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미사일 긴장 ‘고조’…대화 판 ‘흔들’

입력 2019.05.11 (07:50) 수정 2019.05.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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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5월 11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긴장 행위로 비핵화 대화가 또 다시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에 발사체에 이어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공식화한 지 하루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식량 지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북한이 발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맞대응을 자제하며 대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번 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에서 북쪽으로 100km쯤 떨어진 평양북도 중부의 구성 일대.

북한이 2년 전인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과 화성-12형을 발사한 곳입니다.

북한은 지난 9일 이곳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쪽으로 발사했습니다.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신형전술유도무기와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한지 닷새 만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발사체 두 발이 각각 270여 킬로미터와 420여 킬로미터를 날아 동해에 떨어졌고, 고도는 50킬로미터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KBS와 진행한 특집 대담에서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한미 양국이 분석 중에 있는 거고요. 오늘은 발사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일단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발사체를 사실상 ‘미사일’로 규정지은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1년 5개월 만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앞서 4일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한미가 공동으로 정밀 분석중이라며 미사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왔습니다.

[김준락/합참동참모본부 공보실장 : "지난해 열병식에 공개된 무기체계와 유사한 형태가, 외형적으로 유사한 형태라고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분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지난 4일에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와 같은 종류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동일한 발사체를 사거리를 늘려 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4일에는 사거리를 줄여 발사해 본 뒤, 이번엔 내륙을 통과하는 실전 발사를 통해 신형 무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 4일 발사체 발사를 정당화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외무성 대변인 대답 대독 :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

9.19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정면 반박한 셈입니다. 오히려 한미합동훈련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가 없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남북 장성급 회담 북측 대변인 대답 대독 :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제 할 짓은 다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우리의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대고 있으니 얼굴에 철가면을 쓰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북한이 발사의 정당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한 만큼,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한범/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발의 강도가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저강도의 도발이 간헐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남한이나 미국의 반응을 떠볼 거고요. 그 반응 여하에 따라서 그 강약은 조절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에 머물며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준비하던 시점이기도 했는데요.

북한이 이런 절묘한 시점에 발사체를 다시 발사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북한이 첫 발사체 훈련을 한 지 사흘 뒤.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대북 압박을 이어갈 뜻을 밝히면서도,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지원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샌더스/5월 8일/美 백악관 대변인 : "핵심은 비핵화입니다. 한국이 그 방향(대북 식량지원)으로 간다면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북 식량 지원을 고리로 꽉 막힌 남북대화와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터보려 했던 겁니다. 한미 정상 간에 공감대가 마련되자 정부는 식량 지원 추진을 공식화하고 규모와 방식 논의에 사실상 착수했습니다.

[김연철/5월 8일/통일부 장관 :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는 한미 정상이 공감대를 보인 인도적 식량 지원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셈법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과거에 북한은 식량 지원을 받으면서도 계속 미사일과 핵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북한을 어떠한 입장의 변화를 통해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라고 보여지고요. 북한의 입장에서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지원,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핵과 미사일 문제.. 분리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우세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최대 치적으로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는 겁니다.

군사 행동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한미 군사태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한미 해병대들의 상륙훈련이 대규모로 있었는데 과거의 중단된 쌍용훈련의 재현 판에 가깝게 해석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맥스썬더 훈련도 중단 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편성 항공훈련들이 최근 계속되고 있죠. 그리고 사드 전개 훈련도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최근에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해왔거든요."]

한미 양국은 대화와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표출하며 상황 관리에 나선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합의를 위반한 건 아니고, 또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엄중 경고를 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KBS 특집 대담 :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라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를 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사가 있은 지 약 9시간 만에 반응을 내놨습니다.

북미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완곡한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보다 작은 미사일들이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습니다. 누구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습니다. 잘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켜볼 것입니다."]

북한의 거듭된 군사적 도발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동시에, 협상을 요구하는 신호로 보고 상황을 계속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4일 발사된 발사체에 대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었다고 밝히며, 비핵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美 국무장관 : "북한의 이번 행동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기준을 넘은 것은 아닙니다. 발사체가 북한 수역 내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남한, 일본을 위협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든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한미의 신중한 대응에 북한이 화답할지, 혹은 보다 고강도의 도발에 나설지 갈림길에 선 모습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 국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최소한 지금까지 합의해 왔던 남북 간의 군사합의가 흔들리지 않고 또 북미 정상이 나름 합의해서 향후에 협상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만들어 왔던 프로세스가 완전히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주요하게 우리의 관심사가 돼야 되고. 협상의 구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좀 더 정무적 판단의 효율성, 정무적 판단의 필요성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도적 식량 지원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만큼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잇따른 북한의 무력시위로 국내외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약 두 달 만에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로 대화 초점이 북한 발사체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비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약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재진과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건/미 대북정책특별대표 : "(식량 지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문재인 대통령은 식량 지원이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를 열어주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5월 9일/KBS 특집 대담 :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의 공감이나 지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위가 높아지는 군사 행동에 인도적 지원을 둘러싼 국내외 여론은 악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탄도 미사일로 최종 판명날 경우 비핵화 협상 역시 영향을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또한 지지부진한 핵 협상에, 군사적 행보를 본격화한 북한에 대한 여론까지 염두에 둬야 해 협상판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미 의회를 중심으로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추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북 강경론이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제재를 강화하고 더 많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오토 웜비어 어머니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선박을 압류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미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한 사실도 전격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경고와 미국의 압박이 교차하면서 비핵화 대화는 다시 안갯속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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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미사일 긴장 ‘고조’…대화 판 ‘흔들’
    • 입력 2019-05-11 08:28:10
    • 수정2019-05-11 10:18:43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5월 11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긴장 행위로 비핵화 대화가 또 다시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에 발사체에 이어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공식화한 지 하루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식량 지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북한이 발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맞대응을 자제하며 대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번 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평양에서 북쪽으로 100km쯤 떨어진 평양북도 중부의 구성 일대.

