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식혜’ 모욕에 브라질 한류 팬 “韓 문화 왜곡은 안돼”

입력 2019.05.07 (14:06) 수정 2019.05.08 (06: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브라질 한인 동포 사회가 들끓었다.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인 부부가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 때문이었다. 미용 기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은 이들 부부는 명동거리를 관광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게재했는데, 이 영상은 한국 음식 문화를 비하하는 잘못된 정보로 가득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접하기 힘든 포르투갈어로 쓰인 탓에 잘 알려지지 않다가 동포 2세 젊은이들이 먼저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동영상은 브라질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그런데 동포 사회 못지 않게 브라질 현지 젊은이들이 이 영상은 잘못된 정보라며 한국 문화를 올바로 알자고 나섰다. 대부분 한국 문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한류를 즐기며 배우는 팬들이었다.


브라질인 부부가 동영상에 뭘 올렸나?...'구더기'·'개고기' 가짜 뉴스 담겨
이들 부부는 명동거리에서 판매되는 전통 식혜를 보고는 '구더기 주스'라며 "징그럽다, 역겹다."라고 표현했다. 식혜 안에 들어 있는 흰 밥알을 '구더기' '애벌레'에 비유한 것이다. 쇠고기 음식점 메뉴판 앞에서는 "이곳이 개고기를 파는 곳이다", 송이버섯 그림을 보고는 "개의 다리다."라고 한 데 이어, 또 다른 음식점 앞의 솥을 보고는 "지나가는 개를 잡아서 이 솥에 넣는다."라며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를 동영상에 담아 이들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장난 또는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표현이다. 더욱이 이 부부는 SNS 팔로워 수 4만 2천여 명을 자랑하는 브라질에서의 인플루언서다.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 나가자 현지 한인회는 '외국인 혐오'라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 브라질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헌법에도 인종과 피부색 등에 대한 차별은 범죄로 규정돼 있다.


"브라질 국민을 대신해 '죄송합니다'"…브라질 전역에서 '사과' 댓글 이어져
이들 부부의 동영상은 범죄 여부 판단을 떠나 브라질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동영상은 브라질 한인 사회뿐 아니라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해 동영상이 게재된 SNS 소셜미디어마다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브라질 현지인들이 달아 놓은 댓글이다. 댓글 대부분은 "브라질 국민으로서 부끄럽다. 한국에 미안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부부의 잘못"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여성 네티즌은 태극기를 몸에 감싼 채 부부의 책임을 물으며 수차례 머리를 숙이고 "브라질을 대신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한국말로 "죄송합니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브라질에 자칫 왜곡된 한국 문화가 전파될 수 있었지만, 브라질 현지인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터넷 SNS상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브라질에서 SNS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점점 커져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SNS를 활용해 홍보를 강화할 정도이기에 이들의 댓글과 사과 영상은 그만큼 브라질 사회의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부분은 다름 아닌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한류 팬들이었다.


방탄소년단 25, 26일 상파울루 공연…. 프로 축구 명문 구단 축구장에서 공연
부부 동영상과 이에 대한 비난, 사과 댓글이 급속도로 확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제적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브라질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는 25일과 26일 브라질 상파울루 명문 프로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 홈 경기장에서 5만 명 관중이 모인 가운데 BTS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만 열릴 예정이어서 남미전 대륙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장권 인터넷 판매가 75분 만에 매진될 정도다. 이 같은 BTS 열풍과 함께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한류 팬들에게 부부의 동영상은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브라질인 부부는 문제가 된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4분 분량의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한국에 대한 정보 부족에 따른 자신들의 무지를 용서해 달라는 사과 동영상이다. 이들 부부는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수많은 댓글을 봤다며 브라질 사회와 동포 사회, 그리고 한국에 사과했다.

잘못은 부부가 하고 용서를 구하는 건 왜 브라질 다른 사람들이냐고 또 다른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한국에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브라질 국민의 댓글이 부부가 사과 영상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K팝의 노래나 춤을 따라 하는 수준의 한류 팬이 아닌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강한 애정을 갖고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한-브라질 수교 60년…"한국의 교육, 인프라 기술 배워야 한다"
브라질에서 한인 이민의 역사는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 끝 희망봉을 지나 대서양을 건너는 두 달이 넘는 기나긴 여정 끝에 브라질에 안착했다. 현재 5만 동포가 정착해있다.

올해는 또, 한국과 브라질이 공식 수교를 맺은 지 60년을 맞는 해이다. 브라질 신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 한국의 교육과 인프라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고, 취임 이후에도 두 번째 교육장관을 임명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언론도 "한국 휴대폰 1㎏(약 6대)은 750만 원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콩 1㎏을 수출하면 약 1,500원을 번다"며 한국의 기술력을 배워야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와 한국 정부 간의 앞으로 교류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브라질 교포 사회는 부부 동영상에 대한 반발에서 벗어나 이번 일로 한국과 브라질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혜는 '구더기 주스'가 아닙니다"…. 한식 주간 만들어 전통 음료 알리기
브라질 주재 한국문화원은 부부가 동영상을 통해 '구더기 주스'라고 지칭한 식혜를 주제로 한국의 전통 음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참모습을 알려주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브라질인 부부도 초청했다.

