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정세현 “폼페이오 반응 보면, 北계산 통한 듯”

입력 2019.05.07 (10:39) 수정 2019.05.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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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깨지면 곤란한 美, 北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
- 발사체 아닌 미사일로 규정하더라도 UN안보리제재 저촉 ‘사거리’ 아냐
- ‘군사문제는 미국 판단 따라야한다’는 사람들이 왜 대북정책 실패 운운하는지
- 북동쪽 발사로 오히려 러시아가 불쾌할 수도...일본도 침묵하는 이유 살펴야
- 4.27 판문점 행사? 짝잃은 외기러기 신세... 남북대화 위해 미국 먼저 설득해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5월 7일(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 김경래 : 지난 4일에 북한이 쏜 게 “미사일이냐, 발사체냐?”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정치권 쪽에서 많이 시끄러운데요. 미국 쪽은 미사일이라고 정확하게 얘기는 안 하는 분위기예요. 뭔가 이유가 있는 거죠. 전반적으로 물밑에서 진행되는 협상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는 하는데 정확한 행간을 짚어봐야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세현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장관님, 이게 미사일입니까? 발사체입니까? 장관님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중요한 겁니까? 여러 가지로 헷갈려요, 지금.

▶ 정세현 : 발사체 중에는 미사일도 들어가 있고 방사포도 들어가 있고 여러 가지 다 있는데 미사일은 미사일이죠. 미사일이라고 딱 성격 규정을 하는 경우에 UN제재로 끌고 가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생기죠. 그럴 경우에 모처럼 지금 하노이회담 이후에 북미 협상의 모멘텀이 잠시 깨지기는 했지만 제재를 시작해놓으면 아무리 북한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할지라도 제재를 시작해놓으면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그걸 계산한 거예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는 지금 판이 깨지는 게 특히 트럼프로서는 좀 곤란합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에 했던 일이 1년 가까이 해왔던 일이 지금 그냥 공든 탑이 무너지는 셈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건 정치적으로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죠.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좀 시끄럽긴 한데 미국이 군사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 판단하는 대로 따라가야 된다고 항상 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또 미국의 결정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건... 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했다는 얘기를 왜 해요? 대미 정책이 잘됐구먼.

▷ 김경래 : 아니, 그런데 이게 보통 대중들한테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어요. 뭐냐 하면 “미사일을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 부르고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못 부르는 게 말이 되냐?” 이게 되게 쉬운 말이잖아요. 이 말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 정세현 : 군사 안보 문제라는 게 결국은 해석의 문제입니다. 해석의 문제예요. 정확한 진실은 따로 있고 그다음에 진실과 별도로 해석이 있고 해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정책이 달라지는 건데 미국에서 지금 미사일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미사일이라고 못하는 거죠. 처음에는 우리 군에서 미사일이라고 발표를 했다가.

▷ 김경래 : 했었죠, 합참에서.

▶ 정세현 : 40분 후에 다시 발사체라고 한 거 보면 미국에서 바로 지시가 내려온 거예요. “그거 미사일이라고 하면 복잡해진다. 이걸 그냥 발사체라고...” 그러니까 동물 중에는 개도 있고 닭도 있지만 특정해서 동물 이름을 얘기하지 말고 그냥 동물이라고 하자, 이래야만 미국이 좀 편해진다. 그리고 지금 백악관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지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그러는데 한국이 좀 생각 없이 불쑥 그렇게 얘기한 것, 곤란하다, 이거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지금 북미 간에도 그렇고 남북 간에도 그렇고 지금 기조의 대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이거 미사일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지금 우리 야당 같은 경우에는?

