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꿈꾸는 울타리…탈북민 국제학교

입력 2019.05.11 (08:20) 수정 2019.05.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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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 어린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겪는 대표적 어려움이 바로 학교에 적응하는 일입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뚜렷하다보니 뭘 배우는 것도, 또 친구를 사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이런 탈북 청소년들만을 위한 학교가 여럿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이 중 탈북민 국제학교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학생의 언어와 수준을 고려해 다양한 맞춤 교육을 진행하는 게 큰 특징이라네요.

동시에 탈북 과정에서 힘들고 지쳤을 학생들을 위해 노래를 통한 정서 치유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 실력도 수준급 이상이라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일어서기 위해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채유나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한글 문장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중,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한글로 짧은 문장 하나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설명을 위해서는 중국어도 필요합니다.

[김명주/ 탈북민 국제학교 선생님 : "우리 애들이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2세잖아요. 아이들이 중국으로 가서는 답이 안 나오니까 어떻게 해서든 한국어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이곳은 탈북 직후 한국으로 왔거나, 중국에 오랜 기간 머물렀다 들어 온 탈북 2세들을 위한 국제학교입니다.

벌써 10년 째.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학교를 가야 되는데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되고 그러다 보니까 대안학교를 가야 되는데 또 대안학교의 여러 가지 사정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가 학교를 세우자 이렇게 해서 처음에 입학생 10명으로 시작을 한 학교가 됐죠."]

북한이나 중국 등에서 자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아이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외국어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영어만큼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한, 북한, 한국어를 공용으로 할 수 있고. 또 대부분의 학생이 중국어를 할 수 있죠. 그래서 최소한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국제학교를 만들었고..."]

초등학교까지는 학력을 인정받는 공교육 과정이지만, 중, 고등 교육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검정고시반과 취업반으로 나뉘는데요.

개인 능력에 따라 교육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맞춤 교육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맞는 재능에 맞춤 교육으로, 또 선생님들이 거기에 일대일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이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황윤미 학생도 그 중 한명입니다. 8년 전 한국에 왔을 당시 일반 학교를 선택했던 윤미.

[황윤미/18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북한은 공부가 좀 느려요. 수준이 너무 낮다 보니까 갑자기 한국에 와서 공부하려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일반 학교에 가서, 못 알아들으니까 언어적으로도 단어가 가끔 다르잖아요."]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수업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황윤미/18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제가 북한에서 오다 보니까 적응도 잘 안 되고 일반 학교에 막상 들어가면 말투도 그렇고 그래서 왕따를 당했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면 누가 위로해주거나 그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결국, 탈북민 국제학교를 찾았는데요. 학교에 잘 적응한 결과, 7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최고참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 학교에서도 학업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인 합창입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북한에서부터 중국에서 오는 모든 과정이 힘들었거든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그렇게 엄마한테서 부모를 고향을 떠나서 오다보니까 자신밖에 몰랐어요. 너무 이기주의였어요. 이기주의만 가득하다보니까 이걸 어떻게 해서 하모니를 통일을 만들까 그러기 위해서는 합창이란 걸 생각했는데..."]

5년 전부터 시작된 이 합창단의 이름은 ‘와글와글 합창단’ 아이들의 특징을 담았다는데요.

[안창근/와글와글 합창단 지휘자 : "여기서 조용히 시키면 여기 떠들고 또 여길 조용히 시키면 여기 떠들고 북적북적 와글와글하다 해서 와글와글 합창단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거예요."]

수업이 끝나고 합창 연습을 위해 모인 학생들 와글와글 합창단이라는 이름에 와글와글 흥겨운 모습인데요.

새터민들의 합창 연습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한 국내 기업의 행사에 선보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입니다. 학생들의 합창, 처음부터 하모니를 이루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초기에는 (탈북민 합창단이) 특별하다고 많이 불러줬는데 사실 실력은 없었죠. 합창이란 음악 잘하는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기교를 뽐내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목소리, 한 하모니를 내는 거거든요.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그것을 깨달으면서 인간관계까지 고쳐지게 됐어요."]

공연 당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날인데요.

이곳 학생들에게 합창은 단순한 노래, 그 이상입니다.

[이다희/15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가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합창하는 거 보면, (선생님이) 항상 웃으라고 하잖아요. 그때라도 웃으면 좋고. 노래하면서 저도 마음의 위로가 되고 또 감동이 전해져서 울고 하니까 위로가 되잖아요."]

이 같은 경험은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정혜은/13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여기(학교) 와보니까 신기한 것도 많고 꿈이라는 단어도 많고 해서 연예인이라는 꿈이 결정된 거 같아요. 제가 이 합창 덕분에 꿈이 생겨서 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합창하면서 열심히 꿈을 이룰 거예요."]

