카 회사 직원 B씨의 상황, 아주 드문 것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 64세 이하 전국의 남녀 임금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아울렀습니다.(2017년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95% 신뢰수준에 표집오차 ±2.5%)

그 결과 응답자의 73.3%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욕 등 정신적 공격이 25%, 과중한 업무부여가 20%, 따돌림 16%, 사생활 침해 14% 등의 순이었습니다.

괴롭힘을 주 1회 이상 경험한 비율은 25%, 거의 매일 경험한다는 비율도 12%에 달했습니다.

함부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같은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비율은 60.3%에 이릅니다. 왜일까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44%, 말을 꺼냈다가 직장 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29%로 나타났습니다.

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A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B씨도 마찬가지입니다. B씨는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도 받아봤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한번 좌절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저 참고 시간이 흐르길, 인사이동이 있기만 바라야 하는 걸까요? 같은 조사에서 열 명 중 한 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사회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괴롭힘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