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스럽지 않은 단합…“탈당 어찌 막겠나?”

입력 2019.05.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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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보는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

"바미스럽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국민들에게 바미스러운 존재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김관영 원내대표가 내린 결정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 그런 점에서 그 용단 그 결정 높이 평가합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원내정책회의가 파행에서 벗어났습니다.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 회의 참석을 거부해 왔던 원내지도부가 오늘(9일) 모처럼 모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결정을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이었다며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이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은 어제(8일)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가 예상 밖의 사퇴 결단을 내린 걸 뜻합니다. 계속된 내홍으로 '분당행 패스트트랙 열차'에 탔다는 말까지 나왔던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의원총회를 거쳐 우선은 봉합되는 모습입니다.

'바미하다'·'바미스럽다'

"바미하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바른미래당의 의사수렴 과정에서 보여주는 지난함,
찬성·반대도 아닌 절충안을 내는 행위’를 일컬어 ‘바미하다’라고 비판했다...
헌정 이래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가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바미함’이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인 셈이다.
우리는 더욱 ‘바미’할 것이다....
- 2018.10.1.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주이삭


불과 7개월여 전 바른미래당의 논평입니다. 더욱 '바미할 것이다'라는 이 각오 아닌 각오는 양당 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싸움을 중재하고 파행을 막겠다는 뜻이었지만, 최근 거듭된 바른미래당의 갈등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젠 확연히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바미하다' '바미스럽다'는 말은 뭔가 어정쩡하다는 뜻일 겁니다. 출입기자들이 주로 많이 쓰는데, '답답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숱하게 의원총회를 열고, 한 번 열리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정작 회의 끝엔 아무 결론도 없는 난감한 상태. 사실 바른미래당은 부산하고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견만 확인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위가 개회하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하태경, 이혜훈, 오신환 의원 등이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지난달 26일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위가 개회하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하태경, 이혜훈, 오신환 의원 등이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서 폭발한 당내 갈등

이런 일은 '동물 국회'라 손가락질받기도 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우선 패스트트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결국 의원총회에서 세 번의 표결까지 거쳤습니다. 이후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강제 교체(사보임)에 반발해 바른정당계 중심으로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있었지만, 결론 없이 갈등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물러나라'는 바른정당계와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주장에, 당권파인 김관영 원내대표 측은 '못 나간다'며 버틴 겁니다.

'물과 기름', '한지붕 두 가족' 같은 수식어가 붙은 건 바른미래당의 시작점 때문일 겁니다. 옛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해 탄생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건 몸은 한울타리 안에 있지만, 마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갈등 마무리…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당당하게 총선 출마"

어제 의총의 키워드는 '화합'과 '자강'입니다. 우선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의 갈등을 마무리하겠다는 겁니다. 또 내년 총선에 민주당과 한국당, 민주평화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을 추진하지 않고,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당당하게 출마할 것이라고 결의했습니다. 또다시 갈등만 거듭 확인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의외의 선택지로 화답한 겁니다.

의원총회 직후 김관영 원내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의원에게 드린 마음의 상처, 당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또 15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고도 했습니다.

"양쪽 다 승리 확신 없어" 현실적 타협한 것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몇몇 의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결의문 내용처럼 '더는 다투지 말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끝내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당분간은 숨 고르기를 하며 당 화합에 애쓰겠다는 답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 의원의 분석은 조금 달랐습니다. "양쪽 다 세 대결을 했을 때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원내대표 불신임을 해봐야 당헌 당규상 강제할 규정이 없으니 바른정당계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 민주평화당과 연대하거나 통합할 거라는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둔 성과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차기 원내사령탑…김성식·오신환?

당장 새 원내사령탑을 두고 몇몇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권은희·김성식·유의동·오신환 의원 등입니다. 그러나 권은희·이혜훈 의원은 직간접적으로 고사 뜻을 밝혔습니다. 유의동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의원총회 하루 만에 원내대표 후보군은 김성식·오신환 의원으로 좁혀지는 모양새입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과 오신환 의원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과 오신환 의원

김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계파색이 옅습니다. 오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으로,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소신을 지켰습니다. 원내대표를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적극적이었습니다. "당의 화합과 자강을 위해 힘쓰겠다"면서 "누군가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면 굳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의원은 신중했습니다.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당이 필요하면 그 누구라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합의 추대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혔습니다.

