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맞냐 물었는데 ‘단거리 미사일’이라 답한 이유는?

입력 2019.05.10 (18:08) 수정 2019.05.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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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10~20발을 발사한 데 이어 닷새 뒤인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또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4일 발사된 건 '발사체'라고 밝히며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철회했었지만 9일 발사된 건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한다"며 사실상 미사일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탄도 미사일이냐는 질문엔 맞다, 아니다로 답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된다는 답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렇다면 발사체와 미사일은 무엇이고 또 탄도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은 어떻게 다르길래 군 당국은 용어 사용에 신중한 걸까요?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 발사체는 광의적 표현…4일 미사일→발사체 수정 발표 이유는?

발사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주선을 지구 궤도로 올리거나 지구 중력장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로켓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발사체는 원래 군사 용어라기보다는 우주항공 분야의 용어이고 우주선이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동력을 제공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군 당국이 쓸 땐 군사 용어가 된 셈인데 4일 발사된 240mm와 300mm 방사포 그리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모두 합쳐서 지칭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사일, 다연장포, 로켓 등 넓은 의미에서 보면 중력을 거슬러 날아가는 무기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월 4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5월 4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

국방부는 4일 오전 발사체 발사를 처음 인지했을 때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 발표했는데 7일 브리핑에서 그 이유에 대해 "발사 사실에 대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언론에 공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미사일로) 표현이 됐고 이후에 수 발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발사체의 종류와 재원에 대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사일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발사체로 바꿔서 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이 초기 분석 과정에서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섞여서 쏜 점을 확인해서 이들을 다 포함하는 개념인 '발사체'라는 용어로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탄도미사일은 탄환의 포물선 궤도로 비행

4일 발사 이후 북한이 쏜 게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 논란은 이제 탄도미사일인지 단거리 미사일인지로 옮겨붙은 모양새입니다. 미사일은 크게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과 '순항 미사일'(Cruise Missile)로 나뉩니다. 탄도 미사일은 말 그대로 탄도(彈道:탄환의 궤도)를 그리며 비행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포물선 궤도라는 겁니다. 로켓의 동력으로 중력을 거슬러 높이 올라갔다가 또 지구의 인력(중력)에 이끌려 하강하는 궤도를 그리는 겁니다. 반면 순항 미사일은 배가 여기저기 다니며 순항하듯이 비행하는 미사일로 제트엔진으로 추진돼 자체의 힘으로 비행합니다. 저고도로 수평 비행하기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은 채 목표물을 정밀타격하기에 쉬운 미사일로 미국의 토마호크(Tomahawk)가 대표적입니다.

● '이스칸데르'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다른 복잡한 궤적 비행

군은 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특정하지 못하고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하는 걸까요? '이스칸데르'의 궤적에 힌트가 있습니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가 생산한 신형 미사일인데 궤적이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이스칸데르의 탄생 배경을 좀 짚어보자면 1987년 미국과 소련이 INF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즉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맺으면서 각각 보유하고 있던 사거리 500km~5,500km의 중거리 미사일들을 폐기합니다. 소련 단거리 미사일의 핵심이었던 스커드를 대체한 오카 미사일이 폐기 대상이 되자 다급해진 소련이 개발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바로 이스칸데르입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이스칸데르의 최신 버전인 이스칸데르-M을 전력화했는데 이 이스칸데르-M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점 고도에 이른 뒤 급강하했다가 다시 수평비행을 했다가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 낙하하는 '중력의 법칙에 어긋나는' 궤적을 보입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 같은 요격 체계를 피할 수 있도록 이토록 복잡한 궤적을 그리도록 개발된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런 독특한 궤적 때문에 유사탄도미사일(Quasi Ballistic Missile)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니까 우리 군은 북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특성들 때문에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정적으로 발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M러시아 이스칸데르-M

● 탄도 미사일은 단거리·중거리·ICBM 모두 포함

군이 밝힌 이번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45~50km였고 사거리는 최대 420여km였습니다. 단거리 미사일은 우리 군이 발간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사거리가 300km~1,000km입니다. 4일에 쏜 발사체의 최대 사거리는 240여km이기에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짧아서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단정하지 못했던 거고 9일에 쏜 발사체의 최대 사거리는 420여km였기에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단거리(300~1,000km), 준중거리(1,000~3,000km), 중거리(3,000~5,500km), ICBM(5,500km 이상) 이렇게 사거리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이번 발사체의 사거리는 단거리에 해당하긴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인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420여km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420여km

● 軍 "이스칸데르-M 가능성 크지만 북한 기술 의문"

다시 이스칸데르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군도 현재 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사거리나 고도 등을 봤을 때 이스칸데르-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이스칸데르-M이 운용과 발사에 있어서 상당한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북한이 과연 그런 기술력을 가졌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M과 외형상 거의 같다고 하더라도 탄도미사일인지 여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스커드 등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정점 고도가 최대 50km 정도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고도보다 낮은 점도 분석의 걸림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유한 레이더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정점 고도를 보여야 하는데 고도가 낮아 궤적의 극히 일부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확정 짓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궤적, 재원 등 분석과 함께 북한의 군사 기술 수준에 대한 정확한 파악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연관기사] [뉴스9] 탄도미사일 vs 단거리미사일…확정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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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도미사일’ 맞냐 물었는데 ‘단거리 미사일’이라 답한 이유는?
    • 입력 2019-05-10 18:08:58
    • 수정2019-05-10 21:16:35
    취재K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10~20발을 발사한 데 이어 닷새 뒤인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또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4일 발사된 건 '발사체'라고 밝히며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철회했었지만 9일 발사된 건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한다"며 사실상 미사일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탄도 미사일이냐는 질문엔 맞다, 아니다로 답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된다는 답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렇다면 발사체와 미사일은 무엇이고 또 탄도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은 어떻게 다르길래 군 당국은 용어 사용에 신중한 걸까요?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 발사체는 광의적 표현…4일 미사일→발사체 수정 발표 이유는?