▶ 정세현 : 그렇죠. 그런데 야당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데 그렇게 해서 미사일이라고 난리를 쳤다 칩시다. 이게 UN안보리 가서 제재를 불러올 만큼의 사거리가 아니에요, 거리가. 200km, 300km는 사실 국내에서 얼마든지... 북한에 지금 200km, 300km짜리 미사일은 여러 개 있습니다, 수백 개, 수천 개 있어요.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건데, 물론 이번에 발사한 것은 새로 만든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방향도 남쪽으로 쏘지도 않고. 그러니까 청와대에서는 군사 분야 합의서, 작년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위반한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그것도 옳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왜냐하면 긴장 완화 지역이라고 그럴까, 완충 지역을 비무장지대 2km보다도 더 늘리지 않았어요? 북쪽으로 쐈거든, 남쪽으로 쏘지 않고. 그러니까 온산에서 저쪽 함경북도 쪽으로 쐈다는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네 영해 안에서 쏘고 떨어지고 한 걸 가지고 이쪽에서 난리를 친다는 게 객관적으로 조금 제3국에서 볼 때는 “아니, 한국 자기네들은 내부에서 별짓 다하고 훈련도 하고 미사일도 쏠 수도 있고 그러면서 저기는 내부적으로 그런 걸 왜 저렇게 시비를 거나.”하는 식으로 비난이 나올 수 있어요. 하여튼 미사일이라고 성격 규정을 한들, 우리 정부가 미국이 그걸 안보리에 안 가져가면 소용이 없는 겁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안보리에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이게 사거리를 보면 제재를 또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닐 수도 있다.

▶ 정세현 : 아니, 제재 대상은 아니고 그것보다는 거리가 한 1,000km 정도 2,000km 나오면 아마 비난 의장 성명 정도는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200km, 300km밖에 안 되는데 그건 의장 성명감도 아니에요. 지금 그걸 가지고 자꾸 내부에서 정치 쟁점화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이 내가 어저께 다른 데에서도 얘기했지만 진짜 국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없고 대표를 그렇게 완전히 그냥... 그런 데에 대해서 전혀 식견 없는 소리를 하도록 놔두는 게 별로 내부적으로 지지를 못 받는 거 아니에요?

▷ 김경래 : 뭐 북한 문제가 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분단 국가에서 북한 문제는 바로 안보 문제인데 안보 문제에 대해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뭐가 중요합니까? 말만 입만 열면 빨갱이라면서.

▷ 김경래 : 제가 다른 걸 좀 여쭤볼게요. 이게 일본 쪽이잖아요, 말하자면 크게 보면.

▶ 정세현 : 일본도 아니에요.

▷ 김경래 : 동해 쪽으로 쐈으면 일본 쪽으로 간 거 아니에요?

▶ 정세현 : 아니, 아니야. 지도 보면 함경도의 해안선 따라서 쐈어요. 굳이 화를 낸다면 러시아가 화를 내야 되는데 블라디보스토크 쪽으로 가지도 못했거든, 방향은 그 방향이지만. 일본하고는 관계없어요. 그러니까 폼페이오가 그러지 않았어요, “일본 쪽도 아니고 사우스 코리아 쪽도 아니고 미국 쪽은 더더구나 아니다. 뿐만 아니라 ICBM은 절대로 아니다. 따라서 이거는 문제삼지 말자.” 이렇게 폼페이오가 ABC방송하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경래 : 사거리나 방향이나 이런 게 그러면 북한 쪽에서도 굉장히 계산이 되어 있는 그런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 정세현 : 그럼요. 계산이야 바삭하죠. 그거를 원산에서 300km를 남쪽으로 쏘면 우리 쪽으로 쏘면 동해 쪽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동북 쪽으로 해서 해안선 따라서 쐈기 때문에 누가 시비를 걸 수 없게, 그러니까 시비를 걸 수 없으면서 동시에 우리 내부, 우리 영해에서도 훈련 못하는가, 이런 식으로 반론 제기할 수 있는 그 계산 딱 해서 그러지 않았어요?

▷ 김경래 : 그런데 아무도 시비 못 걸게 계산해서 했는데 그거 왜 한 거예요, 북한은? 뭐라고 봐야 됩니까? 투정 부리는 건가요? 뭐 좀 하자고 진행하자고 대화를.

▶ 정세현 : 아니, 지금 금년 4월 12일에 최고인민회 시정연설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더러 “연말까지는 셈법을 바꿔서 나와라. 지난번 하노이 때 같은 그런 식의 계산법은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셈법을 바꿔서 나와라.”라고 해놨지만 지금 연말까지도 안 움직일 것 같단 말이에요, 미국의 움직임이. 아무 움직임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을 벌여놓으면 회담을 빨리하자는 식으로 미국이 받아들여서 물밑 접촉을 제기해올 거다하는 계산까지 하고 지금 일을 벌인 겁니다. 그러니까 제재는 할 수 없고 그러나 가만 놔두면 점점 횟수가 늘어나고 거리가 늘어나면서 방향도 바뀌고 가령 일본을 자극한다든지 남한을 자극한다든지 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아마 미국이 움직일 거다, 한데 계산이 지금 비교적 맞아가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아, 그래요? 미국이 움직일 여지가 좀 생겼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 아니, 폼페이오가 지금 대화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채널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북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을 상대로 벌인 일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느냐는 거죠.

