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자유무역은 없었다”

입력 2019.05.09 (15:46) 수정 2019.05.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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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자유무역은 없었다."
-이것은 자유무역인가? 보호무역인가?

어느 카지노에서 A가 계속 돈을 땄다. 보다 못한 카지노 사장이 A를 불렀다. 딴 돈의 절반만 주겠단다.
A는 꼼짝없이 수익의 절반을 잃었다. A는 그래도 받아들였다. 왜일까?

80년대 MADE IN JAPAN 제품들이 북미 시장을 공습하자, 미국은 일본을 뉴욕 플라자호텔로 불렀다. 그리고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을 요구한다. 이른바 플라자합의(Plaza Accord, 85년)다. 일본은 왜 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아들였을까? 이유야 자명하다. 미국은 '힘'이 매우 세다. 카지노 주인처럼.

실제 3년 뒤 엔화의 값은 거의 2배로 오른다(그럼 이제 미국에서 1만 달러에 팔던 <도요타 캠리>를 2만 달러에 팔아야 한다) 그 후 일본은 서서히 성장률 1% 국가로 가라앉는다.

지난 어린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트윗 하나를 날렸다. 내용이 간결하다.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10-->25%로 올린다.” 중국 주요 증시는 하루에 5% 이상 폭락했다. 이런 게 ‘힘’이다.

충격은 다음 날 뉴욕증시로 옮겨갔다.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무역 질서’란 단어가 무색하다. 중요한 건 카지노 주인이 결정한다. 트럼프가 아직 유럽에 대해선 트윗을 날리지도 않았는데, 유럽 완성차 주가는 미리 급락 중이다.

트럼프의 트윗 (지난 5일)트럼프의 트윗 (지난 5일)

트럼프의 트윗 이후 중국 주요 증시 움직임트럼프의 트윗 이후 중국 주요 증시 움직임

이상한 장면 하나.

한국이 오염된 일본 수산물을 수입하느냐 마느냐 분쟁이 생겼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가 우리 손을 들어줬다. 국제 교역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이렇게 WTO가 옳고 그름을 가려준다. 이 세계 기구의 머리표어는 이렇다 “누구든 자유무역을 해하지 말지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툭하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계속 들어오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단다. 멕시코 이민자와 자유무역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트럼프에게 자유무역이란 무엇인가? (그는 한때 플라자호텔 주인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어깃장을 놓는 품목엔 미국의 미래 먹거리가 잔뜩 들어있다. 이를 흔히 ‘보호무역’이라고 한다. 주로 신흥국이 자국의 기술보호를 위해 쓰는 수단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이 보란 듯이 이 카드를 쓴다.

얼마 전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를 향해 110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에 대한 EU 국가들의 보조금이 불공정하단다. 불과 몇 개월 전 트럼프는 해외로 떠나겠다는 위스콘신의 할리 데이비드슨 공장에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 스트라이크존은 무너지고 심판 맘대로다. 큰형님 미국의 호혜적, 시혜적 자유무역의 시대는 지나간다.

미국은 진짜 자유무역을 사랑하는가?

45년, 2차 대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과 서구 열강은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 성장을 선택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도미노처럼 번지는 ‘공산주의’라는 신사고(?)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그렇게 생겨났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95년~), 국제통화기금(IMF) 등 자유무역을 향한 다자간 경제체제가 자리 잡는다. 정치적인 동맹이 필요했던 미국은 이렇게 경제적 동맹으로 정치적 동맹의 약속을 맺었다. 미국은 그렇게 동맹국들에 나눠주고 베풀며 함께 성장했다. 그렇게 세계 최대 ‘무역적자국’이 됐다.

세월이 흘러 냉전이 깨졌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 불어난다.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구촌 달러의 유통을 촉진한다. 미국의 무역적자 덕분에 지구에 달러가 넉넉하게 공급된다(Triffin''s dilemma).

미국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무역으로 달러를 많이 벌어 간 나라는 자국 화폐(위안화나 원화)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이 원리마저 잘 작동하지 않는다(이론적으로는 그렇게 환율이 자율 조정되며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야 한다)

게다가 최대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최대 무역 흑자국은 공교롭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다. 미국의 수많은 투자은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G1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그 나라. 그러니 이건 무역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다. 누가 1등을 먹을 것인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자유무역의 깃발을 내린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미국인의 이익이 지구인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구호는 이제 현실이 됐다. 그러자 지구인 중 가장 앞선 문명을 보이던 EU마저 공동의 이익에 회의적이다. 유럽의 번영을 위한 다자간체제 EU도 흔들린다(그러고 보니 EU라는 경제공동체도 사실은 태어날 때 안보 이유가 숨어있었구나. 서로 전쟁 안 하려고 경제공동체를 만들었는데….)

