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떡해]①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빅 픽처가 없다!

입력 2019.05.10 (07:01) 수정 2019.05.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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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가져 본 가장 큰돈...그런데 목표가 없다

667조 원! 국민연금의 올해 2월 말 현재 적립금이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이 약 400조 원대이니까 아마도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쥐어보는 가장 큰돈이 아닐까 한다. 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이 돈은 2041년 1,778조 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핵심은 제도(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등)를 손질해 이 적립금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연착륙시키는 일, 그래서 세대 간 연금의 혜택과 의무를 비슷하게 나누는 일이다.


- 기금 고갈 3년 앞당겨진 이유 중 2년은 기금운용수익률 때문

문제는 연금 개편의 논의가 제도 손질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 적립금이 600조 원을 넘은 상황에서 연금 개편의 두 축은 제도와 기금운용인데, 사회적 논의가 제도 개편에만 집중돼 있고 기금운용은 5년짜리 전략이 전부다. 장기적인 목표도 없다. 지난 4차 재정추계 결과로 연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하지만 3년이 앞당겨진 이유 중 2년은 기금운용수익률 전망치 하락이었다. 연금 문제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변수는 오히려 6개월 미만의 영향만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고나 할까? 연기금의 안정성이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뿐 아니라 기금운용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스스로 장기재정목표나 전략이 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자체 보고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 667조 원의 주인은? 부과식 vs 적립식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돈의 주인이 쓰임새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인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하려면 우리 국민연금 제도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정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을 '부분적립식'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연금제도가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분적립식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서는 연금제도 개편이나 기금운용의 목표를 세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연금이란 제도의 근간이 적립식인지 부과식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만약 국민연금이 적립식이라면 667조 원의 주인은 돈을 낸 사람, 즉 현세대다. 이때 기금운용 전략은 '수익률 제고를 최고의 가치'로 둬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사적보험사들처럼 국민이 맡긴 돈을 최대한 잘 굴려서 돌려줘야 하는 게 사명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시장을 떠나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부동산·금·원유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부과식이라면 667조 원의 주인은 미래세대다. 현세대는 은퇴 후 약속한 급여만 제대로 나온다면 연기금이 늘어나든 고갈이 되든 상관이 없다. 미래세대가 튼튼하게 경제활동을 해서 연금보험료를 잘 내주기만 기도하면 된다. 이때 기금운용 전략은 '수익률 외에 또 다른 가치, 즉 미래세대의 경제력을 강화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돈의 주인인 젊은 미래세대가 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지금껏 연금을 취재하면서 국민연금을 순수 적립식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학자들은 부분적립식을 이해하면서도 제도의 작동 원리는 부과식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금 제도는 부과식에 가깝다는 건데 기금운용방식은 적립식인 것처럼 투자되고 있다면 이 또한 모순일 것이다. 특히 지금의 연기금 운용 방식은 장래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러 한국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연관기사] ‘우물 안 고래’ 국민연금, 국내 증시 시한폭탄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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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어떡해]①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빅 픽처가 없다!
    • 입력 2019-05-10 07:01:46
    • 수정2019-05-29 17:47:14
    취재K
- 대한민국이 가져 본 가장 큰돈...그런데 목표가 없다

667조 원! 국민연금의 올해 2월 말 현재 적립금이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이 약 400조 원대이니까 아마도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쥐어보는 가장 큰돈이 아닐까 한다. 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이 돈은 2041년 1,778조 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핵심은 제도(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등)를 손질해 이 적립금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연착륙시키는 일, 그래서 세대 간 연금의 혜택과 의무를 비슷하게 나누는 일이다.


- 기금 고갈 3년 앞당겨진 이유 중 2년은 기금운용수익률 때문

문제는 연금 개편의 논의가 제도 손질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 적립금이 600조 원을 넘은 상황에서 연금 개편의 두 축은 제도와 기금운용인데, 사회적 논의가 제도 개편에만 집중돼 있고 기금운용은 5년짜리 전략이 전부다. 장기적인 목표도 없다. 지난 4차 재정추계 결과로 연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하지만 3년이 앞당겨진 이유 중 2년은 기금운용수익률 전망치 하락이었다. 연금 문제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변수는 오히려 6개월 미만의 영향만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고나 할까? 연기금의 안정성이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뿐 아니라 기금운용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스스로 장기재정목표나 전략이 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자체 보고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 667조 원의 주인은? 부과식 vs 적립식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돈의 주인이 쓰임새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인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하려면 우리 국민연금 제도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정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을 '부분적립식'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연금제도가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분적립식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서는 연금제도 개편이나 기금운용의 목표를 세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연금이란 제도의 근간이 적립식인지 부과식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만약 국민연금이 적립식이라면 667조 원의 주인은 돈을 낸 사람, 즉 현세대다. 이때 기금운용 전략은 '수익률 제고를 최고의 가치'로 둬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사적보험사들처럼 국민이 맡긴 돈을 최대한 잘 굴려서 돌려줘야 하는 게 사명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시장을 떠나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부동산·금·원유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부과식이라면 667조 원의 주인은 미래세대다. 현세대는 은퇴 후 약속한 급여만 제대로 나온다면 연기금이 늘어나든 고갈이 되든 상관이 없다. 미래세대가 튼튼하게 경제활동을 해서 연금보험료를 잘 내주기만 기도하면 된다. 이때 기금운용 전략은 '수익률 외에 또 다른 가치, 즉 미래세대의 경제력을 강화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돈의 주인인 젊은 미래세대가 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지금껏 연금을 취재하면서 국민연금을 순수 적립식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학자들은 부분적립식을 이해하면서도 제도의 작동 원리는 부과식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금 제도는 부과식에 가깝다는 건데 기금운용방식은 적립식인 것처럼 투자되고 있다면 이 또한 모순일 것이다. 특히 지금의 연기금 운용 방식은 장래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러 한국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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