▷ 김경래 : 당장 쏘면 불안하니까 그럴 수도 있죠.

▶ 정세현 : 아니, 그리고 아베도 가만히 있잖아요, 아베도.

▷ 김경래 : 그러니까 일본도 완전히 조용하더라고요.

▶ 정세현 : 미국이 딱 입을 닫으라고 지시를 했으니까. 바로 어저께인가 트럼프 대통령하고 아베하고 통화를 했다고 그래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한테 먼저 걸었을 겁니다. “시끄럽게 하지 말아라. 당신네가 시끄럽게 하면 곤란하다.” 그렇게 교통정리가 되고 있는데 그동안에 한미동맹 그렇게 강조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미국한테 왜 따지지 못하느냐고 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돼요.

▷ 김경래 : 그런데 한미동맹 말씀하시니까 이게 좀 생각이 나는데요. 일전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있잖아요. 정 장관님 다음다음 해 통일부 장관 하신 분이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의 한국 정부 자세로는 남북관계 진전 안 된다. 미국 말 너무 듣고 이러는 거 지금 문제 있다.”

▶ 정세현 : 지난달 한겨레신문 칼럼입니다.

▷ 김경래 : 이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장관님은?

▶ 정세현 : 내가 그거 보고 바로 문자로 훌륭한 칼럼 썼다고...

▷ 김경래 : 어떤 부분이 훌륭한 건지 설명을 해 주셔야죠.

▶ 정세현 : 아니, 지금 이대로 해서는 미국에 대해서 할 말도 못하고 미국이 못하게 한다고 그래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시작도 못하는 이런 식으로 해서 무슨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하느냐? 남북관계 개선하려면 북한에서 얘기했듯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보다는 행위자가 되라.” 플레이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런 식으로 가줘야 된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같은 경우에는 치고 나가야 된다. 그렇게 해서 남한이 그래도 미국 눈치만 보는 건 아니라는 식의 인식이 생겨야 남북관계 개선이라든지 정상회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그런 취지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종석 장관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또 전화 왔어요, 고맙다고. 같은 입장입니다.

▷ 김경래 : 이게 그런데 그런 얘기를 또 이종석 장관이 했어요. “참모들이 너무 수동적이다. 참모들이 좀 강한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다독거리고 이런 분위기가 좋은데 참모들이 조용히 있고 시키는 대로만 하고 이런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 그것도 일리 있습니다. 이종석 박사가 그러니까 통일부 장관 나오기 전에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한 3년 가까이 청와대 NSC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을 했었거든요. 그때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묻거나 지시하기 전에 먼저 사건이 터지면 분석, 대책 해서 적극 올리고 그래서 대통령을 어떤 점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좌를 했죠.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볼 때 너무 참모들이 오늘날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이 너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그냥 막연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아마 내부 정보를 가지고 얘기할 텐데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 김경래 : 마지막으로 남북 정상, 이번에 4.27 행사 보니까 좀 썰렁했지 않습니까? 서글프더라고요, 느낌이.

▶ 정세현 : 저는 갔었는데 판문점에, 조금 썰렁합디다. 짝잃은 외기러기 혼자...

▷ 김경래 : 짝잃은 외기러기요. 어떻게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까요?

▶ 정세현 :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역시 남북 정상회담이 되려면 북미 간에 움직임이 있어서 북미 간에 대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때 비로소 남북 정상회담도 될 수 있다는 게 어떤 점에서는 비극이기는 한데 어떻게 합니까, 이거 지금 형편이... 남북 정상회담도 북미 정상회담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작년 4월에 했던 거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해서 다시 또 북미 간에 좀 더 큰 거래 내지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달라는 게 북한이 남한에 대한 요구거든요. 그러니까 북미 협상 가능성이 보일 때 해야죠. 그러려면 우리가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좀 답답한 상황이긴 해요, 그래도.

▶ 정세현 :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말을 듣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전화를 해야 돼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정세현 : 예.