바야흐로 공생을 위한 자유무역의 시대는 지나고, 각자도생의 시대다. 글로벌 번영의 상징 WTO의 간판은 오래된 극장 간판처럼 색이 바랜다.

생각해보니, 미국이 왜 선한 지도자가 되어야 하나?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될지 모른다. 미·EU 무역갈등이 봉합될지 모른다. 미국이 다시는 한국산 세탁기에 보복관세를 안 매길지 모른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나. 그것은 최대 강대국 미국의 이익에 상치된다. 29년 대공황이 터지고 미국은 그때도 보호무역을 택했다. 농업과 공업제품 전반에 높은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유럽도 곧바로 대응했다.

IMF와 세계은행 등이 미·중 무역 전쟁이 모두의 성장률에 나쁜 영향을 줄 거란다. 그런들...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멈출 리 없다. 그는 툭하면 “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선의 힘이 악을 이기고 무역장벽을 허물어 나갈까? (글로벌 교역시장이 무슨 스타워즈인가….) 트럼프 이후의 선한 지도자는 다시 자유무역의 깃발을 들까? 전문가들은 그럴 동력이 약해졌다고 말한다.

강대국 미국이 봐주는 시대는 지나간다. 큰 기대하지 말자. ‘아프니깐 신흥국이다.’ 적응할 시간이다. 지난 5천 년간 언제 우리가 환경이 유리해 살아남았나. 다시 사대의 예를 다 할 시간이다.

지난해 한국을 향한 미국의 상품 수출은 16%나 급증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는 22%나 줄었다. 그러고 보니 시장경제 이후 ‘자유무역’은 늘 경우의 수 중 하나였을 뿐.

그들은 늘 ‘그들이 유리할 때만’ 자유무역을 선택했었다. 아차. 그걸 잠깐 잊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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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이런 자유무역은 없었다”
    • 입력 2019-05-09 15:46:33
    • 수정2019-05-09 15:48:15
    취재K
“세상에 이런 자유무역은 없었다."
-이것은 자유무역인가? 보호무역인가?

어느 카지노에서 A가 계속 돈을 땄다. 보다 못한 카지노 사장이 A를 불렀다. 딴 돈의 절반만 주겠단다.
A는 꼼짝없이 수익의 절반을 잃었다. A는 그래도 받아들였다. 왜일까?

80년대 MADE IN JAPAN 제품들이 북미 시장을 공습하자, 미국은 일본을 뉴욕 플라자호텔로 불렀다. 그리고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을 요구한다. 이른바 플라자합의(Plaza Accord, 85년)다. 일본은 왜 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아들였을까? 이유야 자명하다. 미국은 '힘'이 매우 세다. 카지노 주인처럼.

실제 3년 뒤 엔화의 값은 거의 2배로 오른다(그럼 이제 미국에서 1만 달러에 팔던 <도요타 캠리>를 2만 달러에 팔아야 한다) 그 후 일본은 서서히 성장률 1% 국가로 가라앉는다.

지난 어린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트윗 하나를 날렸다. 내용이 간결하다.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10-->25%로 올린다.” 중국 주요 증시는 하루에 5% 이상 폭락했다. 이런 게 ‘힘’이다.

충격은 다음 날 뉴욕증시로 옮겨갔다.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무역 질서’란 단어가 무색하다. 중요한 건 카지노 주인이 결정한다. 트럼프가 아직 유럽에 대해선 트윗을 날리지도 않았는데, 유럽 완성차 주가는 미리 급락 중이다.

트럼프의 트윗 (지난 5일)
트럼프의 트윗 이후 중국 주요 증시 움직임
이상한 장면 하나.