상처를 이겨내고 밝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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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꿈꾸는 울타리…탈북민 국제학교
    • 입력 2019-05-11 08:36:36
    • 수정2019-05-11 09:54:18
    남북의 창
[앵커]

탈북민 어린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겪는 대표적 어려움이 바로 학교에 적응하는 일입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뚜렷하다보니 뭘 배우는 것도, 또 친구를 사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이런 탈북 청소년들만을 위한 학교가 여럿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이 중 탈북민 국제학교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학생의 언어와 수준을 고려해 다양한 맞춤 교육을 진행하는 게 큰 특징이라네요.

동시에 탈북 과정에서 힘들고 지쳤을 학생들을 위해 노래를 통한 정서 치유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 실력도 수준급 이상이라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일어서기 위해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채유나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한글 문장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중,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한글로 짧은 문장 하나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설명을 위해서는 중국어도 필요합니다.

[김명주/ 탈북민 국제학교 선생님 : "우리 애들이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2세잖아요. 아이들이 중국으로 가서는 답이 안 나오니까 어떻게 해서든 한국어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이곳은 탈북 직후 한국으로 왔거나, 중국에 오랜 기간 머물렀다 들어 온 탈북 2세들을 위한 국제학교입니다.

벌써 10년 째.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학교를 가야 되는데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되고 그러다 보니까 대안학교를 가야 되는데 또 대안학교의 여러 가지 사정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가 학교를 세우자 이렇게 해서 처음에 입학생 10명으로 시작을 한 학교가 됐죠."]

북한이나 중국 등에서 자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아이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외국어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영어만큼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한, 북한, 한국어를 공용으로 할 수 있고. 또 대부분의 학생이 중국어를 할 수 있죠. 그래서 최소한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국제학교를 만들었고..."]

초등학교까지는 학력을 인정받는 공교육 과정이지만, 중, 고등 교육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검정고시반과 취업반으로 나뉘는데요.

개인 능력에 따라 교육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맞춤 교육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맞는 재능에 맞춤 교육으로, 또 선생님들이 거기에 일대일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이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황윤미 학생도 그 중 한명입니다. 8년 전 한국에 왔을 당시 일반 학교를 선택했던 윤미.

[황윤미/18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북한은 공부가 좀 느려요. 수준이 너무 낮다 보니까 갑자기 한국에 와서 공부하려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일반 학교에 가서, 못 알아들으니까 언어적으로도 단어가 가끔 다르잖아요."]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수업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황윤미/18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제가 북한에서 오다 보니까 적응도 잘 안 되고 일반 학교에 막상 들어가면 말투도 그렇고 그래서 왕따를 당했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면 누가 위로해주거나 그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결국, 탈북민 국제학교를 찾았는데요. 학교에 잘 적응한 결과, 7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최고참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 학교에서도 학업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인 합창입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북한에서부터 중국에서 오는 모든 과정이 힘들었거든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그렇게 엄마한테서 부모를 고향을 떠나서 오다보니까 자신밖에 몰랐어요. 너무 이기주의였어요. 이기주의만 가득하다보니까 이걸 어떻게 해서 하모니를 통일을 만들까 그러기 위해서는 합창이란 걸 생각했는데..."]

5년 전부터 시작된 이 합창단의 이름은 ‘와글와글 합창단’ 아이들의 특징을 담았다는데요.

[안창근/와글와글 합창단 지휘자 : "여기서 조용히 시키면 여기 떠들고 또 여길 조용히 시키면 여기 떠들고 북적북적 와글와글하다 해서 와글와글 합창단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거예요."]

수업이 끝나고 합창 연습을 위해 모인 학생들 와글와글 합창단이라는 이름에 와글와글 흥겨운 모습인데요.

새터민들의 합창 연습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한 국내 기업의 행사에 선보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입니다. 학생들의 합창, 처음부터 하모니를 이루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천기원/탈북민 국제학교장 : "초기에는 (탈북민 합창단이) 특별하다고 많이 불러줬는데 사실 실력은 없었죠. 합창이란 음악 잘하는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기교를 뽐내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목소리, 한 하모니를 내는 거거든요.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그것을 깨달으면서 인간관계까지 고쳐지게 됐어요."]

공연 당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날인데요.

이곳 학생들에게 합창은 단순한 노래, 그 이상입니다.

[이다희/15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가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합창하는 거 보면, (선생님이) 항상 웃으라고 하잖아요. 그때라도 웃으면 좋고. 노래하면서 저도 마음의 위로가 되고 또 감동이 전해져서 울고 하니까 위로가 되잖아요."]

이 같은 경험은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정혜은/13세/탈북민 국제학교 학생 : "여기(학교) 와보니까 신기한 것도 많고 꿈이라는 단어도 많고 해서 연예인이라는 꿈이 결정된 거 같아요. 제가 이 합창 덕분에 꿈이 생겨서 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합창하면서 열심히 꿈을 이룰 거예요."]

상처를 이겨내고 밝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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