▷ 김경래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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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정세현 “폼페이오 반응 보면, 北계산 통한 듯”
    • 입력 2019-05-07 10:39:02
    • 수정2019-05-07 14:51:02
    최강시사
- 판 깨지면 곤란한 美, 北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
- 발사체 아닌 미사일로 규정하더라도 UN안보리제재 저촉 ‘사거리’ 아냐
- ‘군사문제는 미국 판단 따라야한다’는 사람들이 왜 대북정책 실패 운운하는지
- 북동쪽 발사로 오히려 러시아가 불쾌할 수도...일본도 침묵하는 이유 살펴야
- 4.27 판문점 행사? 짝잃은 외기러기 신세... 남북대화 위해 미국 먼저 설득해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5월 7일(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 김경래 : 지난 4일에 북한이 쏜 게 “미사일이냐, 발사체냐?”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정치권 쪽에서 많이 시끄러운데요. 미국 쪽은 미사일이라고 정확하게 얘기는 안 하는 분위기예요. 뭔가 이유가 있는 거죠. 전반적으로 물밑에서 진행되는 협상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는 하는데 정확한 행간을 짚어봐야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세현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장관님, 이게 미사일입니까? 발사체입니까? 장관님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중요한 겁니까? 여러 가지로 헷갈려요, 지금.

▶ 정세현 : 발사체 중에는 미사일도 들어가 있고 방사포도 들어가 있고 여러 가지 다 있는데 미사일은 미사일이죠. 미사일이라고 딱 성격 규정을 하는 경우에 UN제재로 끌고 가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생기죠. 그럴 경우에 모처럼 지금 하노이회담 이후에 북미 협상의 모멘텀이 잠시 깨지기는 했지만 제재를 시작해놓으면 아무리 북한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할지라도 제재를 시작해놓으면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그걸 계산한 거예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는 지금 판이 깨지는 게 특히 트럼프로서는 좀 곤란합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에 했던 일이 1년 가까이 해왔던 일이 지금 그냥 공든 탑이 무너지는 셈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건 정치적으로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죠.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좀 시끄럽긴 한데 미국이 군사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 판단하는 대로 따라가야 된다고 항상 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또 미국의 결정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건... 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했다는 얘기를 왜 해요? 대미 정책이 잘됐구먼.

▷ 김경래 : 아니, 그런데 이게 보통 대중들한테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어요. 뭐냐 하면 “미사일을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 부르고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못 부르는 게 말이 되냐?” 이게 되게 쉬운 말이잖아요. 이 말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 정세현 : 군사 안보 문제라는 게 결국은 해석의 문제입니다. 해석의 문제예요. 정확한 진실은 따로 있고 그다음에 진실과 별도로 해석이 있고 해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정책이 달라지는 건데 미국에서 지금 미사일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미사일이라고 못하는 거죠. 처음에는 우리 군에서 미사일이라고 발표를 했다가.

▷ 김경래 : 했었죠, 합참에서.

▶ 정세현 : 40분 후에 다시 발사체라고 한 거 보면 미국에서 바로 지시가 내려온 거예요. “그거 미사일이라고 하면 복잡해진다. 이걸 그냥 발사체라고...” 그러니까 동물 중에는 개도 있고 닭도 있지만 특정해서 동물 이름을 얘기하지 말고 그냥 동물이라고 하자, 이래야만 미국이 좀 편해진다. 그리고 지금 백악관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지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그러는데 한국이 좀 생각 없이 불쑥 그렇게 얘기한 것, 곤란하다, 이거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지금 북미 간에도 그렇고 남북 간에도 그렇고 지금 기조의 대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이거 미사일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지금 우리 야당 같은 경우에는?