한국이 오염된 일본 수산물을 수입하느냐 마느냐 분쟁이 생겼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가 우리 손을 들어줬다. 국제 교역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이렇게 WTO가 옳고 그름을 가려준다. 이 세계 기구의 머리표어는 이렇다 “누구든 자유무역을 해하지 말지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툭하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계속 들어오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단다. 멕시코 이민자와 자유무역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트럼프에게 자유무역이란 무엇인가? (그는 한때 플라자호텔 주인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어깃장을 놓는 품목엔 미국의 미래 먹거리가 잔뜩 들어있다. 이를 흔히 ‘보호무역’이라고 한다. 주로 신흥국이 자국의 기술보호를 위해 쓰는 수단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이 보란 듯이 이 카드를 쓴다.

얼마 전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를 향해 110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에 대한 EU 국가들의 보조금이 불공정하단다. 불과 몇 개월 전 트럼프는 해외로 떠나겠다는 위스콘신의 할리 데이비드슨 공장에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 스트라이크존은 무너지고 심판 맘대로다. 큰형님 미국의 호혜적, 시혜적 자유무역의 시대는 지나간다.

미국은 진짜 자유무역을 사랑하는가?

45년, 2차 대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과 서구 열강은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 성장을 선택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도미노처럼 번지는 ‘공산주의’라는 신사고(?)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그렇게 생겨났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95년~), 국제통화기금(IMF) 등 자유무역을 향한 다자간 경제체제가 자리 잡는다. 정치적인 동맹이 필요했던 미국은 이렇게 경제적 동맹으로 정치적 동맹의 약속을 맺었다. 미국은 그렇게 동맹국들에 나눠주고 베풀며 함께 성장했다. 그렇게 세계 최대 ‘무역적자국’이 됐다.

세월이 흘러 냉전이 깨졌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 불어난다.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구촌 달러의 유통을 촉진한다. 미국의 무역적자 덕분에 지구에 달러가 넉넉하게 공급된다(Triffin''s dilemma).

미국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무역으로 달러를 많이 벌어 간 나라는 자국 화폐(위안화나 원화)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이 원리마저 잘 작동하지 않는다(이론적으로는 그렇게 환율이 자율 조정되며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야 한다)

게다가 최대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최대 무역 흑자국은 공교롭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다. 미국의 수많은 투자은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G1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그 나라. 그러니 이건 무역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다. 누가 1등을 먹을 것인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자유무역의 깃발을 내린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미국인의 이익이 지구인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구호는 이제 현실이 됐다. 그러자 지구인 중 가장 앞선 문명을 보이던 EU마저 공동의 이익에 회의적이다. 유럽의 번영을 위한 다자간체제 EU도 흔들린다(그러고 보니 EU라는 경제공동체도 사실은 태어날 때 안보 이유가 숨어있었구나. 서로 전쟁 안 하려고 경제공동체를 만들었는데….)

바야흐로 공생을 위한 자유무역의 시대는 지나고, 각자도생의 시대다. 글로벌 번영의 상징 WTO의 간판은 오래된 극장 간판처럼 색이 바랜다.

생각해보니, 미국이 왜 선한 지도자가 되어야 하나?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될지 모른다. 미·EU 무역갈등이 봉합될지 모른다. 미국이 다시는 한국산 세탁기에 보복관세를 안 매길지 모른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나. 그것은 최대 강대국 미국의 이익에 상치된다. 29년 대공황이 터지고 미국은 그때도 보호무역을 택했다. 농업과 공업제품 전반에 높은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유럽도 곧바로 대응했다.

IMF와 세계은행 등이 미·중 무역 전쟁이 모두의 성장률에 나쁜 영향을 줄 거란다. 그런들...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멈출 리 없다. 그는 툭하면 “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선의 힘이 악을 이기고 무역장벽을 허물어 나갈까? (글로벌 교역시장이 무슨 스타워즈인가….) 트럼프 이후의 선한 지도자는 다시 자유무역의 깃발을 들까? 전문가들은 그럴 동력이 약해졌다고 말한다.

강대국 미국이 봐주는 시대는 지나간다. 큰 기대하지 말자. ‘아프니깐 신흥국이다.’ 적응할 시간이다. 지난 5천 년간 언제 우리가 환경이 유리해 살아남았나. 다시 사대의 예를 다 할 시간이다.

지난해 한국을 향한 미국의 상품 수출은 16%나 급증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는 22%나 줄었다. 그러고 보니 시장경제 이후 ‘자유무역’은 늘 경우의 수 중 하나였을 뿐.

그들은 늘 ‘그들이 유리할 때만’ 자유무역을 선택했었다. 아차. 그걸 잠깐 잊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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