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고래’ 국민연금, 국내증시 시한폭탄

입력 2019.05.08 (06:36) 수정 2019.05.08 (08: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국내 주식시장의 안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연금 적립금이 미래에는 증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적립금이 쑥쑥 불어나면서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기금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우물 안 고래'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기금운영위원회가 미래의 위험을 미리미리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원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적립금은 638조 원.

이 가운데 109조 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의 약 7%, 한국 증시의 주인은 국민연금이란 말이 나옵니다.

세계 증시에서 2%가 안 되는 한국 증시에 국민연금이 주식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는 걸 두고 '우물 안 고래'라고 비꼬는 이유입니다.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한 나라에 주식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죠. 그러니까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지 않고 흔히 말하는 몰빵 투자, 집중 투자의 위험이 있는 거죠."]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는 2023년까지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비율을 15% 내외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비율만 줄 뿐, 전체 투자 금액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KBS가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2023년 연기금은 대략 1천조 원, 이때 15%는 150조 원입니다.

한국 증시가 매년 6%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연기금의 비중은 시가총액의 7.2%, 오히려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물 안 고래'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지난 4차 재정추계가 예측한 연기금 그래프입니다.

2041년 1,778조 원까지 불어난 기금이 이후 급격하게 줄어 2057년 고갈되는 시나리오죠.

한국 증시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팔아야 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아마도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들은 연금보다 먼저 매도에 나서고 이후 연금이 파는 주식을 받아 낼 힘이 없는 증시는 더 빠르게 추락하게 됩니다.

연기금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건데 기금 고갈 시기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김우창/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 "주식의 일부분을 해외로 좀 돌리거나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 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투자, 벤처투자가 될 수 있겠죠. 혹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성장형 투자로 돌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기금운용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우물 안 고래’ 국민연금, 국내증시 시한폭탄
    • 입력 2019-05-08 06:39:09
    • 수정2019-05-08 08:05:56
    뉴스광장 1부
[앵커]

국내 주식시장의 안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연금 적립금이 미래에는 증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적립금이 쑥쑥 불어나면서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기금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우물 안 고래'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기금운영위원회가 미래의 위험을 미리미리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원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적립금은 638조 원.

이 가운데 109조 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의 약 7%, 한국 증시의 주인은 국민연금이란 말이 나옵니다.

세계 증시에서 2%가 안 되는 한국 증시에 국민연금이 주식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는 걸 두고 '우물 안 고래'라고 비꼬는 이유입니다.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한 나라에 주식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죠. 그러니까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지 않고 흔히 말하는 몰빵 투자, 집중 투자의 위험이 있는 거죠."]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는 2023년까지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비율을 15% 내외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비율만 줄 뿐, 전체 투자 금액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KBS가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2023년 연기금은 대략 1천조 원, 이때 15%는 150조 원입니다.

한국 증시가 매년 6%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연기금의 비중은 시가총액의 7.2%, 오히려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물 안 고래'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지난 4차 재정추계가 예측한 연기금 그래프입니다.

2041년 1,778조 원까지 불어난 기금이 이후 급격하게 줄어 2057년 고갈되는 시나리오죠.

한국 증시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팔아야 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아마도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들은 연금보다 먼저 매도에 나서고 이후 연금이 파는 주식을 받아 낼 힘이 없는 증시는 더 빠르게 추락하게 됩니다.

연기금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건데 기금 고갈 시기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김우창/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 "주식의 일부분을 해외로 좀 돌리거나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 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투자, 벤처투자가 될 수 있겠죠. 혹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성장형 투자로 돌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기금운용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