우선은 김성식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당내 평가가 나옵니다. 그동안 당내에선 김성식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꼽혀 왔습니다. 그러나 새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할 것이냐, 경선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경우에 따라 새 원내대표를 어떻게 선출할지를 두고 또다시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도 있습니다. 당원권이 정지되거나 활동하지 않는 의원 등을 빼면 바른미래당 의원은 24명입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똘똘 뭉친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에, 국민의당 출신 7명이 뜻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세 대결을 한다면 또다시 어떻게 '헤쳐 모여'를 할지 알 수 없는 형국입니다.

갈등 불씨는 여전이준석 "손학규 재신임 받아야"

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파 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립니다. 당권파는 어제 의총 결과에 대해 손 대표 사퇴 논란도 끝났다고 했지만, 바른정당계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당장 반발도 터져나왔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최고위원은 오늘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손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사퇴를 안 하는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받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이어온 '최고위 보이콧' 역시 계속할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역시 또 다른 뇌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에 올렸지만, 처리를 위해선 여야 4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고 있는 바른정당계가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개별적 탈당, 어떻게 막겠습니까?"

'바른미래당은 단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늘 품었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대화 끝에 "그래서 탈당하시나요?"라고 물을 때면 대부분 화제를 돌리거나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으론 안되겠죠?? 그렇죠?'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어제 의원총회의 당당한 결의문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려는 사그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단서도 붙였습니다.

"개별 의원들이 개인 사정에 따라서 도저히 바른미래당에 있기는 어렵다. 다른 당으로 가야 되겠다 아니면 무소속으로 가야 되겠다 하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습니까?"

또 다른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우선 당의 화합을 도모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그건 그때 가서 봐야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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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미’스럽지 않은 단합…“탈당 어찌 막겠나?”
    • 입력 2019-05-09 18:08:50
    취재K
"참 오랜만에 보는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

"바미스럽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국민들에게 바미스러운 존재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김관영 원내대표가 내린 결정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 그런 점에서 그 용단 그 결정 높이 평가합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원내정책회의가 파행에서 벗어났습니다.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 회의 참석을 거부해 왔던 원내지도부가 오늘(9일) 모처럼 모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결정을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이었다며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이 '바미스럽지 않은 행동'은 어제(8일)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가 예상 밖의 사퇴 결단을 내린 걸 뜻합니다. 계속된 내홍으로 '분당행 패스트트랙 열차'에 탔다는 말까지 나왔던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의원총회를 거쳐 우선은 봉합되는 모습입니다.

'바미하다'·'바미스럽다'

"바미하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바른미래당의 의사수렴 과정에서 보여주는 지난함,
찬성·반대도 아닌 절충안을 내는 행위’를 일컬어 ‘바미하다’라고 비판했다...
헌정 이래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가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바미함’이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인 셈이다.
우리는 더욱 ‘바미’할 것이다....
- 2018.10.1.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주이삭


불과 7개월여 전 바른미래당의 논평입니다. 더욱 '바미할 것이다'라는 이 각오 아닌 각오는 양당 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싸움을 중재하고 파행을 막겠다는 뜻이었지만, 최근 거듭된 바른미래당의 갈등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젠 확연히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바미하다' '바미스럽다'는 말은 뭔가 어정쩡하다는 뜻일 겁니다. 출입기자들이 주로 많이 쓰는데, '답답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숱하게 의원총회를 열고, 한 번 열리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정작 회의 끝엔 아무 결론도 없는 난감한 상태. 사실 바른미래당은 부산하고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견만 확인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위가 개회하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하태경, 이혜훈, 오신환 의원 등이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서 폭발한 당내 갈등

이런 일은 '동물 국회'라 손가락질받기도 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우선 패스트트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결국 의원총회에서 세 번의 표결까지 거쳤습니다. 이후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강제 교체(사보임)에 반발해 바른정당계 중심으로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있었지만, 결론 없이 갈등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물러나라'는 바른정당계와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주장에, 당권파인 김관영 원내대표 측은 '못 나간다'며 버틴 겁니다.