발사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주선을 지구 궤도로 올리거나 지구 중력장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로켓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발사체는 원래 군사 용어라기보다는 우주항공 분야의 용어이고 우주선이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동력을 제공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군 당국이 쓸 땐 군사 용어가 된 셈인데 4일 발사된 240mm와 300mm 방사포 그리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모두 합쳐서 지칭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사일, 다연장포, 로켓 등 넓은 의미에서 보면 중력을 거슬러 날아가는 무기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월 4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
국방부는 4일 오전 발사체 발사를 처음 인지했을 때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 발표했는데 7일 브리핑에서 그 이유에 대해 "발사 사실에 대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언론에 공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미사일로) 표현이 됐고 이후에 수 발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발사체의 종류와 재원에 대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사일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발사체로 바꿔서 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이 초기 분석 과정에서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섞여서 쏜 점을 확인해서 이들을 다 포함하는 개념인 '발사체'라는 용어로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탄도미사일은 탄환의 포물선 궤도로 비행

4일 발사 이후 북한이 쏜 게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 논란은 이제 탄도미사일인지 단거리 미사일인지로 옮겨붙은 모양새입니다. 미사일은 크게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과 '순항 미사일'(Cruise Missile)로 나뉩니다. 탄도 미사일은 말 그대로 탄도(彈道:탄환의 궤도)를 그리며 비행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포물선 궤도라는 겁니다. 로켓의 동력으로 중력을 거슬러 높이 올라갔다가 또 지구의 인력(중력)에 이끌려 하강하는 궤도를 그리는 겁니다. 반면 순항 미사일은 배가 여기저기 다니며 순항하듯이 비행하는 미사일로 제트엔진으로 추진돼 자체의 힘으로 비행합니다. 저고도로 수평 비행하기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은 채 목표물을 정밀타격하기에 쉬운 미사일로 미국의 토마호크(Tomahawk)가 대표적입니다.

● '이스칸데르'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다른 복잡한 궤적 비행

군은 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특정하지 못하고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하는 걸까요? '이스칸데르'의 궤적에 힌트가 있습니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가 생산한 신형 미사일인데 궤적이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이스칸데르의 탄생 배경을 좀 짚어보자면 1987년 미국과 소련이 INF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즉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맺으면서 각각 보유하고 있던 사거리 500km~5,500km의 중거리 미사일들을 폐기합니다. 소련 단거리 미사일의 핵심이었던 스커드를 대체한 오카 미사일이 폐기 대상이 되자 다급해진 소련이 개발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바로 이스칸데르입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이스칸데르의 최신 버전인 이스칸데르-M을 전력화했는데 이 이스칸데르-M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점 고도에 이른 뒤 급강하했다가 다시 수평비행을 했다가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 낙하하는 '중력의 법칙에 어긋나는' 궤적을 보입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 같은 요격 체계를 피할 수 있도록 이토록 복잡한 궤적을 그리도록 개발된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런 독특한 궤적 때문에 유사탄도미사일(Quasi Ballistic Missile)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니까 우리 군은 북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특성들 때문에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정적으로 발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M
● 탄도 미사일은 단거리·중거리·ICBM 모두 포함

군이 밝힌 이번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45~50km였고 사거리는 최대 420여km였습니다. 단거리 미사일은 우리 군이 발간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사거리가 300km~1,000km입니다. 4일에 쏜 발사체의 최대 사거리는 240여km이기에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짧아서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단정하지 못했던 거고 9일에 쏜 발사체의 최대 사거리는 420여km였기에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단거리(300~1,000km), 준중거리(1,000~3,000km), 중거리(3,000~5,500km), ICBM(5,500km 이상) 이렇게 사거리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이번 발사체의 사거리는 단거리에 해당하긴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인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420여km
● 軍 "이스칸데르-M 가능성 크지만 북한 기술 의문"

다시 이스칸데르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군도 현재 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사거리나 고도 등을 봤을 때 이스칸데르-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이스칸데르-M이 운용과 발사에 있어서 상당한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북한이 과연 그런 기술력을 가졌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M과 외형상 거의 같다고 하더라도 탄도미사일인지 여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스커드 등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정점 고도가 최대 50km 정도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고도보다 낮은 점도 분석의 걸림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유한 레이더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정점 고도를 보여야 하는데 고도가 낮아 궤적의 극히 일부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확정 짓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궤적, 재원 등 분석과 함께 북한의 군사 기술 수준에 대한 정확한 파악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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