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 미용실에선 ‘갑질’이 ‘문화’인가요?

입력 2019.05.08 (14:16) 수정 2019.05.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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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이런 안 좋은 문화도 문화다, 어쨌든 우리가 만들면 문화다."

KBS는 지난 4일 한 유명 미용실 업체에서 일어난 '갑질'을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미용실 업체는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은 해외에도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현장K] ‘때리고 퇴직금도 안 주고’…유명 미용실 ‘갑질’ 파문

위 말은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한 지점장이 인터뷰 중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취재를 위해 모은 자료 가운데에는 이 업체의 '문화'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관리자 회의'라고 하는 지점장들과의 대화 내용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역입니다.

■ 피해자가 맞은 이유?…"소통이 안 돼"

지난 2월, 피해자는 다른 지점의 오픈 행사에 갔다가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뿐 아니라 외부 손님들도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표는 지점장을 일으켜 세우더니 "00헤어에 대해 10분을 설명해보라"고 했고, 지점장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마무리한 뒤, 지점장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데려다주려고 일어나자 대표가 지점장을 불렀습니다.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원들을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라고 했더니 대표가 혼잣말로 '아 XX X 같네'라면서 지갑에서 5만 원짜리를 꺼내 직원들한테 나눠주면서 '자 이제 됐지, 문제없지?'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데려다주는 게 끝까지 책임지는 거고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더니 그때부터 폭행이 시작됐던 거고요."

이후 상황은 보도해드린 대로입니다. 대표가 지점장을 때린 뒤 여러 차례 그만두라고 이야기했고 지점장은 곧 미용실을 떠나기로 합니다.

대표는 관리자 회의에서 지점장과 같이 일하던 다른 직원이 지점장이 떠나는 이유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팀으로 관리자로서 일하는데 제가 00 부원장님(피해자)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제가 00점하고 어떤 소통을 해야 하는데 제가 대표로서 00 점장님과 소통하기 힘들 것 같아요.'"

결국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자기 업체의 지점장을 그만두게 한 셈입니다. 대표는 그런 사유가 비합리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지점장에게 '경영자로서 이 정도 경영권은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언성을 높이며 욕설까지 했습니다. 같이 관리자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그 욕설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고요.

■ "수당은 모두 현금으로""그것 또한 문화가 될 것"

지난 보도에서 많은 분의 공분을 샀던 부분은 아마 퇴직금을 안 주고, 줄이려고 한 '꼼수'일 겁니다.
대표는 이 대화방에서 "이번 달까지는 기본급을 제외한 상여수당은 모두 다 현금으로 지급해주셔야 한다"며 "그래야 퇴직금 폭탄을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상여금을 임금 총액에서 제외해 퇴직금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급여 날 전 직원 줄 세워서 급여 지급하세요. 그것 또한 문화가 될 겁니다."


1년 7개월가량 '직영점'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던 인턴 직원이 퇴직금을 요구하자 '사실은 가맹점이었다'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했던 내용도 보도해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 지점장은 "일부러 퇴직금 안 주려고 사직서를 쓰게 만들고 지점을 옮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관리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대표는 근무 태도가 안 좋은 직원들에게 퇴직서를 작성하게 하자고 합니다. 왜일까요?

"앞으로 전 직원 무단결근이나 무단 조퇴 2회 이상 시 퇴직서 작성합니다.. (...) 퇴직서를 작성하게 되면 바로 퇴직금 소멸합니다. 그리고 그달 그 후 월급 일당으로 계산해서 지급하시고요, 다음 달에 다시 근로계약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면 된다는 부분을 보면 실제로 일을 그만두게 한 게 아니라, 퇴직금 소멸을 일종의 '벌칙'으로 활용했다는 게 보이죠. 관리자 회의에서 대표는 이런 퇴직금 지급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 좋게 생각하면 '저 회사는 퇴직금 저것만 준다'고 애들이 인식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어. 좀 지나면 그냥 이게 퇴직금이다. (...) 모든 걸 다 인정하고 퇴직금을 준다 이거는 있을 수가 없어. 내가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사업의 지속성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 대표의 해명"돈을 직접 주며 면담하는 문화"?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지점장의 증언 중에도 유사한 대목이 나옵니다.

"200만 원가량은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봉투에다가 주되 불규칙한 날짜에... 급여가 10일이라고 하면 누구는 5일, 누구는 6일 봉투에다가 이름도 적지 말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말고 카페 같은 데에서 면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여금 형식으로 나눠주라고 했어요. 그러면 통장에 찍힌 돈만이 급여다. 퇴직금을 줄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줄여나가자는 명목으로 현금 지급이 많았던 거고요."


퇴직금 부분에 대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폭행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퇴직금과 관련해서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또 '문화'를 언급했습니다.

"예전에 상여금을 주게 된다면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단 현금을 주면서 한 달에 1~2번 외부에서 커피팅하며 직원과 개인 면담 시간까지 가지는 매장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적은 있습니다."

