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 유의하라” 신신당부했던 한선교의 ‘1분’

입력 2019.05.0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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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 조심하라' 두 차례 공문까지 보낸 한선교

지난 2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뒤 첫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한선교 사무총장. 당 살림을 맡는 한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인 3월 12일, 당원들에게 한 장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입니다. 한 달 뒤인 4월 16일, '세월호 5주기'를 맞아 공문을 다시 보냈습니다. "국민 정서에 반하거나 민심에 위반한 언행에 주의해 당내외 갈등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당원들에게 잇따라 보낸 ‘언행 조심’ 공문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당원들에게 잇따라 보낸 ‘언행 조심’ 공문

그런데 어제(7일) 자유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한 장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한 사무총장이 당직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회의장에서 쫓아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 사무총장을 즉각 당 윤리위에 넘겨라, 한 사무총장이 직접 공개사과를 하고 거취를 표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정당 사무처가 통상적으로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고려하면, 4선 의원이자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게 반기를 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 쯤으로 여긴 듯하다"는 비판 논평을 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이 계속된다"며 당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한 사무총장의 공격을 받았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이라는 짤막한 촌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민생투쟁' 이틀째를 맞은 황교안 대표는 오늘(8일) 거제시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장 피해자라고 하는 분들이 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당 내부에선 "한선교의 '욕설 속 1분 회의'에 황교안의 '한 달 투쟁'이 벌써부터 빛이 바랬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회의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내막은 이렇습니다. 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에 있는 한국당 사무총장실. 매일 정례 회의를 위해 한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을 비롯해 당 기획조정국과 총무국 등 사무처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때마침 황 대표가 부산에서 약 20일간에 걸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을 막 시작할 때였습니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직원이 황 대표의 장외투쟁 일정을 보고하려는 찰나, 한 사무총장의 입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부은 뒤 "꺼져!"라는 말 한마디에 회의는 1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당시 욕설을 들은 직원은 사의를 표명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늦게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특정 사무처 당직자를 향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한 사무총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오늘 오전에는 출처 불명의 '지라시'성 정보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당 사무처 고위당직자가 사무총장 길들이기에 나섰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이런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통상적으로 당 차원의 큰 행사나 현장집회는 당 대표실이 사무총장, 기획조정국과 일정을 함께 짰는데 이번 '민생투쟁 대장정'은 사전에 사무총장실과 협의가 없었다는 게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당 대표실에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교안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났다는 얘깁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 사무총장의 '성희롱성 발언' 등 전력을 문제 삼아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4시, 당 사무처 실·국장 회의를 열겠다고 했던 한 사무총장은 문자메시지로 회의 참석자들에게 갑작스럽게 '회의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1년여 전에 즐기던 술까지 끊고, 당직을 맡은 뒤로는 '조심, 또 조심'을 강조한 한 사무총장이 '욕설 속 1분 회의'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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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8 21:49:44
    취재K
'언행 조심하라' 두 차례 공문까지 보낸 한선교

지난 2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뒤 첫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한선교 사무총장. 당 살림을 맡는 한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인 3월 12일, 당원들에게 한 장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입니다. 한 달 뒤인 4월 16일, '세월호 5주기'를 맞아 공문을 다시 보냈습니다. "국민 정서에 반하거나 민심에 위반한 언행에 주의해 당내외 갈등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당원들에게 잇따라 보낸 ‘언행 조심’ 공문
그런데 어제(7일) 자유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한 장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한 사무총장이 당직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회의장에서 쫓아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 사무총장을 즉각 당 윤리위에 넘겨라, 한 사무총장이 직접 공개사과를 하고 거취를 표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정당 사무처가 통상적으로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고려하면, 4선 의원이자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게 반기를 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 쯤으로 여긴 듯하다"는 비판 논평을 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이 계속된다"며 당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한 사무총장의 공격을 받았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이라는 짤막한 촌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민생투쟁' 이틀째를 맞은 황교안 대표는 오늘(8일) 거제시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장 피해자라고 하는 분들이 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당 내부에선 "한선교의 '욕설 속 1분 회의'에 황교안의 '한 달 투쟁'이 벌써부터 빛이 바랬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회의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내막은 이렇습니다. 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에 있는 한국당 사무총장실. 매일 정례 회의를 위해 한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을 비롯해 당 기획조정국과 총무국 등 사무처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때마침 황 대표가 부산에서 약 20일간에 걸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을 막 시작할 때였습니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직원이 황 대표의 장외투쟁 일정을 보고하려는 찰나, 한 사무총장의 입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부은 뒤 "꺼져!"라는 말 한마디에 회의는 1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당시 욕설을 들은 직원은 사의를 표명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늦게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특정 사무처 당직자를 향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한 사무총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오늘 오전에는 출처 불명의 '지라시'성 정보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당 사무처 고위당직자가 사무총장 길들이기에 나섰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이런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통상적으로 당 차원의 큰 행사나 현장집회는 당 대표실이 사무총장, 기획조정국과 일정을 함께 짰는데 이번 '민생투쟁 대장정'은 사전에 사무총장실과 협의가 없었다는 게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당 대표실에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교안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났다는 얘깁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 사무총장의 '성희롱성 발언' 등 전력을 문제 삼아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4시, 당 사무처 실·국장 회의를 열겠다고 했던 한 사무총장은 문자메시지로 회의 참석자들에게 갑작스럽게 '회의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1년여 전에 즐기던 술까지 끊고, 당직을 맡은 뒤로는 '조심, 또 조심'을 강조한 한 사무총장이 '욕설 속 1분 회의'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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