▶ 정세현 : 그렇죠. 그런데 야당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데 그렇게 해서 미사일이라고 난리를 쳤다 칩시다. 이게 UN안보리 가서 제재를 불러올 만큼의 사거리가 아니에요, 거리가. 200km, 300km는 사실 국내에서 얼마든지... 북한에 지금 200km, 300km짜리 미사일은 여러 개 있습니다, 수백 개, 수천 개 있어요.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건데, 물론 이번에 발사한 것은 새로 만든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방향도 남쪽으로 쏘지도 않고. 그러니까 청와대에서는 군사 분야 합의서, 작년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위반한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그것도 옳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왜냐하면 긴장 완화 지역이라고 그럴까, 완충 지역을 비무장지대 2km보다도 더 늘리지 않았어요? 북쪽으로 쐈거든, 남쪽으로 쏘지 않고. 그러니까 온산에서 저쪽 함경북도 쪽으로 쐈다는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네 영해 안에서 쏘고 떨어지고 한 걸 가지고 이쪽에서 난리를 친다는 게 객관적으로 조금 제3국에서 볼 때는 “아니, 한국 자기네들은 내부에서 별짓 다하고 훈련도 하고 미사일도 쏠 수도 있고 그러면서 저기는 내부적으로 그런 걸 왜 저렇게 시비를 거나.”하는 식으로 비난이 나올 수 있어요. 하여튼 미사일이라고 성격 규정을 한들, 우리 정부가 미국이 그걸 안보리에 안 가져가면 소용이 없는 겁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안보리에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이게 사거리를 보면 제재를 또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닐 수도 있다.

▶ 정세현 : 아니, 제재 대상은 아니고 그것보다는 거리가 한 1,000km 정도 2,000km 나오면 아마 비난 의장 성명 정도는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200km, 300km밖에 안 되는데 그건 의장 성명감도 아니에요. 지금 그걸 가지고 자꾸 내부에서 정치 쟁점화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이 내가 어저께 다른 데에서도 얘기했지만 진짜 국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없고 대표를 그렇게 완전히 그냥... 그런 데에 대해서 전혀 식견 없는 소리를 하도록 놔두는 게 별로 내부적으로 지지를 못 받는 거 아니에요?

▷ 김경래 : 뭐 북한 문제가 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분단 국가에서 북한 문제는 바로 안보 문제인데 안보 문제에 대해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뭐가 중요합니까? 말만 입만 열면 빨갱이라면서.

▷ 김경래 : 제가 다른 걸 좀 여쭤볼게요. 이게 일본 쪽이잖아요, 말하자면 크게 보면.

▶ 정세현 : 일본도 아니에요.

▷ 김경래 : 동해 쪽으로 쐈으면 일본 쪽으로 간 거 아니에요?

▶ 정세현 : 아니, 아니야. 지도 보면 함경도의 해안선 따라서 쐈어요. 굳이 화를 낸다면 러시아가 화를 내야 되는데 블라디보스토크 쪽으로 가지도 못했거든, 방향은 그 방향이지만. 일본하고는 관계없어요. 그러니까 폼페이오가 그러지 않았어요, “일본 쪽도 아니고 사우스 코리아 쪽도 아니고 미국 쪽은 더더구나 아니다. 뿐만 아니라 ICBM은 절대로 아니다. 따라서 이거는 문제삼지 말자.” 이렇게 폼페이오가 ABC방송하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경래 : 사거리나 방향이나 이런 게 그러면 북한 쪽에서도 굉장히 계산이 되어 있는 그런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 정세현 : 그럼요. 계산이야 바삭하죠. 그거를 원산에서 300km를 남쪽으로 쏘면 우리 쪽으로 쏘면 동해 쪽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동북 쪽으로 해서 해안선 따라서 쐈기 때문에 누가 시비를 걸 수 없게, 그러니까 시비를 걸 수 없으면서 동시에 우리 내부, 우리 영해에서도 훈련 못하는가, 이런 식으로 반론 제기할 수 있는 그 계산 딱 해서 그러지 않았어요?

▷ 김경래 : 그런데 아무도 시비 못 걸게 계산해서 했는데 그거 왜 한 거예요, 북한은? 뭐라고 봐야 됩니까? 투정 부리는 건가요? 뭐 좀 하자고 진행하자고 대화를.

▶ 정세현 : 아니, 지금 금년 4월 12일에 최고인민회 시정연설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더러 “연말까지는 셈법을 바꿔서 나와라. 지난번 하노이 때 같은 그런 식의 계산법은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셈법을 바꿔서 나와라.”라고 해놨지만 지금 연말까지도 안 움직일 것 같단 말이에요, 미국의 움직임이. 아무 움직임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을 벌여놓으면 회담을 빨리하자는 식으로 미국이 받아들여서 물밑 접촉을 제기해올 거다하는 계산까지 하고 지금 일을 벌인 겁니다. 그러니까 제재는 할 수 없고 그러나 가만 놔두면 점점 횟수가 늘어나고 거리가 늘어나면서 방향도 바뀌고 가령 일본을 자극한다든지 남한을 자극한다든지 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아마 미국이 움직일 거다, 한데 계산이 지금 비교적 맞아가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아, 그래요? 미국이 움직일 여지가 좀 생겼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 아니, 폼페이오가 지금 대화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채널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북한 계산이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을 상대로 벌인 일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느냐는 거죠.