권영상 주브라질 한국문화원장은 "한류가 한국 문화를 지키는 든든한 우군이라며 앞으로 잘못 알려진 한국 문화를 바로 알려주고, 이를 바로잡는 동영상을 만들어 SNS에서도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올바른 한식 문화를 인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현지 요리장들에게 한식을 가르치고 한식 주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인 부부의 사과로 브라질 동포사회의 분노는 차츰 수그러들고 있다. 동영상 파문이 양국 간 교류 확대의 기회로 승화되길 기대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식혜’ 모욕에 브라질 한류 팬 “韓 문화 왜곡은 안돼”
    • 입력 2019-05-07 14:06:34
    • 수정2019-05-08 06:53:52
    특파원 리포트
지난 4월 말 브라질 한인 동포 사회가 들끓었다.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인 부부가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 때문이었다. 미용 기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은 이들 부부는 명동거리를 관광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게재했는데, 이 영상은 한국 음식 문화를 비하하는 잘못된 정보로 가득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접하기 힘든 포르투갈어로 쓰인 탓에 잘 알려지지 않다가 동포 2세 젊은이들이 먼저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동영상은 브라질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그런데 동포 사회 못지 않게 브라질 현지 젊은이들이 이 영상은 잘못된 정보라며 한국 문화를 올바로 알자고 나섰다. 대부분 한국 문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한류를 즐기며 배우는 팬들이었다.


브라질인 부부가 동영상에 뭘 올렸나?...'구더기'·'개고기' 가짜 뉴스 담겨
이들 부부는 명동거리에서 판매되는 전통 식혜를 보고는 '구더기 주스'라며 "징그럽다, 역겹다."라고 표현했다. 식혜 안에 들어 있는 흰 밥알을 '구더기' '애벌레'에 비유한 것이다. 쇠고기 음식점 메뉴판 앞에서는 "이곳이 개고기를 파는 곳이다", 송이버섯 그림을 보고는 "개의 다리다."라고 한 데 이어, 또 다른 음식점 앞의 솥을 보고는 "지나가는 개를 잡아서 이 솥에 넣는다."라며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를 동영상에 담아 이들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장난 또는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표현이다. 더욱이 이 부부는 SNS 팔로워 수 4만 2천여 명을 자랑하는 브라질에서의 인플루언서다.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 나가자 현지 한인회는 '외국인 혐오'라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 브라질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헌법에도 인종과 피부색 등에 대한 차별은 범죄로 규정돼 있다.


"브라질 국민을 대신해 '죄송합니다'"…브라질 전역에서 '사과' 댓글 이어져
이들 부부의 동영상은 범죄 여부 판단을 떠나 브라질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동영상은 브라질 한인 사회뿐 아니라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해 동영상이 게재된 SNS 소셜미디어마다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브라질 현지인들이 달아 놓은 댓글이다. 댓글 대부분은 "브라질 국민으로서 부끄럽다. 한국에 미안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부부의 잘못"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여성 네티즌은 태극기를 몸에 감싼 채 부부의 책임을 물으며 수차례 머리를 숙이고 "브라질을 대신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한국말로 "죄송합니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브라질에 자칫 왜곡된 한국 문화가 전파될 수 있었지만, 브라질 현지인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터넷 SNS상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브라질에서 SNS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점점 커져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SNS를 활용해 홍보를 강화할 정도이기에 이들의 댓글과 사과 영상은 그만큼 브라질 사회의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부분은 다름 아닌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한류 팬들이었다.


방탄소년단 25, 26일 상파울루 공연…. 프로 축구 명문 구단 축구장에서 공연
부부 동영상과 이에 대한 비난, 사과 댓글이 급속도로 확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제적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브라질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는 25일과 26일 브라질 상파울루 명문 프로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 홈 경기장에서 5만 명 관중이 모인 가운데 BTS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만 열릴 예정이어서 남미전 대륙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장권 인터넷 판매가 75분 만에 매진될 정도다. 이 같은 BTS 열풍과 함께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한류 팬들에게 부부의 동영상은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브라질인 부부는 문제가 된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4분 분량의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한국에 대한 정보 부족에 따른 자신들의 무지를 용서해 달라는 사과 동영상이다. 이들 부부는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수많은 댓글을 봤다며 브라질 사회와 동포 사회, 그리고 한국에 사과했다.

잘못은 부부가 하고 용서를 구하는 건 왜 브라질 다른 사람들이냐고 또 다른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한국에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브라질 국민의 댓글이 부부가 사과 영상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K팝의 노래나 춤을 따라 하는 수준의 한류 팬이 아닌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강한 애정을 갖고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한-브라질 수교 60년…"한국의 교육, 인프라 기술 배워야 한다"
브라질에서 한인 이민의 역사는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 끝 희망봉을 지나 대서양을 건너는 두 달이 넘는 기나긴 여정 끝에 브라질에 안착했다. 현재 5만 동포가 정착해있다.

올해는 또, 한국과 브라질이 공식 수교를 맺은 지 60년을 맞는 해이다. 브라질 신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 한국의 교육과 인프라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고, 취임 이후에도 두 번째 교육장관을 임명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언론도 "한국 휴대폰 1㎏(약 6대)은 750만 원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콩 1㎏을 수출하면 약 1,500원을 번다"며 한국의 기술력을 배워야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와 한국 정부 간의 앞으로 교류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브라질 교포 사회는 부부 동영상에 대한 반발에서 벗어나 이번 일로 한국과 브라질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혜는 '구더기 주스'가 아닙니다"…. 한식 주간 만들어 전통 음료 알리기
브라질 주재 한국문화원은 부부가 동영상을 통해 '구더기 주스'라고 지칭한 식혜를 주제로 한국의 전통 음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참모습을 알려주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브라질인 부부도 초청했다.

권영상 주브라질 한국문화원장은 "한류가 한국 문화를 지키는 든든한 우군이라며 앞으로 잘못 알려진 한국 문화를 바로 알려주고, 이를 바로잡는 동영상을 만들어 SNS에서도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올바른 한식 문화를 인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현지 요리장들에게 한식을 가르치고 한식 주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인 부부의 사과로 브라질 동포사회의 분노는 차츰 수그러들고 있다. 동영상 파문이 양국 간 교류 확대의 기회로 승화되길 기대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