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 벗어나나” 기대 속 “집값 떨어질라”

입력 2019.05.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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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어제(7일) 3기 신도시 추가 후보지로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 대장동을 선정했습니다. 서울·수도권에 11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만 5만 8천 호를 짓겠다는 겁니다.

사실상 3기 신도시의 막차를 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높았습니다. 서울로 오고 가는 길이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교통 낙오지 벗어나나...기대감 솔솔

‘3기 신도시’ 부지로 발표된 부천 대장동 전경‘3기 신도시’ 부지로 발표된 부천 대장동 전경

고양시 덕양구 주민 이경진 씨는 "가까운 전철역에 가는 것도 마을버스를 타야한다"며 "대중교통으로 여의도에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이어 "교통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전철이 들어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며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전철에 대한 기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부천 대장동도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부천시 오정동에서 4년째 살고 있다는 경규창 씨는 "논만 있고 개발이 안 돼 낙후된 측면이 있다"며 "여기서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화곡동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길이 좁아 차가 많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 씨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민들이 많이 늘어나면 도로가 더 생길 테고 서울로 가는 길이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전철·슈퍼BRT로 신도시에서 여의도까지 25분

주민들이 이 같은 반응을 내놓는 건 정부의 발표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내세우는 3기 신도시의 특징은 '서울과의 근접성'입니다. 이를 위해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고양 창릉 신도시에 향동지구역, 화정지구역, 대곡역, 고양시청역 등 총 7개 역을 신설하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을 잇는 ‘고양선 신설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런 교통망이 확충되면 여의도까지 25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만 호가 공급될 부천 대장에는 김포공항역과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슈퍼 간선급행버스(S-BRT)가 개설됩니다. S-BRT를 이용하면 부천 대장에서 서울역까지 30분, 여의도까지는 25분 걸린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지금도 엄청 막히는데"...더딘 교통망 확충·집값 하락 우려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신도시들처럼 교통망이 제때 확충되지 않아 교통 불편을 겪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부천 대장동에 살다가 3년 전쯤 서울 강서구로 이사 온 여민정 씨는 이날 발표를 듣고 부천 대장동으로 이사를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 여 씨가 걱정하는 부분은 교통입니다. 여 씨는 "평소에 10분, 15분 걸리는 거리가 출근 시간엔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서울로 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며 "지금도 길이 엄청 막히는데 교통 인프라 확충 없이 도시만 덜렁 세워지면 어쩌나 걱정부터 된다"고 했습니다.

인근 지역의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고양 덕양구 도내동 공인중개사인 최은경 씨는 "사무실에 와서 어떻게 될 것 같나, 집값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를 묻는 지역민들이 많았고 전화 상담도 내내 했다"며 "아파트가 새로 생겨서 공급이 많아지면 기존 노후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고양 창릉지구에만 3만 8천 호가 들어서게 되면 이미 들어와 있는 인근 아파트들의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일산신도시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양 덕양구 도내동의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 노후화는 계속되고 교통망 개선도 더딘데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하니 일산 쪽이 난리났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어제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 선고 - 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터무니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13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0.04% 떨어지는 동안 경기 파주시 아파트값은 1.25% 떨어졌습니다. 일산신도시 권역인 일산 동구는 0.54%, 일산 서구는 0.71% 하락했습니다. 경기도 평균 하락률인 -0.03%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겁니다. 안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산신도시, 파주 등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신도시 성공의 관건은 '교통'...속도전 가능할까?

‘3기 신도시’ 부지 고양 창릉동 교통망 확충안‘3기 신도시’ 부지 고양 창릉동 교통망 확충안

정부가 '서울까지 30분 내 출퇴근' 청사진을 발표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기 신도시 경우에도 여전히 출퇴근 지옥을 호소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천억 원의 교통개선 분담금을 납부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경우, 신도시 발표 이후 지하철 분당선 연장부터 GTX, 트램 등 광역 교통 청사진들이 제시됐지만, 올해 초까지 아직 해결된 건 없습니다.

거기다 3기 신도시는 2022년부터 분양이 시작되는데 정부가 예상하는 교통망 완성 시점은 2028년입니다. 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도 어제(7일)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철도는 땅을 한 번 파면 60개월이 걸려 전략환경영향평가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등 절차를 거치면 적어도 8~9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입주 완료 시점을 2028년 이후로 보면, 가장 늦게 입주하시는 분들의 시점과 대중교통이 공급되는 시점을 가급적이면 일치시키고 최소한의 딜레이가 생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초기 입주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전문가는 속도감 있는 교통확충을 강조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교통망이 3기 신도시 성공의 관건"이라며 "생활 인프라, 광역교통망 등을 최대한 빨리 확충해 신도시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교통낙오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신도시 주민들의 장밋빛 기대감은 과연 현실이 될까요? 정부의 속도전에 많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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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난 벗어나나” 기대 속 “집값 떨어질라”
    • 입력 2019-05-08 18:35:57
    취재K
국토교통부는 어제(7일) 3기 신도시 추가 후보지로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 대장동을 선정했습니다. 서울·수도권에 11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만 5만 8천 호를 짓겠다는 겁니다.