▷ 김경래 : 당장 쏘면 불안하니까 그럴 수도 있죠.

▶ 정세현 : 아니, 그리고 아베도 가만히 있잖아요, 아베도.

▷ 김경래 : 그러니까 일본도 완전히 조용하더라고요.

▶ 정세현 : 미국이 딱 입을 닫으라고 지시를 했으니까. 바로 어저께인가 트럼프 대통령하고 아베하고 통화를 했다고 그래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한테 먼저 걸었을 겁니다. “시끄럽게 하지 말아라. 당신네가 시끄럽게 하면 곤란하다.” 그렇게 교통정리가 되고 있는데 그동안에 한미동맹 그렇게 강조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미국한테 왜 따지지 못하느냐고 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돼요.

▷ 김경래 : 그런데 한미동맹 말씀하시니까 이게 좀 생각이 나는데요. 일전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있잖아요. 정 장관님 다음다음 해 통일부 장관 하신 분이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의 한국 정부 자세로는 남북관계 진전 안 된다. 미국 말 너무 듣고 이러는 거 지금 문제 있다.”

▶ 정세현 : 지난달 한겨레신문 칼럼입니다.

▷ 김경래 : 이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장관님은?

▶ 정세현 : 내가 그거 보고 바로 문자로 훌륭한 칼럼 썼다고...

▷ 김경래 : 어떤 부분이 훌륭한 건지 설명을 해 주셔야죠.

▶ 정세현 : 아니, 지금 이대로 해서는 미국에 대해서 할 말도 못하고 미국이 못하게 한다고 그래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시작도 못하는 이런 식으로 해서 무슨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하느냐? 남북관계 개선하려면 북한에서 얘기했듯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보다는 행위자가 되라.” 플레이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런 식으로 가줘야 된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같은 경우에는 치고 나가야 된다. 그렇게 해서 남한이 그래도 미국 눈치만 보는 건 아니라는 식의 인식이 생겨야 남북관계 개선이라든지 정상회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그런 취지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종석 장관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또 전화 왔어요, 고맙다고. 같은 입장입니다.

▷ 김경래 : 이게 그런데 그런 얘기를 또 이종석 장관이 했어요. “참모들이 너무 수동적이다. 참모들이 좀 강한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다독거리고 이런 분위기가 좋은데 참모들이 조용히 있고 시키는 대로만 하고 이런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 그것도 일리 있습니다. 이종석 박사가 그러니까 통일부 장관 나오기 전에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한 3년 가까이 청와대 NSC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을 했었거든요. 그때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묻거나 지시하기 전에 먼저 사건이 터지면 분석, 대책 해서 적극 올리고 그래서 대통령을 어떤 점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좌를 했죠.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볼 때 너무 참모들이 오늘날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이 너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그냥 막연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아마 내부 정보를 가지고 얘기할 텐데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 김경래 : 마지막으로 남북 정상, 이번에 4.27 행사 보니까 좀 썰렁했지 않습니까? 서글프더라고요, 느낌이.

▶ 정세현 : 저는 갔었는데 판문점에, 조금 썰렁합디다. 짝잃은 외기러기 혼자...

▷ 김경래 : 짝잃은 외기러기요. 어떻게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까요?

▶ 정세현 :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역시 남북 정상회담이 되려면 북미 간에 움직임이 있어서 북미 간에 대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때 비로소 남북 정상회담도 될 수 있다는 게 어떤 점에서는 비극이기는 한데 어떻게 합니까, 이거 지금 형편이... 남북 정상회담도 북미 정상회담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작년 4월에 했던 거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해서 다시 또 북미 간에 좀 더 큰 거래 내지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달라는 게 북한이 남한에 대한 요구거든요. 그러니까 북미 협상 가능성이 보일 때 해야죠. 그러려면 우리가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좀 답답한 상황이긴 해요, 그래도.

▶ 정세현 :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말을 듣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전화를 해야 돼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정세현 : 예.

▷ 김경래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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