'물과 기름', '한지붕 두 가족' 같은 수식어가 붙은 건 바른미래당의 시작점 때문일 겁니다. 옛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해 탄생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건 몸은 한울타리 안에 있지만, 마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갈등 마무리…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당당하게 총선 출마"

어제 의총의 키워드는 '화합'과 '자강'입니다. 우선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의 갈등을 마무리하겠다는 겁니다. 또 내년 총선에 민주당과 한국당, 민주평화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을 추진하지 않고,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당당하게 출마할 것이라고 결의했습니다. 또다시 갈등만 거듭 확인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의외의 선택지로 화답한 겁니다.

의원총회 직후 김관영 원내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의원에게 드린 마음의 상처, 당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또 15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고도 했습니다.

"양쪽 다 승리 확신 없어" 현실적 타협한 것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몇몇 의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결의문 내용처럼 '더는 다투지 말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끝내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당분간은 숨 고르기를 하며 당 화합에 애쓰겠다는 답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 의원의 분석은 조금 달랐습니다. "양쪽 다 세 대결을 했을 때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원내대표 불신임을 해봐야 당헌 당규상 강제할 규정이 없으니 바른정당계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 민주평화당과 연대하거나 통합할 거라는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둔 성과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차기 원내사령탑…김성식·오신환?

당장 새 원내사령탑을 두고 몇몇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권은희·김성식·유의동·오신환 의원 등입니다. 그러나 권은희·이혜훈 의원은 직간접적으로 고사 뜻을 밝혔습니다. 유의동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의원총회 하루 만에 원내대표 후보군은 김성식·오신환 의원으로 좁혀지는 모양새입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과 오신환 의원
김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계파색이 옅습니다. 오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으로,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소신을 지켰습니다. 원내대표를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적극적이었습니다. "당의 화합과 자강을 위해 힘쓰겠다"면서 "누군가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면 굳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의원은 신중했습니다.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당이 필요하면 그 누구라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합의 추대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혔습니다.

우선은 김성식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당내 평가가 나옵니다. 그동안 당내에선 김성식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꼽혀 왔습니다. 그러나 새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할 것이냐, 경선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경우에 따라 새 원내대표를 어떻게 선출할지를 두고 또다시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도 있습니다. 당원권이 정지되거나 활동하지 않는 의원 등을 빼면 바른미래당 의원은 24명입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똘똘 뭉친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에, 국민의당 출신 7명이 뜻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세 대결을 한다면 또다시 어떻게 '헤쳐 모여'를 할지 알 수 없는 형국입니다.

갈등 불씨는 여전이준석 "손학규 재신임 받아야"

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파 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립니다. 당권파는 어제 의총 결과에 대해 손 대표 사퇴 논란도 끝났다고 했지만, 바른정당계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당장 반발도 터져나왔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최고위원은 오늘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손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사퇴를 안 하는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받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이어온 '최고위 보이콧' 역시 계속할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역시 또 다른 뇌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에 올렸지만, 처리를 위해선 여야 4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고 있는 바른정당계가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개별적 탈당, 어떻게 막겠습니까?"

'바른미래당은 단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늘 품었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대화 끝에 "그래서 탈당하시나요?"라고 물을 때면 대부분 화제를 돌리거나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으론 안되겠죠?? 그렇죠?'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어제 의원총회의 당당한 결의문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려는 사그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단서도 붙였습니다.

"개별 의원들이 개인 사정에 따라서 도저히 바른미래당에 있기는 어렵다. 다른 당으로 가야 되겠다 아니면 무소속으로 가야 되겠다 하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습니까?"

또 다른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우선 당의 화합을 도모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그건 그때 가서 봐야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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