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문케어’로 3천만 원 의료비가 5백만 원”…복지부의 ‘과욕’

입력 2019.05.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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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문 관계부처 발표자료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경제부문 성과를 발표했다. 각 부처별 소관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본인 부담률 인하 사례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2주년 약 200개 의료항목 급여화…개인 부담 완화

건강보험이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지적에 현 정부는 이른바 '문케어'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했다는 방패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한 뒤 지난해까지 약 2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했다.
국민의 개인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혜택별 경우의 수를 가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실제 환자의 구체적인 사례로 성과를 국민들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문케어’ 발표자료 중 사례보건복지부 ‘문케어’ 발표자료 중 사례

사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던 D 씨는 최근 임플란트 시술과 심장판막 교체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이후 회복을 위해 상급 병실(2인실)에 입원했다. 그래서 의료비가 3,000만 원을 넘길까 걱정이었는데 받아보니 500만 원이더라. 이게 노인 임플란트 본인 부담률 인하와 상급병실 급여화 덕이다. 이 두 제도는 지난해 시행된 문케어의 대표 정책들이다.

3,000만 원 웃돌까 걱정 의료비가 '문케어'덕에 500만 원으로?

3,000만 원을 웃돌까 걱정이었던 의료비가 임플란트와 상급병실 제도 덕에 500만 원으로 인하됐다는 이 사례는 사실일까? 짚어보니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복지부는 해당 사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모한 수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원문을 찾아 읽어본 결과, 해당 사례자는 30년 전 부인이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진료와 관리를 이어오다, 지난해 상급병원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치아 2개까지 임플란트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플란트에 앞서 출혈 등에 대비해 협진하던 중 심장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들었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사례로 인용된 실제 공모 수기사례로 인용된 실제 공모 수기

사례자는 심장 수술 등에 3,000만 원이 넘게 들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진료비의 30%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돼 일부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례자가 마음을 놓게 된 건 담당 의사의 설명 때문이었다. 의사는 "중증질환에 해당하는 심장 수술은 대략 5% 정도만 본인 부담"이라고 말했다. 바로 '산정특례제도'다. 수술 후 하루 10만 원 정도의 2인실에서 12일가량 머물던 사례자는 심장판막 수술 비용으로 2,000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환자부담금 총액이 약 450만 원이었다고 감사했다.

대폭 줄어든 의료비 '문케어' 아닌 '산정 특례' 덕

즉, 3,000만 원을 웃돌까 걱정했던 사례자가 비용을 줄이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심장 수술에 대한 산정 특례제도 때문이었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시행됐다. 본인 부담금이 높은 암과 중증질환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 주는 제도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외래 또는 입원진료 시 요양급여총액의 5%만,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요양급여총액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물론 해당 사례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한 선택진료비 폐지와 노인 임플란트 혜택 그리고 상급 병실 급여화 덕도 있다. 그런데 사례자의 원문을 봤을 때 그 혜택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선택진료비 폐지는 정부가 제시한 이 사례에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문케어의 성과로 제시한 이 사례의 가장 큰 원인은 이전부터 시행해온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있었다.

정부 성과 홍보는 중요, 그러나 여론 호도할 과장은 금물

정부가 성과를 홍보하고 제도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곡해되거나 여론이 호도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공모한 수기를 바탕으로 기재부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들이 편집 생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등에는 여전히 심장 수술에만 수천만 원이 들어 고민이라는 글이 넘쳐난다. 그 환자들과 가족들이 정부가 공식 자료에 발표한 이 사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성과를 홍보하려 의욕을 앞세우기 전에 이런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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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1 08:05:13
    팩트체크K
경제부문 관계부처 발표자료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경제부문 성과를 발표했다. 각 부처별 소관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본인 부담률 인하 사례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2주년 약 200개 의료항목 급여화…개인 부담 완화

건강보험이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지적에 현 정부는 이른바 '문케어'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했다는 방패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한 뒤 지난해까지 약 2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했다.
국민의 개인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혜택별 경우의 수를 가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실제 환자의 구체적인 사례로 성과를 국민들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문케어’ 발표자료 중 사례
사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던 D 씨는 최근 임플란트 시술과 심장판막 교체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이후 회복을 위해 상급 병실(2인실)에 입원했다. 그래서 의료비가 3,000만 원을 넘길까 걱정이었는데 받아보니 500만 원이더라. 이게 노인 임플란트 본인 부담률 인하와 상급병실 급여화 덕이다. 이 두 제도는 지난해 시행된 문케어의 대표 정책들이다.

3,000만 원 웃돌까 걱정 의료비가 '문케어'덕에 500만 원으로?

3,000만 원을 웃돌까 걱정이었던 의료비가 임플란트와 상급병실 제도 덕에 500만 원으로 인하됐다는 이 사례는 사실일까? 짚어보니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복지부는 해당 사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모한 수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원문을 찾아 읽어본 결과, 해당 사례자는 30년 전 부인이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진료와 관리를 이어오다, 지난해 상급병원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치아 2개까지 임플란트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플란트에 앞서 출혈 등에 대비해 협진하던 중 심장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들었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사례로 인용된 실제 공모 수기
사례자는 심장 수술 등에 3,000만 원이 넘게 들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진료비의 30%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돼 일부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례자가 마음을 놓게 된 건 담당 의사의 설명 때문이었다. 의사는 "중증질환에 해당하는 심장 수술은 대략 5% 정도만 본인 부담"이라고 말했다. 바로 '산정특례제도'다. 수술 후 하루 10만 원 정도의 2인실에서 12일가량 머물던 사례자는 심장판막 수술 비용으로 2,000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환자부담금 총액이 약 450만 원이었다고 감사했다.

대폭 줄어든 의료비 '문케어' 아닌 '산정 특례' 덕

즉, 3,000만 원을 웃돌까 걱정했던 사례자가 비용을 줄이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심장 수술에 대한 산정 특례제도 때문이었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시행됐다. 본인 부담금이 높은 암과 중증질환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 주는 제도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외래 또는 입원진료 시 요양급여총액의 5%만,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요양급여총액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물론 해당 사례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한 선택진료비 폐지와 노인 임플란트 혜택 그리고 상급 병실 급여화 덕도 있다. 그런데 사례자의 원문을 봤을 때 그 혜택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선택진료비 폐지는 정부가 제시한 이 사례에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문케어의 성과로 제시한 이 사례의 가장 큰 원인은 이전부터 시행해온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있었다.

정부 성과 홍보는 중요, 그러나 여론 호도할 과장은 금물

정부가 성과를 홍보하고 제도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곡해되거나 여론이 호도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공모한 수기를 바탕으로 기재부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들이 편집 생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등에는 여전히 심장 수술에만 수천만 원이 들어 고민이라는 글이 넘쳐난다. 그 환자들과 가족들이 정부가 공식 자료에 발표한 이 사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성과를 홍보하려 의욕을 앞세우기 전에 이런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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