사실상 3기 신도시의 막차를 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높았습니다. 서울로 오고 가는 길이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교통 낙오지 벗어나나...기대감 솔솔

‘3기 신도시’ 부지로 발표된 부천 대장동 전경
고양시 덕양구 주민 이경진 씨는 "가까운 전철역에 가는 것도 마을버스를 타야한다"며 "대중교통으로 여의도에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이어 "교통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전철이 들어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며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전철에 대한 기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부천 대장동도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부천시 오정동에서 4년째 살고 있다는 경규창 씨는 "논만 있고 개발이 안 돼 낙후된 측면이 있다"며 "여기서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화곡동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길이 좁아 차가 많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 씨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민들이 많이 늘어나면 도로가 더 생길 테고 서울로 가는 길이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전철·슈퍼BRT로 신도시에서 여의도까지 25분

주민들이 이 같은 반응을 내놓는 건 정부의 발표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내세우는 3기 신도시의 특징은 '서울과의 근접성'입니다. 이를 위해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고양 창릉 신도시에 향동지구역, 화정지구역, 대곡역, 고양시청역 등 총 7개 역을 신설하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을 잇는 ‘고양선 신설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런 교통망이 확충되면 여의도까지 25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만 호가 공급될 부천 대장에는 김포공항역과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슈퍼 간선급행버스(S-BRT)가 개설됩니다. S-BRT를 이용하면 부천 대장에서 서울역까지 30분, 여의도까지는 25분 걸린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지금도 엄청 막히는데"...더딘 교통망 확충·집값 하락 우려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신도시들처럼 교통망이 제때 확충되지 않아 교통 불편을 겪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부천 대장동에 살다가 3년 전쯤 서울 강서구로 이사 온 여민정 씨는 이날 발표를 듣고 부천 대장동으로 이사를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 여 씨가 걱정하는 부분은 교통입니다. 여 씨는 "평소에 10분, 15분 걸리는 거리가 출근 시간엔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서울로 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며 "지금도 길이 엄청 막히는데 교통 인프라 확충 없이 도시만 덜렁 세워지면 어쩌나 걱정부터 된다"고 했습니다.

인근 지역의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고양 덕양구 도내동 공인중개사인 최은경 씨는 "사무실에 와서 어떻게 될 것 같나, 집값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를 묻는 지역민들이 많았고 전화 상담도 내내 했다"며 "아파트가 새로 생겨서 공급이 많아지면 기존 노후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고양 창릉지구에만 3만 8천 호가 들어서게 되면 이미 들어와 있는 인근 아파트들의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일산신도시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양 덕양구 도내동의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 노후화는 계속되고 교통망 개선도 더딘데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하니 일산 쪽이 난리났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어제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 선고 - 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터무니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13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0.04% 떨어지는 동안 경기 파주시 아파트값은 1.25% 떨어졌습니다. 일산신도시 권역인 일산 동구는 0.54%, 일산 서구는 0.71% 하락했습니다. 경기도 평균 하락률인 -0.03%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겁니다. 안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산신도시, 파주 등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신도시 성공의 관건은 '교통'...속도전 가능할까?

‘3기 신도시’ 부지 고양 창릉동 교통망 확충안
정부가 '서울까지 30분 내 출퇴근' 청사진을 발표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기 신도시 경우에도 여전히 출퇴근 지옥을 호소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천억 원의 교통개선 분담금을 납부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경우, 신도시 발표 이후 지하철 분당선 연장부터 GTX, 트램 등 광역 교통 청사진들이 제시됐지만, 올해 초까지 아직 해결된 건 없습니다.

거기다 3기 신도시는 2022년부터 분양이 시작되는데 정부가 예상하는 교통망 완성 시점은 2028년입니다. 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도 어제(7일)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철도는 땅을 한 번 파면 60개월이 걸려 전략환경영향평가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등 절차를 거치면 적어도 8~9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입주 완료 시점을 2028년 이후로 보면, 가장 늦게 입주하시는 분들의 시점과 대중교통이 공급되는 시점을 가급적이면 일치시키고 최소한의 딜레이가 생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초기 입주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전문가는 속도감 있는 교통확충을 강조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교통망이 3기 신도시 성공의 관건"이라며 "생활 인프라, 광역교통망 등을 최대한 빨리 확충해 신도시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교통낙오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신도시 주민들의 장밋빛 기대감은 과연 현실이 될까요? 정부의 속도전에 많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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