북한이 2년 전인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과 화성-12형을 발사한 곳입니다.

북한은 지난 9일 이곳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쪽으로 발사했습니다.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신형전술유도무기와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한지 닷새 만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발사체 두 발이 각각 270여 킬로미터와 420여 킬로미터를 날아 동해에 떨어졌고, 고도는 50킬로미터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KBS와 진행한 특집 대담에서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한미 양국이 분석 중에 있는 거고요. 오늘은 발사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일단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발사체를 사실상 ‘미사일’로 규정지은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1년 5개월 만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앞서 4일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한미가 공동으로 정밀 분석중이라며 미사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왔습니다.

[김준락/합참동참모본부 공보실장 : "지난해 열병식에 공개된 무기체계와 유사한 형태가, 외형적으로 유사한 형태라고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분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지난 4일에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와 같은 종류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동일한 발사체를 사거리를 늘려 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4일에는 사거리를 줄여 발사해 본 뒤, 이번엔 내륙을 통과하는 실전 발사를 통해 신형 무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 4일 발사체 발사를 정당화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외무성 대변인 대답 대독 :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

9.19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정면 반박한 셈입니다. 오히려 한미합동훈련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가 없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남북 장성급 회담 북측 대변인 대답 대독 :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제 할 짓은 다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우리의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대고 있으니 얼굴에 철가면을 쓰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북한이 발사의 정당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한 만큼,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한범/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발의 강도가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저강도의 도발이 간헐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남한이나 미국의 반응을 떠볼 거고요. 그 반응 여하에 따라서 그 강약은 조절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에 머물며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준비하던 시점이기도 했는데요.

북한이 이런 절묘한 시점에 발사체를 다시 발사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북한이 첫 발사체 훈련을 한 지 사흘 뒤. 한미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대북 압박을 이어갈 뜻을 밝히면서도,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지원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샌더스/5월 8일/美 백악관 대변인 : "핵심은 비핵화입니다. 한국이 그 방향(대북 식량지원)으로 간다면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북 식량 지원을 고리로 꽉 막힌 남북대화와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터보려 했던 겁니다. 한미 정상 간에 공감대가 마련되자 정부는 식량 지원 추진을 공식화하고 규모와 방식 논의에 사실상 착수했습니다.

[김연철/5월 8일/통일부 장관 :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는 한미 정상이 공감대를 보인 인도적 식량 지원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셈법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과거에 북한은 식량 지원을 받으면서도 계속 미사일과 핵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북한을 어떠한 입장의 변화를 통해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라고 보여지고요. 북한의 입장에서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지원,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핵과 미사일 문제.. 분리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우세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최대 치적으로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는 겁니다.

군사 행동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한미 군사태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한미 해병대들의 상륙훈련이 대규모로 있었는데 과거의 중단된 쌍용훈련의 재현 판에 가깝게 해석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맥스썬더 훈련도 중단 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편성 항공훈련들이 최근 계속되고 있죠. 그리고 사드 전개 훈련도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최근에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해왔거든요."]

한미 양국은 대화와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표출하며 상황 관리에 나선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합의를 위반한 건 아니고, 또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엄중 경고를 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KBS 특집 대담 :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라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를 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사가 있은 지 약 9시간 만에 반응을 내놨습니다.

북미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완곡한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보다 작은 미사일들이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습니다. 누구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습니다. 잘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켜볼 것입니다."]

북한의 거듭된 군사적 도발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동시에, 협상을 요구하는 신호로 보고 상황을 계속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4일 발사된 발사체에 대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었다고 밝히며, 비핵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美 국무장관 : "북한의 이번 행동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기준을 넘은 것은 아닙니다. 발사체가 북한 수역 내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남한, 일본을 위협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든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한미의 신중한 대응에 북한이 화답할지, 혹은 보다 고강도의 도발에 나설지 갈림길에 선 모습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 국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최소한 지금까지 합의해 왔던 남북 간의 군사합의가 흔들리지 않고 또 북미 정상이 나름 합의해서 향후에 협상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만들어 왔던 프로세스가 완전히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주요하게 우리의 관심사가 돼야 되고. 협상의 구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좀 더 정무적 판단의 효율성, 정무적 판단의 필요성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도적 식량 지원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만큼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잇따른 북한의 무력시위로 국내외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약 두 달 만에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로 대화 초점이 북한 발사체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비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약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재진과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건/미 대북정책특별대표 : "(식량 지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문재인 대통령은 식량 지원이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를 열어주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5월 9일/KBS 특집 대담 :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의 공감이나 지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위가 높아지는 군사 행동에 인도적 지원을 둘러싼 국내외 여론은 악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탄도 미사일로 최종 판명날 경우 비핵화 협상 역시 영향을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또한 지지부진한 핵 협상에, 군사적 행보를 본격화한 북한에 대한 여론까지 염두에 둬야 해 협상판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미 의회를 중심으로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추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북 강경론이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제재를 강화하고 더 많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오토 웜비어 어머니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선박을 압류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미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한 사실도 전격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경고와 미국의 압박이 교차하면서 비핵화 대화는 다시 안갯속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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