어떤가요? 대표는 이걸 '문화'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을'들이 보기에는 '갑질' 또는 '악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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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이 미용실에선 ‘갑질’이 ‘문화’인가요?
    • 입력 2019-05-08 14:16:14
    • 수정2019-05-08 14:17:29
    취재후·사건후
"대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이런 안 좋은 문화도 문화다, 어쨌든 우리가 만들면 문화다."

KBS는 지난 4일 한 유명 미용실 업체에서 일어난 '갑질'을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미용실 업체는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은 해외에도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현장K] ‘때리고 퇴직금도 안 주고’…유명 미용실 ‘갑질’ 파문

위 말은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한 지점장이 인터뷰 중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취재를 위해 모은 자료 가운데에는 이 업체의 '문화'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관리자 회의'라고 하는 지점장들과의 대화 내용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역입니다.

■ 피해자가 맞은 이유?…"소통이 안 돼"

지난 2월, 피해자는 다른 지점의 오픈 행사에 갔다가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뿐 아니라 외부 손님들도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표는 지점장을 일으켜 세우더니 "00헤어에 대해 10분을 설명해보라"고 했고, 지점장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마무리한 뒤, 지점장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데려다주려고 일어나자 대표가 지점장을 불렀습니다.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원들을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라고 했더니 대표가 혼잣말로 '아 XX X 같네'라면서 지갑에서 5만 원짜리를 꺼내 직원들한테 나눠주면서 '자 이제 됐지, 문제없지?'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데려다주는 게 끝까지 책임지는 거고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더니 그때부터 폭행이 시작됐던 거고요."

이후 상황은 보도해드린 대로입니다. 대표가 지점장을 때린 뒤 여러 차례 그만두라고 이야기했고 지점장은 곧 미용실을 떠나기로 합니다.

대표는 관리자 회의에서 지점장과 같이 일하던 다른 직원이 지점장이 떠나는 이유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팀으로 관리자로서 일하는데 제가 00 부원장님(피해자)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제가 00점하고 어떤 소통을 해야 하는데 제가 대표로서 00 점장님과 소통하기 힘들 것 같아요.'"

결국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자기 업체의 지점장을 그만두게 한 셈입니다. 대표는 그런 사유가 비합리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지점장에게 '경영자로서 이 정도 경영권은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언성을 높이며 욕설까지 했습니다. 같이 관리자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그 욕설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고요.

■ "수당은 모두 현금으로""그것 또한 문화가 될 것"

지난 보도에서 많은 분의 공분을 샀던 부분은 아마 퇴직금을 안 주고, 줄이려고 한 '꼼수'일 겁니다.
대표는 이 대화방에서 "이번 달까지는 기본급을 제외한 상여수당은 모두 다 현금으로 지급해주셔야 한다"며 "그래야 퇴직금 폭탄을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상여금을 임금 총액에서 제외해 퇴직금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급여 날 전 직원 줄 세워서 급여 지급하세요. 그것 또한 문화가 될 겁니다."


1년 7개월가량 '직영점'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던 인턴 직원이 퇴직금을 요구하자 '사실은 가맹점이었다'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했던 내용도 보도해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 지점장은 "일부러 퇴직금 안 주려고 사직서를 쓰게 만들고 지점을 옮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관리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대표는 근무 태도가 안 좋은 직원들에게 퇴직서를 작성하게 하자고 합니다. 왜일까요?

"앞으로 전 직원 무단결근이나 무단 조퇴 2회 이상 시 퇴직서 작성합니다.. (...) 퇴직서를 작성하게 되면 바로 퇴직금 소멸합니다. 그리고 그달 그 후 월급 일당으로 계산해서 지급하시고요, 다음 달에 다시 근로계약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면 된다는 부분을 보면 실제로 일을 그만두게 한 게 아니라, 퇴직금 소멸을 일종의 '벌칙'으로 활용했다는 게 보이죠. 관리자 회의에서 대표는 이런 퇴직금 지급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 좋게 생각하면 '저 회사는 퇴직금 저것만 준다'고 애들이 인식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어. 좀 지나면 그냥 이게 퇴직금이다. (...) 모든 걸 다 인정하고 퇴직금을 준다 이거는 있을 수가 없어. 내가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사업의 지속성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 대표의 해명"돈을 직접 주며 면담하는 문화"?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지점장의 증언 중에도 유사한 대목이 나옵니다.

"200만 원가량은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봉투에다가 주되 불규칙한 날짜에... 급여가 10일이라고 하면 누구는 5일, 누구는 6일 봉투에다가 이름도 적지 말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말고 카페 같은 데에서 면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여금 형식으로 나눠주라고 했어요. 그러면 통장에 찍힌 돈만이 급여다. 퇴직금을 줄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줄여나가자는 명목으로 현금 지급이 많았던 거고요."


퇴직금 부분에 대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폭행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퇴직금과 관련해서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또 '문화'를 언급했습니다.

"예전에 상여금을 주게 된다면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단 현금을 주면서 한 달에 1~2번 외부에서 커피팅하며 직원과 개인 면담 시간까지 가지는 매장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적은 있습니다."

어떤가요? 대표는 이걸 '문화'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을'들이 보기에는 '갑질' 또는 '악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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